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성장하는 ‘비영리’ 비즈니스

[탐사보도] 공공부문의 괴물, SOS 그룹

2023-01-31     마르고 에므리슈 외

지난 30년, SOS 그룹은 프랑스의 ‘대표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기업식 논리에서 영감을 얻어 소외계층, 아동, 노인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흡수했다. 게다가 권력과 가까운 그룹 회장 장마르크 보렐로가 새로운 모델을 자처하자, 시민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5년 5월 5일, 느베르 시 남쪽 마니쿠르 지역에서 다섯 마을의 시장이 모였다. 노인요양시설(EHPAD, l’Établissement d’Hébergement pour Personnes Âgées Dépendantes) ‘레페이앙틴(Les Feuillantines)’을 SOS그룹에 이전하는 건에 대한 찬반투표를 위해서였다. 투표 결과는 전원 찬성, 만장일치로 이전이 결정됐다. 2년 후 샤티옹엉바주아에 있는 아동보호시설이 SOS그룹에 합류했다. 같은 해 다른 시민단체가 운영하던 노인요양시설 ‘생솔라주’의 경영도 맡게 됐다. 이후로도 니에브르 주의 몇몇 시설이 그룹의 손에 들어왔다. 자택방문 공공서비스, 생솔라주 농업전문고등학교, 느베르 노인요양시설 등이 그것이다. 또한 2024년도에 ‘사회적 교육기관’이 새로이 개관할 예정이다.

니에브르는 프랑스 전역에서 SOS그룹의 성장을 보여주는 일례일 뿐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진 SOS그룹은 1984년 마르세유에서 ‘SOS 드로그 앵테르나시오날(SOS Drogue Intern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는데,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소속기관은 220개, 직원은 약 4,000명이었다. 2022년에 이르자 기관 수는 650개, 직원 수는 약 2만 2,000명으로 늘었다. SOS그룹은 폭넓은 활동범위를 자랑한다. 청소년의 사법적 보호조치, 어린이보호, 환경보호, 취업지원, 국제연대, 보건의료, 노인복지, 게다가 최근 백지화된 라클레아파리(La Clef à Paris) 극장 인수 계획을 보면 문화 분야까지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성장률은 연 평균 17%, 2021년도에 11.5%를 기록했다. 오늘날 그룹의 매출액은 12억 6,000만 유로에 달한다. 최근에 나온 내부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매출을 2배로 불리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이 같은 팽창을 가능하게 한 재원은 주주가 아니다. 바로 공적자금이다. 재원의 75%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기금에서 나온다.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65세 장마르크 보렐로는 그 강렬한 외모만큼 강한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보렐로는 비행소년 대상 특수교육 교사로 경력을 시작해, 사회주의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기술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후 나이트클럽 그룹 레진(Régine)의 사장을 거쳐 시앙스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의 교수가 됐다. 그리고 정당 전진!(En Marche!)의 부대표를 맡았다.

 

‘물고기떼’ 계열사 시스템

“1980년대에 생긴 단체가 최근 15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그웨놀라 르 나우르가 SOS에 대해 말했다. 리옹 시앙스포 소속 조교수인 그는 보건의료 분야 공공정책 전문가다. SOS그룹의 개발 전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공공부문 경쟁입찰건 따내기, 그리고 곤경에 처한 시민단체 인수하기다. 그룹은 주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시설이 노후화되고, 자원봉사자가 부족하여, 인사와 경영에 문제가 있는 단체를 노린다. 혹은 더 성장하고자 하지만 재원이 없는 단체도 받아들인다. “첫 번째 전략은 어려운 단체를 흡수해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겁니다. 지역 공공기관의 요구에도 부합하는 일이죠. 두 번째는 서로 다른 분야의 단체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겁니다. 단체의 재정 상태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요.”

