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마수를 뻗치는 힌두 근본주의
인도는 중국에 맞서고, 서구 지도자들은 민주주의를 변질시킨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보낸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는 국가 안팎으로 종교적 대립과 증오를 유발하는 극단적 힌두주의 이념, ‘힌두트바(Hindutva, 힌두 근본주의)’에 기대고 있다. 그의 당과 동맹들은 조용히, 다수의 지부를 지닌 세계적인 조직을 설립하고 있다.
인도의 일부 민족주의자들은 자국 내 민족적·종교적 갈등을 서방세계에까지 전염시키려는 듯하다. 지난 9월 17일, 영국 레스터에서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집단 간의 격렬한 대치가 있었다(관련 기사 53면 참조). BBC 보도에 따르면, 레스터 소요 사태를 다룬 20만 개 트위터 메시지들 중 절반은 인도 지역에서 발신된 것이었다. 해당 트윗을 올린 사람들은 대개 다중 계정 보유자였고,(1) 소개글에는 모두 ‘힌두트바’ 지지자라고 적혀있었다.
‘힌두트바(Hindutva, 힌두 근본주의)’는 인도의 정치 지도자 비르 사바르카르(1883~1966)가 1923년 고안한 개념으로, 인도의 정체성을 힌두교 유산으로 정의하는 힌두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다. 사바르카르는 동명의 책에서 힌두트바(이상 ‘힌두 근본주의’)를 소개했는데, 이 책은 인도 내 종교 및 정치 조직 RSS의 교본이 됐다. RSS는 직역하면 ‘민족 봉사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으로, 사바르카르가 ‘힌두 근본주의’ 개념을 주창하고 2년 후 무솔리니의 파시즘 동맹을 모델로 발족한 의용단이다. 민병대로 구성된 RSS는 오늘날 힌두 민족주의의 심장 역할을 하며 한 세기에 걸쳐 노동자, 농민, 학생 노조는 물론 여성, 출판 지부 등 인도와 해외 각지의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연결망을 구축했다.
RSS는 인도에서 두 차례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1948년 열성 조직원 중 한 명이 마하트마 간디를 암살한 직후, 그리고 1975년 인디라 간디 내각 시절 비상사태가 선포됐을 때였다. 이에 조직 지도부는 해외 지부를 설치함으로써 세계 곳곳의 힌두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결정한다. 1976년 영국의 열성 조직원들이 FISI(Friends of India Society International)라는 단체를 결성한 것도 그에 따른 일환이었다. 힌두 근본주의 수호 및 확산을 위해 설립된 FISI는 영국은 물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내륙 지역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다.
‘러브 지하드’라는 집단망상증과 폭력
오늘날 인도 내 유력조직으로 거듭난 RSS의 성장기반은 BJP(Bharatiya Janata Party, 인도인민당)’이다. 2014년 간부 중 한 명인 나렌드라 모디를 주축으로 집권한 BJP당은, 2019년 5년간의 재집권에 성공했다. 힌두 근본주의를 추종하는 BJP당은 인종과 민족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신앙, 의식, 종교 철학 등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며, ‘힌두교도’로 대표되는 인도인들과 그 영토를 우선시한다. BJP당 추종자들에게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다. 힌두교도는 모두 인도인으로 인식된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반면, 비힌두교도들은 잘해야 ‘손님’, 대개는 ‘침입자’로 인식된다. 이들 비힌두교도들은 감시받고 권한을 박탈당한다. 추방되거나 ‘제거’되기도 한다.(2) 주된 공격 대상은 비 힌두교 소수집단(전체 국민의 13%)과 기독교 집단(2.3%)이며, 전자의 경우 무슬림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계급(카스트 제도의 최하층민)과 부족민은 물론 가부장제 원칙에 순종하지 않는 여성들 역시 힌두 근본주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가령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국제결혼에 대해 ‘러브 지하드’라며 비방하는데, 결혼을 통해 힌두교도 여성들을 개종시켜 그 자녀들을 무슬림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무분별한 집단 망상은 해당 사회에 대한 비방과 공격으로 나타난다. 