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이 쏟아지는 전쟁 무기, 강간

2022-10-31     일리오네 슐츠 l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강간사건들이 반인륜범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국제형사재판소가 밝힐 것이다. 그러나 정의를 실현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7월 초 테티아나와 루드밀라를 태우고 벨라루스 국경 근처로 향하던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우리는 야히딘(Yahidne) 마을로 가는 중이다. 이 마을은 한 달 가까이 러시아군에게 점령당했다. 마을 주민 350명이 지하실에 강제로 억류됐고, 여기서 성폭행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라고 테티아나는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SEMA)의 운동가인 테티아나와 루드밀라는 조사차 이곳에 왔다. 창문이 깨진 채 버려진 어느 학교의 경비원은 “러시아군이 요구했지만, 우리는 여자들을 넘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 여성이 망설이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억류에서 풀려난 후 집안에서 콘돔들을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피해 여성 두 명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현대전에서 조직적인 무기가 된 전시 강간

전쟁이 시작되고 몇 주가 지난 5월 말부터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부차, 이르핀 등의 마을들을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저지른 성폭력 사건들이 소셜네트워크와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남편 앞에서 여러 러시아 군인들에게 성폭행 당한 여성, 부차에서는 자기 집 정원에서 나체로 발견된 여성도 있었다. 강간당한 후 살해된 이 여성은 전라의 상태에서 모피 외투만 덮인 채 발견되었다. 5명의 러시아 군인에게 성폭행당한 십 대 소녀 두 명은 치아가 부러졌다. 4월 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사례가 수백여 건 보고되었다고 말했다. UN 대표들, EU와 미국의 지도자들은 분개했고, 진상조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무기가 된 강간사건을 다루게 됐다. 

전시에 일어난 강간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현대전에서 강간은 조직적인 전쟁무기가 돼버렸다. 정치·군사 당국은 상대를 모욕하고, 파괴하고, 지배하기 위한 전략적인 수단으로 강간을 사용한다. 강간이 전쟁무기가 된 것은 유고슬라비아 전쟁 때부터다. 전쟁무기가 된 강간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구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2001년)는 반인륜 범죄를 처벌한 첫 사례, 르완다특별재판소(1998년)는 집단학살을 처벌한 첫 사례일 것이다. 강간과 성폭력은 2002년부터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이후, 수많은 전시 성범죄 발생

우크라이나 전쟁 중 벌어진 범죄를 다룰 재판소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일어난 강간사건들을 판결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2020년 12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강간과 성폭력을 포함한 수많은 전쟁범죄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고 발표했다.(1)

2015년 돈바스에서 테티아나와 루드밀라는 우크라이나 부대(일명 Tornado)에 의해 며칠 동안 억류됐었고, 두 사람은 성추행과 강간위협을 당했다. 사실 그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교전국의 국명이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었으며, 국가 통제 구조가 무너진 상태였다. 국경 양쪽의 검문소 근처나 억류 중에,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이나 전투군인 그리고 친러시아 분리주의자 군인들이 성폭력을 정말 많이 저질렀다. 위협하고, 두려움을 심어주고, 벌주고, 정보를 얻기 위해 그들은 강간, 사물을 이용한 강간, 집단 강간, 위협, 나체 강요, 전기 성고문 등을 저질렀다. 게다가 분리주의자들은 재산과 금전도 강탈했다. 

국제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전략적인 목적이 아닌 고문으로써 이러한 폭력을 저질렀다고 한다.(2) 국제인권위원회는 <2021년 보고서>에서, 2014년부터 억류 중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약 340명에 이르며 그 중 분리주의자 측은 170~200명, 우크라이나 측은 140~170명이라고 밝혔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는 과소평가된 수치이며, 국제인권위원회는 8년 전부터 크름과 분리주의 공화국의 억류 장소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것을 보아온 피해자들은 복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증언이나 고발을 하지 않는다. 2017년 국제인권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이미 강조한 바 있다.(3)

성폭력피해자 지원센터(SEMA)를 창설한 이리나 도프간의 삶은 이러한 역경을 잘 보여준다. 2014년 봄, 그녀는 도네츠크 인근에서 분리주의자 그룹에 의해 납치되어 기둥에 묶인 채 폭행당하고 공공장소에서 모욕당하고, 옷이 벗겨진 채 가슴을 구타당하고 강간 위협까지 받았다. “사실 내가 당한 일의 5%밖에 말하지 않았다...”라고 금발의 우아한 58세 이리나는 키이우 인근 자택 정원에서 고백했다. 그녀는 2016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고, 2017년 군 검찰에게 신문을 받았으나 그 후 몇 년 동안 그녀의 자료는 사라졌다. 2021년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SEMA)를 조직한 후, 센터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에서야 검찰은 그녀의 사건에 대한 소송절차에 들어갔다. 그 후 오늘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우크라이나군도 돈바스 지역에서 다수의 성범죄 저질러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2020년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750번 이상 조사를 했었지만, 여러 인권 보호 단체들의 보고서들에 따르면 이마저도 사실상 활동 정지 상태라고 한다. 2021년 국제앰네스티는 “(정부가) 2014~2016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에 의해 불법 구금당하고, 고문당하고, 사망한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돌려주기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라고 분개했다.(4) 어쨌든 2016년 우크라이나 민주주의를 위한 시험 소송에서, 우크라이나 Tornado 부대 군인들은 돈바스에서 성폭행과 강탈을 저지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비공개로 이뤄진 이 소송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우크라이나군 지지자들은 사법부를 협박하기 위해 법원 안팎에서 폭력을 쓰고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8명의 전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8~11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쟁 범죄임에도 그 누구도 전쟁 범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형법 438조 전쟁범죄 조항에서는 성범죄에 대해 상세히 명시하지 않고, 명확하게 다루지 않아 재판관의 업무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더구나 2019년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법을 수정하기 전까지, 사물을 이용한 강간과 동성 간 성폭행은 법적으로 성폭행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러시아군, 정치적・군사적 지배 전술로 성폭력 악용

