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2012-01-11     편집부

<미국의 새로운 무기력> 올리비에 자제
“미국은 하나의 국가이기 이전에 이데올로기다. (중략) 성숙하지 않은 이데올로기, 강요되거나 후퇴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데올로기다.” 역사학자 올리비에 자제의 설명이다. 이제 미국이 헤게모니를 버려야 할 때가 온 듯하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은 자체적으로 전략적 붕괴를 겪으면서 다자간 환경에 서서히 적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하면서 미국의 절대적 군사 우위는 종말을 고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발 경제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사조의 몰락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쇠퇴’보다는 미국의 상대적 후퇴라는 결론을 내린다. 미국의 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는 셈이다.

<폴라니를 읽은 적이 있는가?> 제롬 모쿠랑
칼 폴라니(1886~1964)가 1944년 집필한 대표 저서 <거대한 전환>은 경제·역사·사회학의 변혁기에 나온 것으로, 요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폴라니는 이 책에서, 19세기 초기 시장경제 사회의 유산이 종말을 고하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주요 쟁점과 영향에 대해 고찰하고 기능적 사회주의 조건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 기능적 사회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사회가 생산수단을 차지하고, 대규모 단위의 교역과 자가 관리가 이루어진다. 폴라니는 시장에서 가격이 책정되는 시스템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반대로 정치적 결정에 따라 인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폴라니는 경제 재화와 서비스 유통의 세 가지 형태(기부·상호거래·시장)를 연구하고 있고, 파시즘을 자유질서에 내재된 전체주의적 부산물로 보았으며,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을 다루었다. 저자 제롬 모쿠랑은 <폴라니를 읽은 적이 있는가?>에서 폴라니의 다양한 사상을 다루고 있다.

<생태학자 마르크스> 존 벨라미 포스터
저자는 카를 마르크스가 생산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견해를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는 마르크스의 주요 저서와 엥겔스의 에세이를 꼼꼼히 재해석해, 그들이 1866년에 탄생한 ‘생태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지만 생태학자라고 볼 수 있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증거로 마르크스가 인간과 자연의 필수적 교류를 설명하기 위해 ‘신진대사’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했음을 지적한다. 마르크스는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에너지와 재생되지 않는 원료가 낭비되고,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교류가 단절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에 추억을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사상에서 환경적 관점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생태학자 마르크스>는 생태학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생태학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조명하는 책이다.

<적의 생산> 피에르 코네자
적을 하나 지목하는 것은 정치적 전략이다. 방위 전략 업무를 담당한 고위 공무원 출신인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서구에서 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싱크탱크(주로 미국)는 물론, 영화와 언론 같은 매체가 군사적 폭력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분석한다. 또한 미국이 자국에 우호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특정 국가를 더 심각한 테러국가냐 아니냐로 분류해 다룬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이란이 파키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미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보다 더 심각한 테러국가로 지목된다. 이 책은 적의 유형을 크게 분류한다. 세계적으로 대립하는 적(미국 대 옛 소련, 중국 대 서구), 내부의 적(내전), 절대적 적(‘악의 축’ 이슬람), 숨어 있는 적(알카에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