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유치를 위해 영업하는 프랑스 학교들

자율적 학교 운영의 이면

2022-12-30     클로틸드 도지에 l 중등학교 교원

프랑스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학습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는, 일견 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마크롱 대통령이 내세우는 이 개인별 맞춤 학습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많다. 학생 개인에게 맞는 지도를 해주겠다며 학교가 대중을 유혹하는 사이, 지식 전수에 대한 고민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난다. 

 

프랑스 학교도 ‘팔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세상이다. 물론 이를 외면하는 일부 교사도 있지만, 신임 교사들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자기 학교만의 장점을 홍보하는 일은 이제 교사들의 주된 관심사가 됐다. 이 ‘팔리는 법’이란 무엇인가? 연구계획의 가치를 높이고, 예술가와의 협업을 과시하며 재미난 동영상을 제작 및 배포하고, 행사를 개최하는 것 등이다. 새로운 ‘고객(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포함된다.

진짜든 대외용이든 자기 학교만의 특징을 내세우는 현상은, 학교에 ‘자율성’이 부여되면서 생겨났다. 1995년 프랑수아 베이루가 시행한 중등교육 개혁 이후 학교는 더 많은 자율성을 획득했다. 학교장은 ‘자율 운영시간’이나 ‘자율 재량권’을 부여받았으며, 이사회는 학교장의 제안에 따라 해당 권한의 사용을 승인한다. 2010년 뤼크 샤텔 교육부 장관이 고등학교 개혁을 추진한 뒤로는 주당 자율 재량 시간이 9시간까지 늘어났다. 2014년 나자트 발로 벨카셈 장관의 중등교육 개혁에서도 교부금의 20%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과목은 상품, 학교 SNS는 홍보수단

현재 이사회는 매 학기 학급 수를 변경하고 승인할 수 있으며, 각 언어 수업에 배당된 시간 역시 조정이 가능하다. 라틴어를 선택과목으로 채택 혹은 폐지하거나 그 시간을 정하는 것도 이사회의 몫이며, 교원 윤리 교육을 배정하고 특정 교과의 인원을 조율하며 특별활동 부서 수를 결정하는 일도 이사회가 맡는다. 각 학교에서는 이렇듯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특히 이제는 필수가 돼버린 ‘학교 개방의 날’ 행사 때 이를 (국립이든 사립이든) 타 학교 대비 자기 학교만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학교 개방의 날’ 행사에서 각 학교는 교육 커리큘럼과 함께 다양한 선택과목 및 특별활동을 마치 ‘미끼 상품’처럼 홍보한다. 

학교 웹사이트도 이제는 하나의 ‘쇼윈도’ 역할을 하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각 학교에서 개설한 SNS는 각종 교내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해맑은 모습을 내보내는 홍보수단이 된다. 교사 수가 줄어들까 봐 신경을 쓰면서도, 교장과 일부 교사들은 학교 이미지를 해친 이들에 대해 비난하곤 한다. 신학기에 정원이 줄면 아무리 불평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학교를 지키려는 노력과 공공 서비스를 수호하려는 노력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한다.

이 새로운 관행은 에너지 소모전까지 부른다. 프랑스는 학교의 자율성에 주력하느라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내활동을 구상하며 보조금 지원 서류를 작성하는 데 업무 시간을 써야 하고, (특히 고등학교에서) 학교만의 특장점을 어필해 고객(학생) 유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심지어 초등학교를 돌면서 자기 학교만의 제2외국어 수업이 가진 이점을 홍보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는 생각하지 못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며, (전국 통합 시험이 없으므로) 자체적인 평가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 모두가 교과 외의 추가 업무 시간이다. 학교별로 로고나 표어도 있지만, ‘성공을 향한 도약’이라거나 ‘같이 생활하고 같이 성공하자’, ‘성공의 바람’ 등도 대부분 엇비슷하다. 학교들의 교내활동도 비슷하게 진행된다. ‘성공’, ‘포부’, ‘우수’, ‘차별화’, ‘친절’ ‘개근’ 등의 단어가 필수로 포함되는 것이다. 

