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이 주도하는 ‘파리 +’,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
갤러리스트 루돌프 츠비르너가 주최한 최초의 미술 박람회인 쾰른 아트페어는 1967년 개최됐다. 이어 유명한 상인인 바이엘러가 주도한 아트바젤이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렸고(2002년부터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2013년부터 아트바젤 홍콩 개최), 1974년 파리에서 현대미술박람회(FIAC)가, 2003년 런던에서 프리즈 아트페어가 열렸다. 이들 아트페어에는 (독일의 카셀도큐멘타와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등 대규모 미술 전시회와 달리) 판매용 근현대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모인다.
2000년, 전 세계에 총 60개 남짓 있었던 아트페어는 2019년 300개가 넘었다. 이 아트페어는 (아시아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온라인 판매와 경매(프랑수아 피노가 소유주인 고가 경매로 2017년 다소 의혹의 여지가 있는 ‘살바토르 문디’의 초고가 낙찰 기록을 보유한 크리스티 또는 소더비 경매 회사)와 더불어 미술품 매매 시장의 큰 몫을 담당한다. 이들 사기업은 예술계 전문가들을 고용해 후보군 중 갤러리를 선정한다. 명망 있는 갤러리들이 늘 넘쳐나기 때문에, 투자금이 많이 들어도 이미지와 수익성 측면에서 선호도가 높다.
전시기획업체 리드 엑스포지션 프랑스(RX France, 영국-네덜란드계 그룹 RELX의 지사)는 FIAC(1994년부터)과 파리 포토(2011년부터) 등 두 아트페어를 주최한다. FIAC은 2003년 제니퍼 플레이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기 전까지 영욕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플레이가 총감독이 돼 디자인 작품을 도입하고 ‘신진’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면서 2010년부터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됐다. FIAC은 1976년부터 1993년까지 그랑팔레에서, 이후 파리 시내 곳곳에서 열렸고, 2006년 문화부 산하 공공건물인 그랑팔레로 되돌아왔다가 2021년부터는 다시 수리가 시작된 그랑팔레 대신 그랑팔레 에페메르에 둥지를 틀었다. RX 프랑스도 코로나19로 인해 손해를 입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FIAC이라는 ‘브랜드’는 국제적으로 공고히 자리 잡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1월 26일 예술계는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RMN-그랑팔레가 1060만 유로에 7년간 계약을 맺어 FIAC을 아트바젤과 다른 행사를 소유한 스위스 MCH 기획사 그룹의 손에 넘겼다는 것이었다. FIAC은 가고 아트바젤 파리가 등장해 올해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행사를 진행하고 19일에는 의무 VIP 행사를 열 예정이다.
2020년 겨울 MCH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미국-인도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업체인 루파 시스템즈를 새로운 투자자로 영입한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언론계의 거물 루퍼스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이 주인인 이 회사는 이제 MCH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고, 향후 적어도 몇 년 동안은 바젤의 MCH 그룹 경영과 모든 아트페어의 운영 권한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RX 프랑스의 CEO 미셸 핀치는 “성급하고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RMN-그랑팔레(1)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RMN과 그랑팔레의 대표인 크리스 데르콩은 2021년 11월 말에 있었던 경쟁에 어떤 부정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 경쟁에서 MCH는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제안을 했고, RX 프랑스는 그 결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로즐린 바슐로 문화부 장관은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런던 ‘프리즈 위크’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파리+’
마크 슈피글러 아트바젤 총감독은 FIAC이 여전히 파리에서 운영될 것이고 명칭은 아트바젤 및 다른 행사와 달리, 마치 와인하우스나 명품업계에서 새로운 라인의 이름을 붙이듯 ‘파리+, 아트바젤 주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행사 자체가 파리에서 열리는 만큼, 프랑스의 매력을 십분 활용할 것이다. 행사 목표가 “현대미술과 프랑스 문화산업, 즉 패션, 음악, 디자인, 영화 등 사이의 가교를 구축해 파리를 넘어 영향력을 미치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4일, 아트바젤은 ‘파리+’의 구성팀 목록을 공개했다. 구성팀은 젊어졌지만 FIAC의 예전 협력사들 이름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인 3명이 운영진에 포함됐고, 갤러리선정위원회는 파리 갤러리 3곳과 뉴요커 3명, 네덜란드인 1명, 신진 아트 분야를 담당하는 파리, 프랑크프루트, 뉴욕 출신 갤러리스트 3명으로 구성됐다. 제니퍼 플레이는 RX 프랑스와 계약이 만료되는 2023년에 선정위원회의 대표 자격으로 ‘파리+’에 합류할 예정이다.
