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위기탈출을 위한 제안들

2023-01-31     타피오 카니넨 외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미국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장인 마크 A. 밀리 장군은 2022년 11월 초 협상 촉구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1) 영향력 높은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외교관계위원회’ 소속 찰스 A. 쿱찬 교수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협상석으로 데려올 때다”라고 말했다.(2) 현실적인 협상 조건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평화협정은 어렵다. 평화협정의 조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다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즉 양국에 실보다 득이 많아야 한다. 

민스크 협정 실패에서 얻은 교훈 또한 고려해야 한다. 침략을 당한 피해자에게 평화협정이 의미가 있다고 설득하는 일에는 서방, 특히 미국이 나서야 한다.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로서는 침략자에 대한 응징을 원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려면 몇 가지 보장이 필요하다. 즉 침략자인 러시아에 돌아갈 보상은 없을 것이며, 협정이 이뤄져도 국제 시스템 전반이 불안정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러시아에는 그들 관점에서의 우려를 이해하고, 러시아가 계속 내세웠던 요구사항의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 2021년 12월 러시아가 제시했던 러시아-나토 조약과 러시아-미국 조약을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양기구)가 거부했다면, 도무지 수락할 수 없는 조건의 쟁점들도 있었지만 일부 쟁점은 협상에 성공해 승인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3) 협상은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2022년 한 해, 몇 가지 제안들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2월, 오웬 경과 스키델스키 경, 앤서니 브렌튼 경, 크리스토퍼 그랜빌, 니나 흐루셰바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공개 서한을 보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긴밀히 협력해, 러시아가 제도적 적대감을 일으키지 않게끔 러시아와의 새로운 조약 협상에 필요한 상세한 제안을 제출해야 한다. 새로운 조약 내용으로는 핵탄두 미사일의 확실한 철수, 신뢰 구축에 적합한 군사 조치(인력과 군사 배치 제한) 및 분쟁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대한 국제협정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4) 

198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스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조나단 그라노프 글로벌안보연구소 회장은 2022년 7월 한 걸음 더 나아가 나토가 협상에 앞서 유럽과 터키 내 모든 미국 핵탄두 철수를 위한 계획 수립을 제안했다.(5)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 조건에 합의하면, 실질적인 철수가 이뤄질 것이다. 위와 같은 접근방식은 나토를 군사적으로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관심을 끌어, 그를 협상석으로 이끌 수 있다. 이런 전략 유형을 ‘새로운 역할 부여’라고 한다. 상대방을 새로운 위치에 배치해, 새로운 역할에 맞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이 ‘새로운 역할 부여’는 1980년대 중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채택한 방법이다.(6)

평화협정의 관점에서 ‘비무장지대’와 ‘유엔 신탁통치 지역’이라는 개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엔이 평화수호 활동의 일환으로 비무장지대와 신탁통치 지역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무장화는 격렬한 분쟁 당사국들 사이에 중립 지역을 설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유엔이 일시적이지만 전체 영토를 직접 관리한 적도 있었다. 동티모르에 수립된 유엔 과도정부(1999~2002)가 그런 경우다. 당시 유엔의 임무는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고, 주민들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고, 물리적 기반시설의 재건을 지원하고, 법치에 따라 영토를 관리하며, 새로운 헌법의 제정을 지원하고 선거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분쟁이 계속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비무장화하고 일시적으로 유엔 관할하에 두는 안을 고려해야 한다. 일정 기간 병행 노선 외교와 협상을 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유지군 및 유엔 인력을 배치하고, 구속력 있는 휴전을 선언하거나 당사국들이 직접 협상할 수 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은 비무장화되고 유엔이 임시통치할 수 있다. 영토 경계는 유연하게 결정될 것이다. 유엔 관할 지역에 필요한 과도기는 동티모르의 경우보다 10년 이상 더 필요할 것이며, 그 범위가 넓은 만큼 상당한 자원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유엔 과도정부’도 협상을 지원하고, 해당 지역의 지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정기선거 및 국민투표를 조직할 책임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비동맹 문제는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으며 협상 내용에 포함돼야 한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서 러시아와 나토 간의 군사적 위험(핵 등) 감소에 대한 논의와 군축에 대한 기타 공식 논의 재개 등과 같은 신뢰 구축 조치들도 구상될 수 있다. 2020년 12월, 미국과 유럽, 러시아의 전직 장군, 정치인, 외교관 및 지식인 145명은 함께 군사, 핵 및 기타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의미가 없어진 권고안을 작성했다.(7) 

여러 평화협정에서처럼, 전쟁 당사자들이 협정을 시도하려면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 조력자와 중재자는 양측이 분쟁의 외부인으로 간주하는 국가 출신이어야 하며, 국제사법재판소나 상설중재재판소와 같은 기관의 대표자를 포함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오로지 군사적, 도덕적인 측면에서 선악의 대립으로 보는 경향이 국제사회를 관통하고 있으며,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격려는 부족하다. 우리는 위의 제안들이 단계적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평화협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글·타피오 카니넨 Tapio Kanninen 
뉴욕 글로벌 위기 정보 네트워크(Global Crisis Information Network) 회장
헤이키 파토마키 Heikki Patomäki
전 유엔 정무부 정치기획국장, 헬싱키대 세계정치 및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Peter Baker, ‘Top U.S. general urges diplomacy in Ukraine while Biden advisers resist’, <The New York Times>, 2022년 11월 10일.
(2) Charles A. Kupchan, ‘It’s time to bring Russia and Ukraine to the negotiating table’, <The New York Times>, 2022년 11월 2일.
(3) Tuomas Forsberg, Heikki Patomäki, 『Debating the War in Ukraine. Counterfactual Histories and Future Possibilities』, Routledge, London, 2023.
(4) Lord Owen 등, ‘Letter: Remember Kissinger’s advice to the Ukrainians’, <Financial Times>, London, 2022년 2월 28일.
(5) Oscar Arias, Jonathan Granoff, ‘Nuclear strategy and ending the war in Ukraine’, <The Hill>, 2022년 7월 19일.
(6) Alexander Wendt, 『The 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7) ‘Recommendations from an experts’ dialogue: de-escalating NATO-Russia military risks’, European leadership network, 2020년 1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