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루악, 다시 우리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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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리는 바다에 가는 것만으로 흡족했다. 그가 원하는 건 그게 전부였다. 폭동, 구타, 결혼식, 그리고 모든 난장판은 지옥에나 가라고 하고 말이다.”(1)
잭 케루악(1922-1969)이 20세에 쓴 소설 『바다는 내 형제』의 한 구절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교사인 빌은, 뉴욕의 한 술집에서 젊은 선원 웨슬리를 만난다. 편협한 이상주의자였던 빌은 고독하고 과묵한 웨슬리에게 매료돼, 모든 것을 버리고 그와 그린란드로 떠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쓰였으나 2011년이 돼서야 미국에서 발견되고 출판된 『바다는 내 형제』가 케루악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어로 번역됐다.
갑작스러운 변화, 자유주의자의 숨결에 내재된 바다의 부름, 존재에 대한 열띤 토론, 사회적 규범의 위반, 남자들 간의 우정, 술을 마시며 객기를 부리는 장면 등이 담긴 이 소설은 15년 후 이 작가를 성공으로 이끈다. 하지만 케루악은 이 소설이 너무 고전적이라고 생각하고 미완으로 남겨 뒀다. 1940년대 말 케루악은 재즈의 리듬과 ‘때리다’라는 동사, 그리고 행복의 종말을 지칭하는 ‘비트’라는 단어로 ‘비트 세대’라는 용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신이 이 세대에 속해 있다고 주장하면서, 『바다는 내 형제』에 담아낸 주제들을 몸소 실현한다.(2)
오늘날 케루악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수많은 책들은 이 작가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내향적이고 고독한 성격으로, 좋아하는 책과 작가(토마스 울프와 아르튀르 랭보 등)에 몰두하던 케루악은 윌리엄 버로우즈,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신비로운 방랑의 여정을 나선다. 그 여정은 술, 마약, 불교 경전 연구 등으로 미국 중산층의 순응주의에 반대하는 필사적인 저항의 여정이다.
『길 위에서』(3)의 초판은 1957년에 발간됐으나 훼손 및 변색됐고, 50년 후 제대로 된 정식 판본이 발간됐다. 이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기 전, 케루악은 주머니 속에 수첩을 넣고 다니며 금기를 거부했다. 그는 “순간의 덧없는 순수함”을 포착하며 모험심과 강박적 성향이 강한 자신을 전설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케루악은 47세에, 생전에 종종 도피처로 여겼던 어머니의 집에서 지병인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케루악은 “일요일 오후 재즈 공연에서 긴 블루스를 연주하는 재즈 시인처럼 보이고 싶다”라고 했다. 케루악이 생전에 펴낸 유일한 시집인 『멕시코시티 블루스(Mexico City Blues)』(4)는 그가 비밥과 마리화나의 영향으로 상상해낸 위대한 비행을 보여준다. 242개의 합창으로 구성된 이 시집에서 케루악은 즉흥 연주를 하는 음악가처럼 리듬, 사운드, 프레이즈를 살려 합창의 진정한 의미를 만들어낸다. 케루악의 시에 나타나는 또 다른 긴장은 그의 불교 경전 연구와 일본 하이쿠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5)
또한 케루악은 친구의 조언으로 작가답게 늘 주변을 관찰하며 ‘스케치’를 했는데, 마치 화가의 스케치북 같은 작은 수첩에 글을 쓰곤 했다. 글이 빼곡하게 적힌 이 수첩에서 많은 미공개 유작이 발견됐다.(6) 하지만 그는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3행 17음절의 하이쿠를 지을 때는 그 같은 즉흥성과 불완전성을 억누르며, 하이쿠의 형식적 제약에서 오히려 신비주의와 자유를 경험했다.
글·카를로스 파르도 Carlos Pardo
번역·김루시아
(1) Jack Kerouac, 『L’Océan est mon frère 바다는 내 형제』, Pierre Guglielmina 번역, Gallimard, Paris, 2022년.
(2) 『Sur les origines d’une génération―Le dernier mot 한 세대의 기원―마지막 말』, Pierre Guglielmina 번역, Gallimard, (Folio bilingue), Paris, 2022년, 153페이지, 9.40유로.
(3) 『Sur la route―Le rouleau original 길 위에서-원본 묶음』, 오디오북, Josee Kamoun 번역, ‘Écoutez lire’ 선집, CD 2장.
(4) 『Mexico City Blues 멕시코시티 블루스』, Pierre Joris 번역, Poetry/Gallimard, Paris, 2022년. 1971년 출판된 유고 시집 『흩어져있는 시들 Poèmes dispersés』은 이중언어판(Philippe Mikriammos 번역, Seghers)으로 최근 재발간됐다.
(5) 『Le Livre des haïku 하이쿠의 책』, 이중언어판, 베르트랑 아고스티니 Bertrand Agostini 번역, La Table ronde, Paris, 2022년.
(6) 『Le Livre des esquisses (1952-1954) 스케치의 책 (1952-1954)』, Lucien Suel 번역, La Table ronde, Paris, 2022, 378페이지, 9.20유로. 『Le Livre des rêves 꿈의 책』, Philippe Mikriammos와 Christine Taylor 번역, Gallimard (L'Imaginaire), Paris,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