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탐사 시대, 인류의 바람직한 영양 섭취법은…

식품섭취에 부적합한 지구로부터의 탈출

2022-06-30     피에르 알페리 l 작가

음식을 섭취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모르고 먹으면 해로운 음식도 있고, 음식 때문에 병에 걸리기도 한다. 정크푸드만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식품이 결국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어김없이 요요 현상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하는가? 최근 한국에서 누리호 2호 발사가 성공한 시기에 즈음해, 우주선에서 적절한 식이요법은 무엇이 될지 알아본다. 

 

///////////////////////////// ‘행성 간 시대의 관점에서 본 
///////////////////////////////  보편적인 식단에 관한 견해’
//////////  피부과 전문의 엘리안 아리스티드 박사의 소식지

 

육신을 지닌 친애하는 인간 여러분,

피둥피둥 찐 살은 여러분의 숙명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의 외출 금지령 때문에 생긴 결과도 아닙니다. 비만 팬데믹은 20세기 말에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인류가 등장하면서 심화됐습니다. 비만의 원인을 패스트푸드 가맹점, 설탕이 가득한 음료, 가공식품 산업, 온라인 매장, 주문형 비디오 탓으로 돌리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수없이 많은 시도를 통해 비만의 공통분모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비만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무기력증, 지방 축적, 부종은 순환계 전반에 걸친 문제입니다.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요요 현상만 부를 뿐입니다. 다이어트와 식이요법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통념이 너무 만연해 있습니다. 과거에 다이어트를 옹호하던 이들은 절제 이상의 것을 상상했습니다. 다이어트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했고, 건강보다는 윤리적 선택의 대상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엄격한 ‘관리(régime)’로 자신을 통제해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고자 ‘식이요법(régim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는 수면과 꿈, 호흡과 갈증, 운동과 휴식, 열정과 쾌락의 영역으로 확장됐습니다. 채식주의를 옹호하는 의사들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마늘과 양파, 식초와 와인과 함께 로마의 정치가 카토(Marcus Porcius Cato)가 즐겨 먹었다던 콜라비를 처방했고, 향신료와 허브는 경계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보기 흉한 살 몇 킬로그램을 줄이는 것만이 절식의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절식은 신중함을 넘어 미덕의 문제였습니다. 생활 습관, 영양, 도덕, 의학이 하나 되는 합일의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었죠. 그럼 ‘식이요법(regimen sanitatis)’의 근원을 먼저 살펴봅시다.(1)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생리학과 병리학의 발전이 우리 연구를 가능하게 하니까요. 관건은 최대한 많은 사람과 ‘비밀 중의 비밀(secretum secretorum)’을 나누는 것입니다.

현상을 명확히 진단해 보겠습니다. 어느 현자는 삶은 감자, 맥주, 돼지 껍데기 같은 각종 발효 혼합물을 목구멍에 한가득 밀어 넣어 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무엇을 먹느냐가 그 사람을 결정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현대 인간의 육신은 다양한 작물이 얼키설키 뒤얽혀 기이하게 사람의 형상을 띠는 기교파 미술의 초상화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인류의 초상을 이루는 것은 신선한 작물이 아니라 식료품 회사에서 생산된 저질 식품입니다.

생기 없고 주름진 우리의 피부밑에는 기름진 치즈가 흘러내리는 햄버거가 들어 있고, 몸통에는 냉동 미니 피자 두 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근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팔과 다리는 식빵, 도넛, 감자튀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배꼽의 뒤편에는 콜레스테롤의 챔피언급인 달걀노른자와 새우, 오징어로 뒤섞인 지방이 넘쳐납니다. 우리의 생식기는 성별에 따라 하드 타코나 비닐에 싼 핫도그에 버금가는 양의 지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정맥과 조직을 타고 흐르는 것은 혈액이나 림프액이 아니라 과도하게 정제된 기름과 단맛이 너무 강한 탄산음료, 카페인이 든 우유와 흥건히 녹아 버린 아이스크림입니다.

