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의 제국주의

2022-11-30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과 공화당이 대다수인 하원이 공존한다고 해서, 미국의 외교정책이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심지어 신보수주의적 군국주의 경향이 강한 공화당 선출직 공무원들과 ‘윤리적’ 신제국주의 경향이 강한 민주당원들 사이에 수렴작용이 일어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1917년 민주당 출신의 우드로우 윌슨 미 대통령은 “지상에서 민주주의를 보장하라”고 주장하며, ‘제국주의적 경쟁’이라 특징지어진 1차 세계대전에 미국을 참여시켰다. 게다가, 윌슨 대통령은 KKK(Ku Klux Klan)단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후 냉전기간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은 백악관 권좌를 교대로 이어가면서 ‘악의 제국’인 공산당 무신론자들에 맞서 ‘자유 세계’를 방어했다. 

소련이 사라진 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세계의 폭정’의 종식을 목표로 삼은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낸 이 ‘민주주의의 십자군’은 매카시즘이나 경고 발사 등을 통해 공적 자유에 제한을 가하며, 몽테스키외를 읽지 않은 ‘심각한 범죄자 집단’을 교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미국 편에 속해 있기만 하면 어떤 이들도 안전했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장군이나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은 모두 서방의 군사 개입으로 권력을 잃지 않았다.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을 장악하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패권주의를 분칠하곤 한다. 대서양 좌파는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불쾌감을 주는 적과 마주해도, 리처드 닉슨이나 조지 부시 또는 도널드 트럼프 뒤에 숨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리가 될 것 같으면 망설이지 않고 (싸움을) 포기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진보적 지식인 일부의 지지를 얻은 계몽주의가 ‘문명화’ 작업의 성과로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러시아, 이란, 중국의 권위주의와의 싸움은 서구의 도덕으로 재장전할 수 있게 됐다.(1)

지난 10월 24일, 30명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보낸 서한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경의를 표하면서 전쟁 참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진부한 내용에 대해 트위터에서 격렬한 논란이 벌어진 후, 대부분의 서명자들은 지지를 철회했다. 이를 지켜본 제이미 라스킨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스크바는 안티페미니스트, 반동성애, 트랜스젠더 혐오의 세계적 중심지이자 대체 이론의 안식처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함으로써 우리는 이런 파시스트적 개념에 반대하고자 합니다.” 시급한 기후위기에 맞설 전투력도 모자란 마당에, 제국주의 좌파는 미국에 헌신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목표를 미화하고 있는 것인가? 위선으로 분칠한 미국 외교 정책의 두 얼굴을 보는 듯하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1) Christopher Mott, ‘Woke imperium: The coming confluence between social justice & neoconservatism’, <The Institute for Peace & Diplomacy>, 2022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