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재도약에 가려진 방사성 폐기물

미래세대에게 발송된 독극물 상자

2022-05-31     세드릭 구베르뇌르 | 기자

원자력 에너지가 프랑스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의 여러 정당에서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장기적 수익성 외에도, 온갖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고위험성 폐기물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할 때, 아직 그 영향력이 밝혀지지 않은 고위험성 폐기물이 다량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땅속 깊이 폐기물을 매장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확실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들끓는 지중저장 산업센터

초속 2m로 움직이는 철제 승강기가 점토층 아래로 내려간다. 6분 후, 지하 490m에 위치한 ANDRA(l’Agence nationale pour la gestion des dechets radioactifs, 국립 방사성 폐기물 관리청) 연구소에 도착했다. 우리를 안내한 오드리 기유므네 홍보 담당자는 “해수면에서는 약 130m 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너비가 몇 킬로미터에 불과한 반원통형 갱도에서는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과 공사장비 몇 대가 작업 중이다. ANDRA는 이곳에서 폐기물 저장 대신, 논란이 일고 있는 CIGEO(Centre Industriel de stockage GÉOlogique, 지중저장 산업센터)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연구한다. 

관리청 담당자들은 조심스럽게, “센터가 실제로 문을 연다면(S’il voit le jour)”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CIGEO 프로젝트는 1990년대에 시작돼, 2006년에야 허가가 났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DUP(Déclaration d’Utilité Publique, 공익사업확정. 프랑스 법률에 따라, 사유지를 수용해 공익목적의 개발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절차-역주) 대상이 됐다. 

ANDRA는 올해 ASN(l’Autorité de sûreté nucléaire, 원자력 안전청)에 ‘지중저장 산업센터’ 설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인데, 원자력 안전청은 이 신청에 대해 3~5년 이내에 의견을 통지해야 한다. 사실 ASN은 과거, CIGEO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현재는 방사성 폐기물의 지중 저장을 최선의 해결책이라 보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승인 역시 필요하지만,(1) 위원회에서는 이미 지난 2월 2일, 원자력 관련 활동이 “원자력 및 환경 안전 규정들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한해,(2) ‘탄소중립 미래’라는 유럽연합의 기후 목표와 부합한다고 공식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기자가 방문한 1월 27일, 스웨덴 사민당 정부가 방사성 폐기물 일부를 지중 매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ANDRA 담당자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웨덴 연립 정부의 환경전문가들이 ANDRA의 연구소를 방문하고 돌아간 후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지난 11월, 핀란드 정부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프랑스 핵폐기물들, 대체 어디로 가나?

마크롱 대통령이 향후 10년간 유럽형 가압경수로(EPR)를 새롭게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고, 프랑스 원자력의 새싹이라고 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장점들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원자력 폐기물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계감사원은 11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규모 신규 원자력 발전 설비를 건설하려면, 지금까지 EPR 건설 현장에서 맞닥뜨린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핀란드의 EPR 건설현장에는 공사지연과 추가비용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정해진 기간과 비용 내에서 새로운 원자로들을 건설할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뒤따르고 있다”고 회계감사원은 덧붙였다.(3)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원자로는 예정된 날짜에서 12년이 지난 작년 12월에야 가동하기 시작했고, 플라망빌 원자로의 가동은 2023년 중순으로 연기돼, 두 시설에 대한 공사비용은 3배 이상 증가했다. 지중저장 산업센터가 건설되면 8만 3,000㎥의 폐기물을 수용할 수 있다. 그 공간의 절반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에서 이미 발생한 폐기물들이 채울 예정이지만, 프랑스의 핵 억제력(핵탄두, 핵잠수함 원자로)에서 비롯되는 폐기물들은 어디로 갈까? 아직 알 수 없다. 환경청, 유럽위원회, 국참사원, 의회의 인가를 받는다면 2025년경, 현 연구소 부근에서 현장 굴착을 시작해 총 270km에 이르는 갱도를 완성한다. 

