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 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바다를 나눠 가졌을까?

파도에 흔들려도 침몰하지 않는 해양법

2022-11-30     디디에 오르톨랑 | 해양공간 전문가

국제기구들이 종종 무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지금까지도 유효한 기념비적인 국제법이 있다. 바로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다. 이 협약은 1982년 4월 30일 단 한 번의 투표로 일괄 채택된 후 같은 해 12월 10일 자메이카 몬테고 베이에서 서명이 개시됐다. 320개 조항과 9개의 부속서로 이뤄진 이 협약은 국제사회가 이룩한 외교적 금자탑이다.

장장 10년간 이어진(1973~1982)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 말미 의장을 맡았던 토미 코 주 유엔 싱가포르 대사는 이 협약을 “바다의 헌법”으로 평가했다.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제5대 유엔 사무총장(임기 1982~1992)은 “금세기 가장 중요한 국제법적 수단”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40년이 지난 지금, UNCLOS은 성공적인 국제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를 비롯해 이 협약을 비준한 개별 국가는 167개국에 달한다. 내륙국, 미국, 이스라엘,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 튀르키예, 이란, 시리아 등은 협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UNCLOS는 단순한 해양법이 아니다. 탈식민지화 흐름이 동구권과 서구권으로 양분된 국제 질서를 뒤흔든, 1970년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협약이다.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가 시작된 시점은 일부 개발도상국이 독립을 쟁취한 시기와 맞물렸다. 이 회의를 계기로, 개발도상국들은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 수립을 요구했다. UNCLOS는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370km)까지의 해역에 대한 영유권과 관할권을 연안국에 부여하는 새로운 개념을 확립했다. 그것이 바로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 경제수역)’이다. 

 

해저는 ‘인류의 공동 유산’

이로써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이 관할하는 해역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획득했다. 나아가, 관할권 너머의 해저를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규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국가관할권 한계 밖의 해저 및 하층토를 뜻하는 ‘심해저’는 과거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UNCLOS는 국제해저기구(ISA)를 설립해 심해저 관리를 일임했다. 그리고 심해저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은 개발도상국에 우선 분배한다는 원칙을 수립했다. UNCLOS는 또한 군도국가(인도네시아, 필리핀, 피지)의 해양 영유권 요구를 인정하며 영해와 상대적으로 유사한 지위를 가진 ‘군도수역’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바다의 헌법’은 무해통항권(외국 선박이 연안국의 평화, 공공질서, 안전을 해하지 않는 한 영해를 자유로이 항행할 권리-역주)을 바탕으로 ‘영해 항행의 자유’라는 관습법적 원칙을 강화했으며 공해 및 EEZ에서의 항행의 자유도 유지했다. 다만 EEZ의 경우 항행하는 선박에 일부 환경보호 조항을 부과할 권한을 관할 연안국에 부여했다. UNCLOS는 해협 통과의 자유도 보장했다. 이처럼 UNCLOS는 항행(특히 해협 통과)의 자유를 중시했던 선진국과 EEZ라는 발상의 근원인 개발도상국의 타협으로 탄생했으며 이 타협은 지금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EEZ 수립이 선진국에도 이롭고, 항행의 자유 보장은 개발도상국의 이익과도 부합한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해양 강국, 특히 그중 서구 선진국(미국, 영국, 독일)은 ISA와 ‘심해저공사(Enterprise)’에 너무 막대한 권한이 부여됐다는 이유로 UNCLOS 서명을 거부했다. ‘심해저공사’는 해저 관리를 담당하는 ISA 내부 기구로 특히 심해저 광물 개발 사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장 질서에 장애물로 여겨졌다. 강대국들의 불참으로 해저 관리 분야에서 UNCLOS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자 심해저를 다루는 ‘UNCLOS 제11부 이행에 관한 협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소련 붕괴 후인 1994년 채택된 이 협정은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UNCLOS는 1994년 11월 개정을 거쳐 마침내 발효됐다. 이듬해인 1995년, UNCLOS는 다시 한 번 유연성과 적응력을 발휘하며 “연안국 EEZ 경계와 공해 또는 연안국 간 EEZ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 왕래 어족 및 고도 회유성 어족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협정을 채택했다. 이 협정으로 전 세계 모든 대양을 각각 담당하는 지역수산관리기구(RFMOs)들이 수립됐다. 

