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협정을 밀어낸 환상적인 플라스틱 ‘달러’

거대 석유기업과 기후위기

2022-11-30     미카엘 코레이아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거대 에너지 회사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분석조사는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필자는 이들 중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 러시아의 가즈프롬(Gazprom), 그리고 중국의 차이나 에너지(China Energy)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이 기업들의 지난 과오는 물론, 이들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어떤 술책을 쓰는지 밝혀냈다. 특히 플라스틱은 이들의 술수와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파리처럼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비닐봉지, 물고기 뱃속에서 나온 폴리스티렌 조각, 콧구멍에 빨대가 박혀 피를 흘리는 거북이… 이 충격적인 사진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오염이 환경에 가하는 위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3초에 1톤의 플라스틱이 지구의 바다에 버려진다. 1950년 이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배 증가했으며, 그 중 3/4은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 포화 상태에 이른 서구 국가들은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을 동남아시아로 대량 수출하고, 최빈민층 거주지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넘쳐난다.(1)

또한 플라스틱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주원인이다. 미국의 환경보호 NGO(비정부기구)인 CIEL(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국제환경법센터)는 2019년 플라스틱 생산과 소각으로 인해 발생한 대기 중 온실가스는 약 8억 5,000만 톤이었으며 이 배출량은 독일 한 국가가 동년 배출한 양과 거의 같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플라스틱을 현재처럼 생산 및 소비한다면, 203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34기가톤(10억 톤, 기호는 GT)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IEL에 의하면, 1.34기가톤은 화력발전소 295개의 배출량을 초과하는 규모다.(2) 

플라스틱의 원료는 99%가 화석연료다. 플라스틱의 원료는 원유를 증류할 때 발생하는 액체 성분 나프타와 천연가스에 포함된 에탄이다.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원료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석유화학산업의 에너지 소비량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화학제품 수요 폭증은, 환상적인 기회의 문”

2018년 10월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석유화학제품 의존도가 급상승해 석유화학이 미래 에너지 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임에도 세계의 관심이 미약하며, 논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3) IEA에서는 2020~2030년 세계 석유화학 제품량은 1/3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석유 총 생산량의 14%, 천연가스의 8%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석유화학은, 이미 석유의 주 소비원이다.(4) 

최대한 긍정적으로,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2배로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석유화학 원료로 소비하는 석유의 양은 2040년 1일 330만 배럴에 육박할 것이다. 이 추세라면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은 10억 톤이 넘을 것이며, 결국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자동차 연료보다 더 많은 석유를 쓰게 될 것이다. 현재 신설중인 정유 사업장은 모두 석유화학 공장을 갖추고 있다. 장기적으로 추가 수익을 늘리고 전 세계 석유 수요 폭증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계획한 석유화학단지 중 80%가 아시아에 신설된다.(5) 게다가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한 정유시설 건설, 확장, 개조 공사도 신속히 진행 중이다. 

201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거대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의 CEO 아민 나세르는 GPCA(Gulf Petrochemicals and Chemicals Association, 걸프 석유 및 화학 협회)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자리에서 “향후 10년 동안 1,000억 달러를 석유화학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앞으로 화학제품 수요가 폭증해, 우리에게 환상적인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최대수익을 안겨줄 그 기회의 문은, 민첩하게 준비한 자에게만 열릴 것이다.”(6)

2019년 국영회사였던 아람코는 민영화됐다. 그리고 이때 전후로 아시아 전 지역에 플라스틱 사업장의 네트워크를 다지고자, 적극적으로 여러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에너지 산업을 연구하는 역사학자 엘렌 R. 월드는 아람코가 석유화학 시설을 아시아로 확장하는 것은 당연한 사업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는 1990년대 이후 아람코의 원유 판매량이 가장 높은 지역이므로, 기업들 간에 동맹을 맺기가 가장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8년 3월 아람코는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와 합작해, 말레이시아의 쁭어랑에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 운영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맞은편 푸른 물결을 따라 늘어선 이 광활한 단지는 다양한 열대생물이 서식하는 쁭어랑에서 축구장 1만 2,000개에 달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19년 4월 화재로 인한 폭발에 이어 2020년에도 폭발사고로 말레이시아 노동자 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7)

그리고 2018년 4월 뉴델리에서 아람코는 인도 석유회사와 2025년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440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년 6,000만 톤을 정유하는 시설을 세우는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려면, 수많은 고유종의 서식지인 콩칸 지역의 맹그로브 숲 수십억 헥타르를 벌목해야 한다.

