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이후의 사유들

2012-01-11     크리스틴 베르제

지난해 3월 11일, 일본 동북부를 덮친 거대한 해일 이후 후쿠시마 원전 폭파가 이어졌다.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 같은 나라도 자연재해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1) 베르나르 라퐁슈와 벤자맹 드쉬는 하나의 결론을 내놓는다. “원자력 문제를 매듭져야 한다.” 라퐁슈와 드쉬는 저서에서 각종 수치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성공적인 계획을 제시하며 원자력 의존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두 저자는 지난 40년 동안 출간되어 긍정적 전망을 보여주는 ‘일곱 가지 에너지 시나리오’를 연구한다. 그중 최근에 출간된 <네가와트>(2006)는 지난해 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원자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있지만 아쉽게도 프랑스 정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철학가 권터 안더스는 더욱 회의적이다. 안더스는 우리의 정치와 의식이 기술 발전에 지나치게 관대할 뿐, 기술 발전의 막대한 영향력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본다.(2) 이른바 ‘원자력이 가져올 수 있는 위협’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원자력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소설을 통해 원자력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엘리자벳 필올의 소설 <원자력발전소>(3)는 방사능 노출 위험 속에서 일하는 임시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린다. 이들 노동자의 위험하고 피곤한 일상이 잘 나타난다. 소설이지만 환경에 관한 진정한 연구서이다.

한편, 도미니크 마노티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는 가정 아래 소설을 쓴다. 추리소설 <명예로운 사회>(4)는 프랑스 원자력청 직원이 살해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독자들은 ‘금지된 정원’이라는 비밀조직과 만나게 된다. 이 비밀조직의 핵심 세력은 원자력을 민영화하려는 은밀한 계획을 세운다. 대통령 선거 1, 2차 투표 사이에 스캔들이 터질 것인가? 이 소설이 제시하는 정보를 잘 따라가다 보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방사선 폐기물이 허구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 시칠리아 해안까지 간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프랑스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는 특집 기사에서 심각한 사고가 터지기 전에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의 노장(Nogent)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긴다면 파리는 이를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5)

원자력 사고의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해보자. 예를 들어 루아르성과 퐁테브로 수도원은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 

머릿속으로 계산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보자. 원자력(세계 전기의 약 16% 차지)이 과연 필요할까? 혹시 원자력은 전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무력화하고, 원자력에 관한 어떤 책도 출간되기 전에  구태의연한 것으로 만든다.

/ 크리스틴 베르제  Christine Bergé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베르나르 라퐁슈·벤자맹 드쉬, <원자력과의 단절: 왜, 어떻게?>, Seuil, Paris, 2011.
(2) 권터 안더스, <인간의 노후화: 제3의 산업혁명 시기의 생명 파괴에 관하여>, Fario, Paris, 2011.
(3) 엘리자벳 필올, <원자력발전소>, Folio, Paris, 2011.
(4) 도미니크 마노티, <명예로운 사회>, Gallimard, Paris, 2011.
(5) ‘탈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관한 대토론’, <카나르 앙셰네> 특집 기사, 121호, 2011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