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산책

프랑스 서평

2022-06-30     티무르 무이딘 l 현대터키문학 강사

유령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 길을 따라 / 공기를 마시고 / 풀을 먹는다 / 유령들의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 돌풍이 일면서 안개가 걷힌다

중국의 야수파 시인 구청(Gu Cheng, 1956~1993)에게 유령은 시적이지 않은 눈, 혹은 중국을 무시하는 눈을 토해 보이지 않은 세상을 보는 존재다. 문화혁명의 광풍을 경험한 구청은 젊은 시절에 장 앙리 파브르 작품(『곤충학의 기억』)과 『어휘 대사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권의 책이 제공하는 풍부함을 통해 단단하고 개성 있는 관점을 지니게 된다. 구청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모던함은 기본적으로 투박한 솔직함에서 나온다. 이런 특징으로 그는 현대 서정시 분야의 야수파로 불린다. 야수파 예술가가 설 자리가 없는 중국에서 구청은 특별한 존재다. 구청은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시인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그가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문학 전통, 특히 언어다.

제목이 눈에 띄는 『도시의 유령』은 1991년과 1993년 사이에 쓴 시들을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1989년에는 천안문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도시의 유령』은 홍콩 중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시인인 베이다오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저항시 운동에 속한다. 잡지 <오늘>을 중심으로 일어난 저항시 운동은 1930년대의 실험적인 문학 시도 이후 오랫동안 일어난 단절에 반항한다. 정치 투쟁, 그리고 중국식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사실주의로 생겨난 단절이다.(1) 

바로 여기서 시 한 편은 20세기의 역사와 당대 사회 구조를 세세하게 살펴본다. 구청의 시 작품은 형식과 구조에서 차별성이 크게 나타난다. 작품은 우선 시간적 순서대로 이루어져 있다(1부에 소개된 시 작품). 그리고 문체에 개성이 돋보인다. 유령의 방문은 꿈, 그리고 과거에 대한 추억 속을 여행하는 것을 상징한다. 잃어버린 도시를 되찾고 싶어 하는 서정적인 목소리를 통해 꿈속을 방황하면서 점점 커지는 절망감을 표현한다. 실제로 모든 것이 변했고 1993년 이후로 사라진 이상적인 모습의 베이징은 흔적만 남아있다. 

2부에 소개된 <섬에서>(2)는 산문형식을 취하며, 구청과 아내가 뉴질랜드 어느 섬에서 보낸 말년을 서정적인 문체로 다룬다. 구청은 1987년에 중국을 떠났는데, 이 작품에는 그가 섬에서 닭을 기르며 지낸 경험이 사실적으로 녹아있다. <붉은색 닭장 속의 꿈>은 구청의 작품 중 길이가 가장 긴 장편 시다. 이 시의 고전작인 <붉은색 정자의 꿈>에서 따온 것이다. 68개의 연대기, 닭들의 계보, 농장에서의 경험은 마치 한 편의 은유적인 우화 같다. 넉넉하지 않은 삶이 창작의 양식이 된 이 작품에선 절제된 유머가 느껴지지만, 안타깝게도 구청은 섬 생활을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마무리한다.

번역가의 서문에서 얀 바르슈 트로엘과 리유 운은 구청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짚어본다. 살아생전 그는 개인으로서의 자신, 그리고 집단 속의 자신과 문학 전통을 서로 갈등하는 개념으로 봤다. 두 번역가는 한자와 관련된 복잡한 시각적 놀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한자의 복잡한 시각적 놀이를 나타내는 표기법, 소리, 감각을 통해 시는 새로운 형태를 보인다. 현대 정치사를 다루는 대작이다. 

 

 

글·티무르 무이딘 Timour Muhidine
현대터키문학 강사

번역·이주영
번역위원


(1) Gu Cheng, 『Spectre en Ville 도시의 유령』, Les Hauts-Fonds, Brest, 2021.
(2) Gu Cheng, 『Sur l’Île 섬에서』, Les Hauts-Fonds, Brest,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