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아프리카 현대예술
케이프타운에서 마라케시까지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예술가 미셸 에케바는 2013년 킨샤사에서 ‘콩고의 우주인(Kongo Astronauts)’이라는 예술단체를 설립했다. 에케바의 연인이자 동료인 엘레노르 엘리오가 이 단체의 또 다른 주축을 이루고, 다른 회원들은 원할 때 자유롭게 참가하고 있다. 이 단체는 민주콩고 수도 킨샤사에서 매번 다른 깜짝 퍼포먼스와 실험적인 조형 및 영상예술을 선보이며 아프리카 전역에서 유명세를 탔다. 아직도 진행형인 이들의 퍼포먼스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공통적 요소가 하나 있다. 매번 똑같지도, 아주 다르지도 않은 ‘우주복’이다. 예술가들은 이 우주복 차림으로 거대한 도시 킨샤사를 방황한다.
아프리카는 서구의 쓰레기 처리장인가?
이 우주복들에도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원자재’다. 이 의상들은 민주콩고에 불법적으로 버려진 폐가전제품, 구리 및 콜탄(휴대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금속. 민주콩고가 세계 매장량의 90% 보유) 폐회로 등으로 제작됐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여러 면에서 서구의 쓰레기 처리장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또한 해외 거래소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구리와 콜탄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금속으로, 이는 민주콩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들 중 하나다.
미술사학자 도미니크 말라케(1)는 민주콩고 동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구리와 콜탄에 대해, “비열한 폭력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채굴되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휴대폰과 컴퓨터 제작에 꼭 필요하지만 어느 나라에서, 어떤 환경에서 채굴됐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금속”이라고 설명했다. 에케바의 퍼포먼스를 접한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도를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시적이고 오락적인 돌발 퍼포먼스일까? 말라케가 묘사한 에케바의 퍼포먼스를 살펴보자. “(그는) 금색 혹은 은색 우주복을 입고 같은 색상의 헬멧과 부츠까지 갖추고 술집에 나타나거나, 길을 건너는 행인을 돕거나, 타이어를 교체한다. 하지만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육중한 우주복은 질식할 만큼 습한 킨샤사의 공기를 강조하고 폭력의 낙인이 찍힌 다른 지역을 찾아내려는 열망을 보여준다. 이 의상은 또한 사람들의 이동에 따르는 제약을 환기시키며 무분별한 광산개발, 극단적인 자유주의를 추구하고 대다수의 운명에 무관심한 세계화, 소수에게만 허락된 이동의 자유를 동시에 고발한다. 서구에서는 몇 년 전부터 현대예술과 지정학의 상호작용에 대한 질문이 제기돼왔다.(2) 하지만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는 아직 이 주제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3) 그렇지만 장난스럽고 시적이고 급진적이며 사회참여적인 많은 아프리카 예술 작품이 세계화와 이로 인한 불평등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주, 환경, 식민지배 후유증에 대한 고발,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불평등, 다국적기업의 약탈 등의 주제들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이 시사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그래피티, 퍼포먼스, 사진, 설치예술, 조각, 영화 등 각자 고유한 장르에서, 때로는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카메룬의 바르텔레미 토구오와 나이지리아의 젤릴리 아티쿠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지지하고, 서로의 작품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미셸 에케바와 엘레노르 엘리오는 발로지와 음봉구아나 스타와 같은 민주콩고 래퍼들의 히트곡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도 한다.
“나의 예술은 사람들을 향한다”
조형예술가 토구오도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 2016년, 토구오는 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서 “바이러스를 퇴치하자!”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에볼라와 에이즈 바이러스의 이미지들로 장식한 2m 높이 중국 도자기 화병 18점을 선보인 이 전시회는 파스퇴르 연구소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토구오는 “이 돌연변이적인 형태들은 바이러스 연구의 용기, 활력, 아름다움을 찬양한다”라고 설명했다.(4)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 시기에 큰 울림을 주는 미적, 학문적 탐구다.
