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이제 ‘모두의 스포츠’가 아니다
공공 수영장이 초대형 아쿠아틱 센터로
프랑스에는 유럽 최대의 가족용 아쿠아틱 센터가 있지만, 프랑스 아동의 상당수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수영 교육을 위해 설립된 공공 수영장이 부자들의 여가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학교에서 수영을 배우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 결과, 매년 1,000여 명이 익사하고 있다.
오베르빌리에 아쿠아틱 센터 부지를 둘러싼 금속 펜스와 텃밭 사이에 놓인 사다리 사이로 공사장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 채소와 과일나무들이 줄지어 있던 4,000㎡의 부지는 이제 평평한 흙바닥이 돼 천공기와 래미콘, 그리고 그 주변을 바쁘게 움직이는 노동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텃밭 지키기 투쟁, “테라스 설치 반대”
“우리의 텃밭이 콘크리트로 덮이는 것을 막고자, 지난주부터 시위 중입니다.” 텃밭 주인 중 한 명인 돌로레스 미자토비크가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이 노르트담데랑드를 ‘지켜야 할 지역(ZAD, Zone À Défendre)’으로 명명하며 신공항 건설을 반대했듯, 우리는 이곳을 ‘지켜야 할 텃밭(JAD, Jardin À Défendre)’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가 2024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오베르빌리에 시는 올림픽 경기가 치러질 아쿠아틱 센터를 유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쿠아틱 센터는 생드니 시에 건설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오베르빌리에의 전 시장이었던 공산당 출신 메리엠 데르카위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사용될 스포츠 센터의 설립권만 확보했다. 총 3,300만 유로의 공사비 중 1/3을 올림픽용 건물 건설 회사(공공 기업 Solideo)가 조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중도우파동맹인 민주독립연합(UDI) 출신으로 오베르빌리에의 신임 시장직에 오른 카린 프랑슬레가 이어받아 추진하게 됐다. 이 스포츠 센터에는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과 같은 규격의 길이 50m 수영장과, 길이 25m의 일반용 수영장이 있다. 또한 사우나와 목욕탕이 있는 여가 공간, 헬스장, 테라스 등이 있다. 오베르빌리에 시는 이 공간의 운영을 이 분야의 대형 사설 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우리는 채소밭이 있던 구역에 테라스를 설치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100여 년 역사의 이 구역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며, 많은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오베르빌리에 텃밭 보존 단체의 아르튀르 몽데지르는 설명했다. “주차장이었던 구역에 수영장을 세우는 것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수영장을 원합니다. 시는 이 스포츠 센터가 수영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큰 규모의 스포츠 센터 한 개보다는, 적당한 규모의 수영장 여러 개가 시민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2020년 11월에 발표된 불평등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베르빌리에 시민의 45%가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한다. 스포츠 센터가 설립되면 오베르빌리에 요새의 친환경 개발 프로젝트와 오베르빌리에 요새 인근에 들어설 지하철역 주변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여유 있는 중산층의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오베르빌리에 시의 야심은 현재 한풀 꺾인 상태다. 스포츠 센터 설립에 반대하는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3월 9일 파리항소법원이 이 프로젝트에 관련된 코뮌 단체가 수립한 코뮌 간 도시개발 계획에 제동을 걸고 공사 중단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베르빌리에의 시장인 카린 프랑슬레와 코뮌 공동체장인 마티유 아노탱은 수영장 관련 시설만 추진하고 테라스 설치는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오베르빌리에 텃밭 주인들의 투쟁은 시민들의 모델이 됐다. 발파리시 코뮌 공동체가 추진한 올림픽 수영선수 훈련센터 설립도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의 이유는 4,500만 유로라는 예산, 학교와의 먼 거리, 토양 인공화 등이다. 예산 1억 8,000만 유로의 생드니 올림픽 경기장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생드니 지역에 경기장을 세운다는 것과 사회적·지역적 격차를 강화한다는 것 때문에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공공 수영장과 목욕탕의 역사
