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교사가 낙후지역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계약직 교사들의 대량해고를 둘러싼 논쟁

2022-08-31     안 주르댕 l 중등교사

프랑스의 중등교육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2022학년도 개학을 앞둔 시점, 교사직 공석이 약 4,000개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준비과정도 없이 수천 명의 계약직 교사 채용이 예정된 가운데, 한 단체의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단체가 모집한 교사들이 누리는 특혜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동료교사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자신감을 되찾고 올라가세요.” 바스티유 지구에 있는 한 호화로운 건물 내부 각층 계단참 벽에 대문자로 적혀있는 문구다. 이 건물에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단체들의 연합”(1)인 ‘라상쇠르(L’Ascenseur)’가 자리 잡고 있다. 라상쇠르는 “평등한 기회가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건물 7층에 위치한 ‘르 슈아 드 레콜(Le Choix de l’école, 이하 르 슈아)’의 사무실은 파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단체 직원들의 시선은 저 멀리, 파리 외곽을 향한다. 르 슈아는 “가장 낙후된 지역 중학생들의 수준 향상”을 위해 2015년 설립된 단체다. 르 슈아의 활동지역은 우선교육지역(ZEP) 소재 교육기관들, 특히 센생드니주(州) 우선교육강화네트워크(REP+) 소속 중학교들이다. 고등교육 수료자를 교사로 양성하는 것이 르 슈아의 목표다. 졸업 직후 교외 지역 중학교에서 2년 동안 직업훈련을 마친 엘리트 출신 교사들은 매우 귀한 인재들이다. 

 

봉사하러 아프리카까지 갈 필요는 없다

상류층 학생들은 대학에 다니는 동안 인도주의 활동이나 구호 단체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마다 인도주의 단체가 존재한다. 파리경영대학원(HEC Paris)의 경우 ‘아스팔트 꽃(Fleur de bitume)’이라는 단체가 노숙자들을 돕는 ‘잃어버린 빵(Pain perdu)’ 사업을 벌이고 있다. 더 이상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기 위해 먼 나라까지 날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차별과 빈곤은 가까운 곳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가난한 소도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사회 참여도, 직업 전향도 가능하다. 르 슈아는 그랑제콜들과 협력해(고등경제상업학교(ESSEC), HEC과 2019년 파트너십 체결) 고등교육 수료자 혹은 “사회에 기여하는 직업”으로 전향하길 원하는 청년들을 교사로 모집한다. 교육부는 이들이 한 학교에서 전일제 교사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다른 계약직 교사들과 비교하면 사치스러운 근무 조건이다.

필요에 따라 1년 이하의 기간제로 채용되는 일반 계약직 교사들은 공립학교 운영에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학교 운영의 유연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임용된 교사들은 여전히 그 지위에 의해 일정 부분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유연한 근무형태를 강요하기 쉽지 않다. 지난 5년간 공립 중고등학교의 일반 계약직 교사 수는 26.3% 증가했다.(2) 

이들은 장기 휴직자를 대체하고 특히 여러 학교를 돌며 수업을 하는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27%가 시간제 교사다. 이와 같은 상황은 프랑스 전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교육구에서는 좀 더 이른 시기부터 계약직 교사의 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센생드니주(州)의 경우 2018년 이미 계약직 교사의 비중이 전체 중등교사의 13%를 차지했다. 이는 프랑스 본토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3)

그런데 르 슈아가 배출한 계약직 교사들의 상황은 일반 계약직 교사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폴 T.(4)는 2017년 순전히 형식적인 교육감 면접만 거친 뒤 크레테유 교육구에 배정됐다. 폴 T.는 “HEC에서 5년 동안 공부한 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는 전형적인 길을 선택했다. 풍족한 생활을 누렸지만 절대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항상 교단에 서고 싶었는데 르 슈아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나는 르 슈아의 지원을 받으며 교사라는 직업을 ‘테스트’할 수 있었다. 르 슈아 덕분에 준비된 상태로 교단에 설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르 슈아가 모집한 교사들은 다른 신입 교사들보다 교사라는 직업에 더 쉽게 입문한다. 

르 슈아가 양성하는 교사 지망생들은 실제 학교에 배정되기 전에 여름학교를 거친다. 이 프로그램은 당국이 제공한 한 교육기관에서 3주간 진행된다. 여름학교에서는 소란스러운 교실을 조용하게 하는 법, 첫 수업 준비법을 배우는 워크숍이 열리고 아동 보호 또는 차별과 교육 불평등 사이의 관계에 대한 수업도 진행된다. “집단지성 촉진자”의 지도로 “교실에서의 인지 신경과학”에 입문하고 “다영역적 역량”의 기적을 체험할 수도 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전문가 무하마드 유누스는 지구 반대편에서 화상으로 교육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공유한다. 교육구 총장과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젊은 교사 지망생들을 축하한다. 여름학교 참가자들은 시의 정책적 우선 지구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한 다음 라쿠르뇌브 혹은 오베르빌리에에서 학업 지원 워크숍까지 마치고 나면 개학에 맞춰 학교에 배정된다. 