토구오는 ‘트랜짓(Transit)’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도 선보이며 사회적 표상을 농락했다. 1999년, 그는 파리의 도로 청소부 유니폼을 입고 쾰른을 출발해 파리로 향하는 탈리스(Thalys) 고속열차에 탑승했다. 토구오 주변의 승객들은 그의 존재를 불편해하며 하나둘 자리를 떴다. 토구오는 “예술가는 보여주고 호소해야 한다. 하지만 훈계하려 하면 안 된다. 나의 예술이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의 예술은 사람들을 향한다”라고 강조했다.(5) 운전기사인 아버지와 행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구오는 호화열차에 탄 도로 청소부의 존재를 통해 사회가 각 구성원에게 배정한 자리에 대해 질문했다. 이와 동시에 ‘트랜짓’은 여행,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출입국 도장, 입국 거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이주문제는 많은 작품과 퍼포먼스에서 주제로 등장한다. 좌절감을 키우고, 밀입국 행렬을 만들어 내고, 침묵 속에서 목숨을 앗아가는 전 세계적인 이동의 불평등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2018년 마라케시에서 열린 아트페어 ‘1-54’(아프리카라는 하나의 대륙과 그 속에 존재하는 54개 국가를 의미)에서 ‘르 콩투아르 데 민(Le Comptoir des Mines)’ 모로코 현대미술 갤러리는 ‘크로싱(Crossing)’이라는 제목의 병행 전시회를 열어 이주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무스타파 아크림이 선보인 설치미술 작품 ‘킬링머신(Killing machine)’이 대표적인 예다.
컴컴한 전시실에 들어선 관객들은 파란색 형광 불빛에 잠시 눈이 먼다. 어둠에 적응한 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천장에 고정된 줄에 매달린 파리 퇴치 램프다.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중해의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긴 이주자들의 위태로운 목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파란색은 유럽을 상징하는 색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글거리는 파란색 형광 불빛은 유럽이라는 매혹적인 환상을 의미함과 동시에 이 환상에 매혹당해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암울한 암시다. 철제 그릴 안에 설치된 네온등은 작가가 직접 형태를 구상한 것으로 불행을 뜻하는 프랑스어, 아랍어 단어들과 (보트, 가방, 밧줄 등) 여러 가지 형상을 하고 있다. 이름 없는 익사자가 될 수 있는, 수천 명의 남녀 이주민의 희망과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다.
살아있는 채로 전시된 인간, 바트만
파란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캔버스 2점을 선보인 유네스 아브타네는 같은 주제를 한층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유럽연합기를 표현한 첫 번째 캔버스에는 금빛 나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드릴 날들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상징하는 별 모양으로 박혀있다.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두 번째 캔버스에서는 드릴 날들이 ‘OPEN(오픈)’이라는 대문자 영어단어를 구성하고 있다. 이민자에게 국경을 걸어 잠근 유럽에 대한 환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아브타네는 이주민 보트의 침몰을 “스스로 창조한 이상에 더 이상 책임지지 않는 유럽의 인간적 몰락”으로 간주했다.(6)
아프리카 남단 케이프타운 소재 미디어 창작 예술학교 ‘시티바르시티(CityVarsity)’를 졸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브리즈 요코는 붓으로 폭발적인 색채의 마법을 선보인다. 요코는 현대미술과 도시미술을 장려할 목적으로 2003년 설립한 도시미술협회 MUR (Modulable(조정 가능한), Urbain(도시의), Réactif(반응하는)의 약어)의 지원으로 파리 11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이때 요코는 프랑스 구 화폐 100프랑 지폐를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요코 특유의 눈부신 색채도 이 작품에 담긴 메시지, 즉 프랑스의 부는 아프리카의 피로 건설됐다는 적나라한 비난을 덮지 못했다.
요코가 재창조한 이 100프랑 지폐에는 굵은 글씨체로 ‘blood of Africa(아프리카의 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마리안(Marianne, 프랑스 혁명 정신의 상징으로 프랑스를 의인화한 여성-역주)이 인쇄돼 있던 자리는 ‘호텐토트의 비너스’로 불리는 사키 바트만이 차지했다. 바트만은 유달리 큰 둔부 때문에 19세기 유럽에 노예로 끌려와 알몸으로 전시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젊은 여성이다.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이 작품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민족들을 상대로 저지른 인간성 말살, 특히 많은 프랑스 상인들이 수백만 명의 흑인 노예를 사고팔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삼각무역을 떠올리게 한다.
죽을 때까지 물건처럼 전시된 바트만에 대한 경의와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에 대한 고발 사이에서 요코의 색채들은 또 다른 의미를 띤다. 이 화려한 색채 뒤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잊을 수 없는, 지금도 아프리카와 프랑스의 관계를 구성하는 역사가 존재한다. 영화감독과 슬램(slam: 사회 참여적인 성격의 시를 마치 랩이나 노래처럼 낭독하는 행위-역주) 아티스트로도 활동하는 요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도시 미술 프로젝트에도 수차례 참여했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에서 고유한 코드와 규범을 지닌 학파를 도출해 낸다는 것은 아직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현대미술’로 통칭하는 편이 적절해 보인다. 서구에서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파리 소르본 대학은 ‘아프리카에서의 집단 움직임: 시위, 저항 그리고 반란’이라는 주제로 학술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이 학술행사와 병행해 퍼포먼스 전문 현대예술제를 만들자는 생각이 싹텄다. 이로써 서로 자양분이 되는 두 세계(사회과학과 예술)의 교차점에 있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는 예술제 ‘행동하는 아프리카(Africa Acts)’가 탄생했다.
