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갑·기계화 경쟁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의 대칭적 분쟁

2023-02-28     올리비에 켐프 l 라비지 전략 컨설팅 사무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성격의 분쟁이다. 동원된 인적·물적 자원의 막대한 규모, 우주나 사이버 공간 등 새로운 ‘전장’ 등이 그렇다. 어느 한쪽의 전력이 갑작스럽게 소진되지 않는 한, 이번 전쟁이 군사적 승리로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 사이 외교는 답보 상태다.

 

구(舊)유고슬라비아 연방이 전쟁으로 해체된 지 20년, 유럽 대륙은 또다시 무력 분쟁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논평이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이번 전쟁의 특징과 특이성에 대한 분석은 찾기 어렵다. 핵무기의 위협 하에 펼쳐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산업전쟁의 양상을 보인다. 이 전쟁은 20세기 무력 충돌과 닮았으면서도, 명백히 21세기형 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로 고강도 전쟁이 부활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지난 30년간 발칸반도, 아프가니스탄, 근동지역 혹은 리비아에서 벌어진 분쟁은 고강도 전쟁이 아니었을까? 전쟁의 ‘강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심리적 혹은 정치적 측면보다, 인적·물적 자원의 규모라고 가정해보자. 이 기준에 따르면, 2016~2017년 이라크 모술 전투도 고강도 분쟁에 속한다. 모술에서는 10만 명의 서구 연합군과 1만 명의 이슬람국가(IS) 전투원이 대적했고 8개월간의 전투 끝에 모술 도심 및 교외 지역 절반이 파괴됐다. 

 

전쟁을 장기화하는 ‘비대칭 분쟁’

인적·물적 자원의 규모에 희생자 수까지 고려하면 예맨 전쟁도 고강도 전쟁에 속한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2015년에 시작된 예멘 전쟁은 32만 7,000명(전사 15만 명, 아사 17만 7,000명)의 사망자를 냈다.(1)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국가연합은 예멘 전쟁에 전투기, 탄도 미사일, 장갑차를 투입했다. 

냉전 종식 이후, 논평가들은 ‘비대칭 분쟁’이라는 용어를 자주 썼다. 전통적으로 대칭적인 분쟁에서는 유사한 전력을 가진 양측이 동일한 수단과 방식으로 대적한다. 비대칭 분쟁은 양쪽이 같은 방식으로 전쟁에 임하지만, 한쪽 전력이 더 우세한 상황을 뜻한다. 세계 최강 미국이 주도한 서구 연합군이 ‘세계 4위 군사 대국’이었던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제1차 걸프전(1990~1991)은 전형적인 비대칭 분쟁이다. 소련 붕괴 이후 서구의 군사력은 워낙 막강해졌으니, 서구와의 대결은 비대칭 분쟁일 수밖에 없다. 게릴라전처럼 변칙적인 규칙과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전쟁도 비대칭 분쟁에 속한다. 

이 경우 전력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분쟁의 한 측이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우세 점유가 아닌 다른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자살공격이나 테러행위는 공격방식일 뿐 비대칭 분쟁으로 간주될 수 없다. 반면 유격전이나 위장전(아침에는 농부, 오후에는 반란군, 저녁에는 경찰, 밤에는 해커), 민간인 내 은신, 약한 전력으로 강한 상대를 제압하는 전술 및 전쟁 장기화 추구는 비대칭 분쟁의 특징이다. 탈레반의 승리로 끝난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이 대표적인 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의 기갑·기계화 분쟁으로 회귀했다. 상당량의 중무기를 보유한 두 적국 모두 이를 사용할 의지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2022년 초, 우크라이나는 약 850대의 전차(1,100대의 예비용 전차), 1,100대의 보병 전투 차량, 1,100대 이상의 대포, 350대의 다중로켓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었다.(2)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보유량은 우크라이나의 3~4배에 달했다. 이처럼 비대칭 분쟁으로 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구의 무기 지원으로 점차 대칭적 전쟁으로 변했다. 

