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철학을 즐겨라

2012-01-11     크리스토프 바코냉

철학이 유행이다. 얼핏 듣기에는 좋은 소식이다. 철학이야말로 올바른 생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철학적인 배움은 연회 자리에서 이루어지거나(플라톤의 경우), 걷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철학이 편안한 학문으로 여겨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라파엘 앙토뱅, 뱅상 세스페드, 샤를 페팽은 현재 미디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철학자이며, 이들의 저서는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샤를 페팽의 최근 저서는 아마존에서 최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1) 도대체 이 세 철학가가 대중을 만족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철학 교수 앙토뱅은 라디오(지난해 6월까지 <프랑스 퀼튀르>의 ‘새로운 지식의 길’에 출연)와 텔레비전(<아르테>의 ‘철학’에 출연)에 출연하는 등 미디어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고, <철학 자비>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2) 게임·용기·추억·이기심·신중함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그의 글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너무 심각하지 않아 무난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사샤 기트리에서 콜루슈, 니체, 우디 알렌, 스피노자, 시오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의 철학을 절충한다. 앙토뱅은 ‘유머의 출발점은 웃길 것이 없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현실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다’ 등 주옥같은 글과, 일상적이면서 날카로운 글을 잇달아 소개한다. 그의 철학은 딱딱한 증명보다는 적극적인 실용성을, 개념 조사보다는 확실한 주장을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앙토벵은 자신을 가리켜 ‘트로츠키보다는 르네 샤르 같은 사람’, ‘피델 카스트로보다는 엠마누엘 수녀 같은 사람’으로 불리고 싶어 한다. 앙토뱅은 진정한 발전을 가져오는 조그마한 양보와 타협조차 거부하는 사람들의 무책임함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면서 사실은 군국주의, 공산주의 혹은 유토피아를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인 세스페드는 ‘샴페인 유머’의 철학을 통해 지식의 사기 행각을 비판한다. 세스페드는 ‘행복론’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며 소비주의, 규범철학, 정신분석, 클럽메드, 종교, 학교, 전체주의 등을 다룬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행복을 싼값으로 팔려 하지만 오히려 진정한 행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 같다고 주장한다. 세스페드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의 메시지에 동의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단순한 기쁨을 느끼는 법을 다시 배우고 ‘품행단정’ 코드에 갇히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혹은 진정으로 삶에 취해 신나게 춤을 추라고 한다. 그러면 충격파들이 완화되어, 마치 샹틸리 크림에 덮인 것처럼 부드럽게 다가오게 된다고 한다(3). 흥미롭지만 최근의 또 다른 저서 <피닉스의 게임>에 비하면 무난한 편이다. <피닉스의 게임>(4)은 ‘지적인 카드’점이라는 형태로 자기반성과 교류의 기본을 이끌어내는 책이다. 지적인 카드점은 우리가 의문점에 스스로 답을 찾고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나와 사랑의 관계에 대한 여행’이라는 카드를 뽑아보자. 사랑은 나를 취하게 하고 해방해주는 마약 같은 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열어 보이는 일이라는 설명을 배우게 된다.

페팽 역시 저서를 통해 7일 만에 철학의 기초를 가르쳐준다고 제시하며(5) 행복·정치·교육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페팽은 ‘성찰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불행을 좀더 경험하게 해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가게 해준다’라는 톡톡 튀는 생각을 소개한다. 니체의 철학서를 차용하며 자신의 철학적 생각을 전개한다. 페팽은 민주주의의 매력과 의무를 열정적으로 칭찬한다.

/ 크리스토프 바코냉 Christophe Baconin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식사하세요!>(2011) 등이 있다.


(1) 샤를 페팽·쥘, <지혜로운 사람들의 행성: 철학자와 철학 세계 백과사전> 제1권, Dargaud, Paris, 2011.
(2) 라파엘 앙토뱅, <쓸모 있는 철학가>, Gallimard, Paris, 2011. <데코레이션의 장소>, Gallimard, Paris, 2009.
(3) 뱅상 세스페드, <행복에 대한 신기한 연구>, Larousse, Paris, 2010.
(4) 뱅상 세스페드, <피닉스의 게임>, Flammarion, Paris, 2011.
(5) 샤를 페팽, <일주일의 철학: 철학 입문을 위한 일곱 가지 질문>, Flammarion, Paris,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