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 효과’만 증폭하는 프랑스의 억압적인 이민법
외국인에 관한 법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외국인에 관한 법은 복잡하고 변칙적이다. 한편, 극우진영에서는 “프랑스가 지나친 포용주의 정책을 편다”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관련 연구결과 등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면, 해당 법이 계속 강화돼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부 억압적 조치의 ‘시범 운영’ 수단으로 활용돼왔음도 알 수 있다. 해당 조치를 내국인에게 적용하기 전, 실험처럼 외국인에게 시행했던 것이다.
“프랑스는 외국인들을 위한 호텔, 대합실이 되고 말겠지요! 외국인 누구나 여행 가방만 들고 와서 넉넉한 사회제도를 실컷 누리는 그런 곳이요.”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반복된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4월 13일 <BFM TV>에서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당(RN, Rassemblement National) 대표는 “다들 프랑스로 몰려드는데 정작 떠나는 사람은 없다”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에릭 제무르와 니콜라 뒤퐁에냥, 마린 르펜, 발레리 페크레스를 비롯한 프랑스 대선 후보들은 이민제한 조치를 강화해 이른바 ‘지나친 포용주의 관행’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약속했다.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수호에 관한 ‘유럽 인권 보호 협약’의 중단을 요구했을 정도다.
프랑스법은 이민자에게 관용적인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많은 이들이 전쟁 난민을 포용하자면서 연대의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예외적인 경우다. 다른 망명자 문제에 관해서는 적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관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대선 결선 진출자였던 마크롱과 마린 르펜 후보가 내걸었던 공약만 봐도 이민자 수용조건을 무기한 강화하는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본국에서의 생활고로 망명을 택하는 이민자의 결정에 망명국가의 이주정책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왔다.(1) “과도하게 포용적인 이민자 수용정책이 더 많은 이민을 부추긴다”라는 ‘파급 효과’의 신화를 불식하려면, 우선 프랑스의 이민법이 이민자에게 ‘관용적’이라는 가정에 의문을 던져봐야 한다.
프랑스 참사원(행정·입법의 자문기관이자, 최고 행정재판소의 역할을 겸하는 곳-역주)에서 시종일관 강조하듯 프랑스로 이주하는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이라는 것은 없다.(2) 결론적으로 유럽연합 시민은 프랑스 영토 내에서 이동과 정착의 자유를 누리지만, 다른 지역 시민들은 체류비자를 취득해야만 프랑스 영토에 들어올 수 있다. 자동으로 단기 체류허가 혜택이 부여되는 일부 ‘동맹국(캐나다, 미국 등)’ 시민이 아닌 외국인이 애초의 목적과 달리 프랑스에 영구정착하려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프랑스 정부는 즉각 체류자격을 취소할 수 있을 만큼 폭넓은 재량권을 행사한다.(3)
물론 예외는 있다. 가족결합 등 몇 가지 경우에 특정해,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체류허가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일례로 친척을 프랑스로 데려오려면, 적절한 주거조건(특히 분리된 방의 수)과 충분한 재정여건을 갖춰야 한다. 만일 ‘프랑스의 법률에 따라 프랑스 영토 내 가정생활을 규율하는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관리 당국은 가족 결합을 위한 체류허가를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다.(4) 상당히 광범위한 이 개념은 프랑스 정부에 대폭적인 재량권을 부여한다.