 

핵무기의 위협, ‘마법의 무기’라는 환상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특징은 핵무기의 위협이다. 러시아는 핵탄두 보유 수 기준 세계 최대 핵전력국이다.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수는 5,977기에 달하며 이중 3/4이 실전에 배치된 상태다.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 후 자국 핵탄두를 러시아에 넘긴 우크라이나는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핵우산을 제공할 동맹국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칭적으로 변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핵전력 격차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핵 영향력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자신감의 근원이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렇지만 핵무기의 위험성 때문에 양측이 섣부른 분쟁 격화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 정부가 아무리 핵무기를 내세워 위협해도 이는 잠재적인 우크라이나 지지국들의 너무 직접적인 개입을 막기 위한 구두 위협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서구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에 첩보, 무기, 자금까지는 지원해도 병력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지원 논의는 전쟁의 흐름을 역전시킬 ‘마법의 무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올 1월 중전차 지원 여부를 놓고 벌어진 소란이 그 증거다. 

엄청난 외부 압력에 시달리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불안정한 다당 연정 체제와 소속당인 사회민주당(SPD) 소수파 의원들의 평화주의 지지라는 내부적인 부담도 떠안았다. 숄츠 총리는 결국 독일산 레오파드 전차 보유국(특히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이 해당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은 챌린저2 전차 14대 지원을 약속했다. 프랑스는 AMX 10-RC 장갑차 지원에 동의했으며 르클레르 전차 추가 지원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고도화된 군사장비는 분명 유용하지만 전쟁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흔히 간과하는 변수는 서구가 지원하는 군사장비와 탄환의 수량(재고 또는 신규 생산량)이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는 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와 고가의 일류 장비를 수출하는 방위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고도화된 무기는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맞춤식으로 소량 생산되며, 장비와 그 조작법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 라인 유지 기간이 짧아 부품이나 탄환의 재고도 부족하다. 

 

‘전쟁 경제’로의 진입

지난해 6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쟁 경제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그리고 “프랑스, 동맹국 혹은 프랑스가 지원하는 국가의 군대에 필요한 장비를 신속히 보충할 수 있도록 생산 속도, 수량, 마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프랑스는 이를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해 6개월 전부터 무기 구매 및 주문 절차 개혁에 매달렸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쟁점은 전쟁에 투입된 병력의 규모다.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 자국 병력을 희생시킬 준비가 된 동맹국은 없다. 러시아는 간단한 일격만으로도 우크라이나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특별 군사 작전’을 개시하며 병사 16만 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했다. 돈바스 지역의 반군도 러시아군에 합세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러시아는 지난해 9월 21일 부분 동원령을 선포했고, 러시아군은 약 30만 명으로 증강됐다. 국가의 긴밀한 주도로 러시아의 군수 산업도 되살아났다. 

러시아의 포탄과 미사일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서구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10개월간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포탄과 미사일 소모량을 재보충할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러시아가 50만 명 추가 동원령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 속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인구통계학적 격차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최신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는 1억 4,000만 명에 달한다. 한편 전쟁 발발 전 우크라이나 인구는 3,900만 명에 불과했고, 이 중 900만 명은 해외로 피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인 1명 당 러시아인 3.5명이 사망해야 양측의 인명 손실이 균형을 이룬다고 추정했으나, 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주, 그리고 사이버라는 새로운 ‘전장’

대중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915년의 참호전과 러시아와 대치했던 냉전이 부활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과거 상황과의 명백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은 21세기 전쟁이 틀림없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전략 이론은 ‘다영역 작전(MDO, Multidomain operations)’으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의 다영역 작전 ‘M2MC(Multi Milieux et Multi Champs)’ 이론은 (육, 해, 공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작전 영역에 우주와 사이버라는 새로운 영역들(Milieux)과 전자기와 지각이라는 새로운 장(Champs)을 추가했다. 

몇 해 전 M2MC 수립 당시 프랑스는 지각이라는 새로운 장을 사이버 공간의 시맨틱 레이어(Semantic layer, 사용자들이 복잡한 쿼리 생성이나 데이터 작업 없이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가상화 영역-역주)로 정의했다.(3)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이 네 가지 새로운 영역과 장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첩보뿐만 아니라 통신 분야에서 인공위성의 활약이 돋보인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정보 수집은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핵심 지원책 중 하나이며 동시에 러시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영역 중 하나다. 

