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산림을 더럽히는 뇌물수수
불법 벌목, 뇌물, 독점, 협박, 침묵의 계율
통계에 따르면, 비공식 경제가 루마니아 경제의 약 1/3을 차지한다.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루마니아는 유럽에서 공금횡령이 가장 많은 국가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파문은 여전하다. 특히, 루마니아의 산림업은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티베리우 보수타르(Tiberiu Bosutar)는 셔츠 소매를 걷고, 무의식적으로 청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 화면에 ‘오후 2시 30분’이라고 떴다. 이날, 2021년 9월 16일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 지역의 이 숲에서 보수타르는 그가 추적한 산림법 위반실태에 대해 페이스북 생중계를 준비 중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평소처럼 벌목 책임자들의 이름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진 미하이 드라골레아(Mihai Dragolea)와 라두 콘스탄틴 모카누(Radu Constantin Mocanu)가 동행했다. 이들은 미국 방송 채널 <HBO>에서 방영할 영상제작을 위해 보수타르를 취재 중이었다.
보수타르는 8년에 걸쳐 불법 벌목을 추적하고 기록했다. SNS에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관련 근거를 제시하고 국가 산림을 파괴하는 부정부패의 참상을 고발했다. 보수타르와 제작진 2명이 도착한 지 30분쯤 후, 방망이와 도끼로 무장한 괴한 20여 명이 나타나 그들을 구타하고 옷까지 빼앗았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제작진 중 한 명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다른 한 명과 보수타르는 피투성이가 돼있었다. 촬영장비도 박살났다. 불법 벌목을 고발, 반대하려면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한다. 2016년 이후, 약 181명이 폭행당했고 6명이 살해됐다. 피해자는 대부분 주로 산림업 종사자다.
국가가 전체의 3/4을 관리하는 루마니아의 숲은 천혜의 자원으로,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이 많다. 브라쇼프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6년 산림업 규모는 약 80억 유로로 루마니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3.5%를 차지했다. 지난 5년, 산림공단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벌채된 양만 매년 약 1,800만 ㎥다. 2020년 공식집계 기준으로 보면, 루마니아는 EU 제6위 목재 생산국이다.(1) 하지만 국립통계연구소(INS)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목재 소비량은 매년 3,000만 ㎥에 달한다. 그 중 약 1,000만 ㎥가 가공용, 약 2,000만 ㎥가 땔감으로 소비된다. 지금도 루마니아의 360만 가구에서 목재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2)
불법 벌목은 산림 행정부 한복판에서 조장되고, 산림감시원부터 정부 부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산림으로 한몫 잡으려는 이들이 권력게임과 부정부패를 일삼는다. 부패한 제도는 현장 산림개발 관리자들을 필두로 산림업 중심에서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부코비나(Bucovina) 지방의 마기네아(Marginea) 주민들은 산림감시원 미르체아 카우네이(Mircea Caunei)를 의심했다. 카르파티아산맥의 가장자리에 있는 수체비타의 작은 술집에서 만난 한 젊은 여성은 “카우네이가 사는 집은 수백만 레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3) 15년 전부터 이 삼림감시원은 출처가 불투명한 현금을 소지하기도 했고, 불법 벌목에 관여했다. 게다가 활동가들을 위협해 지역신문의 머리기사를 여러 번 장식했다.
2020년 말, 보수타르는 마르지네 산림 구역에서 불법 벌목을 규탄하며 SNS 생방송으로 카우네이의 행적을 고발했다. 벌목 허가도 없었던 때인데, 느닷없이 전기톱과 트랙터 소리가 청량한 가을 숲의 정적을 깼다. 그러나, 카우네이는 경찰이 도착하기 몇 분 전 달아났다. 경비원들이 카우네에게 귀띔해준 것이다. 마을 전체가 산림 산업에 의존하는 이 지역에서는 지연 등 각종 인맥 때문에 법에 따라 불법 벌목을 제재하기 어렵다. 한 마을, 한 학교에서 함께 성장한 이들은 지연, 학연에 혈연까지 맺고 있을지 모른다. 보수타르는 “그러니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맥, 저임금, 산림법... 부패를 부추기는 요소들
2021년 11월, 몰도바 동부 대평원 끝단에 있는 팔마 고개를 가로지르는 도로에서 불법적으로 벌채된 목재로 가득한 트럭 두 대가 압수됐다. 두 차량은 카우니마르(Caunimarc)라는 회사 소유로, 산림감시원 카우네이의 아내 릴리아나 세누슈의 이름으로 등록돼 있었다. 산림감시원은 목재운반이나 목재가공업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있지만, 이 금기는 가족 구성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해관계 충돌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환경부는 이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추궁을 받았지만 관계 직원들은 응답을 피했다.
산림청 직원의 낮은 임금도 절도와 부패를 부추기는 요소다. 2022년 산림감시원의 공식임금은 평균임금보다 250유로나 적은 약 400유로에 불과했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목재를 횡령한 다음, 장부를 조작해 행적을 ‘세탁’했다. 산림감시원들과 기술자들은 산림목록을 작성하고, 정해진 규모에 따라 10개년 산림관리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벌목구획을 정하고, 고유식별 망치로 나무에 표시해 목재의 용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계별 허점을 악용해 적용기준과 10개년 관리계획을 초과해 나무를 벌목했다. 가짜 망치를 만들기도 하고, 루마니아에서 벌채된 목재의 원산지와 경로를 일괄추적하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숫자를 조작해, 실제 벌목량보다 훨씬 적게 기록했다.
