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아나키즘, 페미니즘

2022-10-31     에르네스트 런던

 

 

엠마 골드만, 미국 대중역사에 숨은 전모를 증언 

그 여성은 불굴의 투사였다. 러시아 태생으로 188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엠마 골드만(1869~1940)은 1887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2년 만에 이를 상실했다. 엠마 골드만은 ‘행동하는 공산주의 국가’를 발견하고자 1917년 러시아로 돌아왔으나, 더 이상 ‘볼셰비키 신화’를 지지할 수 없어 1921년 러시아를 떠났다. 미국에서 총 2권(1931년, 1934년)으로 출간된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은 굴곡진 그의 인생을 반영하듯 내용이 풍부하다.(1)

1887년 11월 11일, 일명 ‘블랙 프라이데이’에 시카고에서 아나키스트들이 사형을 당했다. 이어 엠마 골드만의 동지이자 친구인 알렉산더 버크만이 파업자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한 공장장을 암살하려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엠마 골드만은 이 일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 역사’에 숨어있는 전모를 증언하고, 아나키즘의 역사에 직접 기여하는 기회를 얻는다. 에리코 말라테스타, 루이즈 미셸, 피에르 크로포킨, 네스토르 마흐노 등을 만난 것이다. 

엠마 골드만은 1906년 창간된 매체 <마더 어스(Mother Earth)>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미국의 전쟁 참여와 징병에 반대하고 여성의 해방, 특히 피임이나 낙태 등 성적 해방을 지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 기념비적인 잡지는 로르 바티에와 재클린 뢰스를 통해 처음으로 프랑스어로 완역됐다.

 

카롤린 레미, 프랑스 신문 최초 여성발행인으로 명성

일명 ‘세베린’, 카롤린 레미(1855~1929)의 놀랍고 지적인 선집 덕분에 사회와 페미니스트 투쟁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2) 쥘 발레가 1871년 만든 매체 <국민의 외침>의 수습 기자를 거쳐 기고가가 된 카롤린 레미는 프랑스에서 일간지를 운영하는 최초의 여성이 된다. 그리고 여러 언론에 글을 쓰면서 확실한 명성을 얻었다.

카롤린 레미는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옹호하고 소위 ‘치정’ 범죄를 비난했으며 식민주의와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일종의 투쟁적인 자서전처럼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간다.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는 카롤린 레미의 슬로건이었다. 카롤린 레미는 파업에 막 돌입한 여성 노동자들의 일상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증언하고자 설탕 공장에서 일하려 했다. “노동자의 삶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 경험해야 모든 부당함과 끔찍한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다.”

 

플로라 트리스탕, 여성투쟁을 위한 거대 노조 설립에 참여

이보다 앞서 플로라 트리스탕(1803~1844)은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를 나름의 생각 및 제안과 연결해 페미니스트 사회주의로 이끌었다. 소시민 프랑스 여성의 사생아이자 페루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의 후손인 플로라 트리스탕은 자기 자신을 ‘반항아’라고 정의했다. “제 자신이 너무나 잔인하게 희생됐기에 기존의 질서에 공개적으로 반항합니다. 기존의 질서는 약한 성별인 여성을 억압했고 고아를 착취했습니다.” 

플로라 트리스탕의 인생 여정과 당시 시대 배경은, 올리비에 고데프루아가 쓴 전기에서 긴밀하게 연결된다.(3) 올리비에 고데프루아의 실용적인 분석은 기본적으로 이념보다는 관찰과 직접 조사한 지식이 바탕이다. 물론 플로라 트리스탕은 사회주의 유토피아 사상가들, 성평등을 외친 자들, 양성평등을 옹호하는 생시몽주의자들, 협동조합을 옹호한 로버트 오웬, 성적 자유를 예찬한 위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플로라 트리스탕은 국민 앞에서 연설하기 전에 공부하고자 영국행을 결정했다. 사회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의도였다. 이후 플로라 트리스탕은 여성들의 투쟁을 아우르는 거대한 노동자 조직 ‘노동자 연합’의 설립을 옹호하게 된다. 

 

 

글·에르네스트 런던 Ernest London
번역·이주영


(1) Emma Goldman, 『Ma vie 나의 인생』, L’Échappée, Paris, 2022.
(2) Séverine, 『L’Insurgée 여성 반란군』, L’Échappée, Paris, 2022. 매거진 <Retronews>, n° 4, 2022년 9월 21일자 특집기사 ‘언론의 여성들’ 참조. 
(3) Olivier Gaudefroy,『Flora Tristan. Une insoumise sous la règne de Louis-Philippe 플로라 트리스탕. 루이 필립 통치하의 반항』, Syllepse, Pari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