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효율을 위한 자본의 인격화

‘인적 자원’을 다루는 기술

2022-12-30     다니엘 린하르트 l 노동사회학자

경영학교에서 금융 수단이나 시장 가능성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우듯이 요즘 경영자들은 인간을 다른 모든 자원과 동등하게 취급하며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이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공감, 동조, 즐거움에서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감정을 이용한다. 이 모든 것은 ‘호손 효과’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경영학자 프레더릭 테일러(1856~1915)가 노동의 과학적 관리법을 창안한 목표는 명확하다. 생산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경험에 의존한 경영방식을 과학적 체계로 대체하는 것은, 단순히 한 작업을 수행할 때 적절한 속도와 적합한 공구를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노동자가 노동과 고용주를 대하는 사고방식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1) 

테일러리즘(Taylorism)이라고도 하는 이 과학적 관리법의 요지는 노동자의 순종 및 지지를 이끌어내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테일러는 작업현장 분석을 통해, 노동자에게 지식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식은 작업을 어떻게 조직할지 결정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노동자가 최상의 효율성이 입증된 작업방식을 따르고 그 방식에 만족하도록 만드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테일러리즘, 호손 효과를 더해 진화하다

이후 ‘호손 효과’에 기초한 엘턴 메이오의 사상이 테일러리즘과 병행(혹은 테일러리즘을 보완)해 전파됐다. 메이오는 일리노이주 서부전기회사(Western Electric) 호손 공장에서 1924~1939년 진행한 실험을 통해 관심을 가지고 노동자를 지켜보면 (작업장 전등 밝기, 기계 배치 등) 일부 요소만 변화시켜도 생산성 증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2) 이 실험에 따르면, 변화의 내용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도다. 이후 1947년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런던에 설립된 타비스톡 인간관계 연구소가 진행한 연구들은 노동력 관리 담당 부서가 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을 도입하는 현대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런 접근방식은 발전을 거듭하며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노동자의 인정욕구를 이용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노동자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발상은 관리자의 귀중한 무기가 됐다. 2021년 3월, 프랑스 고등상업학교(EDHEC) 비즈니스 스쿨이 발표한 글을 보면 이 무기가 지금도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믿는 바와 달리, 인간에게 더 큰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감정적 요인이다. 소속감과 상사의 관심은 회사가 직원들의 관심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3) 경영진이 끊임없이 직원들의 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은 많은 현대적 경영관행의 나침반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런 경영관행의 목표가 직원들의 욕구를 실제로 충족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영진이 노력한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직원들이 생산성을 최대화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호손 효과가 주는 희소식은 (...) 작은 변화로도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업장의 전등 밝기처럼 작은 변화만으로도 생산성을 놀랍게 향상할 수 있다. 이는 팀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작업공간의 배치를 변경하거나, 꾸미거나, 식물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요가, 명상, 웃음치료 수업, 오락실, 낮잠 혹은 컨시어지 서비스(호텔식 안내 및 고객 서비스 등) 외에도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그 대신 경영진은 목적, 수익, 품질에 기준을 설정하고 직원들이 이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은 경영정책 전반에서 정찰대 역할을 하는 컨설팅 회사에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한다. 프랑스 경영컨설팅협회에 따르면 심리학자, 정신분석가, 사회학자, 철학자, 인체공학자, 경제학자, 정보 과학자, 정상급 운동선수를 아우르는 인적자원관리(HR) 컨설팅 시장은 2009~2019년 2배로 성장했고, 2031년경 다시 한 번 2배로 커질 전망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1만 5,000개 컨설팅업체에 12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80%는 간부급 직원이다. 2021년 컨설팅 업계가 기록한 매출은 200억 유로에 달한다.(4) 

 

감정을 도구화하는 가스라이팅 경영, 효과는?

