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감축, 지구온난화 대책… 말로만?

2008-12-30     다니엘 타뉘르 | 환경학자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폴란드의 포즈난에서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무렵 세계기상기구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 효과를 야기하는 가스 농축량이 지난해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고 경고했다. 그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인 것어서 남극 빙하의 해빙에 관한 과학자들의 우려를 입증하고도 남느다. 

2007년 2월 발표된 기후 변화 국제 전문가 그룹의 네 번째 보고서는 "최근의 관찰 결과 얻어진 분석에 따르면 남극에서 나타난 현재와 같은 활동적인 과정들은 빙하의 해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결국 빙하가 붕괴될 위험성을 가중시켜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짤막한 경고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물론 각종 언론은 지금부터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18~59㎝ 가량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치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현행 분석 모델을 두고 전문가들과 각국 정부가 빚는 엇박자에 대해선 그다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점진적인 해빙이 장차 가파른 해수면의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기후 온난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포스트 교토 조약'을 위한 국제 협상 사이에 너무나 큰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후자인 국제 협상은 금년 12월 포츠난 회담에 이어 내년 12월 코펜하겐 유엔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특히 후진국들로선 지구 온난화 극복의 당위와 국제관계의 현실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좌우될 판이다.
 극 지방에서는 곧 빙하 아래로 스며들 물의 웅덩이, 즉 거대한 물 저장고인 빙원의 계절이 올 것이다. 그린란드에서는 이미 3㎞에 달하는 그 거대한 '호수', 즉 물웅덩이의 물이 화장실 세면대에서처럼 불과 90분 만에 빠져버리는 것이 목격되었다.
 이렇게 빙하의 하층으로 스며든 물은 거대한 빙하 덩어리들을 떼어내고, 이들은 대양으로 흘러 들어 해수면의 급상승을 야기할 것이다. 그야말로 빙하학자들이 걱정하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다.
 
 남극 더 빨리 붕괴, '전지구적 재앙'
 이같은 활동적인 과정은 몇 년 전부터 북극 지방에서 관찰되어 왔다. 그린란드는 대양의 수위를 6m까지 높일 수 있을 만큼 많은 물을 흡수하고 있다. 문제는 남극 지방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남극의 빙하는 동쪽 빙원, 서쪽 빙원, 반도 빙원 그리고 대양쪽으로 뻗어있는 고원 빙원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별된다.
 기후 변화 국제 전문가 제1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만일 동쪽 빙원이 사라진다면 대양의 해수면은 50m 높아진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해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반도의 서쪽 해안에 접한 지역에서는 50년 동안 3℃ 증가하는 등 유래가 없는 기록을 보이고 있다. 북서쪽 지역에서는 여름철 기온이 평균 2.2℃를 기록한다. 앞으로 온도는 매 10년마다 0.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 빙원과 서쪽 빙원의 빙하는 각기 바다의 해수면을 5m 높일 수 있는 데,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위험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첫 째 반도의 산악 지역 계곡들은 그린란드보다 폭이 더 좁고 경사가 가팔라 얼음 덩어리가 바다로 더욱 빨리 흘러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어떤 유빙들은 그 흐름이 세 배나 빨라졌다. 둘째 해수면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서쪽 빙원들을 지탱하고 있는 바위산 지역의 유빙이 해안가로 흘러내려온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점점 뜨거워진 극지 부근의 대양의 물이 흘러 해안에 가까워지면서, 해수면 아래 빙원을 붙들고 있는 기저층의 해빙을 가속화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나사의 고다르 항공 우주국 책임자인 제임스 한센와 그의 여덟 명 동료들은 <사이언스>지  공동 기고를 통해 그 위험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고대 지질시대의 기후 연구로부터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 6천500만 년전 지구에는 얼음이 없었다. 남극의 빙하는 3천500만 년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일정한 한계 지표를 설명해준다. 즉 태양의 반사, 물체의 발사 계수인 알베도 지수, 온실 효과와 관련된 가스의 대기 농축들이 날씨를 냉각시켰으며, 이로 인해 대양의 해수면이 낮아졌고  각종 침전물들이 눈의 형태로 축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의 저자들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반대 방향으로 그 한계 지표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 인명 손실, 육지 침몰
 이런 경고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양 해수면 상승 측정에 관한  전문가 연구 그룹들의 예측은 그동안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았다.
 1990~2006년 사이에 본래 예측 수치는 연간 2㎜였으나, 실제는 3.3㎜에 달했다. 60%에 달하는 편차는 유빙의 활동을 예측하는 모델을 정확히 구축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산업화 이전 시대인 1780년에 비해 그동안 온도가 2℃ 상승하는 안정적인 변화를 보였다면, 전문가들의 예측 모델들은 몇 세기 안에 0.4℃~1.4℃의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처럼, 60%의 오차를 감안할 경우 0.6℃~2.2℃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수치는 빙원의 붕괴가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다소 저평가된 것일 수도 있다. 더욱이 한센과 그 동료들은 몇 십 년 내에 닥칠 지도 모르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피하려면 단 일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특히 후진국에선 수많은 인명이 위험에 처한다. 1천만 명의 이집트인, 3천만 명의 벵갈인, 그리고 베트남 인구의 1/4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런던과 뉴욕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라젠드라 파쵸리 '기후변화 국제 전문가 연구 그룹' 회장은 이같은 참담한 상황을 환기하며, "그린란드와 서쪽 빙원의 해빙 가능성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는 보고서가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이런 보고서는 2013년에야 나올 전망이다.
 '포스트 교토 조약'에 걸맞는 조치를 논의할 2008년, 2009년의 국제 회의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 것이다.
 