초기 프랑스의 공공 수영장은 19세기 말에 등장했다. 몸을 깨끗하게 씻고 이용하라는 의미에서 목욕탕 시설과 함께 지어졌다. 파리 최초의 실내 수영장은 1884년에 개장한 샤토랑동 수영장이었다. 빌레트 공장 덕분에 온수 이용이 가능했고, 40m 풀장과 목욕탕이 설치돼 있었다. 뒤이어 대형 공장 소유주와 산업 기업들에 의해 여러 개의 수영장이 세워졌다.(1)
선구자 중 한 명인 장 바티스트 앙드레 고댕은 1870년 그가 운영하던 주물 프라이팬 공장 근처에 집, 상점, 아방가르드한 수영장으로 구성된 생산협동조합 공간을 만들었다. 수영장 바닥은 이동식 격자망으로 깔고, 공장에서 생산한 에너지로 따뜻하게 유지했으며, 공장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20세기 초에는 도시 계획자들이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 단지에 수영장을 설치했다. 뷔트루주(샤트네말라브리) 전원도시의 수영장도 센 데파르트망의 임대주택공급청이 주민들에게 청결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독려하고자 지어졌다.(2)
그러나 프랑스에서 수영은 선순위 운동이 아니었다. 1924년 올림픽을 치르기 전까지 프랑스 내 수영장은 20개, 그중 7개는 파리에 있었다. 당시 독일에는 수영장이 1,362개, 영국에는 806개 있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파리는 국제 규격에 부합하고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수영장을 여러 개 지었다. 건축가가 ‘수영하는 공장’으로 만들기를 원했던 뷔토카유 수영장과 길이 50m의 조르주발레리 수영장이 그 예다. 렌(생조르주 수영장)과 리옹(가리발디 수영장)처럼 수영의 활성화를 위해 수영장을 지은 도시들도 있었다.
1936년에 집권한 인민전선은 스포츠와 여가의 민주화 작업에 착수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근린생활시설의 개발은 중단됐다. 1945~1960년에는 수영장 수가 늘지 않았다. 수영과 물놀이는 강, 호수, 해안가에서 주로 이뤄졌다. “이 평화로운 시기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익사였습니다.” 수영강사와 구조대원을 위한 노조(SNPMNS)의 창립자 악셀 아모트가 말했다. “앙드레 블라티를 위시한 수영선수들은 익사를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고, 수영장 유료 이용객들을 위해 구조대원 상주를 의무화하는 1951년 5월 24일 법률 채택을 위해 힘썼으며, 수영강사와 구조대원이 되기 위한 학위(MNS)도 신설했습니다. 수영장 이용객들의 감독뿐만 아니라 수영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였습니다.”
1960년부터 수영이 공익 서비스로 인식되면서 학생 대상 수영 교육이 시작됐다. 정부는 수영장 설립비를 보조해줬으나, 대부분의 수영장 프로젝트는 예산 부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면서 수영장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한 프랑스 수영선수들의 초라한 성적표가 시발점이 됐고, 1969년 여름 캠프에 참여 중이던 19명의 아동들이 루아르 강에서 익사한 사건과 토농레뱅의 레만 호수에서 배가 좌초하면서 총 24명이 사망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 이듬해에 청소년과 스포츠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은 ‘수영장 1,00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저렴한 비용으로 프랑스 전역에 수영장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프랑스 영토 곳곳에 투른솔 수영장, 칸통 수영장, 이리스 수영장, 플랭시엘 수영장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장했다. 25m의 사각형 풀장과 15m의 교육용 풀장은 물론, 1년 내내 사용이 가능하도록 천장을 여닫을 수 있는 덮개가 설치된 수영장들이었다.
‘이용객’과 ‘고객’의 차이는?
“그렇게 822개의 수영장이 지어졌습니다.” 릴 대학교의 체육학과 강사인 파비앵 캉포렐리가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수영장 관리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습니다.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지역 의원들은 수영장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일 방법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포츠와 여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아쿠아틱 센터를 고안해낸 것입니다.”