르 슈아는 전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2년 동안 이들을 지원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모범 사례 공유” 모임을, 방학 동안에는 친목 모임을 주최한다. 교사별 맞춤형 튜터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튜터는 정식 임용 중등교사들로 르 슈아가 이들에게 보수를 지급한다. 2년 차 교사들에게는 교사 임용고시(CAPES) 준비 교육을 제공한다. 폴 T.는 이를 “진정한 플러스 요인”으로 평가했다. 르 슈아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가자 60%가 교사 임용고시에 응시했다. 르 슈아 동문 네트워크는 나머지 40%를 위해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기’, ‘대안 학교에서 일하기’ 등 다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로랑 비고르뉴 르 슈아 이사장은 여성 동료에게 몰래 약물을 먹인 혐의가 제기돼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몽테뉴 연구소 소장인 비고르뉴는 2017년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의 공약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교사와 교장으로 재직했으며 자신도 교사 출신이라 교육 분야와 관련된 많은 구상을 갖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교사의 빈곤화는 해결 가능한 문제다. 교사 수와 교육 프로그램을 줄이면 교사들이 더 많이 일하는 대신 더 나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류 교사가 낙후지역 학생들을 가르친다’

몽테뉴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는 교육부의 교사 수 감축 실적을 치하하며 교사 채용을 관장하는 국가 규정의 폐기를 권고했다. 그렇게 된다면 ‘가장 뛰어난 교사’가 가장 낙후된 교육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5) 요컨대, 일류 교사를 채용해 우선교육지역에 배정하면 교육 낙후 지역에서도 (마침내) 우수학생들이 배출될 수 있다는 논리다. 마크롱이 2022년 대선 공약에서도 재차용한 이 제안은 의문점을 제기한다. 과연 이것이 르 슈아의 존재 이유인가?

2020년, 민관 교육협의체는 “교사 채용 시 경력 다양성 제고와 프로필 다양화”를 권고했다. 베르 르 오(Vers le haut)가 2019년 설립한 시민 교육협의체의 권고를 떠올리게 하는 견해다. 주로 사립 교육기관들과 가톨릭 언론 그룹 바이아르의 대표들로 구성된 베르 르 오는 “당파적 영역 밖에 존재하는” 싱크탱크로 20개월에 걸쳐 시민참여 워크숍을 개최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1만 5,000건의 의견을 수렴했다. 베르 르 오는 이를 바탕으로 “시민 사회가 공동 구축한 즉시 적용 가능한 계획”을 만들어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장미셸 블랑케에게 제출했다. 이 문서는 “채용된 교사의 프로필이 충분히 다양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블랑케 전 교육부 장관은 이에 동의하며 한 연설에서 교육부는 “최고의 인재”를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인재란 “미래의 교장, 교육감, 총장, 장관”이 될 교사들을 말한다... 블랑케 전 장관은 “지금부터 이런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6)

외제니는 르 슈아를 통해 보비니 소재 한 중학교에 수학 교사로 부임했다. 그녀의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에는 “특히 교육 및 포용 분야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좋아한다고 적혀 있다. HEC 졸업장과 에콜 42(Ecole 42)의 디지털 기업 활동 석사학위 소지자인 외제니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포도 재배자들을 만나고 ‘세계 와인 체험(The World Wine Experience)’라는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린다. 2019년부터 교단에 선 그녀는 교사라는 직업을 통해 ‘교육학 공학(원문대로 인용)뿐만 아니라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창의성, 협업, 위기관리’라는 새로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넬송은 이제 교단을 떠나 consultor.fr 홈페이지에서 흠잡을 데 없는 옷을 입고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다. 르 슈아 출신 전직 영어 교사 넬송은 현재 경영 컨설팅 회사 커니(Kearney)에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안샤를로트는 교육 및 학습에 사용되는 신기술인 에드테크(Ed-Tech)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안샤를로트는 스탱 소재 중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사로 일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디지털 교육 욕구에 눈을 떴다. 디지털 교육으로 중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향상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일류 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공립학교에 진출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SNES-FSU93의 공동 사무장 그레고리 튀자에 따르면 르 슈아의 목표는 더 원대하다. “이념적인 공개매수처럼 교사 채용을 민영화해 교사의 지위를 분열시키려는 시도는 아니다. 이들은 중등교육제도에 침투해 내부의 지식을 습득한다. 에드테크 분야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이 지식을 활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장차 중등교육 분야 고위직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제도를 재편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정수다. 우리는 가장 화려한 레드카펫을 깔고 이들을 환영한다. 그런데 이들은 몇 명이며 어디에 배정되는가? 교육구에 문의를 해도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르 슈아는 침투 공작 의혹을 거부한다. 르 슈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안 데스트레는 “이런 오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다른 단체들처럼 우리도는 민·관 공동출자 단체다. 우리의 전략은 이사회가 수립한다. 우리는 ‘대자본의 본거지’가 아니다. 우리는 직업 전향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교육해 협력 교육구의 교사 수요를 충족시킨다. 그게 전부”라고 격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협력 교육구란 파리, 베르사유, 엑스마르세유 특히 크레테유를 말한다. 