현재 초안 상태로 협상이 진행 중인 BBNJ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의 목적 역시 UNCLOS의 이행이다.(1) 그밖에도 UNCLOS의 진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협약에서 아직 이행되지 않은 분야들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해양기술 개발 및 이전과 ISA의 기능을 다루는 제14부를 들 수 있다. ISA는 정관에 명시된 ‘진화하는 접근법 원칙’에 입각해 점진적으로 새로운 규정, 기능 또는 제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모호한 경계설정과 영유권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심해저공사’의 실질적인 설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원하는 ‘심해저공사’의 방향성은 협약에 명시된 내용보다 권한을 축소하되 예정된 바에 따라 심해저의 관리와 개발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UNCLOS에는 특히 모호하거나 생략된 언어를 사용한 주요 분야들이 남아있다. 영유권에 관한 모든 부분이 그렇다. 해양 경계의 설정방식과 섬과 암초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정의를 말한다.

실제로 UNCLOS는 연안국에 광대한 배타적 해역을 부여하면서, 관할권이 중첩될 경우 어떻게 경계를 설정할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는다. 두 국가의 해안이 인접하거나 마주보고 있을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 영해의 경계를 획정하는 원칙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EEZ와 대륙붕 경계 획정 방식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한 결과 도출의 의무만 명시하고 있다. 권고사항이라고는 “공평한 해결책에 도달”이 유일하다.

물론,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해상 경계를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폭넓게 쓰이는 ‘등거리 적용’과 ‘중앙선 설정’은, 실용성과 공정성이 입증된 방식이긴 하지만, 특정 지형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로 만 깊숙이 존재하거나 움푹 파인 해안선을 가진 국가의 경우 등거리 방식을 적용하면 관할 해역이 먼 바다로 이어지지 않고 만에 갇힌 형태가 되기 때문에 불리하다. UNCLOS 협상 당시 경계선 획정 방식에 합의가 도출될 수 없었던 이유다.

EEZ 수립으로 2개국 이상의 관할권이 중첩되는 경우가 증가했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은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UNCLOS에 의해 설립되어 해양 경계 획정 권한을 가진 기관)를 비롯한 국제 사법기관에 제소하거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을 꺼렸다. 판결 및 중재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ICJ는 다양한 상황에 적용가능한 대표적인 등거리 기준 획정 방식을 발전시켜 불확실성을 줄였다.

그 결과 분쟁 발생 시 국제 사법기관이나 중재에 의존하는 국가의 수가 늘어났다. 판결의 기준이 명확해 졌기에 그 결과도 예측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가 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11월 19일, ICJ는 콜롬비아와 니카라과와의 해상 분쟁에서 니카라과의 손을 들어줬다. 콜롬비아는 이 판결에 불복했고 다시 한번 니카라과를 제소했다. 2022년 4월 21일, ICJ는 콜롬비아가 니카라과의 영유권과 관할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섬’이냐, ‘암초’냐? 중요한 법적 쟁점

해양법에서 ‘섬’과 ‘암초’의 법적 정의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섬으로 인정받으면 전방 200해리까지 EEZ로 획정되지만, 암초일 경우 전방 12해리까지 영해를 보장받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UNCLOS에서 섬의 정의에 관한 조항은 제121조가 유일한데다 이 조항조차 내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각국은 EEZ를 확보하기 위해 수면 위로 돌출된 해양 지형물을 섬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ICJ도 섬의 정의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피해왔다. 섬의 유형론은 말 그대로 광대하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분쟁관계에 있는 필리핀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이용해 한 국제 중재 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하며 분쟁의 대상인 ‘해양 지형물들’의 지위에 대한 판결을 요청했다. 영유권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형물들이 EEZ 설정 기점으로 인정되는 섬인지, 아니면 영해 설정 기점일 뿐인 암초 혹은 간조 노출지(썰물 때만 물 위로 드러나는 땅으로 해안에서 12해리 안에 존재할 경우 영해 설정 기점으로 인정)인지 가려달라는 요청이었다.