2021년 그룹이 인수한 단체들을 살펴보면, 이들이 다방면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라스틱 오염물질 제거 단체인 윙스 오브 오션(Wings of the Ocean), 난민 취업 지원단체인 아에레(Aéré), 외르 지역의  독립형 노인 주거시설 아스마비르(Asmavire), 센생드니 지역 몬테소리 학교인 메이 제미슨(Mae. C. Jemison) 국제학교 등이다. SOS그룹은 이 같은 계열사 시스템을 “물고기떼”라고 부르며 자랑한다. “뚜렷한 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단체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보렐로를 선두로 10명으로 구성된 경영진이 8개의 연합 단체를 운영한다. 각 단체마다 이사회가 있는데 주로 고위 공무원, 자금 운용사 및 대기업 대표, 혹은 의사로 구성된다. 새로운 기관이 그룹에 합류하면 규정에 따라 해당 기관은 기존의 경영진과 자원봉사자를 유지할 수 없다. 기관의 새로운 경영진을 뽑는 과정에서 그룹의 지배력이 강화된다. “SOS 그룹은 자신들의 권력을 장기간 보장해주는 경영 모델을 만들었어요. 보통 상호 부조를 목적으로 뭉친 대규모 시민단체 연합이라면 상향식 운영이 원칙입니다.” 파리에스트마른라발레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했던 미셸 아베르베의 분석이다.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연합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그룹이 택한 방법은 경제적 이익집단(GIE, Groupement d’Intérêt Économique)이다. 그룹에서 회계, 행정, 법무, 재무 등의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컨소시엄을 만들고 각 시민단체가 유지비를 지불한다. 회계법원은 2021년 발표한 샤티옹엉바주아 아동 보호시설에 대한 보고서에서 “재정 운용, 대출, 투자, 사업의 개발 및 전략 등 중대사안을 모두 컨소시엄에서 결정해버린다. 따라서 기관의 자율성과 의사결정권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파리에 있는 본사에서 보렐로 회장을 만났다. 그는 “SOS그룹에 들어오는 순간, 독립성이 사라진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꽃무늬 셔츠 차림의 보렐로는 마르세유 억양으로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요. 각 단체마다 회원들이 그룹의 합류 여부를 놓고 투표한 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겁니다.” 그는 담배 두 대를 태우며 자신은 “직원”보다는 “동지”라는 표현을 선호한다고 덧붙인다. 그리고는 언짢은 기색으로 그룹이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곤경에 처한 시민단체의 요청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SOS그룹이 아니면 법정 청산 절차만 남은 단체가 대다수다. “코로나19로 보건위기가 닥쳤을 때, 폐업 직전의 기관들을 보러 다녔어요.”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의 책임자로 있는 직원의 이야기다. “그룹에서 몇 개 단체를 데려와야 하는지 목표치를 정해줬죠. 행정 법원, 그리고 조직 구조를 개편해 성장하려는 시민단체의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에요.” 이 직원은 끝까지 익명을 요구했다. 단체를 하나 인수할 때마다 약 5,000유로의 보너스를 받았다. “시민단체 하나를 인수하려면 감사를 비롯해 몇 달에 걸친 제반 업무가 수반됩니다. 단체의 책임자에게 이를 요구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보렐로는 이렇게 설명하며 연봉 단계가 1~15까지 있다고 알려준다.

특수교육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디디에 베르트랑은 8년 동안 위탁가정 서비스를 운영했다. ‘수평성’을 외치는 그룹의 공식 입장과는 반대로, 베르트랑은 2011년  SOS에 합류했을 당시 겪은 난폭한 경영방식을 기억한다. “이곳에서 일하면 독립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지시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베르트랑은 이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의견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게다가 경영진끼리 실시하는 내부 평가가 경쟁을 부추깁니다. 부진한 직원을 지목하는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낼 때도 있어요.” 

익명을 요청한 G는 한 프랑스 재단에서 사회사업을 담당한다. “이런 인수과정은 시민단체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에게 고통입니다. SOS그룹은 효율성을 추구한 나머지 가혹함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론 주 최대 규모의 직업훈련기관 ‘브리가드 나튀르 론’은 2019년 SOS에 합류하기 전까지 법정 관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미셸 로리옹 소장은 시설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쁜 기색이다. 2021년 말, 그는 견습직원 150명, 정규직원 55명을 채용했다. “그룹에 들어갔기 때문에 운영방식이 바뀐 게 아니에요. 우리 조직을 기업처럼 경영하고 균형 잡힌 성과를 낼 필요성이 부른 변화입니다.”

