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은 다시 열차에 오를 수 있을까
오는 2월 26일에 치를 세네갈 대선에 가수 유수 은두르가 출마를 선언했다. 이미 압둘라예 와데 대통령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세네갈 정계는 실망과 분노로 들끓고 있고,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경제성장의 열차를 놓친 세네갈의 고통은 여야가 모두 절감하고 있다.
1960년 독립 당시만 해도 세네갈은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풍부한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자랑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이런 강점들은 세월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오늘날 검은 대륙을 관통하는 경제성장의 물결에 합류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11~2015년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10개국을 보면, 중국·인도·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 있다. 이들의 성장률은 에티오피아 8.1%, 모잠비크 7.7%, 탄자니아 7.2%, 콩고 7%, 가나 7%, 잠비아 6.9%, 나이지리아 6.8%로 전망된다.(1) 반면 세네갈은 2.7%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세네갈 지도자들은 국민 다수가 겪고 있는 빈곤을 지금도 교역조건 악화(2)와 구조조정 프로그램, 세파프랑(CFA)의 평가절하, 세계화 등 외적 요인 탓으로 돌린다. 그러면서 부정부패, 족벌주의, 도구적 사고, 정실인사 등 내적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은 식료품과 공산품의 수입권을 독점해 이를 축재 수단으로 삼으면서 세네갈의 산업 발전을 끊임없이 저해해왔다.
60년대 영광은 어디 가고…
2000∼2012년 두 번의 임기를 지내며 이런 망국적 사태에 일조한 압둘라예 와데 대통령에게 세네갈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와데 대통령은 한 술 더 떠서 권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사유화해 상황을 악화했다. 심지어 아들 카림 와데를 후계자로 미는가 싶더니 이제는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3선을 노리고 있다. 2009년 와데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다카르를 떠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알렉스 세구라 세네갈 주재대표에게 ‘감사의 뜻으로’ 막대한 외화를 전달했다고 시인했다.(3) 세네갈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수단 기업 수다텔을 통신서비스업자로 선정하면서 200억 세파프랑(약 3천만 유로)의 수수료를 나눠가졌다는 언론의 폭로도 있었다.(4)
세네갈의 기술·금융 부문 파트너들(5)은 2010년 6월 8일 세네갈 정부에 전달한 각서에서 이런 파행을 비난하며 “올바른 국정운영과 투명성, 그리고 부정부패의 퇴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6) 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는 단체인 시민포럼의 무하마두 음보지 조정관은 “세네갈에서는 부패의 존재 자체보다 당국의 노력 부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7)
지금 벌어지는 현상들은 50년 전부터 프랑스의 이해관계에 종속돼온 세네갈의 현실과 맥을 같이한다. 세네갈의 민간 부문은 볼로레·부이그·토탈·프랑스텔레콤·소시에테제네랄·BNP파리바·에어프랑스 등 프랑스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개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외환·대출 정책이 프랑화 통화권의 각종 장치를 통해 프랑스에 연결돼 있다.(8) 프랑화 통화권에 속하는 국가들은 외환보유고의 50%를 프랑스 국고 계좌에 예치하면 세파프랑을 유로화로 환전할 수 있는데, 이때 과대평가된 고정환율이 적용된다. 프랑스 기업들과 세네갈 지도층은 이런 환전 가능성 덕분에 세네갈에서 벌어들인 부를 아무런 평가절하 위험 없이 자유롭게 프랑스로 이전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달러에 대한 유로의 가치 절상도 프랑화 통화권 국가들의 경제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 세파프랑을 현지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에 연동시키고 고정환율에 따른 유로화 환전 시스템을 폐지하며 강경한 대출정책을 완화하고 지역 통합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9)
아프리카 경쟁국에 성장 밀려
과거에 조금만 현명하게 정책을 결정했더라도 세네갈은 충분히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각종 인프라망, 저렴한 청정 에너지원인 태양열, 농식품산업, 저개발 상태인 인광석(추정 매장량 10억t)(10) 중심의 화학산업, 세네갈강 유역의 철을 이용한 철강업(1960년부터 계획만 무수할 뿐 미개발 상태임), 어업, 관광산업 등 분야는 다양하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 어떤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제활동인구의 60%가 종사하는 농업 부문은 낮은 생산성으로 신음하고 있다. 연간 1.2%의 농업생산 성장률은 매년 2.5%씩 증가하는 세네갈 인구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디아마댐과 마난탈리댐을 이용한 세네갈강의 치수로 경작지 확충이 가능한데도, 세네갈 정부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쌀의 80%를 수입하고 있다. 니아예스 도로의 노후화도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 북부 우회도로와 다카르 해안도로 건설이다. 이 중 다카르 해안도로 프로젝트는 경쟁 입찰 과정도 없이 대통령의 아들 카림 와데에게 넘어갔다. 계약 금액이 수억 유로에 달하는 이 공사는 회계 감사조차 받지 않았다.
