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크라이나 밀을 출하시킬 수 있을까?

곡물 전선을 넘어

2022-06-30     엘리자 페리괴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외교적 해결방안의 부재로 우크라이나 항구는 마비 상태고 곡물은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다. 육로나 강으로 수송해야 하는 운송업자들은 낙후된 시설을 실감하며 일하고 있다. 

 

대형 화물트럭의 거대한 무리가 몰도바 남쪽 벌판에서 막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항구로 들어가려고 양쪽에서 몰린 트럭들이다. 지우르쥴레스티, 다뉴브 강을 중심으로 몇몇 컨테이너 기지가 있는 이 항구가 평화로운 6월 아침 북새통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월부터 우크라이나, 몰도바, 루마니아가 만날 수 있는 이 장소는 유럽 연합으로 물품 운송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통로다. 

세관원은 비꼬는 말투로 “러시아 침공 직전에 몰래 빠져나가려는” 외교관들이 가장 먼저 달려왔던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후 충격에 빠진 수천 명의 난민이 도착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곡물과 채유 식물을 잔뜩 실은 우크라이나 트럭 수백 대가 몰려들어 루마니아, 몰도바 무역에 합세한다. 옥수수, 해바라기 씨, 밀…. 전쟁이 발발한 후, 2021년에 수확한 2,000만~2,500만 톤의 곡물과 채유 식물이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에서 기아 폭동이 일어날 기미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와중에, 여기 도로들은 6월 한 달 중 7~10일은 막혀있었다.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통하는 세관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기다린 지 4일 밖에 안 됐다”

이 몰도바 완충지대에서 작달막한 35세 우크라이나 운전자 아르투르 그리츠소이 씨를 만났다. 그는 18톤의 해바라기 씨를 담은 자신의 트럭 밑에서 웃통을 벗고 발 받침대 위에 도시락을 놓고 먹으며 “나는 기다린 지 4일 밖에 안됐다”라고 말했다. 이곳에 와서 대기 줄에 합류하기까지 그의 여정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트럭 운송업자들은 자토카 다리, 오데사 남부처럼 러시아가 노리는 도로나 연결지점은 우회해서 가야 한다. 

“제 휴대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요.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만든 건데 경보 사이렌이 울리거나 폭발이 있으면 즉각 저에게 경고해줍니다. 덕분에 저는 제 길을 선택하면서 다닐 수 있습니다.” 그는 드니프로 주에 위치한 도시 크리비리흐에서 7일 전에 출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출생지죠.” 그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우크라이나 상징색인 청색과 황색으로 장식된 잔에 차를 따라서 건넸다. 그리츠소이는 우크라이나에서 므콜라이우 그리고 오데사에 이르기까지 580km를 운전한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에는 잠시 쉰다. “우크라이나 군 바리케이드 앞에서는 멈춰야 합니다. 짐과 증명서를 검사하거든요.” 이처럼 모든 운전자는 특별 외출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허가증이 있어야 군법과 18~60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동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 2일 후, 그리츠소이는 마침내 투도라에 있는 몰도바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지우르쥴레스티 항구에서 북으로 200km 떨어진 곳이다. 그는 항구까지 다시 18시간을 운전해야 했다. “항상 시간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그는 덧붙였다. 중간에 대기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이 모든 여정의 대가는 1,430유로다. 

그리츠소이 주변에는 먼지와 배기가스로 가득한 곳에서 힘든 것을 꾹 참으며 차례를 기다리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자고, 지루해 하고,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샤워를 하러 가기도 한다. 이들을 위해 화장실을 제공하는 흔치 않은 카페가 구석에 있다. “유럽 연합에 운송하러 온 것은 평생 처음입니다. 평소에 저는 주로 우크라이나 항구에 철을 운송했어요. 저는 이제 불가리아의 실리스트라(다뉴브 강 연안 도시, 북쪽으로 180km 더 가야 한다)로 갑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휘발유가 부족해서 특히 아껴 써야 해요!” 그리츠소이의 고용주는 출발 전에 휘발유 350리터, 즉 660유로를 지불했다. 

 

트럭 교역량, 1년 만에 2배로

러시아 침공 전에 우크라이나 곡물은 므콜라이우, 헤르손, 마리우폴 항구로 발송됐다. 특히 오데사와 위성 도시인 초르노모르스크와 피브데니에 있는 터미널로 보냈다. 오데사 항구의 곡물 거래량은 연 4,000만 톤에 달한다.(1) 농산물 가공식품은 흑해 혹은 아조우해에서 떠나 모든 대륙으로 향한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부 장관에 따르면, 매월 4,000~5,000톤의 곡물 등 농산물과 가공식품이 이 항구들을 경유해 수출된다. 대형 화물트럭은 평균 20~25톤을, 기차는 평균 1,000톤 남짓 운송할 때, 선박은 1만~10만 톤을 운송한다.

