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지키는 가난한 손, 드골공항 보안요원 파업

2012-02-13     쥘리앙 브리고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여러 공항에서는 사설업체 소속 보안검색 요원들이 11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공공서비스 아웃소싱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임금 삭감 압력에 반발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3일 금요일, 파리 샤를드골공항 내 맥도널드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월급 200유로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수십 명의 보안요원이 기력을 되찾고 있었다. 2층 보안검색대 저편에서는 경찰 300명과 군인 100명이 파업에 불참한 요원들과 더불어 성탄절을 앞두고 해외로 떠나는 승객 8만여 명을 상대로 보안검색을 하고 있었다. 유럽 제2의 공항인 이곳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 최대 노조가 지적했듯이(1) 일반적으로 경찰의 역할은 파업을 저지하는 쪽이니 말이다. 이 상황이 어색한 또 다른 이유는 테러보안 업무는 원래 경찰이 수행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에 용역을 맡긴 1996년 전까지 말이다.

외주업체에 협상 책임 떠넘겨

지난해 12월 18일자 <르피가로>는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2011년은 프랑스 국민에게 힘든 한 해였다. (중략)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이들과 바캉스를 떠나려는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항으로 몰려온 많은 기자는 머리 끝까지 짜증이 치민 여행객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보안요원 세바스티앙은 “어찌됐든 치안병력이 업무에 투입된 뒤 여론은 우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세전 월급 1,582유로(세후 1,350유로)를 받으며 시차제 근무를 하는 그의 말에 따르면, 임금 인상은 일련의 요구사항 가운데 최우선 항목일 뿐이다. 그 밖에 이들은 근무환경 개선, 정부 차원의 지위 인정, 불안정성 제거 및 지나친 감시 중단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2) 공항의 반대편 끝에서는 대통령궁이 파견한 중재인이 참석한 가운데 노조들(3)과 사용자 쪽이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원청업체인 파리공항관리회사(ADP)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 지분이 52%에 달하는 주식회사 ADP는 용역대행업체 간 경쟁 입찰을 실시한 주체이지만 정작 이번 분규에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경찰밴과 탐지견, 감시카메라로 둘러싸인 보안검색대 앞에서 35살의 소피 크리세즈토픽은 그의 이력을 들려준다. “이곳에서 경찰 업무를 대행하기 시작한 게 1994년입니다.(4) 저는 1997년 입사했고요. 당시 회사 이름은 ‘프로텍타스’였습니다. 회사가 샤를드골공항과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군소업체를 인수하면서 ‘세큐리타스’로 개명했죠. 1997년 전 201시간 근무에 세전 월급 7천 프랑(약 1,067유로)을 받았습니다. 경쟁 입찰 결과에 따라 저희는 ‘SGSA’, ‘SIFA’, ‘프노이으’ 그리고 ‘드리슈부르그’에 이르기까지 여러 회사를 전전했습니다.” 2009년 드리슈부르그는 계약을 따내지 못했고, 보안요원의 80%는 세큐리타스 소속이 되었다. “앞으로 또 다른 회사에 소속되겠죠. 전 고참 축이라 그나마 급여가 높은 편인데 세후 수령액이 1650유로입니다.”

같은 일 하는데 업체는 계속 바뀌어

분규가 진행되는 동안 세큐리타스와 동종업체들은 “임금을 15% 인상하기에는 수익이 너무 낮다”고 주장했다. 공항보안회사사용자협의회(SESA) 회장이자 ICTS 프랑스 대표인 파트리크 투브레즈는 “비상식적 요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민간 보안업체들의 경영실적은 눈부실 정도다.(5) 보안 부문의 세계적 리더인 세큐리타스 AB(직원 수 29만5천 명)에 2010년은 ‘훌륭한 한 해’였다고 그룹 연례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1년 동안 주가는 12% 상승했다. 그럼에도 사용자협의회는 마진이 너무 낮아 임금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날 아침, 소피 옆에 있는 17년차 요원 실비아는 “아이가 병에 걸렸다”며 말문을 연다. “인사부의 보복성 전화를 받았다”는 그는 “근무계획을 일주일 전에야 통보”받을 뿐만 아니라 매일 밤 “60km 떨어진 벙커 같은 공항으로 출근하는 것도 고역”이라고 성토한다. 아울러 ADP에서 이따금 직원들을 ‘암행 승객’으로 보내 아웃소싱 업체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며, ‘위험한 요주의 승객들’이나 반입 금지 물품인 ‘망할 놈의 액체병’을 식별하기도 지겹다고 털어놓는다. “그뿐인 줄 아세요? ‘실례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하죠. 게다가 감시도 겹겹이에요. 원청업체, 용역업체, 경찰, 그리고 직원들끼리도요. 감시당하고 또 서로를 감시하죠.”