젊은 신입사원들의 승진은 빠르다. 클라라 R.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속 승진’이다. “몇 달 사이에 직책이 세 번 바뀌었어요. 다른 곳에서 연봉으로 보상하듯 직함은 일종의 보상방식이죠. 말단직원부터 시작해 정말 조직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거죠. CAC 40 기업(CAC 40(Cotation Assistée en Continu 40, 프랑스 주가 기준 상위 40대 기업-역주)처럼요.” 클라라는 퇴사하기 전까지 3년간 충실히 일했다. “하지만 자리를 옮길 때마다 환멸이 커졌어요. 정말 많은 것을 배웠지만 고통이 너무 컸어요. (…) 저는 종종 우리가 이곳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을 해요. 내가 그룹에 완전히 맞추거나, 그럴 수 없다면 떠나야 한다는 거죠.”

 

구원자 신드롬

인수 작업과 더불어 그룹은 새로운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 입찰에도 참여한다. 탁아소 개설,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 칼레 난민촌에 사는 이민자나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거처 마련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보렐로의 최근 저서 『타인은 곧 나의 행복』을 읽어보면 그는 마치 구원자 신드롬에 걸린 듯하다. “아무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원치 않았기에 주거시설, 취업지원, 보건의료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조치를 실행해야만 했다. (…) SOS 그룹의 성장 방식을 일종의 제국주의로 보는 외부의 시선이 있음을 알고 있다. 사실 이는 그저 미약한 구조신호도 포착해내는 우리 역량의 결과인데 말이다.”

“SOS는 윤리적 이유로 몇몇 시장은 피한다고 하지만, 실상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어요.”

세드릭T.는 SOS가 운영하던 난민수용소에서 몇 년 일했던 경력이 있다. 보렐로는 그룹이 특정 안건은 거절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룹에 노하우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성이 강한 분야가 있습니다. 마약중독이나 에이즈처럼 혁신을 이뤄낸 분야들이죠. 테러행위로 유죄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재활시설도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일들까지 SOS가 합니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관한 첫 번째 입찰이 있었던 2016년 8월, 단 한 곳의 단체가 시장을 평정했다. 바로 ‘범죄정책과 갱생 협회(APCARS)’다. 2년이 흐른 뒤 법무부는 이 사업을 “진정한 성공”으로 간주했고, 다른 지방에도 시설을 개소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여러 지방에 진출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가 아니었어요. SOS그룹은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제안서를 냈고요.” APCARS의 전 회장 프레데리크 로페롱이 설명한다. 그는 하루아침에 협회 직원들을 해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1) 로페롱은 SOS가 입찰에서 더 낮은 금액을 제안하는 한편, 협회 직원들을 고용하고 자신의 방법론을 사들이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성장에 대한 갈증은 그 대가를 수반한다. 2021년, 나탕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코디네이터를 구하는 그룹의 공고에 지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SOS그룹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회의시간 내내 무슨 수를 써서든 프로젝트 예산을 구하러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프로젝트가 없을 때 조차요.” 

그는 1년 후 그룹을 떠났다. 이와 비슷한 퇴사자의 증언은 한둘이 아니다. 소피 수비녜는 파리에 있는 한 노숙인 쉼터에서 일하는 동안 그룹의 방향성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SOS는 이민자용 임시숙소 여러 곳을 마련하는 동안 정부 지원을 받아냈어요. 그런데 지원기간은 6개월이었고, 갱신여부는 불확실했죠. 직원들에게 이 숙소의 ‘장기’ 거주자들을 이동시키라는 지침이 내려왔어요. 갈 곳이 없는 이들이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요. 저는 이 일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려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했어요.”