오늘날 다뉴브 강의 레니 항구와 이즈마일 항구, 이 2개 항구만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물을 얻기 위해 화물 트럭들은 우크라이나 연안을 우회하며 불가리아에 있는 바르나 대형 해양 항구나 콘스탄차 항구로 향한다. 특히 콘스탄차는 흑해에서 가장 큰 항구로 루마니아 동남부에 위치하며 곡물 수출에 특화된 항구다. 트럭 운송업자들은 다뉴브 강의 항구들로 몰려들고 이 항구에서 1,000~3,000톤을 실을 수 있는 바지선에 화물을 옮겨 싣는다. 

혼란스러운 국경 사이, 갈라치-지우르쥴레스티 세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도린 니스토르 사무장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다시 출발하는 화물 트럭 행렬을 지켜본다. 전부 우크라이나 트럭들로, 인도주의적 지원물품과 석유를 운송한다. 이 트럭 운전사들 역시 세관에서 오래도록 참고 있다. 니스토르 사무장은 “우리 팀은 매일 150대의 트럭들을 사방에서 점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역량은 1년 만에 거의 2배가 됐다. 2021년 5월 약 2,400대였던 출입 트럭이, 2022년 5월 4,600대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화물 트럭마다 신고서, 세관 송장, 각 제품에 따라 필요한 고유 서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곡물의 경우 검역증명서가 필요합니다.” 니스토르 사무장이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 있는 우리가 모두 청년은 아니라서요.” 50대 루마니아인이 농담조로 말했다. 그의 초췌한 얼굴엔 쉬지 않고 12시간 동안 달려온 피로가 묻어있었다. 니스토르 사무장은 루마니아 정부가 약속한 추가 인력 40명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와도 인력은 부족합니다. 무역량이 점점 늘고 있고 새로 수확한 우크라이나 곡물이 7월에 또 도착할 예정입니다.”

 

“오데사가 공격 받으면 몰도바가 공격 받는 것”

4~5월 우크라이나에서 수확한 농산물이 약 300만 톤에 불과하다. 비축량 손실을 보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양이다. 5월 12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연대 통로’ 작전을 시작했다. 루마니아와 몰도바를 이용해 수출항로를 개선해보려는 노력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운송 분야 책임자인 아디나-이오아나 발레만은 “진전이 있다”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단기 협약을 끌어내려고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몰도바 사이에서 도로 운송을 한시적으로나마 자유화할 계획입니다.”

몰도바 국경 경찰서 서장 로지안 바실리오는 키시나우 소재 그의 사무실에서 몰도바 지도를 펼치고 새로운 이동경로를 조사했다. 피로에 찌든 모습으로 그는 “우리는 새로운 역설을 마주하고 있다”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오데사의 모든 거래가 여기에서 표류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의 그 어떤 국경 검문소도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현재 유럽 국경·해안경비청(Frontex, 프론텍스)과 협력 중인데, 더 많은 요원을 투입해도 우리 국경 검문소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교역량이 쏟아집니다. 유통망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부터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항구와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몰도바 수도에서 175km 떨어진 곳에 있다. “오데사가 공격받으면, 우리나라가 공격받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많은 몰도바인이 목소리를 높인다. 오데사와 키시너우를 연결하는 도로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경유한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자칭 독립국임을 선언한 미승인국으로 러시아 군대가 주둔해 있다.(2)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항구 도시를 공격하는 상황이 왔을 때 트란스니스트리아가 군사기지 역할을 하게 될까 염려한다. 2월부터 해안 봉쇄는 끝났다. 바다에서 러시아 선박이 모든 항로를 통제한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군의 상륙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해안 근처에 참호를 팠다. 항로를 열기 위해 국제연합 통제 속에 터키와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아무 소득이 없다. 아프리카연합 의장인 마키 살은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6월 초, “우리는 기아로 인한 위험에 처해있고 우리도 전쟁의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마키 살 의장은 러시아군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해안의 지뢰 제거를 맡고 러시아로부터 아프리카 국가가 곡물과 사료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금융 제재를 철회할 것을 선언했다. 

