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춤추고 맞서 싸워라

연극 <오, 카르멜라!>

2022-11-30     마리나 다 실바 l 연극평론가

스페인 내전이 한창인 무렵 순회공연 중이던 배우 겸 댄서 커플(실제로도 무대에서도)이 벨치테에서 프랑코 장군 소속 반란군에게 붙잡혔다. 그들은 공화국을 지지하고 형제애를 강조하는 모든 반전 노래를 알고 있었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정치는 모르는 척해야 했다. 카르멜라와 폴리노는 군 장교들 앞에서 프랑코 장군과 그의 파시스트 동료들을 찬양하고 다음 날이면 총살될 국제 지원병들을 비웃는 척해야 했다.

하지만, 카르멜라는 스페인어 한마디 하지 못하면서 스페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폴란드 포로의 시선 앞에서 끝까지 이런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마침내 분노를 들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1940년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호세 산치스 시니스테라가 1987년 집필한 <오, 카르멜라!>는 세계 전역, 특히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무대에 올랐다. 프랑코 장군이 사망한 지 15년 후인 1990년,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는 컬트 영화를 제작해 카르멘 마우라의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13개 부문에서 고야상을 수상했다. 

지역 기반인 ‘줄타기 곡예사 극단’의 감독이자 배우 리오넬 소테가 <오, 카르멜라!>에 매혹돼 카롤린 페를 주연으로 처음 무대에 올렸을 때부터 흥행은 예정돼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후 25년 동안 이 극단의 레퍼토리가 됐다. 

 

텅 빈 무대에, 절망과 고통을 술로 잊으려는 폴리노가 비틀거리며 등장한다. 카르멜라가 나타나 노래하고 춤춘다. 이야기가 이어진다. 카르멜라는 별처럼 아름답지만, 이미 삶의 저편으로 넘어갔다. 그녀의 환영이 찾아온 것일까? 치유되지 않는 폴리노의 생각과 마음에만 남아있는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노래하고 춤추고 맞서 싸울 것이다. 삶의 저편도 그리 나쁜 것 같지 않다. 대기 줄에서 그녀는 로르카를, 내전이 시작되고 한 달 후 1936년 8월 19일 암살당한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를 만난다. 그는 쪽지에 시를 써서 그녀에게 건넨다.

두 배우 겸 댄서는 무대에서 논쟁을 거듭하며 각자의 페르소나를 구축한다. 카르멜라는 금방 흥분해서 열의를 불태우지만 폴리노도 지지 않고 노래와 춤과 사랑으로 응답하다가 결국 동요하고 순응한다(“우리는 배우야, 안 그래? 그러니까 정치는 무시하라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게 다라고!”). 이들은 작열하는 연기를 펼친다. 

 

간소한 소품을 사용했으나 라파엘 몰니의 아름다운 조명을 받는 무대에서 슬픈 운명을 저항하는 공동체의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두 남녀. 자신들의 시를 아카펠라로, 공화국을 지지하는 레퍼토리 노래를 힘차게 부르는 연인이자 예술가 동료인 이 커플에게 관객은 서서히 동화된다. 1808년 나폴레옹 1세에 맞선 반도전쟁에서 먼저 불렸던 ‘오, 카르멜라!’(‘엘 파소 델 에르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짐)는 놓쳐서는 안 될 곡이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은 감정에 젖어 인사하며 이 이야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 말에 믿음이 간다. 

 

 

글·마리나 다 실바 Marina Da Silva
연극평론가

번역·서희정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