혁명의 예술가는 누구인가?
소련 문화의 운명은 두 가지 실패로 갈라졌다. 적어도 최근에 나온 소설 두 편이 암시하는 내용이다. 중국어로 ‘무명’이라는 뜻을 지닌 ‘우밍’은 이탈리아 작가 그룹이 공동사용하는 필명이다. 우밍의 소설 『프롤렛쿨트』(1)는 1908년 카프리에서 레닌과 또 다른 볼셰비키 지식인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 사이에 실제로 일어난 대립을 1908년 작가 막심 고리키의 시선으로 회상한다.(2)
이전에 볼셰비키 당의 전술에서 레닌에게 패배한 적이 있는 보그다노프는 이념 싸움에 뛰어든다. 보그다노프는 문화적 헤게모니가 혁명의 전제조건이라고 확신하면서 순수한 프롤레타리아 문화 ‘프롤렛쿨트’ 건설에 기초가 될 전체 조직 이론인 구조학을 만들어간다. 보그다노프는 화성에 대해 예측한 두 편의 소설 『붉은 별』과 『엔지니어 메니』에서 평등사상과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사상을 대중화한다. 특히 『붉은 별』은 큰 성공을 거둔다. 이 두 편의 소설은 당시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널리 주장되던 페미니즘에 그치지 않고 성 정체성에 대해 매우 근대적인 방식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1917년 ‘프롤렛쿨트’ 조직에 프롤레타리아 문화에 대한 의지가 스며든다. 프롤렛쿨트는 프롤레타리아들이 그들의 문화를 만들 구체적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프롤렛쿨트은 현지에 300개의 지부를 열고, 회원 수가 40만 명까지 늘어나 약 40종의 신문과 잡지를 발간하게 된다. 당과 맞서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프롤렛쿨트는 소련 문화 행정부에 통합하는 길을 선택한다. 프롤렛쿨트는 1920년대에 대중의 ‘창의적 자율성’을 부추기며 대중의 활동에 영감을 준다. 보그다노프는 정치적으로는 패배했지만, 프롤렛쿨트에 대한 레닌, 트로츠키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다.
1934년은 소련 작가 연합의 첫 회의가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부추긴 해였다. 마침내 1934년에 상황은 상당히 달라졌다.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정상에서의 논쟁』(3)에서 은유적인 기법을 사용해 체스 게임을 이야기한다. 스탈린과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사이에 벌어진 체스 게임이다. 체스의 말은 ‘오시프 만델스탐’이라고 불렸다. 오시프 만델스탐은 스탈린에 대한 비판적인 시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된 시인이다. 독재자 스탈린은 의견을 듣기 위해 파스테르나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스탈린의 입장을 지지하는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었던 파스테르나크는 스탈린에게 “나쁜 동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권력은 실패와 무질서함으로 창작자들을 물리쳤다. 권력은 창작자들을 억압하기도 했고 분열시키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인생과 겹친다. 파스테르나크가 대규모 시위에서 노벨상 수상을 거부하라는 강요를 받던 1958년, 카다레는 모스크바에서 문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었다. 정치인 엔버 호자의 알바니아로 돌아온 카다레는 서방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고 종종 검열을 받는다. 스탈린이 파스테르나크에게 건 전화를 13가지 버전으로 그린 카다레의 소설은 모두 파스테르나크와 스탈린 체제 사이의 대립을 주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진짜 죄인은 누구일까? 레닌? 마르크스? 프로이트? 우밍의 소설에는 과학 소설가이기도 한 보그다노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1927년 화성에서 온 붉은색의 외계인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외계인은 환경보호와 동물권 인정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러시아의 옛 혁명가들은 스탈린 관료주의의 등장으로 자신들의 유토피아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다.
소설은 1928년 4월, 보그다노프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수혈의 선구자인 보그다노프는, 수혈을 “인간 공동체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유기적 집단주의”로 봤다. 당시 모스크바 수혈연구소장이었던 그는 수혈 실험을 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에릭 오노블 Eric Aunoble
번역·이주영
(1) Wu Ming, 『Proletkult 프롤렛쿨트』, Métaillé, Paris, 2022.
(2) ‘Lenin plays chess with Bogdanov during a visit to Gorky, April 1908’, https://monoskop.org
(3) Ismail Kadaré, 『Disputes au sommet 정상에서의 논쟁』, Fayard, Pari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