 

교육 자유주의 전도사들의 기세

그러나 각 학교에서 경쟁하듯 쏟아내는 자율적인 교내활동도 이렇다 할 효과는 없으며, 내부 평가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율적인 교내활동이 곧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특정 환경이나 조건에서만 그 효과가 나타난다”(1)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주의 전도사들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모른다. 경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그건 개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2년 3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학교에도 교사들에게도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야 학교 구성원이 계획을 추진하고 이력에 따른 적임자를 뽑을 수 있으며, (...) 아울러 다른 기관과의 다양한 교육적 연계 하에서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하고 성취도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뤼크 샤텔 장관과 마찬가지로 학교장 재량에 따른 교원 채용도 권장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뤼크 샤텔 전 장관은 “상황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에 따르면 “현장 주체의 재량권을 늘리고 학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줘야 한다. (...) 그리고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제도를 벗어나 각 학생에게 맞는 해법을 쓰는 것이다.”(2) 지금도 여전히 문제는 “자유로운 구상을 펼치고 혁신과 역량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물론 지속적인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 끝없는 자유주의 담론의 근거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확신에서 나왔다. 지난 3월 24일 전국 중등교육 노조에서 주관한 ‘교육 정책 발표회’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대표로 참석한 쥘리 브네티 교육감도 그들만의 흔한 관료적 화법으로 이를 설명했다. “울타리를 친다는 게 굴레와 속박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평등한 교육 역시 획일화된 교육을 뜻하는 말이 아니구요. (...) 중요한 건 모든 교육 주체를 연계하고 각 기관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을 위해 같이 협의하고 구축한 해법을 현장에서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율성에 집착하는 이들은 언제나 ‘학생들 간의 차이’에 역점을 둔다.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만큼 ‘현장에 맞는’ 해법과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올랑드 정부의 뱅상 페용 교육부 장관(2012~2014년 재임)도 “저마다의 능력과 학습 이력이 다양한 만큼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중학교”를 표방했다.(3) 유럽생태녹색당 역시 “다양한 학생들을 수용하고 개방적으로 학부모의 의견을 경청하며, 학교 구성원이 연구계획을 추진하고 고유한 정체성 구축에 필수적인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4)

 

‘개인 맞춤형 지원’의 역사

2011년 이후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는 민간 대안학교 역시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 개개인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을 중시한다. 마크롱 집권 1기 때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의 장미셸 블랑케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각기 다른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개인별로 충분히 맞춤화하지 않는 데서 생겨난다. 21세기에는 학생들 각자가 자신의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5) 그렇다면 지역마다 학생들 성향이 다르고 저들 말마따나 그 ‘니즈’ 역시 각기 다르니, 불로뉴와 스트라스부르, 드카즈빌에서 이뤄지는 역사 교육 또한 각각 달라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기서 잠시 ‘개인 맞춤형 지원’의 역사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개인 맞춤형 지원’은 서민층과 중산층 학생 비율이 동일할 때 이뤄지는 조치다. 중학생 모두가 획일화된 교육을 받는 ‘중등 통합 교과 과정’은 학생들 간의 차이를 심화시켰고, 그에 따라 ‘학업 성취도 하락’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는다. 이에 1973년 연설에서 조제프 퐁타네 장관은 개별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과 외 전용 업무 시간 동안 교사가 학생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적절한 조언과 지원 방안을 생각한다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 속도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교사는 특히 학습이 부진한 학생이나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개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학생 또한 헤매지 않고 학습의 갈피를 잡을 수 있다. (...) 진정한 기회의 평등은 취약한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6)

이후 교실 밖에서는 다양한 개선 조치가 쏟아졌고, 해를 거듭하며 서로 중첩되는 조치도 생겨났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끼리 모아 보충 학습을 진행하는가 하면(1979), 학업이 부진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한 소수 정예 관리반도 설치됐다(1991). 1996년에는 집중 지도반과 보충 수업, 특별 수업이 마련됐으며, 1998년에는 지도 교사 제도와 맞춤형 지원・계발 프로그램이 신설됐고, 2000년에도 개인별 지원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중학교 3학년과 4학년 과정을 교대로 듣는 수업 과정과 개방형 학교 제도(2002), 성취도 향상을 위한 개인별 맞춤 학습 프로그램, 중학생을 위한 실습 교육 프로그램(2005), 교과 및 비교과 지원 교육(2007), 입문 과정 보충 교육 활동, 중학교 4학년 예비 취업 활동, 고등학교 진학 대비반 등 다수의 대동소이한 교육 프로그램이 비슷한 취지에서 신설됐다.

차별화된 학습 과정에 대한 구상은 차츰 학업 부진의 영역을 벗어나 각 학생의 ‘재능과 소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자크 랑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1992~1993, 2000~2002)의 진로 탐색 과정 같은 프로그램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탐색함으로써 학생의 취향과 소질을 중시하고, 이로써 차후의 진로 계획을 보다 용이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발전적 교육 과정을 통해 부진한 학생들의 상급 학교 진학이 가능해졌지만, ‘각자의 성공’과 ‘소질’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 의미는 여전히 모호하다. 학교 교육은 과연 영어권 유모 밑에서 자라 모국어 수준으로 2개 국어가 능통한 여학생과, 할아버지 밑에서 종종 집안 보수 작업을 함께 해 구체적인 사고가 발달한 남학생 모두의 입맛을 맞춰줘야 하는 걸까? 