복잡한 산림법도 문제를 키웠다. 산림감시원과 기술자들은 사업자를 선정하는 벌목과 운송 계약입찰 관여과정에서 권력을 남용했다. 산림업 종사자들은 토지 개발 과정에서 사업자를 통제해야 한다. 벌목업자나 가공업자가 요구사항이나 계획 이행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쉽게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산림청과 산림 행정 부처 내에서도 횡령과 목재 절도 행위가 빈번히 일어난다. 부패가 사적 이익 추구나 개인의 부정 축재를 넘어, 제도적인 부패로 확대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산림업 전문가이자 산림 과학 전문가로서 수체아바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로라 부리아우드(Laura Bouriaud)는 “부패한 직원은 일부지만, 모두가 방조자이기 때문에 전체 산림 구조를 위태롭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산림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인턴으로 일할 지역단위의 산림관리처를 찾아야 한다. 졸업생들이 인턴십 1년을 마친 후, 일자리를 지키려고 관리자에게 뇌물을 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기술직 한 자리당 5만 유로가 넘는다고들 말한다. 부리아우드 교수는 “학생들이 직장을 잃지 않으려고 빚을 낸다”라고 했다. “돈을 쓰고 제도권에 들어가면, 결국 계속 돈을 쓰게 됩니다. 우선 협박에 시달리기 때문이고, 또 빚을 갚기 위해 계속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기 때문이죠."
더 높은 단계에서는 지방 산림 감독관직, 특히 산림개발 관련 공공계약 발주직을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무척 많다. 원칙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산림부지가 포화기에 접어들거나 벌채가 필요한 경우, 입찰공고를 내야 한다. 이런 공공시장에서의 사업수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침묵의 계율’을 깼다가 협박에 시달렸던 무레슈 지역의 산림감독원 일리에 코브리그(Ilie Covrig)가 이런 실태를 폭로했다.
2018년 초, 코브리그는 사회민주당(SDP) 정부에서 수산 농림부 장관직을 제안받았다. 평생을 국가 산림관리에 바친 그에게 적격인 자리였다. “처음에는 제 능력에 따른 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관직에 앉고 보니 어떤 결정권도 없었어요. 저를 장관으로 승진시킨 것은, 기존 직위를 내려놓게 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목재산업에 관여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걸림돌이었거든요.”
코브리그는 2019년 1월부터 경쟁을 통해 지방 산림 감독관 자리와 결정권을 되찾았다. 하지만 내각에서는 그의 복귀를 불편하게 여겼고, 압력이 시작됐다. 사회민주당(Partidul Social Democrat)은 환경부 장관을 사주해 코브리그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사임을 강요했다. 당에서 보낸 한 인사는 코브리그에게 “당에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2019년 말이 되면서 형세가 역전됐다. 대규모 시위를 발판으로 국민자유당(Partidul Național Liberal)이 집권했다.
“우리가 당신을 노리는 걸 모르나?”
하지만 협박은 더 심해졌다. 코브리그는 젤루 푸이우(Gelu Puiu) 국무장관의 지시로 예정에도 없던 수많은 상부 기관의 감사를 받았다. 루마니아의 탐사 보도 언론인 단체 레코르데르(Recorder)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푸이우 국무장관은 “당신이 물러나지 않으면, 나는 재무부와 감사원에 감사 명령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감사결과가 어떻든 모든 사안을 검찰로 송치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화 통화에서 푸이우 국무장관은 코브리그가 표적이 됐다고 압력을 넣었다. “우리가 당신을 노린다는 걸 모르나?” 몇 주 후에는 사임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코브리그는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정치인들이 요직인사를 위협하고, 압력까지 행사해 교체하려 드는 관행”을 강력히 비난한다. 협박 당사자 푸이우 국무장관은 레코르데르가 녹취록 내용을 폭로하자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녹취록에는 국민자유당에 충성하는 인사들로 15개 처의 지방 산림 감독관을 교체하기 위해 위협과 협박을 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젤루 푸이우 전 국무장관의 행보는, 기업과 지역 정치인 간의 유착관계를 잘 보여준다. 미숙련 노동자였던 푸이우는 수체아바 소재 2개 관리처에서 산림 기술자로 일하다가 2013년에 처음 장관직을 맡았다. 그 기간 푸이우는 여러 차례 산림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그는 2019년 다시 한 번 산림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자유당 출신 장관 코스텔 알렉세(Costel Alexe)의 지휘 하에 대대적인 협박공세를 벌이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수체아바 검찰에 의해 목재 불법소유 혐의로 기소됐지만, 얼마 후 바마(Vama) 지방 산림 감독관 직을 맡게 됐다.
국가가 연루된 조직적 부패는 트란실바니아의 금광개발이나 수백만 톤의 폐기물 수입 등에서도 반복된다. 그러나, 이제 정부는 시민들을 무시할 수 없다. 시민들은 점점 정보력과 경각심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계곡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된 산림관리원 리비우 포프(Liviu Pop) 암살 사건 이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목재 절도범은 1년 후 체포됐고, 2022년 4월 29일 금요일에 직무 집행 중인 공무원 살해죄, 강도 및 불법 무기 사용 혐의로 징역 17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모범적인 유죄판결은 문제의 근원을 드러내지 못한다. 리비우 포프는 권력 전 단계에 걸쳐 광범위한 부정부패를 부추기고 있는 현 제도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글·에르베 보시 Hervé Bossy
기자
위고 나자렌코 Hugo Nazarenko
기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Production de bois rond 원목 생산’, 유럽 연합 통계국(Eurostat) 발표 2022년 6월 20일 자료.
(2) Laura Bouriaud, ‘Social networks and norms driving the firewood market for households needs’, 수체아바 산림 대학교, 2017년 6월, www.silvic.usv.ro
(3) 루마니아 통화 1레우는 약 0.2유로(한화 기준 300원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