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질식시키는 크루즈 유람

2022-06-30     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l 대학교수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 190여 개국이 참가해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는 국제 협약을 논의했다. 언론이 등한시하는 오염 형태 중, ‘떠다니는 호화 플라스틱 호텔’ 문제가 심각하다.

 

새로운 세계 최대 크루즈선이 탄생했다. 2021년 11월, 프랑스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생나제르 조선소는 길이 362m의 초대형 크루즈선 ‘원더 오브 더 시(Wonder of the Sea, 이하 ‘원더’)’호를 건조해 로열캐리비안 선사에 인도했다. 로열캐리비안은 세계 최대 크루즈선 9척을 보유한 크루즈 선사다. ‘움직이는 도시’로 불리는 ‘원더’호는 마르세유에서 마무리 공정을 거친 후 2022년 3월부터 승무원 2,300명, 승객 6,988명을 태우고 운항을 시작했다.

이런 초대형 크루즈선은 오염물질 대량 배출로, 세계 곳곳에서 냉대 받고 있다. 베네치아는 2021년 8월부터 승객 200명 이상을 태운 크루즈선의 구도심 입항을 금지했다. 이 거대한 선박들은 거센 물살을 일으켜 수상 도시 베네치아의 기반을 침식시키고 산마르코와 주데카 운하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크루즈 관광은 2009년 1,800만 명 미만이던 승객수가 2019년 3,000만 명에 도달하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었다.(1)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라는 악재로 크루즈선 운항 횟수는 1/5로 축소됐다. 2022년 1월 3일에는 선내 코로나19 발병으로 4,000명의 독일 관광객이 리스본에서 중도 하선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팬데믹의 영향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2021년 6월,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는 미국 애틀랜타 소재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고에 맞서 크루즈선은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휴가 환경”이라고 반박했다. 2022년 1월 16일, 로열캐리비언 소유의 ‘오아시스 오브 시즈(Oasis of the Seas)’호는 4,700명의 승객을 태우고 1주일 여정으로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출항했다.(2)

 

초대형 크루즈 1척, 프랑스 중간도시 규모 오염물질 배출

크루즈 관광이 일으키는 공해 중,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위험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미세플라스틱이다. 전 세계 바닷물에서 직경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3) 특히 플라스틱, 반합성섬유, 천연 셀룰로스 섬유 조각 등이 급증하고 있다. 이 미세플라스틱의 출처는 주로 선박의 세탁실, 조리실, 화장실, 샤워실, 세면대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생활오수다. 2003년에 발효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제4 부속서 규정에서는 선박들이 이 오수를 바다에 그대로 배출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4) 바다에 유입된 플라스틱 입자는 없어지지 않고 해양환경에 그대로 축적된다. 이는 690종의 바다 생물을 오염시키고 매해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를 죽인다. 여러 연구 결과는, 크루즈선이 배출하는 오수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현재까지 채취한 모든 환경시료들 중 가장 높다고 밝히고 있다.(5) 발트해에 배출되는 하수는 연간 550만 ㎥로 추산된다.(6) 다른 바다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9,000명 이상을 태우고 운항하는 ‘원더’호 같은 초대형 크루즈선에서는 프랑스 중간 도시 규모의 하수와 폐기물이 발생한다. 초대형 크루즈선은 매일 평균 773t의 오수를 배출한다. 현재 운항 중인 크루즈선 323척의 오수 배출량은 전 세계 모든 선박의 배출량의 10%에 달한다.(7) 초대형 크루즈선에는 수영장, 미용실, 레스토랑, 드라이클리닝 등 고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와 편의시설이 모두 포함돼있다. 승무원은 항해 내내 주기적으로 침실 시트를 교체한다. 교체한 시트를 세탁한 오수에는 섬유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섞여 있다. 다른 생활오수에는 미용 및 위생용품, 병원균, 약품 그리고 해양환경과 수중생물에 유해한 독성 화학물질도 섞여있다.

한 예비 조사에 따르면,(8) 전 세계 크루즈선이 바다에 배출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연간 10만t에 달한다. 세탁오수는 생활오수 중 미세플라스틱 함유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지목됐다. 리터당 입자 2,000~5만 개 혹은 0.2~6mg의 미세플라스틱이 세탁오수에서 검출됐다. 이를 바다에 그대로 흘려보내면, 승객 1인당 매일 최소 30mg에서 최대 2,000mg, 매년 10~500g의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셈이다. 합성섬유를 천연섬유로 교체하면 세탁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생성을 대부분 방지할 수 있다. 

 

크루즈선의 유독한 세탁 오수, 그대로 바다에 흘러들어

운항 중에는 세탁오수를 선내 탱크에 보관했다가 입항 후 전용 처리시설에 배출하는 대안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크루즈선들의 오수 저장 능력은 평균 56시간에 불과하다. 승객 수 500명 이상의 일부 대형선박들은 오수정화시설을 갖추고 생물학적 처리 및 살균 처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합성섬유가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엔지니어들과 화학자들이 혁신적인 방지법을 개발 중이라지만,(9) 바다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1967년 개봉한 영화 <졸업>에서 사업가 맥과이어는 청년 벤자민 브래독(더스틴 호프만)에게 “플라스틱 업계는 엄청난 장래성이 있어. 생각 있어?”라고 조언했다. 지금의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조언이다. 

 

 

글·모하메드 라르비 부게라 Mohamed Larbi Bouguerra 
대학교수, 튀니지 과학·문학·예술 아카데미(Beït el Hikma) 회원(카르타고)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Cruise lines international association, ‘State of the Cruise Industry Outlook report’, 2019 & 2022년.
(2) Ceylan Yeginsu, ‘Can a gay cruise keep 4700 people safe amid Covid?’, <The New York Times>, 2022년 1월 14일.
(3),(9) Kunsheng Hu & al., ‘Degradation of microplastics by a thermal Fenton reaction’, <ES&T Engineering>, Washington, DC, 2021년 11월 24일. Pierre Rimbert, ‘Plongée dans une soupe de plastique, 플라스틱 수프 속 들여다보기’, <마니에르 드 부아르> 프랑스어판, ‘La mer, histoire, enjeux, menaces, 바다: 역사, 쟁점, 위협’, n°178, 2021년 8~9월호.
(4),(7),(8) Guyu Peng, Baile Xu et Daoji Li, ‘Gray water from ships : a significant sea-based source of microplastics?’,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Vol. 56, n° 4-7, 2022년. 
(5),(8) Mikkoula Oula, ‘Estimating microplastic concentrations and loads in cruise ship grey waters’, 석사논문 Aalto University, 2020년.
(6) Erik Ytreberg & al, ‘Environmental impact of gray water discharge from ships in the Baltic Sea’, <Marine Pollution Bulletin>, n°152, Oxford, 2020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