마크 슈피글러는 “기존 아트페어가 콘텐츠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번 세대교체로 콘텐츠는 더욱 맥락화되고 원활하게 소통된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이다”라고 기뻐했다. 즉, ‘취하기만 한다면 술병이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이 말은 예술을 기술적으로 운영해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엄청난 수익을 올린 명품업계의 프랑스인 거장 두 명의 행보를 연상시킨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해 명성을 쌓게 하고 사립 미술관(파리의 상업거래소 피노 컬렉션, 베니스의 팔라조 그라시 및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전시하는 프랑수아 피노, 예술과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데 천재로 대표적인 창구인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건립한 베르나르 아르노가 그들이다.
2021년 리들리 스콧은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 글로벌 명품업계 투자자들이 과거 유명한 장인 브랜드(이 영화에서는 피노 그룹 소유가 된 메종 구찌)를 매입해 품질은 떨어뜨리고, 슈피글러가 말했듯 홍보 및 맥락화 활동으로 빈 껍데기만 남은 브랜드에 엄청난 이익을 붙여 판매하는 방법을 적나라하게 해부했다. 전직 소더비 유럽 관계자는 최근 익명으로 “더 이상 예술이 관건이 아닙니다. 브랜드로 기능하는 이름을 판매하면서 구매자들에게 성장성 있는 투자를 했다고 납득시키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진짜 상품은 무엇일까? 브랜드 ‘파리+’는 당연히 패션, 디자인, 삶의 즐거움이, 영혼이 깃든 ‘예술’과 얽혀 전 세계 부자들의 욕망의 대상이 된 ‘프렌치시크’, 반짝이는 도시, 호화로운 도시다. 욕망의 대상은 곧 소비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트바젤의 검증된 노하우와 전문성은 수익성을 보장해준다. 주목할 점은 이 시장의 VIP들이 (익숙한 국제적 수집가라면) 런던 ‘프리즈 위크’에서 미래 가치가 돋보이는 작품을 구입하고 (권력을 지닌 사회적 계층임을 인정받는 새로운 지표를 찾는 새로운 인물이라면) 현재 유행하는 갤러리스트들이나 아티스트들과 점심을 하며 예술품 수집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배우고 DJ들이 선별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도슨트를 제공하는 전시(지난 페어에서는 원하는 전시를 선택할 수 있었다)에서 예술과 패션의 풍요로운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힌 후, 이들이 모두 이틀 뒤 영불해협 건너편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아트바젤 주최’가 어떤 모습인지, 무엇인지 보러 가고 싶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이는 마크 슈피글러가 공공연히 드러내는 기대이자, 주주들의 마음이며 공공기관인 RMN-그랑팔레 운영진의 속내다.
글·마리노엘 리오 Marie-Noël Rio
기자
번역·서희정
번역위원
(1) “전국박물관연합-그랑팔레는 문화적 주체로서 프랑스 전역은 물론 이를 뛰어넘어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사명을 지닌다. RMN-그랑팔레는 전시 기획, 대중 안내, 언론 활동, 예술사 수업, 출판, 아트숍 운영, 문화상품 출시, 예술체험, 사진 관리, 국가 보존용 예술품 매입, 문화 매니지먼트, 디지털 혁신 등 예술문화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출처: RMN-그랑팔레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