 

선량한 공금 관리인

그룹은 엄격하고도 현대적인 이미지를 표방한다. 재무상태를 바로잡고 사회적 파급효과를 측정한다. 사업 수행에 터무니없는 거액을 쓰지도 않는다.(2) 모두  후원자들과 공권력에게 잘 보이려는 SOS의 쇼인 셈이다. 지출에 대한 감시가 점점 강해지는 환경에서 대규모 단체들이 사업 공모에 입찰하는 기술이 생긴다. “오늘날 공공사업은 사업 공모를 통해 수행됩니다. 사업을 따려면 체계적인 제안서를 준비할 수 있는 팀이 필요하죠. 이런 전문성이 과점 상황을 불러옵니다.”  그웨놀라 르 나우르의 분석이다.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별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진 바보들에게 1,500만 유로짜리 빌딩과 직원들을 관리하라고 내주지는 않으니까요.” 보렐로 회장이 말한다. 그룹은 견고한 부동산 전략으로 단기간에 명성을 쌓았다. 1980년대 말, SOS 드로그 앵테르나시오날(DI)은 마르세유 시내에 있는 아파트를 인수했다. 마약중독자 전용 숙소를 마련하려는 목적이었다. “당시 그런 사람들을 수용하려는 우리에게 임대를 주는 집주인이 없었어요.” 보렐로가 회상한다. 그는 은행가 친구 몇 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보다 조금 앞선 1981년에 그는 마르세유 시청, 그리고 내무부 장관 가스통 드페르의 비서실에서 일했다. 그리고 이듬해, 여러 부처를 아우르는 마약중독 퇴치 사업의 책임자가 됐다.

1995년, 그룹은 알테르나(Alterna)를 창립했다. 전신은 알리앙스 이모빌리에르(Alliance Immobilière)로, “비영리 단체의 자산개발을 위해 모든 일을 하는” 부동산 협동조합이다. 새로운 시민단체가 SOS에 합류할 때 단체의 부동산 일체가 함께 들어오고 그 대가로 지분이 주어진다. 이런 식으로 오늘날 그룹이 거느린 부동산은 65만 제곱미터이며, 가치로 환산하면 8억 유로에 달한다. 이 같은 부동산 정책은 단체의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그룹은 다른 단체들이 놓쳤던 점을 깨달았어요. 장기적인 수입원과 자산이 있으면, 새로운 전략 수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죠. 부동산이 있으면 은행에서 사업자금 대출도 가능하니까요.” 한 대규모 재단에서 사회사업을 총괄하는 직원이 조용히 말했다. 그룹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언어와 사업 규범도 꿰뚫고 있다. 임대계약 이전 같은 수익성 좋은 활동도 할 수 있다. 임대회사에게 부동산을 매각한 후, 임대회사와 다시 임차계약을 맺는 재융자 방법이다. 기업은 현금자산을 확보하고, 나중에 매각한 부동산을 다시 사들일 수 있다. 2019년, 파리 장조레스 병원 임대계약 이전 덕분에 그룹은 900만 유로의 현금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유지가 어려운 시민단체가 있으면, 대출을 갚으려고 부동산을 처분할 필요가 없다. 파산신청을 하고 기관을 닫으면 된다. 인수된 단체가 이 같은 암묵적 합의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파산신청을 함으로써 부동산 유지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단체의 재건과 시설의 운영 정상화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룹 운영진은 “단체의 부동산을 탐내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보유한 건물 대부분이 병원과 노인요양시설, 그리고 장애인전문 보호시설입니다. 즉, 특정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죠.” 그룹에서 보건의료와 노인복지 부문을 총괄하는 기 세바가 단언했다. 2022년, SOS는 프랑스 전역에서 70개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 중이며, 이 중 대부분이 프랑스 북동부 그랑테스트 지역에 있다. 

그룹의 탄탄한 재정상태는 지방자체단체, 보건의료기관, 사회기관에게 신뢰할 수 있는 관리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2021년 4월, 느베르 사회복지센터(CCAS)가 노인복지 부문을 민간에 넘기려 했을 때 드니 튀리오 시장(르네상스당)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센터의 사회사업 정책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노인시설을 마련할 재정적 여력이 없습니다.” 

