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나온 데이비드 보위

천금 같은 저작권

2022-08-01     크리스토프 마지 l 파리 8대학 정보통신학 교수

음반 산업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아티스트가 보수를 지급받는 방식도 변했다. 최고 인기 가수들은 이제 음반 기획사에 전곡 저작권을 통째로 매매하는 계약을 선호한다. 음반 기획사는 저작권 수익 창출의 전문가가 됐다. 저작권 확보는 온라인 음원이라는 새로운 유통 경로와의 협상에서 음반 기획사에 유리한 입지를 보장한다.

 

1968년 2월, 런던. 연극, 마임 경력과 도발적인 매력을 가진 포크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는 그의 음반 기획사로부터 데모곡을 건네받았다. 몇 달 전 프랑스에서 출시된 ‘콤 다비튀드(Comme d’habitude, 늘 그랬듯이)’라는 곡이었다. 이 곡을 영어로 개사하는 막중한 임무가 보위에게 주어진 것이다. 클로드 프랑수아가 부른 프랑스어 원곡은 프랑스 가요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하는 성공을 거뒀다. 보위는 자신의 다음 싱글 앨범에 수록할 작정으로 몇 주 후 영어 가사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븐 어 풀 런즈 투 러브(Even a fool learns to love)’라는 제목의 이 가사는 프랑스어 원곡 기획사에게 퇴짜를 맞았다. 당시 보위의 유명세가 이 번안곡의 성공을 보장할 만큼 충분히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콤 다비튀드’는 1969년 (훨씬 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폴 앵카가 개사한 ‘마이 웨이(My way)’로 발표됐고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얼마 뒤 데이비드 보위는 ‘콤 다비튀드’의 코드 구성을 차용해 싱글 앨범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를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보위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선사한 것은 바로 이 앨범이다.

2022년 1월, 뉴욕. 워너뮤직그룹(WMG) 산하 음반 기획사로 WMG가 보유한 전곡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워너채플뮤직(WCM)은 보위의 저작권 관리인과 협상을 통해 그의 전곡 저작권을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중문화 매거진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이 저작권 매매 계약 금액은 2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1) 2021년, 다른 일련의 아티스트들도 전곡 저작권을 매각했다. 티나 터너,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최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이는 새 앨범의 성공 때문이 아니다. 각각 5,000만 달러, 3억 5,000만 달러, 그리고 5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의 저작권 매매 계약 때문이다. 

‘콤 다비튀드’의 영어 가사가 퇴짜를 맞은 후 전곡의 저작권이 WCM에 팔리기까지, 데이비드 로버트 존스(보위의 본명)의 인기는 엄청나게 높아졌다. 따라서 그의 저작권을 인수한 WCM이 보위의 인기를 자본화한 저작권 수입을 누릴 정당한 권리가 있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WCM은 보위의 인기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음반사들이 신곡보다 ‘추억의 히트 송(Oldies goldies)’의 저작권 확보를 선호하는 이유도 질문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가려진 요점은 자본주의 전반에 일어난 최신 변화에 발맞춰 음악산업에서도 저작권의 역할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19세기에서 21세기로 직행한 ‘음악 재산권’

지적 재산권 측면에서 보면, 음악산업은 19세기에서 곧장 21세기로 직행했다. 20세기의 대부분, ‘저작권’(과 영어권의 판권(copyright)을 비롯한 여타 창작물 권리 보호 장치들)의 주요 역할은 19세기 후반에 정립된 방식에 따라 음악을 제작 및 유통하는 다양한 주체들 간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1850년, 저작권 수집 및 다양한 권리자 간 저작권 분배를 담당하는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SACEM)가 설립됐다. SACEM은 저작물 및 원작의 개념을 확립하는 등 구체적인 저작권 인정 기준을 수립했다.

SACEM은 또한 대중문화(음반, 방송, 영화 등)의 도래로 크게 확장된 매체 전체 유통량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3등분 해 작사가, 작곡가, 음반 기획사에 지불하는 원칙도 수립했다. 이후 음반 제작 분야에서 저작권은 창작자(작사가와 작곡가)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이런 수익 배분 시스템은 음반 제작의 주요 투자자인 음반 기획사에 명백한 이점을 제공한다. 음반 제작 분야에는 임금제가 통용되지 않으므로, 기획사에는 대부분의 창작인력에게 창작 초기에는 보수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 작사가와 작곡가의 보수는 저작권료이므로, 창작물의 가치가 실제로 상승하기 전까지 이들은 아무런 수입을 올리지 못한다.