무슬림을 비롯한 소수집단이 다수의 힌두 사회를 전복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110개 국가에 분산된 3,000만 힌두교도가 힌두 근본주의 연합체 상 파리바르에 대한 정치적 재정적 후원을 담당한다.(3) RSS는 조직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환경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컴퓨터 분야 전공 학생이나 엔지니어 등 해외 교민을 포섭하기 위한 적절한 환경으로의 변화가 필요했다.(4) 이후 1996년, RSS는 글로벌 힌두 전자 네트워크 ‘GHEN’을 개설했으며, SNS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RSS 조직원들은 가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인도의 보도 기자 스와티 차투르베디는 ‘BJP당 디지털 부대의 은밀한 세계’를 파고들며 소위 ‘트롤’ 부대의 실체를 규명한다. 이 디지털 트롤 부대는 국내외 당 지지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아울러 당 관계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봇’ 역시 병력의 일부다.(5) 프랑스 외무부가 ‘정보의 조작, 민주주의를 위한 해결과제’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인도 집권당 내부에 ‘정보 기술’ 관련 대책반이 존재함을 지적했으며, 개별 사용자가 비판적 메시지로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자행한다고 꼬집었다.(6) 이런 선전 및 위협 전략의 표적이 되는 것은, 주로 소수집단과 여성이다. 특히 카스트 제도에서 신분이 낮은 여성, 소수집단에 속한 여성,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기자들도 온라인 트롤 부대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의 트위터에서 기자들은 ‘Sickular(탈종교 환자들)’ 또는 ‘Presstitute(기레기)’ 등으로 불린다.
‘종교 청소’에 쓰인 재난지역 지원금
그런데 정치적 성향이 강한 개인 혹은 정치 집단이 국경 밖으로까지 벗어나 활동을 하는 것이나, 혹은 멀리 해외에 사는 교민들이 이들의 논리와 행동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건 비단 이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전 세계 곳곳에 분산된 힌두 사회 구성원들은 상 파리바르에게 있어 자금력과 영향력의 주된 원천이며, 이를 기반으로 힘을 얻은 조직은 다시 해외 교민들을 후원한다.
2001년, 구자라트주 부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이듬해 같은 주에서 반 무슬림 포그롬이 일어나면서 인도로는 달러화 및 파운드화 기부 행렬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하지만 기부금은 주로 부족민을 ‘재힌두화’하는 친 힌두 근본주의 학교 설립에 사용됐고, 아울러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1992년 회교 사원을 파괴한 아요디아 지역에 라마 신전을 세우기 위한 건립 운동에도 쓰였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힌두 근본주의 세력이 조달하는 불투명성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2002년과 2004년 2개 비정부기구(Awaaz South Asia Watch 와 Sabrang)의 보고서, 그리고 영국 <채널4>의 한 탐사보도 방송에서 힌두 근본주의 자금의 불법성에 대해 추적 및 고발했다.(7)
상 파리바르의 모든 해외 자금 구조를 추적한 이 언론보도와 NGO 보고서로 인도와 미국, 영국 등지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전 세계 영미권에 분산된 힌두교도와 힌두 민족주의 집단을 이어주는 조직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위계 구조가 극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 파리바르의 기금 조성을 위해 1989년 미국 메릴랜드 주에 설립된 자금책 인도개발구호기금(IDRF)도 원래는 정치와 종교가 배제된 비영리 구호 기구로 등록한 곳이었다.