2022년 1월, 시설 입주자의 가족과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인요양시설 ‘다니엘 브누아’와 ‘라 로즈레’가 SOS에 매각됐다. 튀리오 시장이 말을 잇는다. “공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수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주민 1,300명 규모의 마을에서 20년 동안 시장을 역임하다 최근 니에브르주 지방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파비앙 바쟁(사회당)은 SOS그룹의 패권주의적 성향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가격이나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협상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영리활동 

SOS의 재정상태는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 이 그룹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단체의 자산이 매우 적다는 사실은, 이미 1998년 마약중독 퇴치사업에 대한 회계 감사원 보고서에 언급돼 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만 실행중인 조치들이 지속될 수 있다.” 그때 이후 그룹의 자기 자본 비율은 48.5%까지 증가했다. 나머지 51.5%는 융자다. 하지만 전략은 1998년에 멈춘 듯하다. SOS는 ‘빠른 성장’이라는 함정에 빠진 걸까?

재원의 대부분이 의료기관, 사회복지기관, 청소년과 장애인 보호시설 운영에서 마련되는 한편, 연매출의 상당부분은 경쟁 산업의 영리활동에서 나온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 사회적 경제의 특성과 규범 (비영리성이나 평등한 발언권 등)의 기준이 많이 유연해졌습니다. 사회, 환경을 위한 공익을 추구하되 제한적이지만 영리활동도 가능합니다. (…) 정부지원을 받는 노숙자 쉼터, 공정무역 상점, 상업적 이익과 공금의 혼합으로 유지되는 노인요양시설 모두 사회적 기업에 해당합니다.” 사회학자 클레망 제롬의 분석이다.(3)

SOS는 그룹에 주주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리활동을 하는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일례로, 직업재활 훈련기관 ‘이벤트잇(Event It)’은 플렌생드니 지역 업무지구 중심에 위치한 행사공간 뤼진(L’Usine)에서 유기농 식당을 운영한다. 직원 대부분이 직업재활훈련 과정에 있다. 알테르 문디(Alter Mundi)는 11개 매장을 통해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한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례도 있다. SOS는 2005년 컨설팅 회사 옥실리아(Auxilia)를 인수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던 회사다. 또한, 그룹은 사회적 투자기업을 계열사로 개발했다. 

2010년, 사회적 기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벤처 캐피탈 전문기업 르콩투아 드 리노바시옹(Le Comptoir de l’Innovation)을 설립했다. 2018년, 해당 기업은 SOS 펄스(SOS Pulse)로 이름을 바꾸고 44개국의 기업가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그룹은 자기 자본으로 투자 회사 SOS 파티시파시옹(SOS Participation)을 런칭해, 포트폴리오에 총 10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컨설팅 부문 계열사인 SOS 컨설팅은 공공기관, 기업, 비정부 기구를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SOS그룹은 그룹 내에서의 이동이 자유로운 재분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단체들끼리 어떻게 재정적으로 연결돼 있을까? 공공자금은 투입된 금액만큼 공적 기여를 하고 있을까? 1999년, 사회사업총감독국의 보고서는 기관의 불투명성, 그리고 여러 사업체에서 이뤄지는 금융거래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4) “사업 공모를 통해 공공자금을 지원받을 때마다 자금의 지출내역 증명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계산에 약간의 이윤이 포함돼 있더라도요.” 환경보호 부문의 사업제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이 단언한다. 2017년  그룹에 추가된 분야다.

“주요 단체들이 낸 이익으로 다른 단체의 재정적 손실을 메꿔줌으로써 한 분야 내에서 균형을 유지합니다.” 보렐로는 이 같은 방식에 대한 확신에 차있다. “특별관리 분야가 있어요. 예를 들어 장애인복지, 청소년의 사법적 보호조치 분야는 단 1유로의 예산도 새어나가지 못합니다. 반면 노인복지,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은 ‘자율적’ 분야지요. 만약 노인복지 분야에서 300만 유로를 벌어들였다면, 이 돈으로 공사를 하거나 습지보호를 위해 환경 분야에 넘겨줄 수도 있어요. SOS시니어의 이사회가 결정할 부분이죠.”

