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앙스의 ‘뉘앙스’에 관하여
도서 『사상』
언론에 나오는 지식인들은 새롭게 내세우는 슬로건으로 몇 달 만에 공론화를 심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새로운 슬로건은 바로 ‘뉘앙스’다. 편집자 크리스토퍼 바르비에, 수필가 카롤라인 푸레스트와 라파엘 엔토벤, 기자 에릭 드쿠티가 주축이 되어 2021년 11월 창간한 주간지 <프랑 티뢰르>(프랑스어로 ‘Franc-Tireur’는 ‘유격대’를 의미한다-역주)는 ‘뉘앙스의 중요성’을 되찾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뉘앙스가 지닌 복잡한 특징은 음모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 프랑스의 철학 잡지 <필로조피 마가진(Philosophie magazine)>은 2020년 12월자에서 ‘뉘앙스에 대한 옹호’라는 특집기사를 내면서 뉘앙스의 중요성을 찾는 작업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메타(구 페이스북) 이용자 2백만 명 이상이 조회한 온라인 미디어 <브뤼트(Brut)>의 어느 동영상에서 물리학자 에티엔 클라인은 뉘앙스에 감동적인 찬사를 보냈다.(‘뉘앙스의 중요성’, 2021년 3월 22일) 놀랄 것도 없이 뉘앙스는 ‘마크롱주의’에서 자주 보인다.(2)
에티엔 클라인을 따르는 사도들은 출판의 세계를 책임지는 장 비른바움에게 복음을 전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할 수 있다.(3) 20세기를 대표하는 7대 작가들(알베르 카뮈, 조르주 베르나노스, 조지 오웰 등)의 후원을 받는 수필가 장 비른바움은 공개 토론에서 ‘뉘앙스를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흔히 뉘앙스에는 애매모호함이 따른다. 비르바움은 뉘앙스에 억지로 명료함을 부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비르바움이 제안한 ‘수용’이라는 만화경 속에서 우리는 ‘뉘앙스’에 ‘대응’되는 것들을 만난다. 뉘앙스는 차례로 ‘유머’, ‘우정’, ‘집요한 다원주의’, ‘솔직한 발언의 윤리’ 등에 비유된다. 뉘앙스가 의미 부분에서 얼마나 유연함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뉘앙스의 정의를 찾으려는 시도를 통해 소위 합리적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서로 ‘충실한 토론의 장’을 모색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에세이는 자유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이론으로 만든 합의의 철학과 토론의 윤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 같다. 논쟁의 두 번째 기둥에서는 취약성과 자비의 윤리가 언급된다. 취약성과 자비의 윤리는 ‘보살핌’이라는 용어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의 ‘취약해진 힘’에 경의를 표하고 독일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또 다른 모습인 ‘취약하고 서투른 사람’을 간파하며 ‘뉘앙스에는 다루기 힘든 자비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살핌’에는 열일곱 개의 상황이 있다.
에세이는 청소년 도서의 문체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딱딱하지 않고 감수성을 드러내기에, 공개 토론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에서 정치적인 성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문체는 조지 오웰을 다루는 ‘페어 플레이의 혁명’편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웰은 부드러움이라는 문체를 발명했다”. “혁명은 돕고 주고 존중하며 반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운문 버전인 시에 대해 비른바움은 더 명확한 입장을 취하려고 한다. 2021년 12월 3일 <여러분의 목소리(C'est à vous)> 방송에 초대 손님으로 나온 비른바움은 이렇게 말했다. “이 책으로 뉘앙스의 용기를 고수하려는 모든 사람들을 한껏 안아주고 싶습니다. 우울하지만 따뜻한 포옹이라고나 할까요.”
한편, 사회학자 알랭 카일레(4)는 토론의 개념을 뒤집는다. 카일레의 ‘근본적 온건주의’는 프랑스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가 주장한 “살육 없이도 자유롭게 반대할 수 있다”라는 슬로건과 부정과 모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헤겔의 갈등 철학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카일레의 근본적 온건주의는 “모든 지배와 부당함이 폭로되어 배척받을 수 있는 급진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근본적 온건주의는 사상 토론의 윤리를 자극하는 합의의 열망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피하려고 한다.
글·니달 타이비 Nidal Taïbi
번역·이주영
(1) 참고할 자료 : 키스 키스 뱅크 뱅크(Kiss Kiss Bank Bank) 플랫폼의 사전 판매 발표
(2) ‘대선 2022 : 아비뇽에 있는 LREM 캠퍼스에서 현장 활동가들이 보여준 뉘앙스의 급진성’, 20분, 파리, 2021년 10월 3일.
(3) Jean Birnbaum, 『Le courage de la nuance 뉘앙스의 용기』, Le Seuil, Paris, 2021.
(4) Alain Caillé, 'L’urgence d’un modérantisme radical. S’émanciper sans s’étriper 급진적 온건주의의 긴급성. 움츠러들지 않고 해방되다', INGED/MAUSS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