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유화’에 따르는 천문학적 비용

‘에너지 투기’를 부르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

2023-01-31     다비드 가르시아 l 기자

서구의 러시아 제재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유럽인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구대륙을 약화시켰다. 이 위기로 프랑스 전력시장을 ‘자유화(민영화)’하려는 시도가 실패했고, 특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여러 정부의 고집스런 태도가 낱낱이 드러났다.

 

“유럽 시장은 20~25년 전 확립된 모델의 막다른 골목에 선 것으로 보인다.” 

누가 한 말일까? 그는 라 프랑스 앵수미즈(LFI) 소속도, 강성 노동조합 쉬드 에네르지(Sud Énergie)의 조합원도 아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프랑스전력공사(EDF) 최고경영자를 지낸 장베르나르 레비다. 그는 비방디, 탈레스 그룹 등 프랑스 CAC 40(Cotation Assistée en Continu 40, 시가총액 기준 40대 기업의 주가지수-역주)에 속했던 여러 다국적 기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9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그의 마지막 청문회 자리에서 이 뛰어난 기술관료는,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전기시장 자유화를 폐기했다.

1986년 단일유럽의정서 체결 당시 입안돼 1996년부터 시행된 이 ‘공공 독점’의 독단적 폐기는 여러 정부들의 동조 속에 유럽위원회가 ‘신성한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신속하게 밀어붙였다. 그 목적은 효율성, 혁신, 낮은 가격이다. 자유주의 진영에 면역력을 키워온 탁월한 분석가들이 예고했듯 재앙은 총체적이다. 10년 동안 전기요금은 1메가와트시당 120유로에서 190유로까지 올랐다.(1) 이런 흐름을 타고 2021년 가을부터 가격 인상 속도는 가속화했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 8월 26일, <르몽드>는 ‘유럽 전기 시장에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르몽드>는 “8월 26일 금요일, 2023년 초 프랑스의 전기 공급가는 1메가와트시당 1,100유로 가까이 치솟았다. 1년 전에 비해 10배 높은 가격이다”라고 상세히 보도했다. 센생드니 주거위원회 회장인 베르트랑 프라드가 증언했듯, 가격 급등은 최빈곤층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준다. 

“요금 인상은 공공부문에 대한 부담금이 600% 증가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시장 가격에 좌우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계약한다면 12월 31일 전에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마치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HLM(임대아파트) 기구를 극도로 불안정한, 폭등하는 주식시장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 

그러나 유럽연합(EU) 27개국 중 어떤 국가도 경쟁 도그마를 문제 삼지 않았고, EU 위원회는 5차원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베르나르 레비는 매우 완곡하게 “이 위기가 시작된 시점, (유럽) 공동체 당국에서 나온 현실 부정”을 언급했다. 

 

손실의 공영화, 이익의 민영화

대체 EU가 그토록 ‘경쟁’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U는 경쟁이라는 옵션을 우선순위에 두기 위해서는, 그 어떤 대가도 감수할 것처럼 보인다. 에너지를 전략적 주권 자산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한 결과, 독일(나아가 유럽)은 벼랑 끝에 몰렸다. 4억 5,000만 유럽인들은 두 번의 힘겨운 겨울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EU 관료들에게 유럽인들의 이런 고통은 중요하지 않다. EU 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예외적’ 상황을 운운하며 “이 시장을 경쟁에 개방하면 경쟁력 있는 여러 기술들 사이에서 최저가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우리에게 답변했다. 이런 식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처사를 보면, 폴 미스라키가 1935년에 발표한 노래 ‘후작부인, 모든 게 잘될 거예요’(이 노래는 절망적인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덮기에 급급한 태도를 뜻하는 관용적 표현이 됐다-역주)가 연상된다.

이제 방향을 돌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 19일, 97억 유로를 투입해 EDF를 100% 장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인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의 15.9%를 재매수하고, 주식거래소에서 EDF를 빼내고,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분할해 재매각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손실의 사회화, 이익의 민영화’라는 1980년대식 자유주의의 악취가 너무 강해, 탈취제를 뿌릴 필요가 있었다. 경제부에 따르면 이 에너지 기업은 “특히 2050년까지 EPR2(혁신형 가압경수로) 기술을 도입한 원자로 6기 건설 계획을 비롯해, 공화국 대통령이 벨포르 연설에서 발표한 몇 가지 중요한 사업을 신속히 수행할 능력”을 갖췄다. 