 

개양귀비와 잡초 아래 녹슨 철로들

오데사 출신의, 갈색 머리의 우아한 스비트라나 모스토바는 헛된 기대를 버리고 이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이 협상을 믿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러시아의 침공 때문에,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에 있는 자기 소유의 카페를 떠나야 했다. 그녀가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기업 파드루페마르는 옥수수 화물 트럭이 다닐 수 있는 비상 통로를 계속 찾고 있다. 우리는 예전에 모스토바를 만났던 한 지역 사업가의 집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항로는 복잡한 문제”라면서 그녀는 이유를 설명했다. 요구사항이 너무 많고 양쪽 선박을 중재할 조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철도 이용입니다.” 

철도를 이용한 수출은 또 다른 거대한 도전이다. 우크라이나가 유럽 국가가 되려면, 선언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사실 화물열차는 다뉴브 강을 이용하는 10만 톤의 바지선이나 산적화물선만큼의 양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철로 너비가 유럽 연합의 철로 너비와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유럽연합 국가의 철로 너비는 1,435mm인데 반해 우크라이나 철로 너비는 1,520mm다.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가는 우크라이나 화물열차는 루마니아로 넘어갈 때마다 멈춰 서서 짐을 옮겨 실어야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국경에서 화물열차가 대기하는 시간은 5~12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많은 철로가 30년간 이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리가 필요하다. 루마니아 정부는 루마니아의 갈라치 항구와 몰도바의 지우르쥴레스티 항구를 연결하는 약 4km의 철로 수리를 시작했다. 이 철로의 너비는 현재 1,520mm인데, 수리를 마치면 중간에 멈춰 설 필요 없이 직행으로 달려서 갈라치에 있는 항구에 도달할 수 있다. 콘스탄차의 루마니아 항구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철로 상태를 보면 어느 정도의 수리가 필요한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흑해에서 가장 큰 이 항구는 크레인, 보관 창고, 철제 교량의 숲이다. 흑해 주변 약 12km가량이 전부 항구다. 중앙 유럽과 다른 국가들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장소인데 300km가 넘는 철로가 항구 내부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철로가 개양귀비와 무성한 잡초 아래 깔려 녹슨 상태다. 루마니아 해양노조 위원장이자 국제운송 노동자 연대의 감시관인 아드리안 미할시오이우에 의하면, 이 철로는 공산주의 지도자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1967~1989년 루마니아 대통령) 시기에 “루마니아 산업에 필요한 철을 수입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 붕괴 이후 점점 방치되다가 현재 상태가 됐다. 루마니아 정부는 4,000만 유로를 들여 철로를 수리하기로 했다. 

 

북해와 대서양까지, 항구를 찾습니다

그러나 미할시오이우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한다. “다른 국가들과 항구를 연결하는 더 많은 도로와 철로가 필요합니다. 수확 시기가 다가오는데 콘스탄차 항구에 저장가능한 곡물량은 제한돼 있어, 얼마나 많은 곡물을 저장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몇 달 전부터 콘스탄차 항구는 압박 속에 있다. 2월 러시아 침공 당시 콘스탄차 항구는 우크라이나 해양 교역을 책임지게 됐다. 이제 화물트럭, 열차, 다뉴브 강과 연안을 연결하는 수로에서 들어오는 바지선에 실려온 상품들이 이 항구에서 타국으로 수출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6월 16일 루마니아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클라우스 요하네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100만 톤 이상의 우크라이나 종자가 콘스타차 항구를 경유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루마니아 당국은 70만 500톤이라고 했으나, 그 중 이미 수출된 것은 44만 톤에 불과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운송 담당인 아디나-이오아나 발레안은 “콘스탄차 항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발트해와 아드리아해에 위치한 유럽연합의 다른 항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예 다른 지역, 예를 들어 북해와 대서양에 있는 항구까지 살펴보면서 보관량을 최대화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항구 중개업자인 콤벡스(Comvex)사 비오렐 파나이트 사장은 진지한 목소리로 “현재 콘스탄차 항구의 곡물 연 수출량이 2,500만 톤인데, 더 좋은 장비가 있으면 4,000톤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한다. 정부 당국 역시 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파나이트 회장은 벌써 또 다른 기아 사태가 도래할까 염려하면서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유럽 내 강철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철광석 수출국이었다. 

 

 

글·엘리자 페리괴르 Élisa Perrigueu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Marine Insight 특별 사이트, www.marineinsight.com
(2) Loïc Ramirez, ‘Transnistrie, vestige d’un conflit gelé(한국어판 제목: 트란스니스티리아, 종결된 갈등의 흔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