2035년 즈음에는 프랑스 전력공사(EDF),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CEA), 오라노(구 아레바, 핵연료 생산 기업)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 케이스가 특별 열차를 통해 이곳으로 운반될 것이다. 각각의 원통형 케이스에 50~70kg의 폐기물이 담기면, 케이블카가 폐기물 통들을 길이 4.2km, 경사 12%의 사배(경사면)로 운반해, 지하 500m 지점에 마련된 빗 모양의 터널망 안에 정리한다. CIGEO가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발생하는 가장 위험한 폐기물들의 무덤이 되는 셈이다. ANDRA의 자료에 따르면, 이는 전체 원자력 폐기물의 3%, 방사성 폐기물의 99%에 해당하는 양이다.

문제는, 우라늄 핵분열에서 발생한 폐기물들의 방사능 감쇠는 매우 더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해롭거나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이온화 방사선(물질을 통과할 때 이온화를 일으키는 방사선. 생물조직의 구성성분을 이온화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미생물을 죽인다-역주)이 수천 년 동안 방출된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는 모든 국가에서는 방사성 폐기물들을 냉각수조에 보관 중이고, 고준위 폐기물들은 대부분 프랑스 라아그의 공장 등에서 재처리 후 분리보관된다. 이런 저장방법은 100년 동안은 원상복구가 가능한데, 더욱 확실한 폐기물 처리 방법을 발견할 경우에 대비해 폐기물들을 꺼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당국은 복구 가능성에는 ‘불확실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4) 스토카민의 사례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유므네는 “기존 처리 시설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험실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갱도 깊숙한 곳에서는 보호 장비를 착용한 엔지니어 한 명이, 칼로보 옥스퍼드(COx) 점토층 안에서의 방사성 핵종 반응을 연구 중이다. 엔지니어들은 폐기물 매장지의 지질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유므네도 갱도의 붕괴를 막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알프스 산맥의 토압 때문인지, 아니면 파리 분지의 침강 때문인지… 우리는 14MPa의 수평 응력을 관측했다. 이는 우리 머리 위에 있는 500m짜리 바위의 수직 응력을 넘어서는 크기라는 뜻이다. 이런 관측을 통해 응력을 고려한 갱도 설차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받침돌의 강도 역시 실험 대상이다. 

 

반핵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대 

ANDRA는 매해 저장소를 견학하는 수천 명(중고생, 국회의원, 언론 등)의 방문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프로젝트 부책임자인 르베르의 설명에 따르면 “1991~2005년, 폐기물 케이스를 지하로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수직 갱도’를 연구했지만 결국 사갱을 택했다. 엘리베이터의 추락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레일 방식 케이블카를 설치할 예정이다. 타이어의 화재위험 때문에 레일방식을 택했다.” 2014년 2월 5일, 미국의 뉴멕시코 군사 핵폐기물 저장 시설 지하에서 운반차량의 타이어에서 화재가 발생해 방사능이 대기로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소금 광산에 건설된 지하 저장소는 산소로 인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외부와 차단됐다. 

CIGEO의 엔지니어들은 화재 위험 외에도 폭발 위험성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원자력 폐기물 가운데 일부에서 수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수소는 누적될 경우 폭발할 수 있으므로, 가스 배출을 위해서는 폐기물이 저장되는 수십 년 동안 지하 저장 시설 내 환기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CIGEO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엔지니어 베르트랑 튀이에는 “공기 중 수소 비중이 4%가 될 경우, 폭발 임계 값에 도달한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르베르는, 그 임계 값에 도달하려면 “2주 이상 환기가 중단돼야 한다. 그러니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반박했다. 또,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라도 폐기물 통은 ‘미약한 파손’을 입을 뿐이다. 그럼에도 2018년, ANDRA는 시멘트 고형화 처리를 마친 폐기물 통들을 CIGEO 예정지에 저장하려던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원자력 안전청의 피에르프랑크 슈베 청장이 폐기물 케이스의 발화 위험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5) 

