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정원

2022-08-01     자비에 라페루

중국 베이징에서 들어온 전염성이 강한 질병, 수백만 명의 사망자, 치료법을 찾는 연구진, 선전도구로 전락한 언론, 시대에 뒤떨어진 권력, 비타협적인 군인들, 자원 봉사자… 하얀 역병이 유럽에 막 들어왔다. 유행병을 뜻하는 ‘팬데믹’은, ‘해일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질병’으로 풀어 설명된다. 시겔리우스 클리닉에서 첫 번째 사례가 발견됐다. 50세 이상이면 4개월 이내에 사망한다. 일반 병동 의사 갈렌 박사가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을 때, 시겔리우스는 미래에 한 줄기 희망을 본다. ‘영광, 훌륭한 고객, 노벨상, 대학 총장.’ 

그러나 갈렌은 다른 계획을 품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지도자들의 약속을 되돌릴 수 있을 때 치료책을 알려줄 생각이다. 사리사욕과 인류에 대한 의무, 이 두 가지가 충돌한다. 인구 중 일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어떤 이에게는 저주, 어떤 이에게는 행운. 한 가장이 뉴스를 통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나병은 신의 축복입니다(…). 이 하얀 역병이 없다면 현재 우리가 이토록 잘 살지 못할 테니까요.”

이 전염병에 대해 나름의 해결책을 가진 이들이 있다. 그 해결책이란, 병을 무력과 억압으로 근절하거나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1)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는 1937년에 이 희곡을 썼다. 차페크는 부조리를 익살스럽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 형 요제프 차페크가 발명한 ‘로봇’을 대중화한 희곡 『R.U.R.』(1920),  공상과학과 정치 소설의 교차점에 놓인 소설 『도롱뇽 전쟁』 (1920)이 이같은 차페크의 재능을 잘 보여준다. 차페크 형제가 낸 에세이집도 있다. 『정원사의 열두 달』(2)이다. 2021년, 형이 그린 풍성한 삽화를 담아 개정판으로 나왔다. 

『정원사의 열두 달』에서는 정원사가 보내는 1년이라는 시간을 묘사한다. 정원사는 계절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희망, 불안감, 강박관념도 마찬가지다. 철학적 해석에서 시적인 광기에 이르기까지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땅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으려 하지 말고, 받은 것보다 더 줘야 한다.’ 이 절묘한 문장이 있는 에세이에서 차페크는 풍부한 테마를 다루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차페크는 이 작품을 통해 불안한 현대에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비판의 씨앗을 뿌렸다. 우리 독자들은 오늘 이 예언적인 결실을 수확한다.

‘잡초는 언제나 가장 좋은 잔디 씨앗에서 태어난다. 이는 자연의 신비다.’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허비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정원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사유 재산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이에 따라 정원에서 자라는 것은 장미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정원 소유자의 장미나무다.’

‘정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원은 세상과 모든 인간의 활동과 닮았다.’ 

 

 

글·자비에 라페루 Xavier Lapeyroux
번역·이주영 
 


(1) Karel Čapek, 『La maladie blanche 하얀 역병』, Editions du Sonneur, Paris, 2022.
(2) Karel Capek, 『L’année du jardinier 정원사의 열두 달』, Editions de l’Aube, La Tour d’Aygues,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