1989년, 당시 파리 시장이던 자크 시라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아쿠아틱 센터를 개장했다. 파리 포르트드베르사유에 위치한 아쿠아 불르바르다. 포레스트힐 기업이 파리시의 지원을 받아 시공한 이 아쿠아틱 센터에는 거대한 슬라이드, 폭포, 물대포, 보트, 아쿠아로빅과 아쿠아 싸이클 수업을 위한 풀장, 헬스장이 있다. 시공비는 무려 4억 5,000만 유로에 달했다. “아쿠아틱 센터는 수영을 교육과목이나 스포츠로 다루지 않는, 그저 즐기기 위한 공간입니다.” 수영장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바뀌었다. 아쿠아 불르바르가 개장한 이후부터 ‘건강을 위한 스포츠’와 ‘웰빙’을 강조한 공공 아쿠아틱 센터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2018년 공공 연간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공공 수영장이 ‘구식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수영장의 50% 이상이 1977년 이전에 지어져 시설이 노후됐기 때문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3) 감사원에 따르면 운영비 적자가 수영장 당 평균 64만 유로로 하나의 코뮌이 감당하기에 힘든 수준이라, 이제는 코뮌간협력공공기관(EPCI)의 주도로 건설되는 아쿠아틱 센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원금을 대폭 줄인 탓에 지자체가 수영장의 공사 발주, 운영, 자금조달을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보고서는 프랑스의 수영장 공급량은 영국 등 주변 국가에 비해 높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 거주지역(QPPV)의 인당 아쿠아틱 센터 비율은 프랑스 전체 평균보다 40% 낮다. 또한 감사원은 현재 수영장들이 대중의 새로운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아쿠아틱 센터에 좀 더 다양화된 활동 프로그램(수영 교육, 여가, 휴식 등)을 개발하고 정부는 수영장 공사비의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공공 수영장의 대표들 대부분은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오랫동안 수영강사 생활을 하던 사람들로, 안전, 위생, 수영 교육이 주된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이들에게 경영인, 영업인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영강사 지도자였다가 퓌졸(로트에가론)의 말방트르 아쿠아틱 센터 대표를 지낸 티에리 브레지용은 말했다. “이 때문에 학계 인사, 기업의 마케팅과 영업 분야 전문가, 대형 유통업체 출신에게 수영장 대표를 맡기는 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지역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수영장의 예산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적자를 당연시하며 지자체의 일반 경비로 메꾸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은 지역 의원들이 수영장의 운영 상태에 날을 세우고 있다.
“엄격한 관리와 건물의 에너지 효율 증가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에너지 비용과 수질 관리 비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협회에서도 지원을 받습니다. 2022년에 지자체들은 수영장 운영비를 확실히 덜 지출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지역 의원들은 운영비를 더 많이 줄이기를 원합니다. 의원들은 인건비와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고 수강생이 적은 수업은 폐강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수영 교육 시간까지 줄이자고 말합니다. 그래서 최근의 흐름은 수영장을 유료 고객들로 채우고, 아쿠아로빅, 아쿠아 싸이클, 아쿠아 복싱, 온천, 사우나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이용객 대신 ‘고객’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공공 시설이지만 사실상 민영 시설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브레지용이 설명했다. 1996년 몽펠리에 시는 앙티곤 올림픽 수영장을 개장했다. 길이 50m, 깊이 3m의 레인 9개로 이뤄진 경기용 수영장이 있고, 대부분의 공공 수영장과 달리 거의 24시간 운영된다. 그러나 이 수영장은 이제 ‘앙겔로티’ 수영장으로 불리고 있는데, 한 부동산 개발 기업이 홍보 목적으로 이 수영장에 자사 창립자의 이름을 붙이는 대가로 6년 동안 매년 12만 유로씩을 지자체에 납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공 서비스 대행(DSP) 업체의 허점들
이제 대부분의 지자체는 수영장 관리를 베르 마린(Vert Marine), 레크레아(Récréa), 에칼리아(Equalia), 협회 겸 영리 기업 UCPA와 같이 공공 서비스 대행(DSP)을 전문으로 하는 사설 업체에 맡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5년 이후에 문을 연 수영장의 30%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 전역에 위치한 4,135개 수영장의 15%에 해당한다. 스포츠 담당 의원협회(ANDES)의 대표인 시릴 클루는 말했다. “지자체가 해당 지역 아쿠아틱 센터의 관리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이유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비를 부담하고, 운영 모델을 정의하는 능력을 내부적으로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는 갱신이 가능한 5년 만기계약을 외부업체와 체결하면서,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학생, 일부 협회, 스포츠 클럽과 유료로 이용하는 고객들에 관한 기준을 정한다. 프랑스의 공공 수영장은 입장료를 받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여가, 웰빙, 스포츠, 각종 예술적인 활동, 식음료 서비스, 매장 운영과 관련된 세부 사항들을 결정할 수 있다.