또 다른 문제점은 침습 위험이다. 환경보호단체 연맹인 ‘프랑스 자연 환경(FNE)’ 로렌 지역의 대표를 지냈던 수리지리학자 로맹 비리옹의 설명에 따르면 “프로젝트 원안은 투과성이 매우 낮은 수직 갱도였는데, 투과성이 매우 높은 사갱으로 바뀌었다. 만일 펌프가 15일 동안 멈춘다면 갱도 내에 약 20cm 높이까지 물이 들어찰 것이다. 이런 사고 위험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하 저장 시설의 장기적 기능에 관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베르는 펌프가 15일간 멈추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수리지리학자는 또한, ‘방사선방호 및 원자력 안전 연구소(IRSN)’가 찾아낸 현장 부근에 존재하는 ‘카르스트 단층’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지표면으로부터 물의 교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ANDRA는 이미 30년 전부터 같은 설명을 이어오고 있지만, 원자력 폐기물의 지중 매장을 반대하는 이들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반핵주의자들에게는 ‘방사능 쓰레기통’일 뿐인 CIGEO는 격렬한 반대를 불러일으켰다.(6) CIGEO가 들어설 예정인 뷔르에서 30km 정도 떨어진 도시 바르르뒤크에서 만난 활동가 레진(가명)은 “처음부터 지켜봤다”라고 했다. 환경단체 ‘뫼즈 자연 환경’의 활동가인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1994년 이곳에서 최초의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장 안에 이미 공안 담당 경찰들이 와있었다.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서 점점 비어가는 도시로 하여금 남들이 꺼리는 것을 받아들이게 한 것은 돈과 일자리였다.” 

뫼즈주의 인구는 채 20만 명이 넘지 않고(2019년 기준 18만 4,500명), 주도인 바르르뒤크(2018년 기준 인구수 1만 4,733명) 역시 큰 마을에 불과하다. 뷔르 마을의 주민 수는 100명에도 못 미치고, 주변 마을들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아, 이 구역의 인구밀도는 1㎢당 10명 이하다. 프로젝트를 오랜 시간 반대해 온 농부 장피에르 시몽은 이렇게 넋두리 했다. “지질학적인 이유로 부지를 선정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 가장 큰 도시의 인구가 1만 5,000명인데, 시위대를 10만 명 동원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1980년대에 ANDRA의 지질학자들은 프랑스 내의 다양한 부지를 조사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미셸 로카르 총리는 1990년 프로젝트 유예 명령을 내렸다. 이듬해 사회당 소속 크리스티앙 바타이유 의원의 이름을 딴 ‘바타이유’법이 제정돼 ‘가공, 지표면 및 지중 저장’이 지속적인 폐기물 관리를 위한 공식 방법으로 결정됐다. 그중에서도 지중 저장 방식이 우선적으로 시행됐고, 후보지로 뽑힌 가르, 비엔, 뫼즈, 오트마른 네 곳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가르 지방의 포도 재배인들은 전투에 뛰어들었고, 결국 탈산업화 지역(2016년 알자스와 함께 그랑에스트 행정 구역으로 통합된 로렌과 샹파뉴 아르덴)에 위치하며 공동화를 겪고 있는 뫼즈와 오트마른 두 지역의 경합 끝에 1998년 뷔르 지역이 CIGEO 부지로 선택됐다. 

 

“체념은 찬성과 동의어가 아니다”

우파 정부에서 여러 번 장관을 지내고 로렌 지방의회 의장(1992~2004)을 역임한 영향력 있는 인물인 제라르 롱게가 열성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옹호했다. 작은 마을인 망드르의 전 의회의원이자 CIGEO에 반대하는 미셸 라바는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연구소는 장사꾼이다. 과학과 전문적인 일자리를 파는 장사꾼. 해당 마을들에서는 프로젝트 내용도 정확히 모르고 찬성표를 던졌다.”