패스트푸드 또는 정크푸드라고 불리는 이런 수준 낮은 음식의 폐해를 계속 나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폐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료와 살충제가 배어든 채소, 강제로 항생제를 먹인 동물의 고기, 납중독에 걸린 사냥감, 알레르기 항원이 가득한 과일이 인간에게 유발하는 위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기농’이란 라벨을 달고 있어서 통상적으로 무공해라고 여겨지는 식품 목록을 가려내는 일은 좀 더 골치가 아픕니다.

우선 가장 해로운 식품부터 언급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식이요법은 정제 설탕과 빵, 음료, 잼 같은 음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음식은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돼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하여 헤로인 못지않은 중독 증세를 유발합니다. 이 음식들이 제2형 당뇨병, 비만, 고혈압이 생기게 하고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며, 설탕이 각종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설탕이 장내 유해 세균의 먹이가 되고 피부 노화를 재촉한다는 사실도 과연 잘 알려져 있을까요? 설탕이 결장암, 자궁암, 췌장암, 위암, 유방암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지방의 폐해에 대한 인식은 더 부족합니다. 보편적인 식단에 이른바 ‘좋은’ 지방(불포화 지방, 식물성 지방, 시스 지방산)을 포함하고, ‘나쁜’ 지방(동물성 지방과 트랜스 지방산)은 제외하면 그만일까요? 이런 임시변통의 조처는 과체중의 위험을 줄이는 단지 표면적인 이점밖에 없습니다. 동맥경화증, 심혈관 질환 같은 심각한 위험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의 모든 지방과 설탕에 작별을 고합시다! 무병장수를 원한다면 추로스, 도넛, 팬케이크는 깨끗이 포기합시다.

단당류와 지방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원시 시대 수렵 채집인들의 식습관을 따르는 팔레오 식이요법(Paleo Diet)은 지방과 단당류 대신 고기와 생선을 더 많이 섭취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트라이메틸아민 옥사이드(Trimethylamine N-oxide) 과다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말할 것도 없고 식도암, 간암, 폐암 발생 위험을 30%나 증가시킵니다. 육류의 해로운 영향은 더 이상 입증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각종 육류 식품이 유발하는 염증이 대뇌피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심각한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두 중기적으로 
해로울 뿐 아니라 치명적이기까지 합니다” 

 

낙농업계에서는 유제품에 온갖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노골적인 거짓말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매일같이 경험하는 유당이나 카제인(Casein) 불내증을 가볍게 취급합니다. 그 밖에도 장내미생물 불균형, 알레르기, 천식, 습진, 편두통, 기관지염 같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농약, 중금속, ‘트랜스’ 지방산과 내분비 교란 물질과 성장 호르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가축 번식 기법으로 인해 이런 물질에 중독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요구르트, 버터, 크림, 치즈 섭취가 건강에 치명적인 혈장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농도를 높여줄 것입니다. 우유는 어린이들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기는커녕 골다공증을 유발합니다. 성인이 우유를 마시면 변비가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지독한 고통을 주는 크론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입니다. 그러니 우유는 젖먹이들에게 양보합시다! 그 밖의 해로운 유제품들도 머리에서 싹 지워 버립니다!

이렇게 해로운 음식을 추려내고 나면 우리의 선택지에는 소박하지만 다양하고 맛이 풍부한 채소, 과일, 밀가루 음식만 남습니다. 그럼 한번 그 성분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전분을 많이 함유한 식품은 소화가 천천히 이뤄지는 다당류에 해당한다며 억지스러운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느리고 복잡한 소화 과정을 거치는 전분과 그 운반체(빵, 쌀, 감자, 곡물과 요즘 한창 주목받는 콩과 식물)는 백설탕과 차원이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다당류 식품이 캐러멜만큼이나 빠르게 혈당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병아리콩과 제비콩은 먹으면 순식간에 비만과 당뇨가 찾아올 것입니다. 이런 식품은 간경변증의 전조 증상인 지방간도 유발합니다.(2) 곡물에 함유된 트립신(trypsin) 억제 인자는 염증을 유발하며, 글루텐은 면역력을 저하하고 뼈와 근육마저 심각하게 약화합니다.(3)