르 슈아가 배출한 교사 250명은 이미 센생드니 소재 중학교 절반에 1명씩 배정돼 3만 5,000명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들 교육구 소재 학교의 연간 총 학생 수는 약 100만 명, 르 슈아 출신 교사는 약 3.5%다.(7) 르 슈아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작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매우 작은 단체이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와 함께 일한다.” “나자 발로벨카셈이 교육부 장관이었던 2015년 첫 번째 협력 협정을 체결”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 르 슈아의 설명이다.

르 슈아는 설립 초기 지원자가 부족한 곳에 교사를 제공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석이었던 전일제 교사 자리는 여러 개혁을 거치며 점차 사라졌다. 주당 2시간의 의무적 추가 근무로 교사들의 노동시간은 증가한 반면, 고등학교 개혁으로 일부 과목에 할당된 수업시간은 축소됐고 교사 수도 감소했다. 2018~2020년 공립 중고등학교의 학생 수는 2만 7,163명이 증가한 반면, 교사 수는 2,937명 감소했다. 드물게 남아있던 전일제 교사 자리는 르 슈아 출신 교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교사 배정 규칙에 어긋나는 처사다. 교사 양성의 ‘다양화’라는 명목이 이런 특혜를 정당화한다.

2021학년도 초, 크레테유 교육구는 계약직 교사 2,638명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해고됐으며 갑자기 다른 학교에 배정된 이들도 있었다. 나스마 S.(8)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내 직업을 사랑했으며 진심으로 임했다.” 나스마의 업무 평가 보고서에는 “타의 귀감이 되는 봉사 정신을 갖고 있다”라고 적혀있다. 나스마는 9년 전부터 파리 교외 REP+ 소속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2021년 9월 르 슈아가 모집한 교사에 밀려 이 학교를 떠날 뻔했다. “집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배정된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아팠다.” 

동료 교사들은 교육구 총장에 수차례 청원을 했지만, 소용이 없자 르 슈아의 여름학교에 들이닥쳐 소란을 일으켰다. 나스마는 동료 교사들의 연대 덕택에 1년 더 이 학교에 머물게 됐다. “이제 내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나는 관광하듯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지는 않겠다.”

르 슈아는 교육부보다 더 민첩하게 중등교원의 수요를 예측하는 듯 보인다. 교원 임용고시 응시자가 감소하고 사직하는 교사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르 슈아는 2022학년도 초부터 초등학교와 실업계 고등학교에도 교사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22년 9월까지 일드프랑스 지역에서만 적어도 1,100명의 초등 교사를 충원해야 하는 팝 은자이 신임 교육부 장관에게는 희소식이다.(9) 

 

 

글·안 주르댕 Anne Jourdain
프랑스 중등교사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Carole Cerdan, 《Une “petite” association prospère》, www.monde-diplo-matique.fr/65004
(2) Erwin Canard, ‘En cinq ans, la part de contractuels à l’Éducation nationale est passée de 14.5% à 22%, 5년 사이에 계약직 중등교사 비중 14.5%에서 22%로 증가’, 2021년 11월 8일, aefinfo.fr
(3) ‘Le recours croissant aux personnels contractuels dans l’Éducation nationale, 중등 교육 계약직 교사 활용 증가’, 감사원, 2018년 3월. 
(4) 익명으로 처리 
(5) ‘Quinquennat Macron : le grand décryptage, 마크롱 임기 5년 분석’, 몽테뉴 연구소, 2021년 8월, www.institutmontaigne.org
(6) 시민 교육협의체의 행사를 촬영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7) 출처: 교육청소년부 
(8) 익명임. 
(9) Mattea Battaglia & Violaine Morin, ‘Écoles primaires : les résultats des concours confirment la pénurie d’enseignants, 초등학교: 임용시험 결과 교사 부족 확정’, <르몽드>, 2022년 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