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를 보호하라

[Spécial 이념, 무늬와 진실]

2012-01-06     질 아르디나

비상한 위기 상황에서 객관적 현실을 반영한 갖가지 숫자와 비율, 점수, 퍼센트 등이 공식 발표된다. 통계수치는 정부의 통치 수단이자 최종 증거로서 권위를 갖는다. 그러나 이 수치들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 때로는 논쟁 자체를 차단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금 보호무역주의가 정치적 주목을 받고 있다.(1) 자유무역 옹호자들은 무역 보복 가능성을 들어 이에 반대한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한 국가가 수입쿼터제와 관세를 도입하면, 다른 국가들 역시 보복 조처를 취하므로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된다. 가령 외국 정부가 프랑스 제품의 수입을 제한할 경우 프랑스 수출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프랑스 경제인연합(Medef) 회장 로랑스 파리조는 수출 활로가 막히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프랑스 노동자 4명 중 1명이 수출에 의존해 먹고산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보호무역을 도입하고 국경을 닫아걸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크나큰 환상에 불과하다.”(2) 파리조의 경고는 국민운동연합(UMP) 소속 의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크리스틴 자콥 의원은 “프랑스 국민의 25%가 수출 기업에서 일하는데 국경을 닫고 안으로 숨어버릴 수는 없다”며 보호무역에 반대했다.(3)

환경과 노동, 문제는 둘 다 불평등

Medef 회장과 자콥 의원의 우려는 이른바 ‘개방률’이라고 부르는 지수에 기초한다. 한 국가의 세계화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지수인데,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총수출(재화와 서비스)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된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프랑스의 개방률은 25.4%였다. 총수출(4992억 유로)이 GDP(1조9328억 유로)의 4분의 1에 달했다는 뜻이다. 전세계 개방률 평균은 28% 정도다.

그러나 개방률은 과연 믿을 만한 지수인가? 총수출액 계산은 수출 상품의 판매 가격으로 계산하는 반면, GDP는 부가가치를 모두 합한 값이다. 계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외에서 소비되는 상품은 판매 가격으로 계산되는데, 같은 상품이 프랑스 내에서 소비될 경우 판매 이윤으로 계산된다. 한 상점에 국한해서 상상해보면, 한 상품의 가격표에 기록된 숫자와 동일 상품의 판매 수익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평범한 소비자들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수치로 세계화 정도를 평가하겠다고 나선 전문가들은 제멋대로 뒤섞어버리는 셈이다. 그 결과 개방률은 한 국가의 경제 규모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대평가한다. 이 수치를 근거로 할 경우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한 논쟁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상사회사(商事會社)들을 예로 들면, 평균적으로 총매출이 총부가가치의 3~4배 된다. 연간기업통계분석(Ensane)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농업과 금융 분야를 제외한 프랑스 상사회사 총매출은 3조5940억 유로, 총부가가치는 9760억 유로였다. 다시 말해 총매출이 부가가치의 3.68배였다. 따라서 프랑스 국부 증가에 외국 소비자들이 기여한 비율이 과대평가되었다. 그래도 이 의심스러운 지수를 사용하기 원한다면 프랑스 노동자의 ‘4분의 1’이 아니라 ‘14분의 1’이 수출 덕분에 먹고산다고 해야 옳다.

개방률 25%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다. 세계화 정도가 심화된 작은 나라들을 보면 이 통계수치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금세 알 수 있다. 가령 싱가포르의 개방률은 100%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마디로 싱가포르는 자국에서 생산된 것보다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한다는 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싱가포르의 총수출액은 3579억 달러, GDP는 1822억 달러였다. 개방률이 196.4%인 셈이다.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프랑스 경우 700만 명)의 생활이 곤란해진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무엇보다 자유무역의 폐해를 은폐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생산시설 해외 이전으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았는가. 그 결과 섬유·신발·장난감·조선 산업 시설이 프랑스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자동차 산업마저 전례를 따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프랑스 자동차 생산시설의 3분의 1이 해외로 빠져나갔다.(4)

분노의 시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른바 ‘수입(輸入)된 임금 디플레이션’, 다시 말해 국제 경쟁으로 인한 임금의 경향적 저하는 소비자 구매력을 압박하고 전세계 수요를 급감시켜 부채를 가중한다. 국제수지 불균형은 세계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가중한다. 한쪽에는 엄청난 외화가 쌓여가는데 다른 쪽에서는 극심한 적자에 시달린다. 이런 불균형은 유럽 내부에서뿐 아니라- 유로화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전세계적 차원에서 관찰되고 있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금융 시스템을 항상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과연 보호무역이라는 ‘나무’(가정)는 전 지구적 혼란인 ‘숲’(엄연한 현실)을 가릴 수 있을까?

/ 질 아르디나 Gilles Ardinat 지리학자.

번역 / 정기헌 guyheony@gmail.com


(1) 자크 사피르, ‘위기의 자본주의, 보호무역주의에 길을 묻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3월호.
(2) ‘Les 4 vérités’, <France 2> 채널 방송, 2011년 10월 10일.
(3) <르몽드> 독자와의 대화(온라인), 2011년 10월 10일.
(4)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2009년 자동차를 총 200만 대 생산했다(세계시장의 3.3%). 반면 1999년에는 생산량이 300만 대 이상이었다(전세계 생산량의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