‘행동하는 아프리카’, 행사가 드문 아프리카
‘행동하는 아프리카’에 초대된 (무용가, 음악가, 시인, 영화인, 비디오영상예술가 등의) 아프리카 예술가와 단체들은 서구가 부과한 도식적인 비전이 아닌 ‘자신들의 아프리카’를 자유롭게 표현할 재량권을 보장받았다. 세네갈 무용가 알리운 디안은 라콜린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독창적인 안무를 통해 인종차별 피해자인 세네갈 출신 프랑스 권투선수 루이 음바리크 팔의 삶을 재조명했다. ‘전사 시키(Battling Siki)’라는 별명으로 불린 팔은 1920년대에 전설적인 백인 권투선수 조르주 카르팡티에를 이긴 뒤 권투연맹으로부터 모든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나이지리아의 젤릴리 아티쿠는 소르본 광장에서 나무로 변신해 ‘나는 땅이자, 나무이자, 물이다(Alaaragbo VIII)’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기후변화와 산림 면적 감소에 맞서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아프리카 현대예술 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아트페어 ‘AKAA(Also Known as Africa, ‘아프리카라고도 알려진’이라는 문구의 약어)’는 르 카로 뒤 탕플(Le Carreau du Temple) 문화센터의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세네갈 건축가 은고네 팔을 10개월간 열리는 축제 ‘아프리카 2020 시즌(Saison Africa 2020)’의 학예사로 임명했다. 팔은 축제기간에 프랑스 본토와 해외령 210개 도시에서 1,500여 개 예술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이런 대규모 현대예술·문화 행사는, 정작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드물거나, 산발적인 형태로 열리는 실정이다. 경영과 국제정세 분야에 몸담았던 프랑스계 모로코인 투리아 엘 글라위는 2018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대규모 아프리카 현대미술 아트페어 ‘1-54’를 개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엘 글라위가 2013년 런던에서 설립한 ‘1-54’는 현재 런던, 뉴욕, 마라케시에서 연간 3회 열리는 아트페어로 2015년 뉴욕에 이어 2018년 마침내 마라케시에 상륙했다. 엘 글라위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아프리카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들을 마라케시에 초대했다.
베냉의 조형예술가 도미니크 쟁페, 코트디부아르 출신 미국인 화가 와타라 와츠, 부르키나파소의 사진가 소리 사늘레를 비롯한 유명 아티스트들의 개인전, 그리고 20개국 60여 명 아티스트들의 통합 전시회가 마라케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호화 호텔 마무니아에서 열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열린 이 아프리카 현대미술 행사는 세계 언론의 큰 찬사를 받았으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향한 모로코의 유혹 전략(‘소프트 파워’)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엘 글라위는 모로코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국경의 인위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예술적·철학적 접근을 촉구하는 선구자다. 마라케시는 이제 아프리카 예술의 중심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아프리카는 독립 이후 대규모 행사와 축제를 개최했다. 세네갈 다카르에서 열린 세계흑인문화축제(FESMAN)와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열린 예술문화축제(FESTAC)가 대표적인 예다. 이후에도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 행사는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에서 열리는 범아프리카 영화TV페스티벌(FESPACO) 등 몇몇 축제를 통해 명맥을 이어왔지만 새롭게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박물관이 생기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다.
2013년 베냉 위다에 설립된 진수(Zinsou)재단 박물관과 2018년 세네갈 다카르에 문을 연 흑인문명박물관이 대표적인 예다. 박물관과 함께 갤러리도 문을 열었다. 프랑스계 코트디부아르인 세실 파쿠리는 아비장, 다카르, 파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설립했다. 런던 소호거리에서는 2021년 10월 ‘아디스파인아트(Addis Fine Art)’ 에티오피아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마이애미에는 나이지리아 갤러리 ‘레트로아프리카’가 들어섰다. 다카르 비엔날레(Dak’Art)를 비롯한 아프리카 미술 축제들은 현대미술의 아프리카 대륙 확산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누가 토구오를 사는가?