빨라진 심사제도, 악화된 망명여건
망명신청자 수용조건도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프랑스는 1951년 제네바 협약과 헌법에 따라 보호받는 권리로 망명권을 인정하며, 망명신청 검토기간에는 망명을 희망하는 외국인이 프랑스 영토에 머무는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여러 변칙이 생기면서 해당 권리의 행사는 점차 요원해졌다. 만일 외국인 망명신청자가 프랑스 국경에서 망명신청서를 제출하면, ‘대기 구역(Zone d’attente)’ 내에서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 ‘프랑스 난민・무국적자 보호사무국(OFPRA)’이 약식심사에 근거해 경찰행정청에서 망명신청이 부적합하거나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 해당 외국인 망명신청자는 본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
이 망명신청자가 행정재판소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행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항소는 정지 효력이 없어서 입국 권리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본국으로 송환된다. 그 밖에도 1990년에 더블린 협약이 발효된 이후로 유럽 영토에 들어와서 망명신청을 하는 사람은 모두 최초 입국한 유럽연합 회원국에 망명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 경찰행정청에서는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같이 망명자 수용 체계에 허점이 많기로 악명높은 주변국으로 망명신청자 수천 명의 이송 명령을 내린다. 프랑스에서 어렵사리 망명신청을 하더라도 망명 수용 여건은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법학 교수 세르주 슬라마는 “전례 없이 빠른 절차가 도입돼 심사 여건이 악화하기도 했지만, 치안유지 명목으로 당국이 전횡적으로 거소를 지정해 망명자를 수용하는 상황도 한몫했다”고 설명한다.(5) 급격한 이주인구 증가를 통제할 마땅한 방안 없이 합법적인 입국 경로를 통제할 경우, 자연히 불법 거주자의 비율이 늘어난다. 게다가 프랑스에 체류 중인 외국인에 대한 체류허가 조건도 최소화됐다. 1998년 5월 11일 제정된 법에 따라 프랑스 영토에서 최소 10년 이상 상시 체류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외국인에게 사실상 자동으로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부여하던 기존 방침은 2003년 부로 폐지됐다. 프랑스 국적자와 혼인한 외국인이 1년간 동거 후 체류허가를 받을 때도 그 배우자는 ‘체류자의 부재가 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할 권리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입증해야 한다.(6)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조치를 결정할 폭넓은 재량권을 가진다. 반면, 망명신청자는 여러 해에 걸쳐 가족생활을 영위했다는 사실을, 제반 서류를 통해 증명해내야만 한다. 끝으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을 만한 전문 경력이 없는 사람들은 ‘인도주의적 고려 사항에 부합하거나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한다’라고 경찰행정청이 판단하는 경우에만 정식 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다.(7) 이 또한 프랑스 행정당국이 결정하는 자유재량에 의존한다. 따라서 프랑스 당국의 결정권자들이 재량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프랑스가 무책임할 정도로 망명자들에게 포용적인 국가”라는 비난은, 무지의 소산이다. 즉, 프랑스의 사법 체계와 행정 관행이 외국인 수용과 체류에 얼마나 무심한지 모르는 이들이나 할 법한 소리인 것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난민수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프랑스에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최소한 세 가지 이유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권리와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원인이 된다. 우선, 요새화된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경로가 축소돼 역설적으로 범죄조직을 통한 밀입국이 횡행하게 됐다.
프랑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nstitut de Relations Internationales et Stratégiques, IRIS)가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밀입국이 성행하는 것은 망명 수요가 여전히 높으나, 규제는 까다롭고, 밀입국 알선업자들이 사회에 잘 동화돼 활동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밀입국으로 부를 쌓는 업자들이 부패한 정부조직의 비호를 받거나, 정치인 및 경찰과 결탁해 세력을 늘려 나간다. 한편, 유럽에서는 ‘유연한 노동법’ 때문에 밀입국이 계속되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경제부문, 해고가 쉬운 불법 노동인력을 고용하게 만드는 노동법이 밀입국을 증가시키는 것이다.”(8)
둘째로,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경제적, 사회적 취약성 때문에 온갖 궂은 일을 도맡는 예비인력으로서 착취당하고 있다. 특히 건설이나 요식업 부문에서 (아주) 낮은 급여를 받고 고용돼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며, 시장 전체의 노동자와 종업원들에게 피해를 초래한다.
외국인에게 가해지는 억압, 그 다음 대상은?
끝으로, 과거 사례를 볼 때 외국인은 제도의 실험대상처럼 취급되고 있다. 즉 외국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초법적이고 강압적인 제도를 내국인에게 적용하기에 앞서 시범적용하는 것과 같다. 제한 조치나 자유를 박탈하는 조치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취해진 후에는, 개별기관의 사전통제도 없이 행정기관의 재량으로 관련 제도가 확대돼왔다.