문화산업에서는 가치창조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이로 인한 위험의 대부분을 바로 작사가와 작곡가가 부담한다.(2) 이것이 바로 음반 녹음 및 배급이 핵심이었던 당시 음악산업이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저작권은 주요 창작자에게 수입을 보장했고 음반 기획사에게는 ‘콤 다비튀드’의 영어 번안곡처럼 리메이크 제작을 관리할 권리를 부여했다. 

저작권이 다른 차원의 문제로 대두된 시점은, 1980년대 음악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서부터다. 음악산업은 그 특성상 20~30년마다 주기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겪어왔기에, 위기 그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여하튼 ‘레코드판의 위기’로 불리는 이 위기가 닥치자, 음악산업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잘 알려졌듯이 음악산업은 CD를 주요 유통매체로 도입하는 기술적 도약을 이룩하고 집집마다 CD 재생 장비를 구비하도록 장려하면서 성장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 혼란 속에서 음악산업의 위기 탈출 시도는 저작권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음반사들은 음반 제작뿐만 아니라, 창작과 저작권 관리 역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저작권은 단순한 수입원이나 리메이크 제작 관리 수단 이상으로 활용됐다. 대형 음반사들은 저작권 관리 전담 부서를 신설해 “음반 판매뿐만 아니라 개별 곡들이 라디오 및 TV 방송과 영화 사운드 트랙, 광고 및 비디오에 삽입될 때 발생하는 저작권 수입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을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했다.(3)

음반사들의 목표는 음악을 시청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독점 라이선스 협상 및 판매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관행을 통해, 음반사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영화, 광고 등에 노래 사용허가를 받으려면 2종류의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원곡의 작사가, 작곡가, 기획사에 지불하는 원곡 저작권료와 실제로 사용하는 특정 버전의 창작자에 지불하는 마스터링 저작권료다. 음반사가 기획사를 겸하면서 점점 더 많은 통제권을 갖게 된 이 두 종류의 저작권료는 음악 사용계약 시 함께 혹은 개별적으로 협상된다. 또한 음악 유통 시 유통량에 비례해 작사가, 작곡가, 기획사에 수익이 배분되는 저작권료도 늘어난다. 

하지만 저작권이 점차 음반 산업의 ‘기본 상품’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은 더 보편적인 위기, 즉 산업 자본주의의 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1980년 초 불황이 시작되고 산업 분야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투자자들은 금융, 방카슈랑스(Bancassurance,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상호 제휴로 은행 창구에서 직접 판매하는 보험 상품-역주), 부동산 분야로 투자를 선회했다. 이런 자금의 흐름은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투자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도록 장려했고 투기 붐을 일으켰다. 

 

비틀즈 전곡을 사들인 마이클 잭슨

1980년대 투기 목적의 대규모 저작권 거래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바로 이 ‘경제 금융화’의 영향이다. 1985년 마이클 잭슨이 비틀즈 전곡의 저작권을 사들인 계약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클 잭슨은 영국 방송사 ATV 산하 음반제작 자회사에 4,750만 달러에 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폴 매카트니와 요코 오노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경제 금융화뿐만 아니라 국가 및 초국가적 기구(WTO, EU 등)가 주도한 음악산업의 점진적 규제 완화 또한 이후 30년 동안 미디어 집중화를 부추겼다. 이런 움직임은 시청각 저작물 및 음악 저작권 관리도 집중화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따라서 2000년대에 접어들어 음악산업에 새로운 위기가 닥치자 도처에서 저작권 문제가 제기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00년대 초, 저작권은 특히 억압적인 관점을 보였다. 인터넷상 음원 유포라는 변화에 제때 적응하지 못한 음악산업은 소비자에게 등을 돌렸다. 세계적으로 물리적인 음악 시장이 붕괴하면서 2001~2009년 시장 가치의 절반이 사라졌다. 그 사이 불법 다운로드를 통한 ‘해적판’에 대한 담론이 증가했다. 음악 저작물에 대한 접근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고유한 권리임을 상기시키기 위한 이 담론은 곧 대대적인 억압을 동반했다.