“대형 사설업체들은 주로 헬스장 운영에서 얻은 노하우를 공공 수영장에 도입했습니다. 회원제 운영, 활동 프로그램의 축소, 대상층 세분화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캉포렐리가 말했다. 그러나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부작용도 있다. 브레지용은 말했다. “아쿠아틱 센터를 DSP 형태로 관리하는 업체가 유지 보수에 너무 소홀해서, 의원들이 감사를 요청한 사례가 몇 건 있었습니다. 이 지자체들은 수영장 운영 정상화를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지자체가 수영장을 직접 관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사설 업체는 매년 지자체로부터 공공 서비스 이행에 대한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감사원은 계약서 조항의 대부분이 이런 외부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지자체에 받는 지원금의 성격과 금액을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고, 허용된 지원금 이상을 수령하기도 한다.
DSP가 누리는 또 다른 혜택은 인력관리에 관한 것이다. 본래 지방직 공무원의 고용 관련 규정은 엄격하다. “그러나, DSP 업체는 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렌 시립 수영장의 서비스 책임자인 티에리 프라트가 말했다.(4) 수영장의 운영 주체가 DSP 업체로 바뀌면 수영장을 담당하던 공무원은 대기 발령을 받거나 다른 곳으로 파견된다. 그리고 새로운 근무 조건을 수용한 이들이 팀에 합류한다. 다른 직원들도 노동 유연성과 기업 정신을 강조하는 노사 단체 협약에 동의해야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DSP 업체의 경영방식은 공공 기업에 비해 훨씬 더 유연합니다. 더 쉽게 사람을 고용하고, 교육하고, 업무 결과를 평가합니다.” 생드니 올림픽 수영장을 포함해 총 90개의 아쿠아틱 센터를 관리하는 레크레아 그룹의 대표 질 세르장이 설명했다. 그러나 악셀 라모트는 그의 낙관론에 반박했다. “노동 재판소에 DSP로 관리되는 아쿠아틱 센터 직원들의 소송 건이 늘고 있습니다. 수영강사들의 월급이 줄어들고, 노동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월급도, 수도 줄어든 수영강사
세실 와테를로는 현재 솜에 위치한 아콰리암 아쿠아틱 센터의 대표다. 그녀는 이 업계의 모든 직업군에서 경력을 쌓았다. 수상 안전요원 기본 자격증, 수상 안전요원 및 구조대원 국가 자격증(BNSSA), 그리고 수영강사와 구조대원 자격증(MNS)를 대체한 수상 스포츠 강사 국가 자격증(BEESAN)까지 취득했다. “수영업계는 남성 중심적인 만큼 저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야 했습니다.” 그녀가 관리하는 아쿠아틱 센터는 한때 대형 사설 업체가 DSP 방식으로 운영했다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와테를로는 본래 헬스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저의 주종목을 피트니스에서 수상 스포츠로 바꾸었고, 수중 레크리에이션, 건강을 위한 스포츠, 웰빙 스포츠 등으로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지금은 수영강사와 스포츠 강사 교육도 담당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영강사 업계는 수영장의 변화 과정을 함께 겪었다. 수영강사와 구조대원 자격증(MNS)은 수영 교육 분야를 강화한 수상 스포츠 강사 국가 자격증(BEESAN)으로 바뀌었다. 수상 안전요원 및 구조대원 국가 자격증(BNSSA) 취득자는 원칙적으로 수영 교육을 할 수 없지만 성수기에는 해변과 수영장에 투입돼 MNS 직종을 지원했다. 아쿠아틱 센터가 증가하고 DSP 업체가 범람하면서, 수상 스포츠와 수영 전문 청소년, 대중 교육, 스포츠 전문가 자격증(BPJEPS AAN)과 같은 새로운 자격증도 등장했다.