정부는 이 기업의 단독 소유주가 될 것이다. 그렇게 금리를 인하해, 시장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주요 언론들은, 이 정부 발표를 보도하며 이 작전을 ‘국유화’라고 표현했다. 그러자, 에너지를 담당하는 프랑스 관리직총동맹(CFE-CGC) 사무총장 알렉상드르 그리아는 “국가는 EDF의 지위는 유지한 채 소액 주주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라며 ‘국유화’라는 용어를 반박했다. 그리고는 “정부가 국유화를 원했다면, 이 회사를 공공상공업시설(EPIC)로 바꿔 버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총연맹(CGT) 위원장 파브리스 쿠두르는 경영진이 이 에너지 회사를 ‘국유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100% 공기업인 EDF는 서류상으로는 완벽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 증권거래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정보 공개 없이 그룹을 마음대로 해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그룹의 부채 수준(680억 유로)을 공개하기만 하면 분할 매각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망령이 다시 EDF에 붙었다. 비공식적으로 폐기된 정부 프로젝트는 이 그룹을 여러 개의 중심으로 나누려 한다. 천문학적인 적자 상태인 원자력에 국민들은 계속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수익성이 훨씬 높은 풍력 및 태양력 발전, 마케팅 및 유통은 민영화될 것이다.(2) 외르(Eure)의 사회당 소속 의원 필리프 브룅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했다. 경제부의 한 비밀문서는 “에너지 전환 관련 활동의 약 30%를 중단한다”라는 정부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상장폐지를 단행하면 (헤라클레스-그랑 EDF 사업 당시 강하게 결집했던) 노동조합들이 반발할 그룹 재편성을 피할 수 있다.”(3) “유럽위원회의 기대에 부합”하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월 EDF의 신임 CEO에 취임한 뤽 레몽은 EDF의 민영화에 적임자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티에리 브르통 경제부 장관에게 조언했을 때, 프랑스 가스공사(GDF)와 수에즈의 합병을 감독한 인물이 다름 아닌 뤽 레몽이다.(4) 2022년 상반기에 EDF는 53억 유로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의 주요한 민간 경쟁자들은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토탈에너지스는 누적 수익 104억 유로를 기록했고, 엔지(Engie)도 50억 유로를 긁어모았다. 지난 2월, 프랑스 의회는 경쟁 입찰도 거치지 않고, 엔지 그룹 자회사에 특혜를 제공했다. 론(Rhône) 수력발전 양도를 18년 연장해준 것이다. 원내교섭단체들은 프랑스 정부와 유럽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만장일치로 이를 결정했지만, 반드시 사용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감사원은 “임대료의 대부분은 사용료와 법인세 형태로 국가가 거둬갔고, 나머지는 개발회사와 그 주주들이 가져갔다. 론 강 댐의 효율성은 더 이상 소비자에게 이익을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론 강 수력발전이라는 ‘훌륭한 계획’을 찬양하던 언론들은, 이 달갑지 않은 보고서 내용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프랑스 자본주의의 이 거물들은 국가라는 모체에 감사해야 한다. 2010년 공표된 한 법률은 EDF가 원자력 생산의 1/4을 ‘대체 공급자’에게 원가로 팔도록 강제했다. 그 대체 공급자의 1순위는 바로 토탈에너지다. 2022년 초 에마뉘엘 마크롱은, 20테라와트시(TW, 1조 킬로와트)의 추가 전력을 파격적인 가격에 할당하고, 역시 파격적인 조건으로 향후 10년 이상 100TW를 양여하기로 결정했다. 노후 원자력 에너지 규제 접근(ARENH, Accès Régulé à l’Électricité Nucléaire Historique)이라 불리는 이 조처의 목표는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인상 효과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8월 9일, EDF는 ARENH와 관련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총액 83억 4,000만 유로의 ‘보상 요구’를 국가에 청구했다. 

 

‘에너지 투기’를 부르는 정책

ARENH의 본질은 투기적 전환에 유리하다. 소비자 권리 보호 협회 CLCV (Consommation Logement Cadre de Vie, 주거와 생활 환경 소비)에서는 “이 규제는 실로 희한하다. 2021년 12월에 확보한 ARENH 법을 적용해, 2022년 1/4분기에 2022년 분량을 도매시장에 되팔 수 있다. 참 놀랍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5) 실제로, 일부 공급자들은 메가와트시당 42유로로 EDF에서 예약한 전력을 최소 4배에서 10배 가격으로 비싸게 되판다. 이것은 순전히 불법이다.

불법인데 어떻게 가능할까? 전력회사는 ARENH의 비축량을 (비싼 값에) 다수의 고객에게 공지한다. 그러나, 약속한 것처럼 전력을 고객에게 공급하지 않는다. 도매시장에서 비싸게 팔기 위해 이 전력량의 일부를 폐기한다. 그리고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는다. 이런 식으로 민트에너지는 “연간 218유로를 버는 셈”(6)이라고 약속하며 고객에게 EDF로 전환하라고 권유한다.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다(고객이 아니라, EDF가 말이다)!