아람코는 아시아에 계속 눈독을 들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주도하는 대규모 경제 다각화 계획, ‘비전 2030’을 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삼아 자국 내에서도 플라스틱 생산시설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 이 거대 석유회사는 이미 2017년부터 홍해 인근 페트로라비 단지를 2배로 확장해 1,000헥타르가 넘는 거대 규모로 만들었다. 그리고 일본 대기업 스미모토화학(Sumimoto Chemical)과 90억 달러를 공동투자해 프랑스 석유연구소가 설계한 최첨단 석유화학허브 건설을 추진했다. 라비의 해안도시 외곽에 있는 이 거대 단지에는 임직원과 그 가족만 사용 가능한 주택, 학교, 병원 그리고 심지어 동물원까지 있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플라스틱 원료 보관소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는 희귀종 산호초 군락지가 있다. 그러나 2020년 8월 발표된 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라비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서쪽 연안의 산호 사멸 현상은 매우 심각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지역의 산호 65%가 이미 백화됐고 대부분 죽었다.(8) 라비에서 매년 생산되는 각종 석유화학제품은 약 240만 톤에 달하며 이 중 60%는 아시아로, 10%는 유럽으로 수출하고 음식 포장재, 옷, 건축자재, 컴퓨터 부품으로 활용한다. 

2015년 말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던 시점, 사우디아라비아 동쪽 석유화학중심 산업도시 주바일(Al-Jubayl)에 있는 한 거대 공장은 은밀히 폴리에틸렌 생산을 시작했다. 이 화합물은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으로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포장재 50%에 사용된다. 그리고 그 이듬해 이 폴리에틸렌 공장이 있는 첨단산업단지가 환대 속에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이 산업단지를 건설하는데 200억 달러가 투자됐다.

아람코는 2,500km 규모의 파이프라인 설치를 위해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 회사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의 노하우와 투자 지원을 받았다. 아람코는 “분야별 최고 기업이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전무후무한 화학물질 생산시설 건립을 위해 단합했다”라며 기뻐했다. 이후 4,300명의 직원들이 화석연료로 세제, 화장품 등 생활용품 생산에 드는 폴리머 300만 톤을 매년 불철주야 생산하고 있다.

 

파리협정도, 미래 세대도 밀어낸 ‘플라스틱 달러’

또한 주바일에서 아람코는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Total)과도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이 두 기업의 합작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정유, 석유회사 Satorp의 정유공장은 2014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정유시설 중 하나가 됐다. 이곳에서는 쉴 새 없이 석유로 폴리에틸렌(범용 플라스틱으로 사용), 벤젠(나일론과 수지의 원료) 그리고 파라자일렌(폴리에스터 원료)을 만든다. 이후 아람코와 토탈은 아시아에서도 플라스틱 생산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2018년 4월 55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Satorp의 규모를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동 프로젝트의 목적은 아미랄(Amiral)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해 2024년부터 플라스틱 생산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연간 270만 톤 생산하는 것이다. 석유로 플라스틱을 만들고, 그 플라스틱으로 돈을 만들 기대에 부푼 토탈은 “2020년 4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이미 집행을 결정한 투자를 감축했다. 아미랄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들에게 파리협정이나 미래 세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2016년 아람코가 2018년 주식상장 계획을 발표하자 금융업계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주식상장이 2019년 말까지 수차례 연기됐다. 왜 일정이 이렇게 지연됐을까? 2019년 1월 27일 스위스 다보스 그리슈아 호텔에서 있었던 회의에 참석한 이후 나세르는 한 기자에게 아람코는 중차대한 우선순위가 따로 있다고 털어놓았다. 나세르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세계 최대 석유화학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선두주자가 되려면 우선 대규모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공고히 하려면 탄탄한 플랫폼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9) 