 G8 등 선진국 배출가스 감축'소극적'
 '기후 변화 국제 전문가 그룹'의 예측만큼이나 우려스러운 것은 해수면 상승 위험에 대한 과소 평가다. 이런 과소 평가는 일부 국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며, 이것이 2007년 12월 발리에서 결정된 협상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정치 권력은 그 속성상 언제나 예상치를 낮추어 해석하고 싶어 한다.
 '기후변화 국제 전문가 그룹'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현대의 온도 상승치를 2~2.4℃로 제한하기 위해선, 2050년에 가선 지난 2000년에 비해 가스 배출량을 50~85% 감소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이를 현격히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오염자 부담 원칙'은 선진국들에게 특별한 부담을 안긴다. 즉 가스 배출량을 지금부터 2020년까지 25~40% 줄이고, 2050년까지는 80~95%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도상국들도 큰 줄기의 계획엔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권고 역시 정치 권력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 루벵 카톨릭 대학교 기후학과 교수이자 '기후 변화 국제 전문가 그룹'의 일원인 장-파스칼 이퍼셀 교수는 "서방 8개국은 현 상황에서 가스 배출의 85%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 자신들 탓을 언급하길 주저하면서 그저 '가스 배출을 50% 줄여야 한다'고만 한다"고 누차 지적했다. 서방 8개국은 기후 변화에 대한 막대한 책임이 있는 자신들의 조치에 대해선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아예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예컨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시한을 정해 유럽위원회가 제안한 '에너지-기후' 꾸러미의 경우, 애초 1996년 당시 이사회 결의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1996년에 유럽위원회는 이사회를 열어 지난 1780년에 비해 온도 상승치를 최대 2℃ 정도로 제한하기로 했던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 역시 그가 제안한 '에너지-기후 플랜'은 2050년 미국 가스 배출의 80% 감소를 예견하고 있지만, 정작 2020년 목표치가 1990년 수준을 회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과학자들의 근심은 가중되고 있으나 각국 정부는 전시 효과에 그치는 정책이나 남발하고 있다. 정작 그 목표치란 것이 가장 보수적인 예상치에 근거한 것들이며, 이를 통해 서방 선진국들이 취해야 할 의무적 조치를 그저 '자발적인 조치' 수준에 제한하려는 메커니즘만 작동시키고 있다. 이는 이미 세계은행 전 총재인 니콜라스 스턴이 암시한 바 있다.
 2006년 10월 영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그는 "산업과 항공, 그리고 기타 분야에서 가스 배출을 60~80% 감소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그 때문에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까지 조언했다.


 

한 세기동안 탄소 가스 급증

 현재까지는 대기중 온실가스 농축 정도가 '360~400ppm 이산화탄소'에 해당되는 '450~500 ppm 이산화탄소 환산 농도'를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산업 혁명 이전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다. 한센과 그 동료들의 빙하 연구에 따르면 현 상태를 안정화시키는 것조차 궁극적으론 지구에 얼음이 없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빙하가 형성되었을 땐 탄소 가스 농축이 350-500ppm이었다. 현재는 '385ppm 이산화탄소'인데 이는 "최소한 몇 미터에 달하는" 해수면 상승과 같다. 그런데 이같은 상승이 불과 한 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