하지만 IDRF에 속한 75개 조직 가운데 60개가 상 파리바르 산하의 지부들이다. IDRF는 1995년부터 2002년까지 184개 단체에 5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했는데, 모집된 기금들 중 약 80%가 상 파리바르 산하 단체로 들어갔다. 기부자가 사용처를 명시한 곳에 배분된 기금은 약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직의 중립성에 어긋나는 부분이다. 이에 Sabrang 측에서는 “1989년 설립 후 IDRF가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직의 성장을 꾀해 RSS 주도 하의 해외 기금 모집 운동에서 주요 자금원이 됐다”고 강조했다.(8)
또 다른 구호 조직 Sewa-UK(메릴랜드 주 소재)도 상황은 동일하다. 2004년 보고서에 의하면, 해당 기관은 부지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약 230만 파운드를 모금했다. 그런데 그 중 약 190만 파운드가 복지 단체 세와 바르티 구자라트로 들어갔다. 부족민 거주지역에 친 힌두 근본주의 학교를 세우는 데 들어간 이 돈은, 원래 지진이 일어난, 재난지역 복구를 위해 모금된 돈이었다. NGO 기구 아와즈는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SIUK(Sewa International UK)가 RSS의 한 산하조직에 자금을 댔다. 해당 기관은 구자라트의 한마을 내 ‘종교 청소’에 직접 연관된 기관이다. 규약에 따라 무슬림 공동체에 배속된 지역을 무단 점거했다.”
힌두교의 자금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도 진행됐다. 사학자 비자이 프라샤드는 “양키 힌두트바”를 언급했고,(9) 덴마크 인류학자 토마스 블롬 한센 역시 RSS의 종교 지부 VHP(Vishwa Hindu Parishad)가 남아공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연구했다.(10) 프랑스 학자 아미나흐 모함마드아리프 역시 미국 내에서 세가 확장되고 있는 VHP에 대한 고증 자료를 제공한다.(11) 하지만 세계를 힌두 근본주의로 물들이는 이 단체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이 말하는
‘인도의 번영’이란 무엇인가?
해외의 힌두 근본주의 공동체 내에는 부유한 후원자도 많은데, 가령 최근 미국에서는 사업가 겸 상 파리바르 산하 조직 HSS(Hindu Swayamsevak Sangh) 기관장으로 활동하는 출판인 수바쉬 및 사로지니 굽타 부부와 라메쉬 및 리쉬 부타다 부자가 각자 자기 재단을 통해 수백만 달러씩 친 힌두 근본주의 조직에 기부했다.(12) 대신 이들은 현지 지역사회 내에서 그 입지를 보장받으며 정치세력(미 공화당 및 영 보수당)을 형성했고, 인도 측과 긴밀히 연락하며 물질적・상징적 이득을 제공한다.
2022년 South Asian Citizen Wire 그룹에서 배포한 보고서에서는 미국 내 84개 조직이 인도의 상 파리바르와 연계돼 있음을 밝혀냈다. 각기 구호단체나 싱크탱크, 정치연구회, 고등교육기관으로 등록된 이 조직들의 총 자산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이며, 미국 내에서 특히 교육 당국을 대상으로 힌두 근본주의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13)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변호사 겸 사업가 마노즈 라트바, 부유한 자산가로서 각각 힌두자 그룹 회장 및 부회장을 맡고 있는 스리찬드 및 고피찬드 힌두자 형제같이 영향력 있는 사업가로 고액을 기부하는 이들도 많고, 부유한 고학력 힌두교도나 카스트 상위 계급 또한 조직에 크게 기여하며 현지 당국 및 전 세계 도처의 조직 지도부와 긴밀히 연계된다. 이런 상류층 중심의 인사 영입은 친 힌두 근본주의 성향의 학생 조직으로까지 이어진다.
서방 국가 대다수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외 정치활동에 기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게다가 이런 활동이 (RSS나 BJP, 그리고 이들의 인도 내 지부들처럼)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면 더욱 엄격히 금지된다. 따라서 상 파리바르는 해외에서 중립적 성향의 조직으로 미화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각에선 상 파리바르를 감시 대상, 나아가 테러 집단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힌두 근본주의 지지자들은 다문화 정책 차원의 활동으로 조직을 치장하며 겉으로는 중립성을 표방하려 노력한다.