이제 보편적인 식단 후보에는 으레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5개는 꼭 먹어야 한다고들 말하는 과일과 채소만 남았습니다. 과일과 채소에는 당분이 높은 과즙과 채소즙, 비타민, 무기질이 들어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가 체내의 노폐물을 흡착해 밖으로 배출시켜주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문제는 이 모든 식이섬유가 결국 소화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과당은 간을 피로하게 하고, 비타민 A와 비타민 C는 뼈와 위를 허약하게 만듭니다. 양배추에 든 라피노즈(raffinose, 삼당류의 하나)나 시금치와 구스베리에는 든 옥살산(oxalic acid)처럼 일부 채소와 열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소가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갓 수확한 과일과 채소라도 조심, 또 조심해서 먹어야 합니다.

우리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맙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두 중기적으로 해로울 뿐 아니라 치명적이기까지 합니다. 위에서 언급된 순서에 따라 해로운 정도가 큰 식단은 굳이 고집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습니다. 당나귀가 먹이를 거르도록 주인한테서 훈련받는 것처럼, 목숨을 부지하는 한 우리는 반드시 완벽한 식단을 찾아낼 것입니다. 

 

우주선 식사, 몸에 바르는 액상 제제로… 

스위스 연구소 파르마노렉시스(Farma-Norexis)에서 인체에 해가 없는 보편적인 식이요법의 실마리 중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소자랑(Sojalent)™은 살충제 없이 재배된 대두를 일본식 전통 나토 조리법에 따라 발효해 특별 제조한 만능 엘릭시르제입니다. 여기에 대두를 먹고 자란 딱정벌레 떼를 원심기로 완전히 분쇄해 첨가합니다. 혼합물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함량은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액상 제제의 용량은 스포이트를 써서 밀리리터 단위로 조정하며, 하루에 평균 2,000칼로리 안팎의 열량을 투여합니다. 이 제제는 지금까지 살펴본 일련의 식품을 모두 간편하게 대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이 혁명적인 방식이 정부 인가를 획득했습니다. 남녀 연구원들의 도움은 물론 매우 값졌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겸양의 표현을 써서 말하자면, 이 연구의 유일무이한 발명가는 바로 저입니다. 두 달 전에 저는 난관을 극복하고 경이적인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빠르게 방출되었다가 혈액에 닿으면 몇 분 내로 비활성화되는 산성 혼합물 덕분에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피부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무균 상태에서 타피르에게 실험한 다음, 모든 면에서 우리 인간과 가장 유사한 후피 동물(돼지)에 대한 실험도 마쳤습니다. 이제 제가 만든 공식을 사용하면 표피를 잠시 투과성으로 만들어 영양소가 면역 체계의 방어선을 우회해 각질층을 통과한 다음, 콜라겐층을 지나 혈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심미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더 이상 볼품없이 음식을 씹어 댈 필요도 없고, 고약한 배설물 냄새를 풍길 일도 없습니다. 정신을 고양할 수 있다는 이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향후 우주 탐사에서 승무원들의 정신을 고취하는 데는 소자랑™만큼 좋을 게 없을 것입니다. 개인별 열량 요구량에 따라 침습 시간을 조절해 매일같이 몸에 액상 제제를 바르기만 하면 되니까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교육을 마치고 온라인 카지노를 최초로 사들여 천재성을 입증한 우리의 후원자 척 얼럭(Chuck Aluck)은 우주 탐사 사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조만간 대단한 여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드디어 로켓을 타고 화성에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비좁은 닭장에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닭이나 광우병 걸린 소들이 화성 여행에 오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행성 간 이동 공간에서는, 완벽한 위생 요법에 따라 복용량을 철저히 맞춰 영양분을 몸에 적시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이제 해법을 찾았으니 지저분하고 끈적거리는 이 지표면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도록 합시다. 지구는 식품 섭취에 부적합해진 지 이미 오래니까요. 

 

 

글·피에르 알페리 Pierre Alferi
작가. 이 글은 소설 『Hors sol 지구 밖으로』(P.O.L et Folio SF, 2018, 2020)의 미발표 속편에 해당함.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편집자 주. 라틴어로 ‘건강 관리법 혹은 위생법’.
(2) 편집자 주. 간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상태.
(3) 편집자 주. 트립신: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