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비관적 리얼리즘

2012-02-13     로랑 코르도니에

현대 미국의 경제 이야기에서는 자본가·경영자·서민, 이렇게 세 계급이 대결하고 결국 서민층이 어렵게 승리를 거둔다. 바로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그린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1)는 규제가 완전히 풀린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를 다루고 있고, 지난 30년 동안 공기업과 사기업의 고위 경영자층과 자본가들 사이에 형성된 커넥션을 문제 삼는다. 이 커넥션이 추구하는 것은 고위 경영자층과 자본가들이 소득을 무한대로 늘리는 일이다(주식 수익과 고액 연봉). 그런데 거시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이 커넥션도 흔들린다. 엄밀히 따지면 거시경제가 불안해진 것도 오로지 고위 경영자와 자본가들이 자신의 배만 지나치게 불리면서 생겨난 일이다.

1980년대부터 국가 부채, 이어 2000년대부터는 가계 부채가 소비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해 내수를 키웠다. 그러나 투자가 감소하고(주로 금리와 배당금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가 되면서부터다) 수입이 증가하면서 내수는 약화되었다. 위기가 깊어지면 아마 새로운 커넥션이 생겨날 것이다. 자본가와 일부 고위 경영자들 사이에 맺어지는 일명 ‘신경영’ 커넥션 말이다. 이 새로운 커넥션은 서민층의 지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전후 시대와 달리) 손해를 어떻게든 최소화하려는 계획밖에 없을 것이다. 뒤메닐과 레비는 “무역 불균형으로 달러의 위기가 심해져 미국의 패권이 위협을 맞으면 상위계층도 이 새로운 커넥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 지도층은 현재로서는 유로화 위기를 더 걱정한다. 유로화 위기가 두렵다면 미국 지도층에게 자크 니코노프의 저서(2)를 읽어볼 것을 적극 권한다. 이른바 유로화의 효력에 대해 낱낱이 조사한 이 책을 읽으면 유로화 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걱정될 것이다. 유로존은 최적의 통화존이 될 만한 기준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고용·성장·금리·부채 부문에서도 개도국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로존에서 발생한 불균형을 해소해줄 수 있는 메커니즘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이론상 예산 연방주의가 해결책이지만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또한 독일의 신중상주의 정책은 지속적인 침체를 가져오고 있다. 결국 유로화는 유럽에서 신자유주의의 부활을 부추기는 존재가 되고, 유럽의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유로존에서 탈출하면 유로존 가입국의 모든 경제·사회 문제가 기적적으로 해결될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니코노프는 진정한 좌파식 복지와 분배 정책을 이루려면 유로화 탈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유로화 위기는 금융구조의 거대 위기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커다란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다.” 이는 저자 로베르 보이어의 설명이다. “현재 맞고 있는 커다란 위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세 가지다. 위기를 극복해갈 내성이 상실되었고, 다양한 주체가 펼치는 여러 가지 전략이 모순적이며, 위기가 해결될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3)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벗어나려면 10년, 아니 몇십 년은 걸릴 것이다. 환경이 변화하면서(경쟁 방법, 정부의 역할, 금융의 위상…) 전략도 새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구조가 생겨날 수 있다. 가령 대출 시스템은 점차 국가가 관리하게 되고, 기업에서 피고용자들이 파워를 갖게 되고, 무역의 지역 블록화가 형성되는 것 같은 변화다.

희망은 있다. “위기 탈출이 늦어지고, 사회 갈등이 깊어지고, 지정학적으로 불균형이 커지면 이와 같은 변화가 지속적이고 강하게 뿌리내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로랑 코르도니에 Laurent Cordonnier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식사하세요!>(2011) 등이 있다.


(1) 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 <신자유주의 위기>(The Crisis of Neoliberalism), Harvard University Press, Cambridge, 2011.
(2) 자크 니코노프, <유로존을 탈퇴하자! 통화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다>(Sortons de l’euro! Restituer la souverainete monetaire au peuple), Mille와 une nuits, Paris, 2011.
(3) 로베르 보이어, <금융가들이 자본주의를 무너뜨릴까?>(Les Financiers detruiront-ils le capitalisme?), Economica, Pari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