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라는 나라

2022-05-31     세르주 알리미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지난 2월, 러시아 침공 며칠 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들에게 48시간 안에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로 복귀했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미국은 단 한 명의 자국 군인 목숨도 희생하지 않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초래한 일련의 재앙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힘을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러시아의 실패에 중국이 당혹스러워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 신청으로 더욱 강력해졌다. 또한, 미국은 자국의 곡물과 무기, 가스 수출 계약을 늘려나갔다. 서방 언론들은 미 국방부의 선전을 일사불란하게 보도했다. 

마치 미국을 위해 하늘이 내린 듯한 이 전쟁을, 미국의 전략가들이 정말로 끝내기 원할까?

답은 물론 ‘아니다’다. 미국은 전쟁의 종결을 원치 않는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전쟁의 결말이 있긴 하다. 그것은 바이든이 연단에 오르고 푸틴이 철창에 갇히는, ‘서방 군대의 로마식 승리’다. 미국은 이제 ‘러시아 약화’라는 목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하고 정교한 무기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 장군들의 위치를 파악해 그들을 제거하고 러시아 함대를 격침하도록 도움을 줬다. 미국 의회는 이미 3개월 전에 러시아 국방예산의 85%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에 투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너무 직접적인 지원 때문에 ‘제3차 세계 대전’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제 바이든은 러시아 정부의 핵 위협이 허풍에 불과하며, 그동안 과대평가했던 러시아군을 쉽게 궁지로 몰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은 “푸틴의 팽창주의 공세를 방관한다면, 식인종에게 돈을 줬다가 잡아먹히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공화당 신 보수주의자들에게 동조하는 셈이다.(1) 바이든 대통령은 앨라배마주에 있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제조업체 록히드 마틴을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탱크를 공략해 재블린의 효용성이 입증됐다”라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신생아의 이름을 재블린, 재블리나라고 짓고 있다”라며 즐거워했다.

지난 5월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국 외교적 협상을 통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 외교가 힘을 쓰지 못하는 동안, 러시아군은 돈바스의 여러 도시를 폭격하며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 한편, 유럽은 “러시아의 굴욕 속에서는 평화가 건설될 수 없다”라며 다소 고립된 주장을 펴는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탈출구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라고 날카롭게 반박한 에스토니아 총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판국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군사적 수단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2) 하지만 지금 ‘구대륙’에서 상황을 주도하는 이들은 워싱턴의 복화술사들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Mitt Romney, <뉴욕타임스>, 2022년 5월 23일.
(2) <르피가로>, 2022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