실비아는 원칙적으로 정부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대행하면서 적절한 금전적 대가나 처우가 없는 모순을 지적하고 싶었다. 해당 부문의 단체협약에도 “비행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는 사람이나 물질의 항공기 내부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라고 규정되어 있다.(6) 업무분장, 신속성, 성과, 평가, 대내외적 감시 등 이것들은 검색대 뒤의 일상이다. 실비아는 “우리는 경찰의 보충인력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3개월마다 교육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다들 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어요. 반면 경찰들은 위험물질 탐지에 관해 우리처럼 훈련을 받지도 못했어요. 문제는 우리가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겁니다. 3년에 한 번씩 임금, 상여금, 근무조건 등 모든 것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니까요. 적어도 미국에서는 보안요원들을 존중하기나 하죠!”

그렇다. 실비아와 그 동료들에게는 미국이 기준이다. 2000년 미국 재무부에서는 공항보안 업무 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항 한 곳의 보안검색 업무를 여러 업체가 담당할 경우 책임이 분산되어 업무의 일관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중략) 가격을 낮춰 용역계약을 따내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은 보안요원들의 임금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유능한 인력을 유치하고 근속을 유도하기가 어려워진다.”(7) 요약하자면 정부 소관 업무를 민영화하면 자동적으로 ‘임금 압박’이 발생하며, 이는 해당 업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승객 보안검색 업무를 공공부문으로 되돌리는 조처를 단행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요원 5만 명을 채용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티에리 마리아니 교통부 장관이 2005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 당국의 이런 결정을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정부 업무 대행하며 박봉에 중노동

보안요원들은 매일 ‘실적을 내고 속도를 높이라’는 압력을 받지만 주어진 수단은 열악하다. 소피는 이렇게 증언한다. “중요한 것은 항공기의 정시 출발이지 철저한 보안이 아니에요. 고객은 왕이고 항공사의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말조심해야 되겠지만, 항공기를 어떻게 하면 폭파시킬 수 있는지 제가 귀띔해드릴 수 있어요. 아주 간단하거든요. 보안검색 속도에 대한 압박이 주된 문제죠. 무조건 서둘러야 하거든요.”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결근율이 높고, 직원교체율도 이례적이다. 사회당 다니엘 골드베르그 의원은 파업 3일 전 발표한 공항보안에 관한 의회 보고서에서 이를 ‘약 20%’로 추정했다.(8)

공항보안이라는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한 것은 1996년 2월 알랭 쥐페 총리 정부였다.(9) 이 부문의 규모는 국제항공 운송량의 급증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10) 1999~2011년 공항보안 부문 총비용이 9,870만 유로에서 6억7,800만 유로로 치솟으며 무려 58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민간 보안 분야에서 이 정도로 성장한 또 다른 부문은 테러방지뿐이다.(11) 골드베르그 의원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최저 가격 지상주의만 통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약 60%는 다국적 민간 보안그룹들의 프랑스 지사가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ICTS(공항보안 연간 매출 1억 유로), 브링크스, 세큐리타스 프랑스(8,000만 유로), 그리고 ADP의 자회사인 알리지아(4,000만 유로) 등이 있다. 이 업체들의 실적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보안요원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급진 성향 노조인 ‘노동자의 힘’(FO)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ICTS 소속 보안요원 한 명의 2001년 평균 월급은 법정최저임금(SMIC) 대비 33.11%가 높았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시점에 이 수치는 16.43%로 낮아졌다. 세큐리타스 소속 요원 프레데리크 팡방의 설명에 따르면, “그나마 투쟁을 통해 상여금을 확보한 덕분”이다. 그는 “2002년 12일 동안 파업을 벌여 세전 임금 1개월분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11일간 계속된 지난해 12월의 파업은 각 노조가 산발적으로 진행한 협상 결과로 실적에 따른 연 상여금 500유로 인상과 계약업체 변경시 100% 고용승계 보장을 비롯해 약간의 추가 개선책을 약속받았다. 노사 협상이 체결되던 날, 보안요원 세바스티앙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벌써 열흘치 봉급을 날렸고, 한창 연말 바캉스 시즌인데다 경찰과 업체의 외국 직원들이 투입되는 바람에 시위가 이목을 끌지 못하게 됐는데 무엇 때문에 파업을 계속하겠습니까?”

