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해고’ 금지, 여전히 모자라는 요구

2011-12-12     클로드 자캥

‘현대화’된 경제체제에서 어쩔 수 없는 숙명처럼 여겼던 해고에 대해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분노가 금융권에 대한 비난 정도에서 그쳐야 할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08년 9월 25일 툴롱의 연설에서 “투기로 번 돈과 노동자의 피땀 흘린 노력은 구분해야 한다”고 애매모호한 발언을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해보면, ‘주식 해고’(주식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해고)에 대해 사회당 대선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과세’를 제안하고, 좌파전선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금지’를 요구했다.

2007년 대선에서 낙마한 세골렌 루아얄은 “더는 경영상 해고로 ‘위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999년 9월 타이어 제조업체인 미슐랭의 경영진은 자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20% 상승했다는 소식과 함께 직원 75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그 직후 미슐랭의 주가는 급등했다. 당시 미슐랭의 해고는 ‘주식 거래’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꽤나 암시적인 표현이다. <<원문 보기>>

 

주가 상승 노린 해고에 쏠리는 비난

금융이 실제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현실이 전세계 모든 불행의 원인이고, 자본화는 시장경제라는 대서사시 속에서 그저 불행한 과정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해고 문제는 주식에서 시작되고 주식에서 끝난다. 하지만 자유경쟁 경제가 ‘금융의 결함’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자유경쟁 경제가 고결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 시대의 담론에서는 시장의 사회적 광포성이 자유경쟁 경제의 기능 이상 혹은 병리에서 비롯되었다고 결론짓는다. 물론 이런 병리현상이 일시적이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프랑스만 해도 1차시장과 2차시장에 상장된 기업 수가 600개가 넘는다. CAC40(프랑스 증권시장 내 상위 40개 우량종목에 해당하는 기업)에 포함된 기업들은 대략 180만 명을 고용하는데, 프랑스 경쟁시장 영역 내 임금노동자의 11%를 차지한다(이 기업들은 프랑스 해외 고용의 35%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주 투자 수익을 위한 정리해고’란 무엇을 의미할까? 입법부가 이를 금지하기 위한 법을 마련하려면 우선 이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할 것이다. 일단 대강 정의해보면, 주식 해고란 ‘수익 향상과 상장 추진을 목표로 한 조직 개편에 의한 해고’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회사 재정을 호전시키고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구조조정(사업 분야 폐쇄 혹은 새로운 사업 분야 선택)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

즉, 주식 해고는 주식을 향한 시장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주식 해고에 대한 정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쇠락의 길로 접어든 사양산업(브라운관 텔레비전 제조업)의 정리에서부터 경쟁사에 비해 위축된 기업(특허권이 만료된 제약회사)의 시장 축소까지 여러 가지 경우를 포괄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아마 경제 조처와 그로 인해 증권시장에서 나타나는 결과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당금을 향한 주주의 탐욕만이 주식 해고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 조처가 주가에 의해 결정되느냐 아니면 산업 경쟁에 의해 결정되느냐의 물음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 다름없다.

해고를 주식시장의 독재적 횡포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수많은 모순과 충돌하게 된다. 비상장된 대기업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과잉을 초래한 프랑스 기업 중 몇 곳의 주식 거래는 프랑스 밖, 때로는 유럽 밖에서 이루어진다.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뒤이어 인원이 감축되면 바로 주주들의 배당 수익을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해고의 일차적 목표가 기업의 주가 부풀리기라고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을까? LBO 방식(차입매수·기업을 M&A할 때 인수할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 흐름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기법)에서 해고는 증권 거래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왜냐하면 이 방식은 비상장 자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프라이빗 에쿼티·증권시장 같은 공개시장이 아닌 기업 경영진과 협상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뒤 3~5년에 걸쳐 경영을 정상화하고 지분을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자금). 그렇다고 해서 이런 해고가 덜 파렴치하다고 할 수 있을까?