사이버 영역의 활용도는 이전 분쟁들 대비, 특히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 전쟁에서 펼친 작전이나 미국이 리비아에서 펼친 작전과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저조하다. 반면 전자기장은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큰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전자기의 특성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쟁 내내 탐지, 전파방해 대항책, 침투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종류의 레이더와 전자기파가 활용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새로운 양상은 다양한 국적과 기능을 가진 대형 드론이 대거 동원된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전쟁에 투입됐던 튀르키예 바이카르사(社)의 드론, 러시아는 이란산 카만 22 드론을 수입했다. 정찰, 전투 혹은 ‘자폭’ 등 드론의 기능도 다양해 졌다. 전쟁 발발 이후 매달 약 500대, 총 4,600대의 드론이 파괴됐다.(4)

 

하늘과 바다를 채운 드론부대와 미디어 전쟁

비행기, 헬리콥터, 드론, 포탄이 하늘을 수놓았다. 미국이 정밀 유도 폭탄인 지상 발사형 소구경 폭탄(GLSDB)을 지원하면 포탄 공격의 사거리는 120km까지 연장될 전망이다. 모든 고도의 전장이 극도로 위험해졌다. 방어를 위해서는 엄폐물이 필요하다. 양측 모두 도시를 요새로 활용하는 이유다. 이 경우 시가전은 극도로 파괴적인 양상을 띤다. 적군을 몰아낼 유일한 방법은 적군이 숨은 건물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활발히 전투가 벌어지는 영역은 지상이지만 해상전도 간과할 수 없다. 지상 발사형 미사일(2022년 4월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러시아 순양함 모스크바호 격추)과 해상 혹은 해저 드론, 해저 공격(아직 공격 주체가 판명되지 않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폭파) 그리고 특히 우크라이나 특공대의 기습 작전(러시아 국내 및 크름대교 폭파)등 해상전도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해상 공격 수단이 늘자, 해상 방어 및 대응책 개발도 활발해졌다.

미디어와 정보 영역은 근본적이고 양면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와 24시간 뉴스 채널은 미디어 상에서 양극화된 논란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전형적인 전쟁 프로파간다 현상을 증폭시킨다. 공공 디지털 매체의 다양화는 오픈소스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제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입수해 전선, 피해 현황, 군대와 국민의 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잘못된 주장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정보의 투명성은 작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적인 수단 때문에 전술적인 기습을 펼치기 어려워졌다. 적 역시 (전자전, 드론, 인공위성, 첩보원을 통한 정보 수집, 소셜네트워크 모니터링 등의) 현대적 수단을 통해 현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전의 폭을 크게 제한한다. 몇몇 전선에서 진행된 돌파 작전에도 불구하고 분쟁 발발 2개월부터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전선이 유지되는 이유다. 

수개월 전부터 전선에는 큰 변동이 없다. 1월 동안 펼친 작전으로 러시아군이 일부 전진하기는 했지만 지금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인적·물적 자원이 전선에 투입되고 있지만, 현재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전쟁은 올봄 한바탕 대격돌로 많은 사상자를 낸 이후 2015~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처럼 ‘동결된 분쟁’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글·올리비에 켐프 Olivier Kempf
라비지(La Vigie) 전략 컨설팅 사무소장, 전략연구재단 객원 연구원, 『Guerre d’Ukraine 우크라이나 전쟁』(Economica, Paris, 2022)의 저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Damien Lefauconnier, ‘En Irak et en Syrie, les civils sont les premières victimes des bombardements(한국어판 제목: 이라크, 시리아 폭격의 가장 큰 희생자는 민간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2년 3월호.
(2) Joseph Henrotin, ‘Les opérations terrestres en Ukraine : la guerre conventionnelle parfaite?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상전: 완벽한 재래식 전쟁?’, <Stratégique>, Paris, n° 129, 2022.
(3) François-Bernard Huyghe, Olivier Kempf, Nicolas Mazzucchi, 『Gagner les Cyberconflits. Au-delà du technique 기술을 넘어선 영역에 달린 사이버 분쟁의 승패』, Economica, Paris, 2015.
(4) 익명을 요구한 한 장교의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