‘브리가드 나튀르’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야망을 품은 그룹은 여러 단체를 인수했다. 그중 하나인 아를에 있는 ‘마레 뒤 비기라(Marais du Vigueirat)’는 매년 3만 명이 찾아오는 자연보호구역 비기라 습지를 지킨다. “우리는 2015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방 마스티베르 시로 편입된 이후 재정난에 빠졌어요.” 단체 대표 장로랑 뤼슈지가 설명한다. “조류보호연합(LPO)이나 카마르그 국립공원과 제휴하려고 했는데, SOS그룹이 제안을 들고 찾아왔어요.” 

계열사 제안은 전략의 일환이었다. 환경보호 분야는 그룹 내부에서도 초고속 성장을 기록했다.(2021년 성장율 43%) 브리가드 나튀르가 합류한 것만으로 690만 유로의 매출을 가져왔고, 어려운 이웃에게 낮은 가격으로 양질의 식료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식료품점 체인 안데스(Andes)가 840만 유로를 차지한다. 그룹은 2025년까지 직원 수를 현재 1,1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리고 매출을 3억 6,000만 유로까지 끌어올리려는 야심에 차 있다.(5)

 

사회복지계의 빌 게이츠

SOS그룹의 눈부신 성장은 멈추지 않는 듯하다. 보렐로는 마크롱과의 친분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친분이 일종의 이해관계 충돌을 시사할 수 있다는 점에 분노한다. “사르코지 정부 시절 그룹의 성장률은 16%, 올랑드 정부 때 34%였습니다. 마크롱 정부에서는 고작 11%입니다.” 보렐로 회장이 설명한다. 권력과 가까운 위치는 새로운 길을 밝혀주기도 한다. SOS 부회장이었던 니콜라 아자르는 2020년 유럽 위원회의 특별 고문으로 임명됐다. 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에게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2015~2018년 그룹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를 총괄한 니콜라 구디는 2018~2020년 맥킨지 컨설팅이 설립한 사회단체 제네라시옹(Génération)의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이후 노동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 말부터 그룹의 국제 활동을 책임지는 알렉상드르 루리에는 2015년 마뉘엘 발스 총리내각에서 정부조직 개편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았다. 문화사업 분야로 그룹에 첫발을 디딘 루리에는 스톡홀름에 있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합류했지만 경영진으로 여전히 그룹에 적을 두고 있다.

그룹 이사회 또한 권력의 측근이 넘쳐난다. 소피 페라치는 2015년 마크롱이 이끌던 재정경제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17년 아녜스 뷔쟁의 보건복지부에서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CDC 은행의 지부장이자 SOS 죄네스의 회장이다. 최근 그룹에 합류한 안 드 베제르는 마크롱 내각에서 사무부총장을 역임하고 2021년 7월 SOS그룹의 ‘2025년 개발 전략’의 조타수 역할을 맡았다. 

이런 관계망은 사회적 경제(ESS)를 이끄는 세대가 가진 생각의 유사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0년 ‘사회적 기업가 운동(Mouves)’을 창립한 인물이 바로 장마르크 보렐로다. 보렐로는 점차 ‘사회적 경제의 빌 게이츠’, ‘사회복지계의 베르나르 타피’ 등의 별명을 얻었다.(6) 그의 신조는 “사회적 활동의 효율성” 즉, 더 적은 나랏돈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믿음은 유명한 맥킨지를 비롯해 여러 컨설팅 회사에 퍼졌다. 그룹이 10개의 사회적 기업에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한 연구조사를 의뢰한 것이 시발점이었다.(7) 