의회 의결을 거쳐 각 항공권에 부과되는 공항세로 조성된 예산(2011년 4억5,200만 유로) 가운데 90%가 ADP가 선정한 업체에 매년 지급된다. FO는 “프랑스의 공항세는 유럽에서 높은 축에 속하는 반면, 보안요원의 임금 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2001년 2.73유로던 공항세가 2011년에는 11.50유로까지 상승했다. 소피는 “세금은 5배 증가했는데 고정 급여는 그대로입니다. 그럼 도대체 돈이 어디로 간 거죠?”라고 질문을 던진다.

업체들 수익은 꾸준히 증가

간단히 계산해보자. 현직 보안요원 1만 명의 월급을 200유로 인상하려면 사회보장 분담금을 포함해 연간 4,800만 유로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2010년 프랑스 공항을 통해 출국 또는 입국한 승객은 1억2,060만 명이다. 따라서 공항세를 0.4유로만 인상해도 보안요원들이 요구하는 임금 수준을 맞춰줄 수 있다.

하지만 승객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에 사용자협의회 투브레즈 회장은 기겁한다. “경쟁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관건입니다!” 그는 “아직 신생 업종이라 근무여건 등에 실제로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임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는 신참 요원의 세후 월급이 1634유로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직원들이 받는 금액을 보면 터무니없는 수치임을 알 수 있다. 그는 “15%나 올려달라니 비상식적인 요구입니다!”라며 같은 말만 반복한다. 그럼 본인의 연봉은 과연 ‘상식적’ 수준일까? “솔직히 그런 접근방식, 아주 질색입니다! 그렇게 치면 제 연봉도 대기업 총수들에 비하면 보잘것없습니다.”

유럽 최고 공항세, 급여는 제자리

ADP의 보안 총괄이사이자 전직 도지사인 클로드 쿠페르는 지난 12월 협상에 불참한 이유에 관한 인터뷰에 응하면서 조건을 내걸었다. 기사 초안을 홍보 책임자 두 명에게 사전 검토시키겠다고 했다. “당시 사태는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에 벌어진 분규였습니다. 상관도 없는 협상에 ADP가 참석할 이유는 없죠. 우리 역할은 각종 기준에 따라 용역업체들에 보수만 지급하면 끝입니다.”

내무부 관료 출신인 그는 공항보안 업무가 정부 임무에 속하며 하청업체의 수입이 공항세의 일부로 직접 충당된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공항세가 ADP의 수입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10년 ADP의 매출은 27억4천 유로에 달했고, 운송 규모가 비슷한 수준이던 2009년에 비해 실적이 11.3% 증가했다. ADP의 2011년 이익은 3억 유로를 기록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 아무 상관 없습니다.” 자신들의 열악한 임금은 가격 인하 경쟁을 부추긴 ADP의 책임이라는 민간업체 요원들의 비난도 그는 그저 논지를 벗어난 이야기로 치부한다. ‘책임의 분산’, ‘임금 인하 압력’ 등 미국에서는 관계 당국이 인정한 내용인데 말이다.


/ 쥘리앙 브리고 Julien Brygo 언론인

번역 / 최서연 qqndebien@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르몽드세계사2>(공역·2010) 등이 있다.


(1) SGP 경찰노조(노동자의 힘(FO)), 보도자료, 2011년 12월 20일.
(2) 마르크 앙드웰, ‘드골공항, 세계 1위 향한 굉음과 신음의 삽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2월호 참조.
(3) 프랑스기독교노동자총연맹(CFTC), 전국자주노조연맹(UNSA), 프랑스노동총연맹(CGT), 연대단결민주(SUD), 노동자의 힘(FO).
(4) 민영화 법 시행을 2년 앞두고 샤를드골공항에 시범 실시 구역이 설치됐다.
(5) 미국의 브링크스는 전세계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가 7만1천 명에 달하며, 2010년 수익은 2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의 ICTS와 유럽 자회사는 25개국에서 1만2천 명을 고용하고, ADP의 자회사인 프랑스의 알리지야는 파리 샤를드골·부르제·오를리 공항에 직원 1200명을 두고 있다.
(6) 2002년 예방보안 기업 단체협약 부속서8.
(7) ‘Long-standing problems impair Airport Screeners’ Performance, 미국 연방회계감사원, p.38, 2000년 6월.
(8) 2011년 12월 13일 프랑스 의회에 제출한 항공·공항보안에 관한 정보보고서.
(9) 교통에 관한 1996년 2월 26일자 법률 n°96~151.
(10)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1986~2009년 전세계 항공기 이용객 수는 9억6,000만 명에서 22억7,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11) 1999~2008년 테러방지 부문 보안 비용은 4억1,440만 유로에서 20억1,000만 유로로 늘어나, 약 385%의 증가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