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수당 삭감, 저소득층의 눈물

잔인한 실업보험 개혁안

2022-05-31     다미앵 르포코니에 | 기자

지난해 10월 1일에 발효된 실업보험 개혁안에 따라, 최근 2년 동안 전일제로 일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실업수당이 대폭 삭감됐다. 단기 계약직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시행된 이 개혁안은, 코로나19 보건위기 등으로 인해 단기 계약직에 내몰린 이들의 숨통을 두 번 조이고 있다. 

 

1월의 어느 날 아침, 칸 인근에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35세의 여성 나티사 에비르는 식탁 앞에서 은행 잔고를 계산하고 있었다. “다음 달 생활비가 700유로나 모자라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믿을 수가 없네요.” 불과 몇 주 사이, 이 젊은 여성의 수입은 빈곤선 이하로 떨어졌다. 주택 임차료 800유로, 자동차 할부금 200유로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에비르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보충 인력으로 투입돼 임시 노동을 했다. 그러나 보건위기가 닥치면서 일이 뚝 끊겼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1일 새롭게 도입된 실업수당 계산법은, 에비르의 일상을 붕괴시켰다. “1일 임금을 26유로로 계산해요. 1개월에 고작 750유로인 셈이에요. 일거리가 없을 때도 월 2,400유로를 받았어요. 실업보험 개혁안이 추진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럴 줄은 몰랐어요.”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한 계산법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지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에비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았어요. 식료품은 친정아버지가 가져다줘요. 이제 컴퓨터, 휴대전화, 아이들 장난감도 팔까 생각 중이에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기쁨이 아니라 불안이 생깁니다. 옷을 사줄 돈이 없으니까요.” 에비르는 국가고용공단의 구인 공고를 들여다보면서 사무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계약직밖에 없더라고요!” 에비르의 수당이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해 10월 1일 시행된 새로운 실업수당 계산법 때문이다. 기본 1일 임금을 계산할 때 지난 24개월간 수입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누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이직이 잦은 사람들이 받는 실업수당이 크게 줄었다.

방송사와 인쇄 매체에 프리랜서로 칼럼을 기고하는 아나이스(가명)가 말했다. “저는 작년 10월에 실업수당을 신청했는데요. 원래는 1일 임금이 65유로로 계산돼 월 30일 기준 1,950유로를 받았어요. 지금은 1일 14유로, 월 420유로로 줄었어요. 능동적연대소득(RSA) 565.34유로보다 실업수당이 적은 거예요.” 일드프랑스에 사는 33세의 아나이스도 변경된 기본 1일 임금 계산법의 피해자다.

국가고용공단에서 실업수당 계산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한다. 이 때문에 실직 기간이 긴 임금 노동자들의 수당이 대폭 줄어들었다. 구직자들을 위한 실업수당 체계를 관리하는 기관인 전국상공회고용연합(Unedic)에 따르면, 실업수당은 최대 43%까지 감소했다.(1) 이번 개혁안은 연간 23조 유로의 재정 절감 목표는 달성했지만, 단기 계약직과 실직을 오가는 사회 취약계층, ‘간헐적 노동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남부 노조 소속으로, 일드프랑스주 국가고용공단에서 실업수당 담당자로 일하는 발레리 콜랭을 파리에서 만났다. “1일 소득이 56유로(월 30일 기준 1,680유로)로 계산되던 변호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일거리가 없었던 몇 개월까지 합산하면, 1일 수당이 29유로(월 30일 기준 1,034유로)로 줄어듭니다.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매일같이 수급자들이 전화해서 ‘이제 어떻게 살죠?’, ‘아이들을 먹일 돈이 없어요’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사회초년생들에게 지나치게 혹독해

이 새로운 계산법은 사회초년생들에게도 가혹하다. 

“1월 말, 19세 여성이 상담 중에 울음을 터트리는 일이 있었어요.” 옥시타니의 국가고용공단 직원인 다니엘 메맹이 털어놓았다. “그분은 1년 넘게 일하다 그만뒀는데, 실업수당이 월 600유로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좌절했어요. 새로운 계산 체계에서는 그분이 2년 전 여름에 단기로 1주일 일했던 걸 포함시켰어요. 예전 계산법을 사용했으면 2배, 1,200유로 정도를 받았을 겁니다. 이번 개혁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들입니다. 학비를 대려고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요.” 