이처럼 아프리카 현대미술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가나 조형예술가 엘 아나추이의 태피스리 작품은 100만 유로가 넘는 가격에도 구매자가 줄을 선다. 물론 아나추이는 매우 유명한 작가라서, 일반화할 수는 없다. 2019년 파리 피아자(Piasa) 경매소에서는 토구오의 작품 한 점을 포함한 다수의 아프리카 미술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 이때 이 작품들의 낙찰가 총액은 143만 유로에 달했다. 당시 기준 피아자 경매소 아프리카 현대미술 경매에서 최고로 기록된 금액이다. 아르퀴리알(Artcurial)과 코르네트 드 생 시르(Cornette de Saint Cyr)와 같은 다른 프랑스 경매소도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거래하고 있다.
2021년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프랑스 미술 전문 일간지 <르 코티디앵 드 라르(Le Quotidien de l’art)>는, 투기 거품이나 가격 따라잡기 움직임 때문에 경매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퀴리알에서 아프리카 현대미술품을 담당하는 크리스토프 페르송은 투기 수요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으나, 장단기적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는 수집가들도 있다고 덧붙였다.(7)
경매장의 활기가 무색하게 박물관의 재정상태는 너무나 열악하다. 파리의 대퍼(Dapper) 박물관은 재원 부족뿐만 아니라 케 브랑리(Quai Branly) 국립 박물관과의 경쟁 때문에 2017년 결국 문을 닫았다. 아프리카의 예술기관들은 정부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외국정부, 민간 기업 혹은 국제 재단 기부금과 같은) 국제적인 자금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술기관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새롭게 거듭나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많은 갤러리들은 이제 경제 모델을 바꿔 온라인 예술품 중개 플랫폼 아트시(Artsy)를 활용하는 등 디지털화에 나섰다.(8) 베냉(파트리스 탈롱 베냉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로부터 고예술품 26점을 돌려받았다)을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 정부들은 현대미술 장려와 문화유산 반환 요구를 넘어서 이웃 국가보다 경쟁력 있는 새로운 관광상품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미술품 전시 외에도 현대미술관 건립도 추진 중인 베냉 정부는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진수재단, 로보준크파(Lobozounkpa) 센터같은 민간기관의 기여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미술 장려를 위한 베냉 정부의 노력은 고미술품 반환을 위한 노력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다.
프랑스 갤러리 운영자 나탈리 오바디아가 지적하듯, 많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검열의 제약이 덜하고 국제기구의 획일화된 작품 발주로부터 자유로운 서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평화증진, 양성평등,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2030 등 진부한 주제만 제시한다. 이제 명성을 얻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의 작품은 미술품 시장의 주축인 서구의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2016년, 토구오는 마르셀 뒤샹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내에서는 그리 유명한 예술가는 아니다.
토구오가 울분을 토하며 물었다. “누가 토구오를 사는가? 당연히 서구다”(9) 데자뷔의 느낌이 들지 않는가?
글·카롤린 루시 Caroline Roussy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선임연구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Dominique Malaquais, ‘Kongo Astronauts. Collectif embarqué, 콩고의 우주인, 우주선에 탑승한 예술 단체’, <Multitudes>, vol. 4, n° 77, Paris, 2019.
(2) Nathalie Obadia, 『Géopolitique de l’art contemporain. Une remise en question de l’hégémonie américaine, 현대미술의 지정학. 미국의 헤게모니 재검토』, Le Cavalier Bleu, Paris, 2019.
(3) Aude de Kerros, 『Art contemporain. Manipulation et géopolitique. Chronique d’une domination économique et culturelle, 현대미술, 조작과 지정학. 경제·문화적 지배의 연대기』, Eyrolles, Paris, 2019.
(4) ‘Barthélémy Toguo rencontre des chercheurs de l’institut pasteur, 바르텔레미 토구오와 파스퇴르 연구소 연구진의 만남’, Organoïde, www.organoide-pasteur.fr, 2016년 바르텔레미 토구오가 마르셀 뒤샹상 시상식에서 한 인터뷰 ‘Célébrer la recherche : Vaincre le virus!, 연구를 찬양하자: 바이러스를 퇴치하자!’
(5),(9) ‘Barthélémy Toguo, l’artiste comme montreur, 보여주는 예술가 바르텔레미 토구오’, 조르주 퐁피투 센터 홈페이지, 2020년 11월 10일, www.centrepompidou.fr
(6) 인터뷰 (유네스 아브타네로 추정), 2022년 1월 23일자
(7) Sylvie Rentrua, ‘Plongée dans le bouillonnant marché de l’art contemporain africain, 격동하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시장을 들여다 보다’, <Le Point>, Paris, 2021년 11월 26일자
(8) Roxana Azimi, ‘Art contemporain : face au Covid-19, le virage numérique des galeries africaines, 현대미술: 코로나19에 맞선 아프리카 갤러리들의 디지털화’, <르몽드 아프리크>, 2021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