다카르 주변의 지하 담수층을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로 개발해 과일·채소 재배에만 사용하는 점도 문제다. 어로 자원도 유럽연합 국가들이 주축이 된 과도한 개발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세네갈이 체결한 불공정 계약을 재협상하거나 자원 복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한 아무런 정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축산업 부문의 대책도 미흡하다. 가축 사육은 품종 개량과 생산성 증대를 위해 명확한 기본 계획만 마련되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세네갈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지급해 식료품을 수입하고 있다.
실책과 부패로 얼룩진 뒷걸음질
상품작물인 땅콩의 연간 수확량은 풍작기의 경우 100만t에 육박한다. 하지만 정부의 매입량은 30만t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생산분은 농민들이 기름이나 가축 사료로 만들어 사용한다. 세네갈은 적절한 가공·판매 정책을 마련해 얼마든지 자국의 수요를 충당하고 세계 땅콩기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데도 집권층은 식물성 기름 수입에 따라오는 짭짤한 수수료를 선호하고 있다.(11)
이제 에너지 부문으로 넘어가보자. 독일의 과학자 게르하르트 크니스와 프란츠 트립은 태양열 집열 기술을 이용해 사막 면적의 0.5%에서만 전력을 생산해도 전세계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크게 유익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이 추진 중인 ‘데저텍’(Desertec) 프로젝트는 유럽·중동·북아프리카 등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4천억달러를 투자해 사하라 사막에 태양열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면 손해를 보는 이들이 있다. 석유 수입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세네갈 집권세력과 이 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고금리로 단기 대출해 엄청한 이익을 거두는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은행들이다. 여기에 만족을 못하는 세네갈 정부는 발전소에 공급할 석탄까지 수입할 작정이라고 한다.
세네갈 집권층의 이런 파행적 국정운영은 정치와 종교가 결탁한 이원적 지도체제의 폐해와도 맞물려 있다. 서구화된 사회지도층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속인들과 연대해 오로지 땅콩이라는 상품작물에 국가경제를 종속시켰다. 종교지도자들은 1958년 마마두 디아 총리가 추진한 농업개혁에 반발하면서 이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들의 태도는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이윤 추구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들은 땅콩 농사를 장악했고, 이는 이들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주요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땅콩 재배는 갈수록 토양을 메마르게 했다. 경작지가 점점 줄어들자 농민들은 비옥한 남부 카자망스로 대거 이주했고, 그 바람에 카자망스의 기존 경작농업은 큰 혼란을 겪게 됐다. 당시 주민 이주는 30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정치·토지·주민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12)
기득권 탐욕에 막힌 사막 에너지화
와데 정권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세네갈은 2008년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낸 아마두 마흐타르 음보우를 의장으로 내세운 ‘세네갈 전국민 대회’를 개최하는 등 탈출구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정권을 노리는 군소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은 크게 3개 세력으로 나뉜다.
