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람 문자, 신화를 깨다

2022-08-31     자비에 몽테아르 l 기자

“역사상 가장 놀랍고 뜻밖이며, 가장 멋지고 기적적이며, 가장 당당하고 눈부시며, 믿기지 않을 만큼 독특하고 비범한, 가장 대단하고 위대한, 그리고 가장 작고 희귀한, 가장 평범하면서도 훌륭하며 비밀스러운, 가장 찬란하고 탐나는 것! 지난 세기 단 한 건만 발견된 것을 마침내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 사례는 다만...”

 

그만! 이 몸에서 나가주세요, 마리 드 라뷔탱샹탈!(1) 제가 저만의 단어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후작 부인. 물론 그 말이 덜 유창할지라도…. 그리고 세상에 외치세요. 근동의 고대 문자 엘람 선문자가 마침내 해독됐다고! 

나는 이 뉴스에 놀라지 않는 냉소적인 독자들을 위해 이 뉴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길 것이다. 1957년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 아시리아학 교수가 출간한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됐다』라는 책의 제목을 들어본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문자의 발명으로 선사시대는 끝났다는 통념이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류가 사건을 기록할 수 있게 되면서 소문자 ‘h’로 시작하는 역사(history)는 대문자 ‘H’로 시작하는 역사(History)로 넘어가게 됐다. 둘째, 이 책에서 크레이머 교수는 수메르인의 궁전에서 설형 문자, 즉 쐐기 또는 못 모양의 문자가 새겨진 수천 개의 점토판을 발견하고, 수메르인이 인류 최초의 문자를 발명했다고 판단했다. 이 문자는 후세에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해독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원전 3300~3200년으로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지금의 이라크 일대) 수메르인의 기록이 인류의 지적, 물질적 삶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데 대한 폭넓은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 합의를 깨는 의견이 그해 11월 말 제시됐다. 2014년 테헤란 대학교 초빙교수로 임용된 프랑스 고고학자 프랑수아 드세 교수에 의해서였다. 사실, 그런 합의는 깨졌어야 했다. 대통령 건강에 관한 기사나, 식당에 대한 과잉 정보, 악의로 가득한 이 ‘문화의 수난 시대’는 여전히 문자의 발명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 동쪽에는 이란 고원이 있다. 역사가들은 고대에 이곳에서 사용된 언어와 문자를 명명하기 위해 모든 관련 자료에 ‘엘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다소간의 혼란을 초래했다. 앞서 언급한 엘람 선문자의 해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기원전 2200년경으로 추정되는 이 문자는 천 년 전 같은 장소에서 발견된 원시 엘람 문자와 공식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아무도 이 고립된 원시 엘람 문자를 해석할 방법을 몰랐기에, 부득이 수메르인의 ‘발명’보다 조금 뒤에 나온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엘람 선문자를 원시 엘람 문자에서 파생된 문자로 본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후 이 문자는 사라졌다. 엘람 선문자의 해독(그리고 그 사용 범위까지)은 이 두 문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수메르 문자와 엘람 문자를 동일한 시대의 문자로 볼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이 작업 덕택에 나는, 이제 문자가 메소포타미아에서만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문자 체계가 다른 두 지역에서 동시에 등장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프랑수아 드세 교수의 말이다.

엘람 선문자는 1세기 전 발견됐다. 우리의 영웅은 수년간 이를 해독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침내 암호를 해독할 수 있게 된 시점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기간 중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점이 궁금하다면, 참고자료에 있는 드세 교수의 강의 두 편을 들어보기 바란다. 어렵지만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강의들이다. 예를 들어, 누가 엘람 선문자가 수메르의 설형 문자와 그토록 다른 문자 체계, 음성 체계일 것이라고 예상했겠는가? 이들 문자체계의 상이함에 자극받은 이집트학자들이 상형문자가 메소포타미아 문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벌써부터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증거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곧 세기의 새로운 질문이 제기된다. 

이 세 가지 문자체계의 기원은 하나일까? 아니면 각각 독립적으로 등장한 것일까? 앞으로도 이 주제에 관한 훌륭한 발표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자비에 몽테아르 Xavier Monthé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Marie de Rabutin-Chantal, (1626~1696) <서간집>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귀족 여성. ‘세비녜 후작부인(Marquise de Sévigné)으로도 알려져 있다.

[참고자료]
● François Desset, ‘Breaking the code. The decipherment of linear elamite, a forgotten writing system of ancient Iran(3rd millenium BC)’, 2020년 12월 23일. www.canal-u.tv/chaines/archeorient/breaking-the-code-the-decipherment-of-linear-elamite-a-forgotten-writing-system
● François Desset, ‘A new history of writing on the Iranian plateau’, 2020년 12월 14일. www.youtube.com/watch?v=8o1ZOUhN3t8
● David Sington, <L’Odyssée de l’écriture. Les origines 문자 오딧세이. 문자의 기원>, Arte, 2020년. boutique.arte.tv/detail/l_odyssee_de_l_ecri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