비즈니스 스쿨을 갓 졸업한 젊은 세대는 자신의 경력을 ‘의미 있는’ 분야와 접목하려 한다. SOS그룹은 이들에게 고속승진을 보장하는 커리어를 제안한다. 다른 신입들은 파리 도핀 대학과 그룹이 공동설립한 교육과정 ‘사회적 기업 경영학’을 전공했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대한 연설은 업계 전체, 그리고 대통령 마저 홀렸다. 2014년 브누아 아몽이 제정한 사회적 경제 관련법은 2016년 사회성과 연계채권 도입으로 이어지고, 사회복지를 자유주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인정했다.(8) 

“에마뉘엘 마크롱은 사회적 기업가를 영웅처럼 여기는 새로운 자유주의의 정치적 표현입니다.” 사회학과 부교수이자 사회적 경제 전문가 장프랑수아 드라프리의 분석이다. 보렐로 회장의 영향력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작용한다. 2018년 노동부 장관 뮈리엘 페니코는 국가지원고용계약 종료에 대한 보고서를 주문했는데, 그 시발점이 보렐로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같은 시기에 정부는 ‘사회적 혁신’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시작했는데, 선정된 22개 단체 중 2개는 그룹의 계열사였고, 절반은 그룹의 재정적 지원을 받거나 제휴를 맺은 곳이었다.

프랑스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키운 그룹의 이런 성장 전략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린다. 프레데리크 바이는 2017년 말 베이징에서 SOS그룹 대표로 중국 그룹 유니버스 클라우드 헬스 매니지먼트와의 제휴 협정을 맺었다. 노인학 분야에 대한 자문과 지원이 목적이었다. 도뮈스 시스(Domus VI, 민간그룹 중 코리앙과 오르페아에 이은 업계 3위 시니어 서비스 업체)의 운영 책임자를 거쳐 현재 SOS 시니어를 총괄하는 마리스 뒤발은 2018년 초, 중국 지방 여러 곳에 노인요양시설 5,600석과 방문서비스 4,500명 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협약은 당시 중국을 방문한 아녜스 뷔쟁 보건복지부 장관의 보호 하에 이뤄졌다. 아시아의 저 끝까지 뻗어나가고, 대통령의 지지도 받는 SOS 모델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번영한다. 최근 터진 오르페아 스캔들 또한 그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 세바는 이렇게 단언한다.

“점점 많은 단체들이 우리 그룹에 들어와, 비영리 단체가 되기를 원합니다.” 

 

 

글·마르고 에므리슈 Margot Hemmerich
<콜렉티프 생귈리에(Collectif Singulier)> 소속 기자 
클레망틴 메테니에 Clémentine Méténier
<콜렉티프 생귈리에(Collectif Singulier)> 소속 기자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Marc Hecker, ‘Djihadistesun jour, djihadistes toujours ? Un programme de déradicalisation vu del’intérieur 한번 지하디스트는 영원한 지하디스트일까 ? 내부에서 바라본 과격주의 온건화 프로그램’, <Focus stratégique>, n° 102, Ifri, Paris, 2021년 2월.
(2) 2018년 6월 12일 엘리제궁에서 발표한 영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이 쓴 표현.
(3) ‘Lesentrepreneurs sociaux à l’assaut du monde associatif 시민단체 공략에나선 사회적 기업 ’,<Mouvement>, n° 81, Paris, 2015.
(4) ‘SOS Drogueinternationale’, 재정총감독국과 사회사업총감독국의 합동조사,1999.
(5) ‘Orientationsstratégiques du Groupe SOS à Horizon 2025 2025년까지 그룹의 전략적 방향’,SOS그룹 보고서.
(6) Laure Bretton et Gurvan Kristanadjaja, ‘Jean-Marc Borello, itinéraire d’un patron, du milieu dela nuit à la macronie 경영인 장마르크 보렐로의 여정, 암흑기에서 마크롱의 측근에 이르기까지’,<Libération>, Paris, 2018년 12월 20일.
(7) ‘Étude d’impactde l’entrepreneuriat social 사회적 기업가 정신의 영향력 연구’, McKinsey, 2012. 
(8) Margot Hemmerichet Clémentine Méténier, ‘Solidarité à but hautement lucratif 영리추구를 목표로 하는 소셜임팩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9월호, 한국어판 202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