일례로, 추방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이민자를 구류할 수 있는 최대기간은 2005년 30일에서 2011년에는 45일로, 2018년에는 90일로 연장됐다. 프랑스에서는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석방구금 전담판사의 허가 없이는 이민자의 자유를 박탈해 48시간 이상 구류할 수 없지만, 이민자의 거소를 강제로 지정하거나 최대 3년까지 프랑스 영토 입국을 금지하는 등 경찰행정청 차원의 결정은 사전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9) 이런 조치는 공식적으로 행정 판사의 통제하에서 이뤄지지만, 실상에서는 사후에 항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행정 판사가 개입한다.
따라서 특정 범주의 사람들, 특히 위험인물이나 기피인물로 간주되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보다 임의적인 강제 조치를 받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사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처음 적용된 이 억압적인 논리는 2006년부터 극렬 지지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돼 이제는 경찰행정청의 간단한 결정만으로 체류가 금지되거나 지정 거주지에 수용될 수 있다. 이후에는 사법당국의 권한 밖인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행정 조치’에도 이런 논리가 어김없이 파고들었다.
2014년 테러단체 활동에 ‘가담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의 영토 이탈을 금지한 이래, 2016년에는 테러 가담 후 귀국하는 자에 대한 행정감독 제도가 시행됐다. 2017년 9월 30일에는 긴급사태, 특히 테러단체로 지목된 집단 또는 해당 이념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며 공공질서와 보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인물에 대한 수색과 거소지정 명령이 보통법에 따른 조치로 전환됐다.(10) 테러리즘에 대한 언급은 당국의 행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억압적인 탄압을 광범위하게 확장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이나 집단이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할 목적으로 협박이나 테러 행위를 시도’할 경우 즉각 테러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11)
경계가 모호한 정의는 더없이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제적인 공권력의 행사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12) 이와 같은 억압적인 논리는 개별 법령에까지 적용되기도 했다. 다행히도 프랑스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지만, 프랑스 정부는 ‘공공질서에 특히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인물(이를테면 정부 시각에서 지나치게 과격할 뿐 아니라 노란색 조끼까지 착용한 시민)에 대한 시위 금지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경찰행정청에 부여하려고 했다.(13)
따라서, 외국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존중은 단순한 유대감의 표시가 아니다. 이는 시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사회적 참여인 것이다.
글·뱅상 시제르 Vincent Sizaire
파리 낭테르 대학교 민법 및 형법학 부교수, 주요 저서로 『Être en sûreté. Comprendre ses droits pour être mieux protégé 안전하게 살기. 자신의 권리를 알고 더 제대로 보호받기)』(La Dispute, Paris, 2020.)가 있다.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Benoît Bréville, ‘Immigration, un débat biaisé 이민의 원인을 없애 버려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18년 11월호.
(2) 참사원, 418027, 2018년 4월 11일.
(3) 참사원, 434302, 2021년 2월 04일.
(4)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 망명권에 관한 법률 제434조 7항.
(5) Serge Slama, ‘De la défaillance systémique à la policiarisation des conditions d’accueil des demandeurs d’asile en France 프랑스의 부실한 망명 수용 체계와 치안유지를 위한 망명신청자 수용조건’, <La Revue des droits de l’homme>, Nanterre, 2018.
(6)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 및 망명권에 관한 법률 제L423조 1항 및 L423조 23항.
(7)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 및 망명권에 관한 법률 제L435조 1항.
(8) ‘이민자: 밀입국 알선업자들은 누구인가?’ 국제범죄관측소 Observatoire des criminalités internationales, Paris, 2020년 12월.
(9)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 망명권에 관한 법률 제L612조 6항 및 제731조 1항.
(10) 국토안보법 제L224조 1항, 제L225조 1항, 제L228조 1항.
(11) 형법 제421조 1항.
(12) Vincent Sizaire, ‘Quand parler de terrorisme? 테러리즘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16년 8월호.
(13) ‘Des sans-culottes aux gilets jaunes, histoire d’une surenchère répressive ‘질서유지’ 앞세운 공권력의 위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4월호, 한국어판 2019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