부지로 선정된 두 지역에는 공익 연합(GIP)의 지원 기금을 통해, 각각 연 3,000만 유로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7) CIGEO에 반대하는 일부 시장들은 지원금 신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금도 인구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2018년 9월, 뫼즈 남부 지역의 중학교 세 곳이 문을 닫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레진은 “보도를 새로 깔았지만, 그 위를 지나다닐 사람이 없다. 어차피 시설 유치는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결집을 막는다. 정부가 계속 주민들의 말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폐기물들이 이미 매립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하지만 체념이 찬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반대 시위는 방향을 틀어 CIGEO 주변 시설로 향했다. 2020년, 기업 유니테크는 원자력 발전소 노동자들의 방호복 세탁소를 수잔쿠르 코뮌에 건설하려는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폐수 처리 문제를 염려하는 하류 지역 주민들도 일자리 40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폐기물 케이스를 실은 기차가 매월 6대까지 이 지역을 지나다닐 예정인데, 이에 대한 반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연안 주민들은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CIGEO에서 20km 가량 떨어진 지브로발의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뷔르의 문제는 그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집 앞으로 폐기물 기차가 지나다닌다면, 너무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런 강력한 반대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까?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통제하던 방법을 살펴보면 정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12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11월 13일 테러에 따른 국가 긴급사태를 이유로 많은 활동가들이 가택 연금을 당했다. 2017년 여름에는, ANDRA 건물 근처에 위치한 ‘오 뱅되이’ 레스토랑 파손 사건과, 8월 15일 무허가 시위가 벌어진 이후, 활동가들이 ‘범죄 집단 결성’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노트르담데랑드(루아르아틀랑티크) 공항 사업이 백지화된 2018년 1월, 뫼즈 주지사는 뷔르가 새로운 보호 구역(ZAD, 정치적 목적의 불법 점거 형태-역주)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다. ANDRA가 환기용 수직 갱도를 내려고 계획 중인 르쥐크 숲은, 일부 활동가들에게 세 차례나 점령을 당했던 곳으로, 4년 전부터 군사경찰의 감독 대상이다. 장피에르는 시위대에게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빌려줬다는 이유로 기소 당했고, 장비들을 1년이 지나서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군사 경찰들은 전화 도청은 기본이고, 주위 전화기의 자료들을 빼내올 수 있는 장치인 ‘IMSI-캐처’까지 동원했다.(8) 

인권보호 단체인 ‘인권리그(LDH)’는 프랑스 당국이 “반대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으며, 활동가들의 입장과 시위를 빌미로 형사 처벌하려고 하는데, 이는 결국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LDH는 2019년 2월 5일 바르르뒤크 경범죄 법원에서 열린 공판 참관을 위해 벨기에 출신 변호사 자크 앙글베르를 위촉했는데, 변호사는 “비공격적 성향의 피고인들을 사소한 사안으로까지 기소를 하며, 테러리즘과 조직범죄 퇴치 수준으로 자본과 공권력을 사용했다. 명백한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9)

 

“미래세대에 오염물질을 떠넘기는 짓”