“스포츠부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자격증을 만들었습니다. 스포츠 강사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회 스포츠 지도자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파비앙 캉포렐리가 말했다. “이것은 신체 및 스포츠 활동학과(STAPS) 학생들에게 수영강사라는 직업이 인정을 받기 시작한 시기와도 일치합니다. 수영장 관리와 관련된 공인 자격증은 현재 6개에 불과합니다. 현장에서 수영강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022년 4월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여름마다 수영장과 해변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해진다.(5) “곳곳에서 수영강사를 못 구해 난리지만, BPJEPS ANN을 따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근무 조건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수영강사 및 구조대원 협회(FMNS)의 사무총장인 장미셸 라푸는 강조했다. “대다수가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직업을 바꿉니다. 이 자격증을 따려면 6,500유로의 학비를 지불하고 1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집세와 식비를 포함하면 아마 1만 유로는 들 것입니다. 이 비용을 감당할 청년이 얼마나 될까요? 일부 교육기관은 청년들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합니다. 예전에 MNS 교육과정은 방학 기간에 진행됐고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1,000명이 물에 빠져 죽는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수영장의 공무원 수는 점점 줄고 있고 6년 이상을 근무해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DSP 업체는 처음부터 계약직만 고용한다. “수영장 일은 무척이나 고됩니다. 수영강사라는 직업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운영자가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와테를로가 한탄했다. 수영강사가 되려는 청년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낮은 보수, 불규칙한 근무 시간,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이다. 특히 여름마다 구조대원의 상주를 필요로 하는 붐비는 수영장에서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
1958년부터 여름마다 해변에서 감독관 임무를 수행해오던 경찰관들(MNS-CRS)의 수도 줄어들고 있어 수영강사의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이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비판하는 의견을 내자, 당시 내무부 장관이던 제라르 콜롱브는 2018년에 “이들이 경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코뮌들은 이 경찰관들을 서서히 전문가들로 대체하고 있고, 이제는 해변의 감독 비용도 전적으로 부담하게 됐다.
“이제 이 일을 그만둘 시점이 됐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느베르 아쿠아틱 센터의 대표인 크리스토프 보드라즈가 털어놓았다.” 익사 예방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15년 전에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심각한 상태입니다. “매년 프랑스 공중보건국은 여름휴가 기간에 발생하는 ‘익사 사고(익사 자살과 구분됨)’ 건수를 발표하고 그 수치를 바탕으로 연간 익사 사고 건수를 추정한다. 공중보건국은 익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연평균 약 1,000명으로 추정하며(절반은 여름에 발생함), 익사는 25세 이하 인구가 일상생활 중에 발생하는 사고로 사망원인 1위다. 이런 어림 계산 결과는 익사 예방은커녕 수중 사고에 관한 연구와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름휴가 기간 중의 익사 사고는 주로 바다(2018년 사망자의 40%), 하천(22%), 호수(18%)에서 발생한다. 공공이나 사설 수영장에서는 익사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3%), 가족용 사설 수영장에서는 5세 이하의 영유아와 65세 이상의 노인을 중심으로 익사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14%). 안전, 환경, 사회생활 측면에서 보면, 프랑스가 사설 수영장 320만 개로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사설 수영장이 많은 국가라는 사실을 그저 기쁘게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런 익사 사고는 “대부분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라고 공중보건국은 덧붙이면서, 수영을 배우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2016년 조사에서 성인 7명 중 1명은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고, 3명 중 1명은 50m 이상 수영을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한다.(6) 수영 교육은 이론상 “국가의 최우선 과제”이자 “기본적인 능력”에 포함된다고 교과 과정은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학생들의 수영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5학년 말에는 88%의 학생들이 수영을 할 줄 안다고 답했지만, 6학년(중학교) 입학 시점에는 82%만이 수영 교육 수료증(ASSN)(2022년에 안전 수영 인증서(ASNS)로 변경됨)을 취득했고 19%는 평가 시험에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7)
반세기 전으로 퇴보한 수영 교육
수영 교육에 대한 접근성은 코뮌 별로 데파르트망 별로 여전히 편차가 심하다. 공교육관리국의 조사결과, 2014년 센생드니에서 6학년이 되는 학생 중 ASSN을 받은 학생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8)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로 한동안 수영장이 폐쇄됐던 탓에 현재 수영을 할 줄 모르는 학생들의 수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푸에 따르면 이는 전적으로 공교육의 문제다. 주변에 수영장이 없거나, 가능한 수영 교육 시간대가 없거나, 또는 수영장까지 학생들을 이동시킬 버스의 대절 비용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치지 못하는 코뮌이 많다. 게다가 초등학생의 수영 교육에는 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전문가나 자격을 갖춘 자원봉사자의 지원도 필요하다.
