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꼽을 건드리지 마!

머스크와 어산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

2022-12-30     피에르 랭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지난해 10월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러나, 그는 9명의 미국 기자가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도할 것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개인 계정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말이다.

즉시 유엔 사무총장의 대변인은 이에 대해 항의하고 유럽위원회의 부회장은 검열과 제재 위협을 비난하고 프랑스 산업부 장관은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트위터에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라”고 발표하며 은밀히 머스크에 대한 비판에 동조했다(머스크가 느낄 두려움이 상상된다). 독일 외무장관은 언론의 자유가 “이처럼 상황에 따라 지켜지기도 하고 무시되기도 한다”며 비난했다.(1) 48시간 이내에 2만 6,000개의 서명이 위키피디아에 ‘목요일 밤의 학살’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됐다.

트위터에서 플랫폼의 기자와 도덕주의자들은 열광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내 환상에서 깨어난다. 수천 시간 동안 이들은 작은 모니터 뒤에서 한가하게 280자로 개념적 돌파가 일으키는 반응을 조사하고 교훈을 주고받았다. 이 공간은 진정한 민주주의였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키운다는 생각에 트위터의 주주들, 특히나 히피 성향의 자유주의자로 억만장자인 머스크 대표를 위해 가치를 창출했다. 소셜 네트워크를 사적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열도 마찬가지다. 트위터의 경영진은 2020년 10월 억만장자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미국의 타블로이드 잡지인 <뉴욕 포스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뉴욕 포스트>가 한 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스캔들을 정확히 보도한 것이다. 이때 ‘자유로운 세계’의 고위 인사는 단 한 명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를 “러시아 측의 왜곡 보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월, 맷 타이비 기자가 FBI와 정부의 도움을 받아 트위터가 주도하는 검열정책을 폭로했으나 트위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2) 

유럽위원회 위원장이 2022년 2월 27일 러시아 <RT>와 <스푸트니크> 채널을 금지한 것과 차이가 없다. 유럽위원회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이 언론들이 유럽위원회에 ‘분열의 씨앗’을 심으려고 했기에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의 적들과 공유하기에는 너무 소중한 자산이 아닐까? 

상황은 훌륭하다. 머스크는 ‘나르시스의 니르바나’격인 트위터를 훼손하고 신용을 떨어뜨렸다. 게다가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위선을 드러냈다. ‘목요일 밤의 대학살’은 ‘표현의 자유’가 지닌 모순적인 두 가지 개념을 보여준다. 즉, 겉으로는 달라 보이나, 본질은 흡사한 두 가지 개념이다. 하나는 머스크와 같은 대표들이 옹호하는 개념으로 언론사를 매입해 비판을 검열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진보적이거나 반동적인 교수들이 옹호하는 개념으로 트위터가 반대파를 겨냥할 때 검열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한편, 서방세계에서 반체제 인사로 통하는 줄리안 어산지는 10년 이상 자유를 박탈당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를 폭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어산지는 보안이 철저한 런던의 교도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어산지를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영국과 미국 사이에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어산지의 건강은 악화되고 있다. 2020년, 사법부는 어산지에게 컴퓨터를 보내줬다.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 속에 살고 있다. 이를 잊지 말자!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3) 어산지가 겪는 시련은 점점 잊혀가고 있으며, 이 시련의 기억과 함께 표현의 자유도 사라지고 있다. 머스크는 9시간 동안 아홉 명의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켰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주영
번역위원


(1) 프랑스 통신 <AFP>에서 2022년 12월 16일 작성한 반응
(2) TK 뉴스의 ‘트위터 파일(Twitter files)’ 시리즈 참고, https://taibbi.substack.com
(3) 클라라 로페즈 루비오와 후안 판코보의 영화 <해킹> 참조, Les Mutins de Pangé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