게다가 비슷한 종류의 학습 부진 보완책이 쌓이면서 구조적 영향을 잊는 문제도 생긴다. 학업 부진의 문제든 적성과 소질의 문제든, 혹은 우등생의 문제든 간에 가장 좋은 해법은 결국 각 개인이 쥐고 있는 게 아닐까? 지난 50년간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위한 조치를 숱하게 쏟아냈지만, 과연 그 효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계층구조를 외면, 사회적 무중력상태 초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교과 학습에 관한 부분은 뒷전이다. 지식 그 자체와 학습 과정의 구분이 쉽지 않고 평가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지만, 대체로 교수법의 활용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학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학습 부진 학생’으로 규정짓기보다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장애물이 되는 게 무엇인지 규명해야 하지 않을까? 문학 수업에서 텍스트를 해석하고 지리 수업에서 지도를 제작하며 물리 수업에서 송전 구조를 파악함에 있어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말이다. 

요컨대 학습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이해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집계하고,(7) 교사들이 이를 파악해낼 수 있도록 교원 교육을 실시하는 게 학생들의 학습 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가령 (전치사 뒤의 동사는 원형을 사용한다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문법 규칙을 가르칠 때는 우선 ‘~하기 전에/~한 후에’라는 전치사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나,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지식의 습득은 보통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기적의 공부법을 쓴다 한들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SNS에서 그럴듯한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현장에서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며 직업 상 요구되는 역량을 알려준들 학교 공부가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학교의 자율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지식의 자율성을 살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현재의 숱한 맞춤형 교육에서 간과하는 또 한 가지 부분은 계층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사회적 무중력 상태’에서 문제를 논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식을 전수하는 방법은 주로 중산층 및 상류층의 방식을 반영한다. 따라서 교사들은 이 같은 중상류층의 방식이 다른 규범과 어떻게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공립 중학교에서는 대다수 학생이 서민층 출신이란 점도 주지해야 한다. 이들 학교는 지배계급의 교수법에 익숙한 학생들이 있는 기관과 대척점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 개혁을 할 때는, 주먹구구식 교육이나 경쟁을 늘리고 불확실한 사회 통합을 바라기보다 여러 가지 지식 전수 방법을 수립하는 학교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학생에게 다양한 지식이 전수되지 않을까? 

 

 

글·클로틸드 도지에 Clothilde Dozier
중등교육 교원

번역·배영란 
번역위원


(1) ‘L’autonomie des éablissements scolaires 학교 기관의 자율성’, 2019년 연례 감사 보고서.
(2) France Inter, 2012년 5월 2일. 
(3) ‘학교 재건’에 관한 공조 발표, 2012년 7월 5일, 파리 소르본 대학.
(4) 학교 교육 방침에 관한 견해, 2022년.
(5) RTL, 30 mai 2017년 5월 30일.
(6)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개인 맞춤형 지원 조치 일체에 대한 관찰 및 평가’, 2010년 연구 교육 행정 및 교육 감사 보고서. 
(7)  Élisabeth Bautier, Patrick Rayou, 『Les Inégalités d’apprentissage 학습에서의 불평등』, PUF, Paris, 2009. 

 

 

번창하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

 

비영리 단체 르 슈아 드 레콜(Le Choix de l’école, 이하 ‘르 슈아’)은 우선교육강화네트워크(REP+) 소속 학교의 부족한 교사 수를 채우기로 했다.(1) 이 단체는 ‘평등한 기회’라는 좌우명과 개방성을 앞세우며, 소박한 운영 재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단체의 자금조달 출처를 확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취재를 시작한 2021년 3월, 우리는 엑스마르세유, 크레테유, 파리, 베르사유에 있는 자매기관들의 침묵과 프랑스 교육부의 모호한 답변에 직면했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교육부로부터 지난 2020년, 15만 유로(약 1억 9,500만 원)의 보조금을 단체에 지급했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 예산처가 제공한 공개자료를 인터넷으로 어렵사리 조회한 결과, 2019년에 이 단체가 받은 보조금이 이미 28만 유로(약 3억 6,400만 원)에 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같은 해에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의장을 맡은 ‘참여하는 프랑스 재단(La France s’Engage, FFE)’은 르 슈아 앞으로 보내는 30만 유로(약 3억 9천만 원)짜리 수표에 서명했다. 다른 후원 기업(BNP 파리바, 프랑스 전력 공사, 토탈)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관련 법에서는 예산이 15만 3,000유로(약 1억 9,890만 원)가 넘으면 회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르 슈아는 이를 위반하고, 회계 내역을 관보에 공지하지 않았기에 자세한 내역을 알기는 어렵다.