2022년 2월 1일 파리 20구에 위치한 국가고용공단 본부 앞에서, 노조 연합은 보건위기 후 처음으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노조 깃발이 그려진 확성기를 통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가고용공단은 실업수당 개혁에 따른 실직자들의 고통을 알아야 합니다.” 실직자 및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총동맹의 대표 피에르 가르노디에가 말했다. “게다가 공단 경영진은 ‘실업수당 상담원’이라는 직책을 신설해 상담원 1명당 800명의 구직자와 수당 삭감, 과잉 징수 등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직자도, 상담원도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가르노디에는 강력하게 비판했다.

건너편 인도에는 10여 명이 다음 글귀가 쓰인 종이를 흔들고 있었다. “간헐적 노동자 : 개혁을 철회하라” 이 시위자들은 모두 간헐적 노동자였으며, 주도자는 숙박업과 요식업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43세의 기욤 르누아르였다. 그는 자신의 업무 특성상 공백기가 생길 수밖에 없음에도, 그 공백기로 인해 실업수당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혁의 골자는 결국 1주일에 5일을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단기간의 고강도 노동과 휴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런 규칙이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패션위크, 박물관이나 고성 행사가 있을 때는 주말에도 20시간 일하고, 10일 연속 70시간을 일하기도 합니다. 행사가 있을 때는 말이죠. 그렇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면 당분간 쉽니다.”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요”

르누아르는 정부가 단기 계약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3백만 명의 프랑스 국민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2) “간헐적 노동자들을 위한 노조를 결성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생각입니다. 청소, 대면 서비스, 문화, 관광, 언론, 안보 등 사실상 모든 분야가 해당됩니다.” 르누아르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57세의 관광 가이드 이자벨 멜리토는 정부의 새로운 계산법에 화가 난다고 했다. “가이드가 해외 출장을 가서 1일 7시간 30분만 일하는 경우를 들어보셨나요? 말도 안 되죠.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바쁠 때는 1일 16시간도 일하는데 정부는 그중 8~10시간밖에 인정하지 않아요.” 멜리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아침, 요식업계 임시직 노동자인 58세의 라드공드 기베르는 생드니 국가고용공단 문 앞의 긴 줄에 서 있었다. 기베르는 “이번 개혁안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요식업 분야에서 정규직 채용은 매우 드뭅니다. 셰프들은 정규직을 원하지 않아요. 저는 바쁠 때만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쉽니다.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라 상담을 좀 받으러 왔어요.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요. 저는 월 10~15일 일하고 월 평균 900유로를 받아요. 그리고 매월 주택 임대료로 500유로를 냅니다.”

 

업계별 특성을 무시한 정책, 실업을 자초

이 개혁안은 “단기 계약직을 과용하는” 회사에 재정적인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가산점-감산점 제도에 따라 회사의 직원 수 대비 퇴사자 및 이직자 수를 고려해 사회보장분담금의 액수를 결정하는 것이다.(3) 이 조치는 2022년 9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고용주들은 회사의 불이익은 물론 구인난에 대해 걱정이 많다. “아르바이터 없이는, 우리 업계는 고사할지 모릅니다. 인건비가 늘어나면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요.” 아비뇽에서 출장 요리 전문 업체를 운영 중인 에리크 루이는 말했다. 이 업체의 매출액은 2019년 1,120만 유로에 달했다. 

“우리 업계는 일정이 불규칙합니다. 예를 들어 2월에는 방학 때문에 매출이 일주일 치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7월 첫째 주말에는 단 이틀 동안 엄청난 매출이 나오고 직원도 350명 정도 필요해요. 지금 제 밑에 정직원이 57명 있지만, 갑자기 행사가 잡히거나 여러 개의 행사가 동시에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는 향후 1년 동안의 노동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식당과 호텔과는 다릅니다.” 