EDHEC 비지니스 스쿨이 발표한 글은 “호손 실험은 사회과학 및 경영 연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다른 모든 이론처럼, 중요한 점은 기업들이 이 실험에서 각자 자기에게 적합한 부분을 취해 기업 조직을 완전히 전복시키지 않는 선에서 이를 적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기업은 호손 실험에서 각자 자기에게 유용한 부분을 찾아내 적용한다. 직원의 감정을 도구화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때로는 놀라운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후 동시에 한 스타트업에 채용된 두 젊은 영업사원과의 인터뷰를 살펴보자.(5)

 

다비드: “나는 기본급으로 3만 5,000유로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3만 2,000유로를 제시했다. 폴도 3만 2,000 유로를 받을 것이라는 말에 나는 이 금액에 동의했다. 사장은 내게 ‘모두 평등하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폴: “연말이 되자, 사장은 25명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올해는 실적이 너무 나빠서 아무에게도 상여금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속으로 ‘젠장!’하고 외쳤다. 그런데 회의가 끝난 후 사장은 다비드와 나만 남으라고 하더니 ‘조금 전에 한 말은 거짓말이야. 두 사람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의욕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상여금을 주기로 했어. 사장인 내 몫을 포기하고 두 사람에게만 주는 거야. 내가 다른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했으니 두 사람도 거짓말을 해야 해. 믿겠어.’라고 말했다. 다비드와 나는 다른 동료들과 매우 친했다. 하지만 우리는 입을 닫았고 이를 두고두고 부끄럽게 여겼다. 그 후로 이 회사에서 12개월을 더 일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다비드: “보수가 좋았기 때문이다. 내 가치에 비해서는 적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솔직히 상당한 금액이었다. 사장은 내게 ‘너 자신을 증명해봐’라고 말했다. 동료들은 폴과 내게 상여금을 받았는지 물었다. 우리는 못 받았다고 대답했다. 사장의 이런 행동이 과연 정상인가?”

 

폴: “정말 이상하다. 월급쟁이 생활은 트라우마를 준다. 사장은 우리에게 ‘여러분 자신을 증명해 보라. 여러분이 경주마인지 짐수레를 끄는 말인지 지켜보겠다’라고 말하곤 했다. 우리 회사는 사내 행사를 많이 연다. 사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 샴페인과 로제와인, 쿠키를 차려놓고 직원들을 초대한다. 그럴 때 사장은 우리의 친구였다. 우리와 나이트클럽도 같이 다니면서 우리의 친구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일 이야기만 시작하면 날카롭게 변했다. 더 이상 같은 눈빛이 아니었다.”

 

감정을 전략적으로 동원하는 이런 경영방식은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한편, 직원을 복종시키거나 퇴사를 유도할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거대 공기업 프랑스텔레콤(France Télécom)이 민영화를 추진했을 당시 경영진은 총 직원 12만 명의 1/5에 해당하는 2만 2,000명을 해고 없이 정리할 방법을 모색했다. 

 

“문으로든, 창문으로든 나가게 만들라”

2006년 10월 20일, 디디에 롱바르 프랑스텔레콤 CEO는 고위 간부들에게 이 직원들이 “문으로든 창문으로든” 스스로 나가게 만들라고 주문했다. 프랑스 텔레콤은 이를 위해 텔레콤의 새로운 실험(NEXT)과 변화를 위한 예상과 역량(ACT)이라는 두 계획을 수립한 후, 감축 대상 직원의 퇴사를 강요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경영행태를 보였다. 업무 교육을 생략한 갑작스러운 인사이동, 기존 경력과 일치하지 않는 하향 이직 장려 강화, 압력행사, 모욕, 괴롭힘 등을 말한다. 프랑스 텔레콤의 이런 행태가 불러온 자살(미수), 우울증, 질병이라는 참혹한 결과는 2건의 소송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첫 번째 소송을 담당한 경범죄 재판소는 2019년 12월 3명의 경영진에게 제도적인 정신적 폭력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의 항소심으로 열린 두 번째 소송에서, 원심의 징역형(4개월)이 집행유예 1년으로 경감됐다. 

직원들의 심리적 반응을 이용하는 경영법이 모두 이처럼 극단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경제 및 재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의 주관성에 초점을 맞춘 감정, 정감성, 불안감 평가 전략을 흔히 활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제품,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기술, 연구, 경쟁, 법률, 금융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는 경영 전략과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의 심리 상태를 조사하는 것은 고용주가 목표 달성을 위해 동원한 에너지, 비용, 일련의 혁신의 성과를 조사하기 위함이다.