2019년 최소 예산이 약 60만 유로(7억 8천만 원)에 달했던 이 단체는, 계약직 교사 약 30명의 직업훈련을 진행했다(2021년에는 55명이 직업훈련에 참여했다). 단체는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2년 후 국가교육기관에서 사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0년에는 국가로부터 43만 유로(약 5억 5,900만 원)를 추가로 지원받아 단체의 재정은 더 넉넉해졌다. 르 슈아는 <메디아파르(Mediapart)>에 공공보조금이 전체 수입의 20%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2)

하지만 이 단체는 소위 ‘라상쇠르(L’Ascenseur, 승강기)’라고 불리며, 보조금을 많이 받는 비영리단체 연합의 생태계 속에서 부족함이 없이 운영된다. 2019년 6월에 파리 4구 부르동 대로에서 ‘인큐베이팅 기관’으로 출범한 르 슈아는 ‘평등한 기회를 위한 최초의 연맹’이라는 자부심을 내비쳤고, ‘모든 계층에 헌신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8층짜리 오스만식 건물에 사무실을 차렸다. 점유 면적은 2,300㎡에 달했다. 월평균 임대료가 족히 1만 3,000유로(약 1,800만 원)는 될 것이다.

2019년에 이런 성격의 단체에 지급된 국가 보조금은 400만 유로(약 52억 원)가 넘는다.(3) 그중에는 모자이크 재단(Mozaïk RH)도 있다. 청년과 기업을 연계시켜 주는 이 재단은 공공보조금으로 운영되며, 영리사업으로 기업 컨설팅도 병행한다. 이 복합 사업 모델 덕에 이 재단은 2019년에만 71만 5,196.5유로(약 9억 2,976만 원)에 달하는 국고 보조금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그 규모가 200만 유로(약 26억 원)에 육박했다. 2021년, 모자이크 재단은 경제사회환경위원회(Conseil économique, social et environnemental)에 가입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 ATD 제4세계(ATD Fourth World)는 이 위원회에서 제외됐다. 

경영대학원 학생 3명이 설립한 연대의 넥타이(La Cravate Solidaire)도 4구 부르동가에 사무실을 둔 단체다. 이 단체는 실업자들의 구직을 돕기 위해 구직 면접 시에 지원자들에게 양복과 구두를 대여해 준다. 이 단체는 이 활동을 위해 공공보조금 46만 2,860유로(약 6억 172만 원)를 지원받았다.

또 다른 ‘라상쇠르’ 단체 ‘아르티클1(Article 1)’의 공동설립자 보리스 왈봄(Boris Walbaum)은 능력주의를 철저히 옹호한다. 아르티클1의 설립 취지는 ‘성공의 척도를 능력으로 바꾸는 것’이지만 ‘공익에 대한 기여’를 전제로 한다. 고등경제상업학교(ESSEC)를 졸업하고 경제부 회계 감사원을 거쳐 맥킨지에서 일한 보리스 왈봄은 이 단체를 설립해 바칼로레아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은 ‘잠재력 있는’ 장학생들에게 멘토링과 개인지도를 제공한다. 아르티클1은 설립 2년이 지난 2019년에 공공보조금 52만 9,100유로(약 6억 8,783만 원)를 받았고, 이듬해에는 약 280만 유로(약 36억 4천만 원)를 받았다. 이를 통해 당시의 공동 설립자 왈봄은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연봉으로는 14만 7,000유로(약 1억 9,110만 원)를 챙겼다.(4)  

 

 

글·카롤 세르당 Carole Cerdan
번역·이푸로라


(1) Anne Jourdain, ‘Missionnaires de luxe pour l’enseignement 일류 교사가 낙후지역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2년 9월호.
(2) Fanny Marlier, ‘Adoubée par Blanquer, une association place ses disciples dans les salles des profs 교육부 장관 장미셸 블랑케가 인준한 이 단체는 학생들을 교사 방에 방치했다’, <Mediapart>, 2021년 9월 23일.
(3) 프랑스 예산처.
(4) 관보(Journal officiel)에 공개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