이와 동시에 음악산업은 저작권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침체 탈출을 시도했다. 음악산업은 우선 앞선 위기 때 처음 시도했던 방식처럼 영화,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에 라이선스를 판매해 ‘파생’ 수입을 창출을 모색했다. 그 다음, 음원 유통 계약 협상 시 새로운 유통 주체를 상대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보유 음원들의 저작권을 활용했다. 2010년대 중반, 소니뮤직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 간 계약이 언론에 유출됐다. 이 계약을 보면, 이런 전략으로 음반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있다.(4) 

2년부터 3년까지 연장 가능한 이 계약은 소니뮤직이 방대한 원곡 저작권과 마스터링 저작권을 보유한 거대 음반사의 지위를 내세워 특히 실질적인 경제적 대가 차원에서 얼마나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소니뮤직은 첫 2년에 2,500만 달러, 3년 차에 1,750만 달러의 선금(3년차 연장 취소 시 환불 가능)외에 매해 연말 음원 재생률 1%당 60만 달러, 스포티파이 온라인 광고 총수입의 15% 그리고 매해 300만 달러에 상응하는 무료 광고 개재를 추가로 요구했다. 이후 소니가 각종 저작권자에게 재생 횟수 당 지불한 금액이 0.00225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실로 상당한 금액이다!

이처럼 21세기 초 음악산업의 전략에서는 저작권 관리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새 음반 제작은 거의 별개로 분야로 간주된다. 이제 음악 저작권은 문화 상품의 생산 및 유통을 넘어선 투기 전략의 핵심이 됐으며, 기업의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 비견할 만하다. 그 결과 힙노시스 송 펀드(Hipgnosis Songs Fund)와 같은 신규 저작권 관리 전문 기업이 생겨났다. 아티스트 매니저 출신 머크 머큐리아디스가 설립한 이 기업은 “투자가들이 저작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음악가들이 신속하게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5)

15억 파운드(약 18억 유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약 6만 곡의 저작권을 확보한 힙노시스 송 펀드는 2018년 여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후 250대 우량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노래 매니지먼트’ 기업이 성공을 거두자  전도유망해 보이는 이 틈새시장에 무수한 경쟁업체가 몰려들었다. 실제로 팬데믹이 수차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및 가입이 증가했다. 한 경제지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음악 저작권에 대한 투자는 음악을 소유하는 ‘맛’뿐 아니라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수익을 보장”한다.(6)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거대한 시장이 열렸고 ‘투자’의 가능성, 즉 음악사용 라이선스 판매 가능성은 더 확대됐다. 이제 영화, 드라마, 광고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 소셜네트워크(유튜브, 틱톡 등)에서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사용처도 늘어났다. 투자 펀드도 음악 저작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 블랙록(Black Rock)은 힙노시스 송 펀드의 주주 중 하나다.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워너뮤직그룹(WMG)과 같은 대형 음반사도 최근 상장사로 거듭났다. WMG의 경우 2020년 최대 규모 상장으로 기록됐다. 이로써 금융화가 진행 중인 오늘날의 음악 경제에서 저작권에 대한 투기와 기업의 주식에 대한 투기의 결합이 완성됐다. 대형 음반사들의 주가가 그들이 저작권을 소유한 명곡들의 인기만큼 높게 치솟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가 알려줄 것이다. 

 

 

글·크리스토프 마지 Christophe Magis
파리 8대학 정보통신학 교수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Jem Aswad, ‘David Bowie’s Estate Sells His Publishing Catalog to Warner Chappell’, <Variety>, New York, Los Angeles, 2022년 1월 3일.
(2) René Péron, ‘Le disque, 음반’, 『Capitalisme et industries culturelles, 자본주의와 문화산업』, Presses universitaires de Grenoble, 1978.
(3) Simon Frith, ‘Copyright and the music business’, <Popular Music>, Cambridge, vol. 7, n° 1, 1987.
(4) Micah Singleton, ‘This was Sony Music’s contract with Spotify’, The Verge, 2015년  5월 19일.
(5) Nicolas Madelaine, ‘Hipgnosis, le plan retraite des papys-rockstars’, <Les Échos>, Paris, 2020년 12월 7일.
(6) ‘Music royalties are proving a hit for investors’, <The Economist>, London, 2020년 1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