필리핀이 중국을 제소한 목적은 간단했다. 필리핀 해안에 인접한 이 해양 지형물들이 ‘암초’로 판명되면 전방 12해리까지만 영해로 인정될 것이고 그러면 영유권이 중국과 필리핀 중 어디에 속하든, 필리핀의 EEZ에 둘러싸이기 때문이다. 해당 재판소는 2016년 7월 12일 필리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며 UNCLOS 제121조에 대한 자세한 정의를 덧붙였다. 그러나, UNCLOS의 모호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해석과 실제 적용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UNCLOS 제12부는 “각국은 해양을 보호하고 보존할 의무가 있다”라는 보편적인 원칙을 수립하고 각 관할국이 가지는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며 관할 국제기구들, 주로 국제해사기구(IMO)를 언급한다. 1948년 설립되어 런던에 본부를 둔 IMO는 선박에 의한 해양 오염 방지 및 해상특별보호구역(PSSA) 설정(1999년 유조선 에리카호 침몰 및 기름 유출 사고가 대표적인 예)을 담당하는 유엔 전문기구다. 이 원칙 덕분에 연안국은 자국 EEZ에서 항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유조선의 경우 더블 데크 의무화)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북위 및 남위 60° 이상의 극지방을 항해하는 선박에 적용되는 극지방 안전코드(Polar Code) 또한 IMO가 수립한 규정이다.

1992년, 리우회의가 개최되고 생물다양성협약(CBD)이 채택되자 생물다양성이 국제적인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CBD는 2010년 유전자원  접근에 대한 나고야 의정서 채택으로 한층 더 보완됐다. 

2004년 이후, 유엔은 해양생물자원 보호에 관한 비공식 실무 그룹을 만들었다.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유엔 총회는 2017년 BBNJ 협정 채택을 위한 국제회의 소집을 결정했다. 그 결과 2022년 8월 뉴욕에서 제4차 정부간 회의가 열렸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고 협정 채택은 2023년으로 연기됐다.

UNCLOS가 탄생 당시와 완전히 다른 지정학적 맥락에서 40년간 유지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특히 이 협약이 주로 다루는 ‘영유권’이 논쟁의 화약고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UNCLOS로 탄생한 EEZ는 역사상 국가관할권이 지리적으로 가장 확장된 개념이다. 현재 국가관할권은 전 세계 바다의 40%를 차지한다. 그 중 30여 개 국가들이 보유한 EEZ의 면적은 100만㎢가 넘는다. 국가관할권이 200해리를 넘는 경우도 있다. 대륙붕의 외측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저와 하층토에만 해당되는 대륙붕은 일부 지질학적 기준을 충족하면 육지로부터 350해리 혹은 2,000m 등심선으로부터 100해리까지 확장될 수 있다. 

 

대륙붕 한계 확장을 위해 줄을 선 국가들

이를 위해 UNCLOS는 1997년 대륙붕한계위원회(CLCS)를 설립해 연안국이 200해리 이원의 대륙붕 한계 설정을 신청하면 지질학적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경계 획정을 권고하는 역할을 일임했다. 그런데 UNCLOS는 이때 연안국이 제출해야 하는 자료의 기술적 기준을 명시하지 않았다. CLCS는 1999년 UNCLOS 회원국의 자료 제출 기한을 향후 10년으로 정했다. 