에너지 규제위원회(CRE)는 “일부 공급업체들은 특히 ARENH 남용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조사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조사’ 대상은 옴(Ohm)에너지다. 위원회가 이 조사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LCV의 상무인 프랑수아 카를리에(François Carlier)는 ‘독립적’이라는 당국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10년 이상 CRE는 ARENH의 ‘횡재 효과’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CRE는 이념적으로 경쟁논리를 지지한다.” 카를리에는 베르시 산하 경쟁 소비자 문제 및 사기 방지 총무처(DGCCRF)의 열의 부족도 지적했다. 

전기·가스사용 기업연합(CLEEE)은 특수 분야와 전문 분야를 합쳐 프랑스 전체 전기 소비의 10%를 차지하는 대기업 및 3차 산업 연합이다. CLEEE 대표인 프랑크 루바노비치는 “경쟁 개방은 모든 면에서 완전한 재앙이었다. 개방은 에너지 공급의 안전성만 해친 채, 아무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공급자들은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같은 가격에 거의 1% 이내로 제안한다”고 단정 지었다. 가입자들은 2021~2022년 평균 50% 인상된 청구서를 받았다. 루바노비치는 ARENH를 일종의 액땜이라고 쳐도, 2015년 폐지된 판매 규제 세금은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시장의 규제와 양립할 수 없는 조치는 유럽위원회의 견해에 반한다. 

가짜 국유화, 자유화의 비정상적인 효과를 방해하려는 국가의 개입, 제대로 기능하는 유일한 해결책인 ‘공공 독점’을 피하려는 기술-관료주의의 휘청거림은 극단에 이르렀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3인은 “투자의 지평을 단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으로서, “생산자들로부터 모든 도매 전기를 사들여 유통업체에 재판매하는 의무를 수행할, 독립적 국가기관의 설립”(7)을 권고한다. 

특히 매우 자본주의적인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정부에서 시행 중인 ‘단일 구매자’는 장기계획과 시장을 결합한다. 토털 에너지 등 주요 대체 공급업체들의 연합체인 프랑스 전기·가스 독립협회(AFIEG) 회장, 기 르세르프는 “시장 개방 전 논의된 이 모델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채택하지 않았다”라고 기억했다. 그것은 오늘날 더 이상 고려되지 않는다. 반면, 개인 및 공동 소유자에 대해서는 2023년 6월 30일 예고한 대로 가스의 규제 세금이 종료된다. 에너지전환부는 “프랑스법을 2017년 국무원의 결정에 따라 유럽의 법에 일치시키는 것”에 대해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 영향은 받지만, 피해는 받지 않는 경쟁 논리의 투사들은 상호 협력 중이다. 경제지 <레제코>는 “시장을 재창조해서라도 전력을 구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8) 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에게 일상의 안정이 있으라! 에너지 경쟁 모델은 다국적 기업에 고마운 존재다. 또한 여러 기업으로 옮겨 다니는 고위 공무원들, 간섭주의를 표방하지만 기업에 가장 우호적인 신자유주의 정부에도 달가운 존재다.

따라서, 에너지 경쟁 모델의 앞날은 찬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다비드 가르시아 David Garcia
기자

번역·조민영
번역위원


(1) Aurélien Bernier, ‘Prix de l’énergie, une folie organisée (한국어판 제목: 에너지 가격 폭등의 원인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11월, 한국어판 12월.
(2) Anne Debrégeas et David Garcia, ‘Qui veut la mort d’EDF?(한국어판 제목: 헤라클레스를 두고 다투는 히드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2월, 한국어판 9월.
(3) ‘Participations financières de l’État ; prêt et avances à divers services de l’État ou organismes gérant des services publics 국가의 재정적 참여; 국가 혹은 공공서비스 기관의 대출금’, 국회, 보고서 n° 292, 2022년 10월 6일.
(4) Marc Endeweld, 
‘Nationalisation?: Luc Rémont nommé PDG d’EDF … pour mieux le démanteler? 국유화? EDF CEO에 임명된 뤽 레몽’, Marianne, Paris, 2022년 10월 26일.
(5) ‘Des fournisseurs d’énergie qui réalisent des plus-values spéculatives sur le dos des consommateurs 소비자를 등에 업고 투기적 시세 차익을 실현하는 에너지 공급자들’, CLCV 보도자료, 2022년 9월 13일.
(6) 센생드니 지역 프랑스 공산당 의원 파비앵 게이(Fabien Gay)의 트위터 코멘트, 2022년 10월 24일.
(7) Étienne Beeker, Dominique Finon et Jacques Percebois, ‘Électricité : Une solution efficace combinant planification et marché existe 전력: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결합한 효과적 솔루션이 존재한다’, <르몽드>, 2022년 5월 24일.
(8) <Les Échos>, Paris, 2022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