“많은 지자체들은 학교 수영 교육을 진행할 때 비용을 들여 수영강사에게 맡기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나 퇴직자와 같이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그나마 그런 사람들을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장미셸 라푸가 한탄했다. 수영강사의 상주는 각종 활동을 감독할 때만 의무다. “아쿠아틱 센터가 주로 코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실제 수영 교육 시간도 길지 않은데 교육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에 수영강사 부족 현상까지 맞물려 아주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최근에는 1년 내내 이용이 가능한 야외 온수풀을 설치하는 아쿠아틱 센터가 늘고 있다. 특정 고객에게는 만족스러운 혜택일 수 있지만, 학생들의 수영 교육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센생드니 시와 마르세유 시청 등 많은 코뮌은 수영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동네에 크기가 작은 이동식 임시 수영장을 설치해 수영강사가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칠 수 있게 하고 있다. 라푸는 말했다. “수영장 1,00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행되기 전인 19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도시마다 작은 이동식 플라스틱 수영장을 설치하고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던 때였지요. 완벽한 퇴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글·필리프 바케 Philippe Baqué
기자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Piscines et paternalisme 수영장과 온정주의, 문화유산 총목록, 오드프랑스 레지옹, 2017.
(2) Antoine Le Bas, Des piscines et des villes : genèse et développement d’un équipement de loisir 수영장과 도시 : 여가 시설의 기원과 발전, 도시의 역사 n°1, 2000/1.
(3) Les piscines et centres aquatiques publics : un modèle obsolète 수영장과 공공 아쿠아틱 센터 : 구식 모델, 감사원 연간 보고서, 2018년 2월.
(4) Jean-Damien Lesay, Sports – Régie directe ou DSP, les piscines nagent entre deux eaux 스포츠 - 직접 운영이냐 DSP냐, 선택의 기로에 선 수영장, 국토은행, 2016년 11월 18일.
(5) Recensement des besoins en surveillance de piscines 수영장 감독의 필요성 조사, 스포츠 담당 의원협회 공동 조사, 2022년 2월 28일 발표.
(6) Gaëlle Pédrono, Jean-Baptiste Richard, Bertrand Thélot & 2016년 보건지표 그룹, Capacité à nager des 15-75 ans de France métropolitaine. Analyse des données des baromètres santé 2010 et 2016 프랑스 본토에 거주하는 15~75세 인구의 수영 능력. 2010년과 2016년의 보건지표 자료 분석, <Bulletin épidémiologique hebdomadaire>, 2017년 5월 30일.
(7) Thierry Maudet & Véronique Éloi-Roux, Pour une stratégie globale de lutte contre les noyades 익사 예방을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위해, 청소년 및 스포츠 감독청과 공교육 감독청의 보고서, 2019년 6월.
(8) Tous nageurs en Seine-Saint-Denis 센생드니의 모든 수영인, 2016년 4월 14일 심포지엄, Bobigny.
마르세유의 역설, 수영장과 수영강사 부족 사태
마르세유는 역사 깊은 수영 클럽(Cercle des nageurs de Marseille)을 보유한 도시이자 프랑스의 수영 영웅 로르 마노두의 고향이다. 그런데 2013년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의 55%가 6학년(한국의 중학교에 해당) 입학 시점에 수영을 할 줄 몰랐다고 답했다. 시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는 답은 35%였다. “어떤 수치가 맞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학교 수와 수영장 수만 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르세유 지역의 독립언론사 <마르사튀(Marsactu)>의 기자 브누아 질이 설명했다. “제가 수영강사 일을 시작한 1985년에만 해도 마르세유에는 수영장이 20개 있었습니다. 지금은 14개로 줄었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1980년대에 지어진 노후한 수영장들입니다.” 수영강사와 구조대원을 위한 노조(SNPMNS)의 질 로치아가 말했다. 2021년 여름에는 단 3개의 수영장만이 문을 열었다.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수영강사 채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 문제에 있어서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마르세유 시민 1명당 수영장 면적은 프랑스 전체 평균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브누와 질은 이런 현실이 “1995~2020년 마르세유 시장직을 지낸 장클로드 고댕의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댕 재임 시절, 아름다운 뤼미니 수영장과 노르 수영장을 비롯해 여러 수영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발리에 수영장 공사는 날림으로 해치웠고, 아쿠아틱 센터 건설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수영은 바다에서 하면 되지 않냐고 응수했습니다. 고댕은 공공 서비스에 완전히 무심했습니다.” 브누아 파양(마르세유의 봄 정당 소속) 현 마르세유 시장의 스포츠 담당 보좌관인 세바스티앙 지브라옐은 “수영 교육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여름 6~12세 아동 전용 무료 수영장을 5개 개장하고, 수영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지브라엘은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다만 전임 시장으로부터 넘겨받은 부채가 상당합니다. 그 부채 때문에 수영장을 새로 짓지는 못하고, 노후된 수영장을 리모델링할 예정입니다.”
글·필리프 바케 Philippe Baqu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