 

비상장 기업 해고는 어떡할 텐가

경영상 해고 문제를 주식 문제로만 축소시키는 것도 아이러니할 수 있다. 프랑스의 순수 국내 자본이 투입된 역사적 기업이 외국 기업의 적대적 공개 매수 위협에 놓인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현 경제 시스템에서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극단적 구조조정을 통한 주가 상승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중한 국내 기업’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예를 들면 주식 해고를 반대했던 지지자 중 몇몇은 틀림없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할 것이다. 때로 원발주자와 상관없는 것 같은 수많은 하청기업들의 해고가 과연 이윤분배에 영향을 미치고, 또 그 아래 하청기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까? 인원 감축과 연관된 주식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치는 것일까.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 세계적 대형 할인점인 카르푸는 영업 이익 회복을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카르푸 마켓)을 내세워 도심 상권 장악에 나섰다. 카르푸의 새로운 유통업 진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지역 소상공인이었다. 설 자리를 잃은 소형상점들은 폐업하고 결국엔 정리해고로 이어졌다. 엄밀한 의미에서 주식 해고인 것이다. 초대형 유통업체의 등장은 카르푸의 대주주인 LVMH그룹과 콜로니 캐피탈이 시장점유율을 높여 높은 수익을 내려는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결과로 시청 앞 정육점 '브누아 에 피스'의 직원 3명이 해고당한 것은 주식 해고의 정의에 부합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브누아 에 피스'는 카르푸 마켓의 상권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입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더 안타까운 사실은 카르푸와 동일한 공세를 펼쳤던 르클레르와 시스템U 같은 대형마트들은 카르푸와 달리 비상장 기업인 것이다. 주식 해고와 그렇지 않은 해고를 명확히 구분해줄 기준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비주식 해고를 금지하라

명확한 구분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다. 주가와 배당금, 수익률, 시장점유율, 가격경쟁력, 때때로 임금 총액의 마케팅 비용 전환 등 이 요소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여기엔 금융의 악폐도 경쟁의 미덕도 아닌, 경쟁의 지배를 받는 경제만이 버티고 있다. 시장 분배와 부가가치 분배를 둘러싼 기업 간의 전쟁 말이다. 

배당 수익을 위해 해고되는 대상은 대다수 경영상의 정리해고 대상인 비정규직과 임시직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까지 굳이 거론할 필요 없다. 결국 해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노동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하고, 관습적 형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왜 사회 시스템에 얽매인 인질이 사회적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토탈(프랑스 상장사) 직원이든, 아르셀로미탈(인도 기업) 직원이든, 케스데파르뉴(프랑스 비상장사) 직원이든, 비스테온(상장사지만 르노와 푸조 시트로앵의 하청기업) 직원이든, 브누아 에 피스 정육점의 직원이든 누가 되었든 말이다.

누구는 버리고 누구는 구제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보호제도와 재취업 지원 시스템을 통해 모든 노동자에게 재취업 전까지 기존 임금과 직책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더불어 경쟁 분야가 결과에 책임을 져야지, 공동체에 떠맡겨서는 안 된다. 또한 유일한 보편 원칙으로 부의 분배를 두고 회사가 벌이는 난투극의 희생자가 노동자여서는 안 된다. 경영상의 해고에 대해서도 모든 경쟁 분야에 오염자부담원칙을 적용해야 한다.(1) 법률 제정의 경우, 기업의 규모나 정리해고 규모와는 상관없이 정리해고를 당한 모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어떨까?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따금 등장하는 주식 해고에 대한 고발은 잘못된 극단성을 담고 있고, 근본 원인을 왜곡하는 것이다. 해고의 전체적 문제를 무시해버리는 해결책과 시장 경쟁의 보이지 않는 손은 결국은 “비(非)주식 해고여, 영원하라!”는 외침이나 마찬가지다.

 

/ 클로드 자캥 Claude Jacquin

 프랑스 기업문제 전문가.

 

번역 / 배영미 petite0222@hotmail.com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로랑 가루스트·미셸 휘송·클로드 자캥·앙리 윌노, <해고를 금지한다>, Syllepse, 파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