이런 경영정책의 수단으로 여러 모델이 수립 및 개발됐으며 체계적인 조사도 실시됐다. 이제 내부 설문조사를 통해 노동자의 기분을 나타내는 척도, ‘직장에서의 삶의 질(QVT)’을 정량화할 수 있다. 직속상관(N+1)이 휘하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의 목적은 직원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분석해 목표를 설정할 뿐만 아니라 각 직원의 성격, 동기, 회복 탄력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제 ‘인적 자원’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방식은 이와 같이 바뀌어야 한다. 컨설턴트들이 경영진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를 상대로 꾸미는 은밀한 공작 따위는 없다. (‘과거’ 테일러리즘에서처럼) 여전히 주어진 노동 조직 방식을 타협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노동자와, 상호 경쟁의 맥락 속에서 노동자의 인간적 특성, 특히 감정을 더 잘 구슬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동자의 감정을 동원하고 과도하게 자극하는 (인간관계 운동 정신에 입각한) 경영진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영진 스스로 다른 방식을 구상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해방된 회사’(6)가 대표적인 예다. 데카틀롱(Décathlon), 미슐랭(Michelin), 에어버스(Airbus), 라마이프(la Maïf), 키아비(Kiabi)와 같은 기업들의 참여로 프랑스에서 특히 발달한 이 ‘해방’ 경영 방식은 중간 관리직과 운영직의 상당 부분을 없애고 그 대신 그룹별로 나뉜 일반 직원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임무를 부여한다. 

일단 목표, 기준 그리고 수단이 정해진 후에는 직원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이들에게 일정 수준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발상이다. 그렇게 한다면 직원들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규제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배적인 경영 방식에서는 직원에게 맡기지 않는 이런 역할 부여는 딱히 추가적인 보수가 뒤따르지는 않으며 부하(직원)에 대한 리더(고용주)의 인정과 신뢰의 형태로 간주된다. 이런 조직 구상은 전통적인 고용주의 자세에 대한 (속죄에 가까운) 비판에 근거한다. 전통적인 고용주는 직원을 불신했으며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더라도 관료주의와 위계질서로 억압하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봤다.

현대 경영에 대한 모든 비판에서 정당성을 띨 수 있는 비판은 경영진의 자성뿐이다. 경영진은 카멜레온처럼 스스로 쇄신하고 보아뱀처럼 모든 형태의 분쟁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 연구원, 사회과학 전문가 등 다른 주체들의 비판은 시대착오적이고 과거지향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심지어 음모론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노동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점점 더 개인화된 종속관계에 순종해야 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의사와의 상담이나 가족 간 대화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 

 

 

글·다니엘 린하르트 Danièle Linhart
노동사회학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명예연구부장. 저서로 『L’Insoutenable subordination des salariés 임금 노동자의 참을 수 없는 종속』,(Érès, Toulouse, 2021)이 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Frederick Winslow Taylor, 『La direction scientifique des entreprises 과학적 경영의 원칙』, Dunod, Paris, 1957.
(2) Friz Jules Roethlisberger & William John Dickson, 『The management and the worker』, Harvard University Press, (Cambridge Massachusetts), 1939. 
(3) ‘Mettre l’effet Hawthorne au service d’un meilleur management 더 나은 경영을 위해 호손 효과를 활용하다’, 프랑스 고등상업학교(EDHEC), 2021년 3월 27일, www.online.edhec.edu
(4) Fabienne Lemaigre-Voreaux : ‘Le marché du conseil en France en 2021. Les chiffres du consulting 2021년 프랑스 컨설팅 시장과 관련 수치’, Kiosk Formation and consulting, 2021년 11월 15일 
(5) 『L’insoutenable subordination des salariés 임금 노동자의 참을 수 없는 종속』, Érès, 2021
(6) Isaac Getz & Brian M. Carney, 『Liberté et compagnie. Quand la liberté des salariés fait le bonheur des entreprises 자유와 회사. 직원의 자유가 회사에 이익이 될 때』, Fayard, Paris, 2009 ; Isaac Getz, 『La liberté ça marche! L’entreprise libérée. Les textes qui l’ont inspirée, les pionniers qui l’ont bâtie 자유는 효과가 있다! 해방된 회사에 영감을 준 글과 해방된 회사를 만든 선구자들』. Flammarion, Paris,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