3개월 후, 아람코는 세계 4위 석유화학기업인 사빅(Sabic Basic Industries Corporation)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이어 사우디 국부펀드(PIF) 소유의 지분도 700억 달러에 매입했다. 이것으로, 아람코는 세계 최대 플라스틱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빅을 인수한 뒤 아람코는 2019년 8월 인도 석유통신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의 석유화학 지분 20% 매입 협정을 체결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구자랏주에 있는 잠나가르에서 세계 최대 정유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인도인 1명의 플라스틱 소비량은 북아메리카 인의 1/10에 불과했다. 

아람코와 사빅은 석유 한 방울에서 최대수익을 짜내고자, 원유에서 바로 석유화학 물질을 뽑아내는 최첨단 기술 COTC(Crude Oil To Chemicals)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컨설팅회사 IHS 마킷(IHS Makit)은 COTC를 ‘세계 화학산업을 뒤흔들 혁신적 기술’이라고 평가했다.(10) 기존 정유설비로는 원유 배럴당 20%에 불과하던 석유화학물질 전환율을, COTC로는 70%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2018년부터 아람코는 미국 맥더모트(McDemott), 프랑스 아상(Asxens), 프랑스 영국 합작회사 테크닙FMC(TechnipFMC)와 같은 엔지니어링 회사와 COTC개발을 위해 각종 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란과 미국 보스턴에 있는 아람코의 연구소는 이 ‘블랙골드’를 ‘플라스틱 달러’로 가장 신속하게 바꿀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회사가 취득한 특허 건수가 50건이 넘는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아람코와 사빅은 최근 홍해에 있는 얀부에 연구소를 설치하고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람코와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Sinopec)이 합작 건설한 얀부 정유공장은 원유의 석유화학물질 전환율 4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현재 석유화학물질 생산량을 2~3배 높여 2025년까지 연간 생산량 900만 톤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인류는 10년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세계 최대 기후변화 유발자들은 석유에서 수익을 늘리는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었다.(11) 

 

 

글·미카엘 코레이아 Mickaël Correia
『기후 변화의 주범, 지구를 불태우는 다국적기업에 관한 조사』, <라 데쿠베르트>, 2022년 저자, 본문은 이 저서에서 발췌했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Aude Vidal, ‘Déferlement de déchets plastiques en Asie du Sud-Est 동남아시아로 밀려드는 플라스틱 쓰레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5월. 
(2) ‘Plastic & Climat, The Hidden cost of a Plastic Planet’,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Washington, DC, 2019년 5월.
(3) ‘The Future of Petrochemicals, Toward a more sustainable chemical industry, Technology Report’, 국제에너지기구(IEA)
(4) ‘World Energy Outlook 2017’, 국제에너지기구(IEA), Paris, 2017년 11월.  
(5) Dorothée Moisan, ‘Les plastiqueurs sont fondus de pétrole 석유를 녹이는 플라스틱 생산 기업’, 플라스틱 생산업자, <Les Jours>, Paris, 2020년 6월 25일. 
(6) Alexander H.Tullo, ‘Why the futre of il is in chemicals, not fuels’, <Chemicals & Enginnering News>, Washington, DC, 2019년 2월 20일. 
(7) ‘Exploision at Petronas Aramco refining complex in Malaysia’s Johor kills 5’, <The Straits Times>, Singapour, 2020년 3월 16일.
(8) Adel Moatamed, .‘Degradation of mangrove forests and coral reefs in the coastal area of the southwestern region of Saudi Arabia’, <Biogeographia The Journal of Integrative Biogeography>, Rome, 2020년.  
(9) ‘Amin Nasser, Saudi Aramco’s Davos spells out blueprint for IPO’, <Arab News>, Djeddah, 2019년 1월 27일. 
(10),(11) Will BeaCham, ‘Aramco CEO Amin Nasser to receive 2020 Kavaler Award in DEC 3 virtual event’, ICIS, 2020년 11월 5일. www.ic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