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산층인 ‘모범 계층’의 불안한 속내

2022-09-30     장 루이 로카 l 사회학자

중국 공산당 20차 대회를 앞두고 중국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바로 ‘중산층’이라는 그림자다. 중국의 중산층은 1990년대에 시작된 주요한 사회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극복해야 할 과제의 중심에 있다. 이 집단을 구성하는 중국인 수억 명(기준과 추정치에 따라 약 3억 5,000만~7억 명으로 추산)이 개혁에 따른 혜택을 받았다. 이들은 대학 교육을 받고 고임금 일자리를 얻었으며, 외동 자녀에게도 교육 기회와 안락한 삶을 물려줬고,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했다. 중산층에서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가구 비율은 87%에 달하며,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도 20%에 이른다.(1) 이들은 무분별하면서도 획일화된 소비와 새로운 생활 방식의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무한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시진핑이 2012년에 집권하기 몇 년 전부터 당이 수립한 경제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외국인 투자와 저부가가치 제품 수출산업의 비중은 줄이고 내수와 첨단기술, 금융산업의 비중을 높여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었다. 중산층이 아니라면 그 누가 소비 주도로 성장을 이끌고 중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고숙련 일자리를 채울 수 있었겠는가?(2)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중산층

또한 중산층은 서민 계층, 즉 농민들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중산층과 도시 계층의 비중이 거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면서 교육, 일자리, 부의 축적에서 새로운 기회를 누린다. 여기서 중산층을 더 확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농민공(농민 노동자)을 흡수 통합하는 것이다. 농민공들은 도시로 이주해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의 기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당국의 논리에 따르면 ‘교화’를 통해 좋은 행실과 교양, 예의범절을 갖춰야 한다. 이는 당이 공식 담론과 교육 제도를 통해 중산층에 부여한 사명이다.(3)

중산층은 정치적으로도 타의 모범이 돼야 한다. 합법적으로 항의할 수 있지만 온건한 수준을 지켜야 한다. 정치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당은 이들이 ‘법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 과정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산층이 안정을 유지하려면 (현대화에는 찬성하면서) 점진적이면서도 보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탕핑(躺平)’, 게으를 수 있는 권리

 

‘작은 번영’ 또는 ‘공동 번영’이라는 당의 공식 강령에는 사실상 완전히 평준화된 사회라는 꿈이 두루 배어 있다. 하지만 이 꿈은 경제난과 사회의 모순, 또 다른 사회적 열망의 출현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났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더 심화됐다.

그래서 신흥 경제 집단이 이전 경제 집단을 앞지르는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신흥 경제 집단은 더 이상 사회적 신분 상승을 이루지 못한다. 취업 시장에 진입할 인력을 계속 양성하는 대학은 이미 포화상태다. ‘전통 경제’ 역시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중국이나 외국 공장의 해외 이전이 많아졌고, 수요를 견인하던 건설업은 과잉생산의 위기에 빠졌다(#위 기사 참조). 중산층에 속한 잠재적 미래 구성원들은 실업자가 되거나 판촉 또는 배달 플랫폼의 저임금직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 이동은 더욱 경직되고 있다. 사회 초년생들은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도 같은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수익은 더 이상 늘지 않지만, 각종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젊은이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여력이 있는 부모들은 보유한 아파트를 팔아서 자녀의 집값을 마련한다. 자녀 교육비는 학비(사교육 금지령에도 성행하는 과외 비용까지 더해진다)는 물론이고 좋은 학교가 있는 동네에 집을 마련하는 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학군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올라갔다. 

중산층에 속한다는 것은 타의 모범이 되고, 고상한 취향과 상당한 소비 수준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럭셔리(실제로는 준 럭셔리)’ 제품 소비는 중산층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산층이라면 모름지기 특정 종류의 옷과 가구, 자동차, 휴대 전화를 구매할 수 있고, 특정 동네에 살고, 특정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고, 특정한 공연을 보고, 특정 국가로 여행을 떠나고,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을 관리하고, 연로하신 부모님도 모셔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의료비는 증가했지만, 공공 의료 보험이 적용되는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보험 가입도 필수다. 대기업과 공무원들은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 때문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집에 격리돼 외출하지 못하는 통에, 이미 이윤이 줄어들 만큼 줄어든 수백만의 중소기업이 활력을 잃었다. 일부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청구서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1990년대 이후로 모든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되리라는 생각이 뿌리를 내렸지만, 지속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 특히나 사회적 지위의 지속적인 상승에 대한 확신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모든 이들이 지출과 부채의 지옥 같은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고 느끼며, 확실한 안정감도 누리지 못한다. 

 

‘9-9-6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은 부동산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조부모와 부모 세대는 부동산으로 상당한 자본을 축적해 전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4) 하지만 기성세대가 누린 이런 행운은 환영일 뿐이다. 새로운 주택 가격의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노후 주택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일 뿐이며, 가파른 집값 상승 때문에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들은 집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 모두가 이 소용돌이를 멈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비단 자녀 양육뿐 아니라 공공 시스템이 보장하지 못하는 노후 대비 자금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개발 업체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음에도 분할금은 계속 내야만 하는 가정도 속출했다.