인류학자이자 전쟁범죄 전문가인 베로니크 나훔그라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시 성폭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집단 강간, 특히 러시아군이 정치적・군사적 지배 전술로 성폭력을 이용한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UN 감시위원회 대표인 마틸다 보그너는 피해 규모가 전쟁 초반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미 러시아군이 저지른 수십 건의 성범죄 사례를 알고 있다. 성폭행은 대부분 가족이나 주민들 앞에서 남자, 여자, 아이들을 가리지 않고 저질러졌다. 여성에 대한 집단 강간 대부분은 남자들이 감금시켜놓고 저지른다. 우크라이나 인권변호사인 라리사 데니센코는 “내가 변호하는 여성을 9명의 남성이 집단 강간했다”라고 고백했다.

7월 우크라이나 검찰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성폭력 43건을 조사했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헬싱키 인권그룹 소속 올레크산드르 파빌첸코는 설명했다. 그는 많은 피해자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동네에서 낙인이 찍혀 결혼을 못 할 것을 두려워하며 나라를 떠났다.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들이 결코 처벌받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키이우 전 인권대사인 루드밀라 데니소브의 실망스러운 사건 이후 피해자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그녀는 전쟁 발발 직후 핫라인을 개설해, 450건의 성폭행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 잔혹한 내용을 매우 상세하게 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 그녀는 2022년 5월 말 대통령에 의해 면직됐고, 며칠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과 서구의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일부 증언들을 과장했음을 인정했다. 키이우의 한 NGO 단체 소속으로, 성폭행 사례 내용을 잘 아는 한 사람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사례들 중에는 물론 진짜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성폭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녀는 아마도 성범죄에 복수하고, 더 많은 무기를 얻으려 사회를 자극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러시아의 선동에 큰 도움만 줄 뿐이며, 피해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우크라이나 형법수정이 당면과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명 주저

UN 인권위원회는 러시아 침공 이후 성범죄의 조직적인 성격과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지켜보고 있는 다수의 단체들 특히 유엔안보협력기구(OSCE)(6)는 강간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무기처럼 쓰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연히 푸틴이 모든 우크라이나 여성을 강간하라고 쓴 명령서가 있을 리는 없다.” 라리사 데니센코 변호사는 이같이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명령 체계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그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동 소총 64부대에 군사 훈장을 수여했다. 64부대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벌어진 강간 및 수탈의 주동자로 추정된다. 인류학자 베로니크 나훔그라프는 전쟁 초기의 사기를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군은 이번 전쟁이 “나치에게서 우크라이나인들을 구하기 위한 임무”라고 공공연히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현지 주민들의 반발에 맞닥뜨렸다. 따라서 “이 전쟁의 의의조차도 잘못됐다. 거기에 계급장까지 포기하면 수탈의 조건이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베로니크는 폭력의 원인 중 하나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가적, 국제적인 조사들은 유죄를 증명하기 위해 끈기 있게 퍼즐의 조각들을 모아야만 한다. 국제형사재판소는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들만을 다루기 때문에 수많은 인권 옹호자들은 우크라이나 재판관과 국제 재판관이 함께 하는 새로운 재판소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재판소를 기다리는 사이 칼자루는 우크라이나 사법부가 쥐고 있다. 올레크산드라 마티비추크는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형법 수정이라고 말한다. 시민자유를 위한 센터(2022년 노벨평화상 수상한 우크라이나 NGO단체)는 몇 년 전부터 2689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다. 이 법안은 성폭력을 비롯한 처벌 가능한 반인권 범죄와 전쟁범죄를 더욱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법안은 2020년 우크라이나 국회에서 인준된 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다. UN 인권위원회의 파빌첸코는 “군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반대한다. 전쟁으로 군인들은 영웅이 되었기에 현재로서 정치권은 법안 수정의 의지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냥 침묵할 뿐이다”라고 마티비추는 요약했다. 

 

 

글·일리오네 슐츠 Ilioné Schultz
기자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Statement of the prosecutor, Fatou Bensouda, on the conclusion of the preliminary examination in the situation in Ukraine>, 2020년 12월 11일, www.icc-cpi.int
(2) <Conflict-related sexual violence in Ukraine 14 March 2014 to 31 january 2017>, Office of the United Nation,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www.ohchr.org
(3) Op.cit.
(4) <Ukraine 2021>, Amnesty International, www.ammensty.org   
(5) Matthias B au, Sophie Tmmermann, <Reports of sexual violence in the war : Why the Ukrainian parliament dismissed human rights chief Denisova>, Correctiv, 2022년 8월 11일
(6) <OSCE Secretary General condemns use of sexual violence as weapon of war, urges for international support to survivors>, OSCE, 2022년 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