우선 세네갈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청년층을 들 수 있다. 세네갈 국민의 55%가 20살 미만이다. 실업률은 50%에 육박하며 대학 졸업자 40만 명이 무직 상태다. 그런 만큼 이들은 변화를 열망하고 있다. 다카르에서 전력난으로 인한 정전 사태가 잇따르자 결성된 ‘이여나마르’(Y en a marre·프랑스어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대표적 단체로, ‘새로운 유형의 세네갈인’을 표방한다. 티아트를 비롯한 세네갈의 인기 래퍼들의 지지를 받는 이 조직은 와데 정권의 자유주의 정책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다. 2011년 6월 23일 다카르 시내에서 와데 대통령의 3선 도전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선서 ‘세네갈의 예외성’ 회복할까
두 번째 세력은 새로운 헌법을 채택하고 다시 선거를 조직할 과도정부의 출범을 요구하는 야권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베누시길세네갈’(Bennoo Siggil Senegaal·월로프어로 ‘세네갈을 위한 연합’) 동맹을 탄생시켰지만 능력을 갖춘 지도자 선임에는 실패했다.
끝으로 자유주의자들이 있다. 와데 대통령과 전직 총리 이드리사 세크, 그리고 그 후임자인 마키 살이 주축을 이룬다. 그러나 와데 대통령의 족벌체제에 반발한 세네갈민주당 중진들이 하나둘 당을 떠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젊은이들은 당적이 없지만 적극적으로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이들의 거부감이 무소속 이브라히마 팔 같은 제3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브라히마 팔은 세네갈 정부와 유엔의 고위 관료를 지낸 인물로, 당 차원의 지원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약점이다.
세네갈 국민의 정체성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 신화와 전설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세네갈인들은 유구한 민주주의 전통으로 대표되는 ‘세네갈적 예외성’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단호히 믿고 있다. 1848년 노예제 폐지를 비롯해, 프랑스 제3공화국 당시 다카르·생루이·고레·뤼피스크의 4개 행정구역 주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역사적 사실은 그 증거처럼 여겨진다. 이제 세네갈 유권자들이 놀라움을 선사할 때다. 선거 뒤 폭력 사태로 얼룩진 코트디부아르, 기니,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 이웃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 사누 음바예 Sanou Mbaye
세네갈 경제학자 겸 작가. 주요 저서로 <아프리카를 구하는 아프리카>(L’Afrique au secours de l’Afrique·L’Atelier·Ivry-sur-Seine·2009)가 있다.
번역 / 최서연 qqndebien@naver.com
(1) ‘The Lion Kings?’, <이코노미스트>, 런던, 2011년 1월 6일.
(2) 수출가격에 비해 수입가격이 더 큰 폭으로 상승했을 때 교역조건이 악화됐다고 한다.
(3) ‘돈가방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대통령궁’, <라디오프랑스앵테르나시오날>(RFI), 2009년 10월 29일.
(4) Wlfadjri, 다카르, 2010년 7월 6일.
(5) 기술·금융 부문 파트너들이 발족한 조정위원회는 독일,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세계은행, 캐나다, 유럽연합,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인구기금(UNFPA), 미국 등이 참여하고 있다.
(6) 2010년 6월 7일 세네갈 정부가 발표한 ‘제3차(2011~2015)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반응, <라디오프랑스앵테르나시오날>, 2010년 6월 10일.
(7) Ibid.
(8) 지부티, 베냉, 부르키나파소,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코모로, 콩고, 코트디부아르, 가봉, 말리, 니제르, 세네갈, 차드, 토고, 적도기니, 기니비사우.
(9) 뎀바 무사 뎀벨레, ‘프랑스 옛 식민지의 화폐 독립을 허하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7월호 참조.
(10) 환경언론연구그룹(GREP) 기자회견, 다카르, 2010년 9월 19일.
(11) 시디 디오프, ‘세네갈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Pambazuka News>, 2011년 1월 2일 참조.
(12) 카사망스는 세네갈의 곡창지대로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