물론 물가가 낮은 중소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직업 전망이나 교육 기관의 질은 대도시 수준에 결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성공과 사회적 지위의 상징인 대도시를 떠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기도 한다. 

중산층은 자신들의 걱정을 사적 영역에서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고민을 공유하며 집단행동을 주도하기도 한다. 사회적 성공의 규범과 가치관, 끝없는 경쟁과 노동 숭배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파하는 각종 여론 운동도 생겨났다. 가장 잘 알려진 운동으로는 그 유명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상기시키는 ‘탕핑(躺平, 평평하게 누워있기)’ 운동을 꼽는다. 이들은 SNS 놀이를 그만두고 생존에 필요한 일만 하면서, 결혼도 하지 말고 아이도 낳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고 권한다. 저명한 사회학자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이런 행동 윤리를 설파하면서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하는 이들은 열심히 일해 탄탄한 부를 축적한 부모를 둔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대다수에게 ‘누워 지내는 것’은 사치일 뿐이라고 말한다.(5) 다른 지식인들은 이런 세태를 깊은 불안의 표출로 해석하며 사회와 당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 이상 사회의 사다리를 오를 수 없다면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씩 일하는 이른바 ‘9-9-6’ 생활을 대체 왜 계속해야 하는가? 이제 이 사회적 다윈주의를 탈피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분노하며 일어선 중산층

지난 4월에는 지방은행 다섯 곳이 30만 명의 예금을 동결해 여기저기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 은행들은 위험 투자 상품, 특히 부동산 상품에 투자했다가 돈을 다 잃었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여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도 촉발됐다. 중국 전역 100여 개 도시에서 320개 주택 건설 사업의 피분양자들이 은행에 상환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중국의 ‘평준화’의 꿈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기적의 중산층’이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당국이 국민의 불안을 조장해 놓고는 이를 다시 억누르려 든다는 점이 가장 이상하게 보인다. 당이 일하려는 의욕과 시민 의식(그리고 애국심)이 결여된 젊은이들을 우려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학자들은 공공 정책의 약점을 비판한다. 학자들은 의료나 연금 등의 사회 보험의 재정을 늘리고, 사회적 불평등과 초부유층에 맞서며, 교육과 부동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고, 기업 내 직원에 대한 대우를 개선하여, 경쟁만 강조하기보다는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물론 일부 공산당 지도층도 그런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앞서 허난성 금융 당국이 금융사기를 당한 예금자 중 일부를 체포하고 1,300명의 의료 카드를 취소하는 방법으로 시위를 부당하게 진압하려 하자 중앙 정부가 나서서 신속히 피해자들을 진정시켰다.(6) 보상금을 지급했고, 은행 관계자들을 체포했으며, 의료 카드를 취소한 관계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 당국은 정부 부채를 늘려서 중단된 부동산 개발과 건설이 재개되도록 했다.

 

공산당, 중산층 문제를 비중있게 검토해야

물론 ‘중산층’ 문제가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 의제로 다뤄지지는 않겠지만 모든 이들이 염두에 두고 다각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경제 발전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불평등과의 싸움, ‘공동 번영’, 사회 안정, ‘강성한 국가’는 당국의 주된 관심사다. 중산층 문제는 지방 당국이 중앙 정부와 힘의 균형을 맞추는 무기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방 당국은 중산층의 반발을 방지해야 하지만, 국가 관리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중앙 정부가 대신해서 ‘모범 계층’인 중산층에게 예금을 보상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대처가 혁명을 조장하거나 정권의 불안정을 키우지는 않는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에 도전하는 또 다른 정치 집단이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현재 중국의 사회 계약(강력하고 번영하는 중국 거대 일당 체제의 존속)이 과연 시장 민주주의의 형태 안에서 더 잘 구현될 수 있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중산층의 고뇌를 보여주는 여론과 항의의 움직임은 정권보다는 자본주의 사회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범 계층’은 불안을 덜고 안심하고 살고자 하기에,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에서는 중산층 문제를 비중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글·장 루이 로카 Jean Louis Rocca
사회학자, 저서로는 『Class and the Chinese Communist Party. A Hundred Years of Social Change. 계급과 중국 공산당. 100년간의 사회 변화』 (Routledge, 런던, 2022.)가 있다.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Clark W.A., Huang Youqjin, Yi Diachun, ‘Can millenials access homeownership in urban China?’, <Journal of Housing and the Built environement>, Springer, Berlin, 2019년 1월; ‘Multiple home ownership in Chinese cities : An institutional perspective’, <Cities>, 97호, 102518, Elsevier, Amsterdam, 2020년 2월.
(2) 『The making of the Chine middle class. Small prosperity and great expectations』, Palgrave MacMillan, London, 2017.
(3) ‘The Middle class in reforming China: the Dream of classless society’, David Blecher and all, Class and the Communist Party of China, 1978~2021, Routledge, 2022.
(4) Dong Dengxin, ‘Houses account for about 70 pct of Chinese households’ assets, putting pressure on consumption stimulation’, Global Times, Pekin, 2020년 4월 19일.
(5) Sun Liping, ‘Tangping ne se produit jamais au bas de la société 사회 밑바닥에서 탕핑은 절대 불가능’(중국어), <Weibo>, 2021년 6월 13일.
(6) Martine Bulard, ‘La peur du rouge 적색 공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2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