2020년 3월에 출범한 ‘불규칙한 업종’에 종사하는 고용주 조합에는 현재 400여 개 기업의 고용주들이 가입돼 있다. “6월보다 1월에 결혼식이 적은 건 당연합니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조합원장인 세드리크 앙젤론이 진지하게 말했다. “단기 계약직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면, 고용 자체가 어려워질 겁니다.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앙젤론은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연맹(CPME)의 부대표인 에리크 슈베는 “감산점 제도를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관련 업종의 협회들도 단기 계약직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다 무시하고, 평범한 구직자들까지 새로운 계산 체계에 넣어 버린 겁니다. 전형적인 프랑스식이에요. 세금을 부과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밖에 할 줄 몰라요.” 슈베는 한탄하면서 말했다.

개혁안이 초래한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지난봄에 Unedic이 발표한 실업수당 개혁안 결과 예측 보고서에서도 예견됐던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실업자 110만 명이 생겨나고, 신입사원의 40% 이상이 실직 상태에 내몰릴 것이며, 실업수당은 2022년 가을까지 평균 1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실업수당을 받는 기간은 11개월에서 14개월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실업수당을 받는 데 필요한 실업보험 최소 가입 기간은 4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 수급 자격을 얻는 시점이 지금보다 1년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19만 명, 1년 이하로 지연되는 경우가 28만 5,000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에 연락했을 때, Unedic은 이 예측 보고서의 정확성을 진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밝혔다. 국가고용공단의 장 바세르 대표는 1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이 개혁안을 언급했다. “우리의 임무는 개혁안의 장단점 평가가 아니라 상담원을 교육하고, 구직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실업수당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 12월, 실업수당 개혁안을 위한 사후관리 위원회를 구성했다.

 

“코로나19에 울고, 줄어든 수당에 최악의 상황”

국가고용공단의 사이트에는 흥미로운 정보가 올라와 있다. 2021년 삼사분기에 “304만 8,200명의 구직자가 수당을 받았고, 이는 2사분기 대비 9.6%, 지난해 대비 5.8% 줄어든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통계 결과는 2021년에 실업률이 크게 하락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정부가 실업수당 개혁안을 정당화하면서 내세웠던 근거다. 그러나 우리는 실업수당을 더 이상 받지 않는 구직자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그들은 일을 다시 찾았을까? 빈곤층으로 전락했을까?

브르타뉴주에 사는 47세의 크리스토프 바니에는 보건위기가 시작된 직후에 실직했고, 1년 전에는 실업수당마저 끊겼다. 바니에는 부랴부랴 직업교육을 받았다. “예전에 저는 호텔 지배인이었습니다. 세후 월급이 2,500유로 정도였죠. 제 경력은 지금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작년 여름부터 저는 한 병원의 소방 관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데, 정규직이지만 최저임금을 받습니다. 너무 우울해요. 사회초년생 시절에도 월급이 이렇게 적지는 않았어요. 제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습니다.”

59세의 마리 노엘 T는 보건위기 전 프리랜서 공인 문화해설사로 일하면서 에이전시를 통해 임금을 받았다. 크리스토프와는 달리, 그녀는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녀는 혼자 자녀를 키우며, 파리의 한 공원에서 관리인으로 일한다. 일일 계약직으로 월 900유로를 번다. “예전에는 실업수당으로 1,500유로를 받았는데 지금은 딱 절반인 750유로입니다. 지금 일을 그만두면, 이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400유로 정도밖에 받지 못할 거예요. 제 생활은 코로나19로 인해 한 번 주저앉았고, 이 개혁안 때문에 두 번 주저앉았어요. 최악의 상황입니다.” 

 

 

글·다미앵 르포코니에 Damien Lefauconnier
기자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Réforme de l’assurance chô̂mage 실업보험 개혁, Unedic 보고서, 2021년 4월.
(2) France, portrait social, Edition 2020 프랑스 사회의 자화상, 2020년 판, www.insee.fr
(3) Questions réponse, Bonus-malus assurance chô̂mage 실업보험의 가산점-감산점 제도에 관한 Q&A, 노동부, 2021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