2009년, 대륙붕 한계 확장 신청이 쇄도했다. 정해진 기한 내에 기술 자료를 완성하지 못한 국가들은 예비 정보만 제출했다. 현재 92건의 기술 자료와 48건의 예비 정보가 제출됐다. 대륙붕 한계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프랑스로, 총 8건의 기술 자료를 제출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신청이 쏟아지자, 자료 심리 기한이 늘어났다. 자료 제출 후 심리까지 10년을 기다리는 국가도 흔하다. 러시아는 2001년 북극 지방의 대륙붕 한계 확장을 신청했고 2015년 추가 자료도 제출했지만 CLCS는 아직까지 권고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많은 국가들이 대륙붕 한계 확장을 신청하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특히 북극해에서는 러시아, 캐나다 그리고 자치령 그린란드를 대신한 덴마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3국 모두 북극을 지나는 로모노소프 해령이 자국의 대륙붕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근거 자료를 제출했다. CLCS는 대륙붕의 외측 한계선을 결정할 권한은 있지만, 하나의 대륙붕에서 2개 이상의 국가 간 경계선을 획정할 권한은 없다. 일부 국가는 CLCS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자국 대륙붕 경계선을 200해리 이상으로 확장했다. 수백만 ㎢의 광활한 대륙붕이 존재하는 태즈먼 해를 사이에 둔 호주와 뉴질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반면 기다림을 선택한 국가도 있다.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은 켈트해 대륙붕에 대한 영유권 인정을 요청하는 자료를 공동 명으로 제출했고 2006년 CLCS의 권고 결정을 이끌어냈다. 국가들이 CLCS에 대륙붕 한계 확장 신청을 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경우 관할 해역 보존이 목적이며 북극에 대한 영향력 확보나 경제적 이유 때문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륙붕에서 개발 가능한 자원은 희박하거나 제대로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대륙붕에 다금속황화물이 존재하는 국가는 포르투갈, 노르웨이, 피지 정도다. 대륙붕이 존재하는 거리와 수심에 탄화수소가 매장돼 있는 경우도 예외적이다. 지금까지 입증된 사례는 뉴펀들랜드섬의 그랜드 뱅크스(Grand Banks) 대륙붕이 유일하다. 캐나다는 최근 베이 뒤 노르(Bay du Nord) 사업을 승인하고 노르웨이 기업 에퀴노르(Equinor)에 유전 개발을 허가했다. 

 

해양환경을 보호할 책임과 권한

각국은 확장된 대륙붕의 환경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2015년,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수립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인 SDGs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양, 바다, 해양자원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존 및 이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2020년까지 국내법과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용 가능한 최상의 과학적 정보에 따라 연안과 해양의 10%를 보전한다”라는 구체적 목표도 수립했다. 유럽은 생물 다양성 보존 전략을 수립했으며 2030년까지 유럽연합에 속한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MPA)으로, 이 중 10%는 보호강화구역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UNCLOS는 각국이 관할 해역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다. IMO는 전 세계 바다에서 선박으로 인한 해상 오염을 방지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공해는 자유의 원칙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EEZ 이원의 바다를 보호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 연안국이 지역해양위원회 조직망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 위원회들은 대부분 공해를 다루지 않으며 무엇보다 공해에서 MPA를 설정할 권리가 없다. MPA는 이상적인 도구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자연과 생태계서비스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 명확하게 지정, 인정, 할애, 관리되는 지리적 공간”으로 정의한 MPA는 가장 광범위하게 인정받는 개념이다. BBNJ 협약이 공해에서의 MPA 수립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이유다.

지금으로서는 ‘심해저’를 보호할 방법은 국가 간 합의뿐이다. 이 점에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경험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극 지방 해양 생물자원 보존 분야의 선구자인 이 국제기구는 남극 주변에 MPA 조직망을 수립해 2012년부터 운영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6년 로스해에 단 하나의 MPA를 지정하는 데 그쳤다. 다른 모든 계획은 중국의 지지를 받은 러시아에 의해 철저하게 가로막혔다. BBNJ 프로세스가 완결되면 공해 보호 임무를 띤 기구가 수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CCAMLR의 경험에 비춰 보면 새로 탄생할 이 기구도 보호 조치를 채택하려면 투표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공해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 간 합의가 필수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조된 긴장은 이처럼 해양환경 보호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디디에 오르톨랑 Didier Ortolland
해양공간 전문가. 프랑스 외교부 출신으로 법무국에서 해양, 수산, 남극대륙법 등을 담당했다. 2009년 프랑스 지리협회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에르네스트 포트롱상(le prix Ernest Potron)을 수상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2017년 12월 24일 채택된 결의안 72/249.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정 채택을 위해 정부간 회의 소집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