불확실한 여러 위험들 외에도, CIGEO의 철학도 논란거리다. 작가인 에티엔 다보도는 2021년 펴낸 그래픽 노블『 땅의 권리 (Le droit du sol)』(Futuropolis 출판사)에서, 2019년 여름 페슈 메를(로트) 벽화 동굴과 뷔르(뫼즈) 연구소 현장 등 800km를 하이킹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책은 두 장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곳은 구석기 시대 예술가들이 ‘감탄스러운 기억들’을 남겨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수천 년 동안 위험한 폐기물이 묻힐 곳이다. 작가는 “우리와 이 지구 그리고 이 땅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보도는 먼 미래에, 우리의 후손이 이 땅을 파보게 될 경우를 대비해 ANDRA가 기호학자를 고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ANDRA의 르베르는 프랑스가 과거 1967년에서 1982년 사이 태평양에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수장했던 사실을 언급하며(1993년 전까지 폐기물 수장은 불법이 아니었음) 이렇게 반박했다. “폐기물들은 이곳에 분명 존재한다. 그러므로 미래세대들을 위해 잘 관리해야 한다. 지중 저장 방식은 현재의 지상 창고 보관 방식보다 덜 위험하다. 지금의 방식으로 보관된 핵폐기물을 우리 후손들이 통제할 수 없을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후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원자 연구소의 엔지니어였다가 지금은 열렬한 반대자가 된 베르나르 라퐁슈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다. 그는 CIGEO가 “땅속에 오염물질을 묻음으로써,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짓”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발전으로 원자력 폐기물의 방사능을 제거하거나 적어도 줄일 방법이 마련될 때까지는 지표면 아래에 매장을 하고” 수십 년 동안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고도 주장했다.(10) 그런 가운데 CIGEO 프로젝트는 점점 더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ANDRA는 올해 ‘설립허가신청서(DAC)를 제출할 예정이고, 국참사원의 의견 발표와 부령 제정이 이뤄진다면, 2025년에는 저장소 건설의 첫 삽을 뜨고, 2035년경부터 폐기물 저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 31일, 원자력 시설 안정성 국회 조사 위원회에서는 레니 파티노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ANDRA의 옛 직원(2012~2015)이었던 이 역사학자는 CIGEO의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지지하며(11) 국회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는 개개인의 민감성에 달렸다. ANDRA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저장조건을 보장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들 중 해결되는 것은 없다. 백만 년은, 모든 현상의 제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세월이기 때문이다.” 

 

 

글·세드릭 구베르뇌르 Cédric Gouverneur 
기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유럽원자력공동체 협정 37조.
(2) ‘EU taxonomy Complementary Climate Delegated Act’, 예비 문서, 2022년 2월 2일.
(3) ‘Les choix de production électrique : anticiper et- maîtriser les risques technologiques, techniques et financiers 전력 생산을 위한 선택: 공학적, 기술적, 재정적 위험을 예상하고 극복하기’, 회계감사원, 2021년 11월 18일.
(4) ‘Avis délibéré de l’Autorité environnementale sur le centre de stockage CIGEO, CIGEO 저장센터에 대한 환경당국의 검토 의견’, 환경당국, 의견서 n°2020-79, 2021년 1월 13일 채택.
(5) <르몽드> 프랑스어판, 2018년 1월 15일자. 
(6) ‘Sur la route… des déchets de Bure 도로 위……, 뷔르의 폐기물들’, <France culture>, 2016년 9월 24일.
(7) Julien Baldassarra, ‘À Bure, la fabrique du consentement 그린워시로도 씻기지 않는 방사능폐기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1월호, 한국어판 2018년 2월호. 
(8) ‘Bure : le zèle nucléaire de la justice 뷔르: 사법 당국의 핵동결’, <리베라시옹>, Paris, 2018년 11월 14일자. 
(9) ‘Rapport sur les évènements survenus à Bure et sur leur traitement judiciaire 뷔르에서 발생한 사건 및 사법 처리에 관한 보고서’, Ligue des Droits de l’Homme, 2019년 6월 20일 (ldh-France.org). 
(10) <르몽드> 프랑스어판, 2018년 3월 28일자
(11) Leny Patinaux, ‘Enfouir des déchets nucléaires dans un monde conflictuel. Une histoire de la démonstration de sûreté de projets de stockage géologique en France (1982-2013) 분쟁의 세상에 원자력 폐기물을 매장하다. 프랑스 지중 매장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증명한 이야기(1982~2013)’, Paris, EHESS. 국회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 의사록 n° 35,  2018년 5월 31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