덕분에 이들은 문화나 교육 부문에서의 활동을 장려하는 힌두교도를 유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법적인 정치 결사 조직의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세무 및 정치 당국의 관심을 교묘히 피한다. 2022년 여름, RSS의 수장인 모한 바그와트는 인도 보팔에서 열린 대규모 회합 폐막식을 통해 전 세계 각지의 힌두교도에게 “인도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라. 인도를 세계의 모범이 되는 ‘세계적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매진하라”고 호소했다.(14)
힌두 민족주의자들에게, 이는 곧 자금지원과 영향력 행사를 뜻한다. 그리고 다른 종교(이슬람교)의 악마화를 의미한다. 물론 이는 인도 내 상황이다. 그러나, 이 힌두 근본주의의 손길은 전 세계로 뻗어있다. 그런 만큼, 곧 내 주변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글·잉그리드 테르와트 Ingrid Therwath
언론인
번역·배영란
번역위원
(1) Reha Kansara & Abdirahim Saeed, ‘Did misinformation
fan the flames in Leicester?’, <BBC>, 2022년 9월 25일, https://www.bbc.com
(2) Pierre Daum, ‘En Inde, la chasse aux infiltrés(한국어판 제목: ‘반이슬람 정책 강화하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3월호, 한국어판 2020년 7월호.
(3) ‘Far and Wide: The Sangh Parivar’s Global Network’, Christophe Jaffrelot, 『The Sangh Parivar: A Reader』, Oxford University Press India, New Delhi, 2006.
(4) ‘Cyber-hindutva: le nationalisme hindou, la diaspora et le web’, 『e-Diasporas Atlas : Exploration and Cartography of Diasporas on Digital Networks』, Maison des sciences de l’Homme, Paris, 2012
(5) Swati Chaturvedi, 『I am a Troll: Inside the Secret World of the BJP’s Digital Army』, Juggernaut Publication, New Delhi, 2016.
(6) Jean-Baptiste Jeangène Vilmer, Alexandre Escorcia, Marine Guillaume, Janaina Herrera, ‘Les Manipulations de l’information : un défi pour nos démocraties’, 프랑스 사관학교 전략연구소(IRSEM) 및 프랑스 유럽외무부 전략예측분석센터(CAPS) 보고서, Paris, 2018년 8월.
(7) Sabrang, ‘The foreign exchange of hate : IDRF and the American founding of Hindutva’, 2002 & Awaaz-South Asia Watch Limited, ‘In bad faith ? British charity and Hindu extremism’, 2004, www.sacw.net
(8) Sabrang, ‘The foreign exchange of hate : IDRF and the American founding of Hindutva’, 2002.
(9) Vijay Prashad, ‘Countering Yankee Hindutva’, <Frontline magazine>, Vol. 19, n°25, New Delhi, 2002년 12월 20일.
(10) Thomas Blom Hansen, ‘Diasporic Dispositions’, <Himal South Asia>, Vol 15, n°12, Colombo, 2002년 12월.
(11) Aminah Mohammed-Arif, ‘Religion, Diaspora and Globalization: the Vishva Hindu Parishad and the Jama’at-i Islami in the United States’, Deana Heath & Chandan Masur, 『Communalism and Globalization in South Asia and its diaspora』, Routledge, London, 2011.
(12) Raqib Hameed Naik, Divya Trivedi, ‘Sangh Parivar’s U.S. funds trail’, <Frontline Magazine>, Chennai, 2021년 7월 4일.
(13) Jasa Macher, ‘Hindu Nationalist Influence in the United States, 2014-2021 The Infrastructure of Hindutva Mobilizing’, South Asia Citizens Web, 2022년 5월. www.sacw.net
(14) ‘Make India Vishwa Guru: RSS Chief To Sangh Workers Living Abroad’, <NDTV>, New Delhi, 2022년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