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와 모로코, ‘러시아 눈치 싸움’

2023-02-28     아크람 벨카이드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이유는 다르지만, 알제리도 모로코도 러시아와 적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선, 알제리의 경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서다. 모로코는 서사하라 문제가 최우선이므로, 이 영토분쟁에서 러시아를 자국의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알제리는 브릭스(BRICS)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고 지난해 11월 7일 발표했다. 브릭스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5대 신흥국(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 and South Africa)으로 구성된 경제협의체다.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이미 브릭스 가입 의사를 표명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를 지지했다. 테분 대통령은 “비동맹주의의 선구자 알제리를 양극화된 세계의 불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알제리가 브릭스 합류를 원하는 경제적 동기 외에도 (알제리 전문가들은 이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공식적으로 가입 신청을 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국제적 위기를 활용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엿보이는 외교적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알제리는 타국 내정 불간섭주의 원칙에 입각한 중립국이다. 그러나, 실상 이 ‘중립성’은 모호하다. 실제로는 협력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를 원한다. 알제리는 지난해 3월 이후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유엔(UN) 결의안들의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지는 외교를 펼쳤으며,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퇴출을 결정한 그해 4월 8일 결의안 투표에서는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알제리의 심각한 행보 

본지가 인터뷰한 알제리 외교관들은 알제리의 기권표가 “러시아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겨냥한 결의안들에 자동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북한, 시리아, 벨라루스, 에리트레아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알제리는 러시아 규탄에 동참하지 않는다. 2022년 5월, 러시아와 알제리는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수립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20년 연장했다. 양국이 가장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분야는 군사 분야다. 

역사적으로 알제리는 독립 이후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에서 군사장비를 구매했으며 2021년에는 70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산 군사장비를 주문했다. 이로써 알제리는 인도, 중국에 이어 러시아산 군사장비 최대 수입국 3위에 등극했다. 2022년, 알제리는 특히 오래된 미그(MIG)-29 전투기를 수호이(SU)-75형 전투기로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양국은 활발한 고위급 접촉을 통해 110억 달러에 달하는 이 구매계약을 협상했다. 국경을 맞댄 경쟁국 모로코와 관계가 크게 경색된 상황에서 신형 전투기 대량 도입은 알제리의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다.(1) 

서구가 러시아군을 철저하게 배척하고 있는 지금, 알제리는 오히려 러시아와의 합동 군사작전을 점점 늘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알제리는 러시아가 시베리아에서 주도한 보스토크-2022 다국적 군사훈련에 중국, 벨라루스와 함께 참여했다. 같은 해 10월, 러시아 군함들이 알제항에 입항했다. 그해 11월, 알제리 보병대와 러시아 특수부대는 모로코 국경 인근 지역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사막의 방패’라는 이름의 이 훈련은 특히 “테러집단 탐지 및 제거”를 위한 모의 작전 형태로 진행됐다.

서방은 당연히 알제리와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를 반기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지난해 3월 30일)과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같은 해 4월 13일)을 비롯한 다수의 미국 및 유럽 책임자들이 알제를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알제리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2) 지난해 11월, 17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2005년 EU가 알제리와 체결한 제휴 협정 재고를 촉구했다. 이 의원들은 알제리와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관계와 알제리의 UN 결의안 투표 기권이 유럽에 “심각한 우려”가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9월, 2024년 대선에서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점쳐지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포함한 27명의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공동 서한을 보내 러시아산 무기를 구매하는 알제리에 제재 부과를 촉구했다. 

알제리는 국방과 관련된 결정은 주권의 영역에 속한다는 의례적인 주장을 내세워 서구의 문제 제기를 비웃었다. 한 알제리 외교관은 “서구의 대표들이 알제를 찾는 이유는 물론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탄화수소 공급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 특히 국방과 관련된 우리의 이익과알제리와 무관한 분쟁에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서구의 의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알제리가 쥔 가장 유리한 패는 탄화수소다. 유럽의 탄화수소 수입량 일부를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산 탄화수소 수입을 중단하기 위해 대체 공급국을 찾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이탈리아는 2022년 7월 말 가스관을 통해 알제리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프랑스, 스페인, 심지어 독일도 알제리산 천연가스 수입 확대를 위해 알제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그해 10월,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단절된” 러시아와의 관계를 상쇄하기 위해 알제리 당국에 “장기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2000년대 말, 알제리와 EU는 탄화수소 문제로 갈등을 겪었으며 EU는 시장의 메커니즘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알제리산 탄화수소의 지속적인 수입과 장기적인 구매가격 고정을 거부했던 과거사를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모로코의 복잡한 속사정

모로코 역시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다. 모로코는 알제리보다 서방과 훨씬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로코는 우크라이나 위기 발발 초기 발의된 각종 러시아 규탄 결의안 투표에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 모로코 당국은 이런 궐석(闕席) 정책을 굳이 정당화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유엔 회원국의 영토 보전, 주권, 국가 통합 존중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마그레브 지역의 두 강자 알제리와 모로코의 계산법은 많은 면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알제리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구와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서구에 탄화수소를 공급한다. 모로코는 유럽과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다.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러시아의 심기도 거스를 수 없다.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중요성이다. 무기를 제외한 분야에서 모로코는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0일 만에 아르템 치남즈빌리슈빌리 모로코 주재 러시아 연방 무역 대표는 2021년 양국 간 교역량이 4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모로코의 대(對)러시아 수출 및 수입이 각각 11%, 60% 증가했으며 러시아는 모로코와의 교역에서 7억 7,84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모로코는 수년 전부터 경제 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 농촌지역이 GDP 14%, 고용 70%를 담당한다. 모로코가 농업에 필요한 생산요소와 무기질 및 유기질 비료를 주로 공급해주는 국가는 바로 러시아다. 특히 자가용, 상용차 등 산업에 필요한 금속, 식료품(파스타, 꿀, 소고기), 가전제품, 종이 펄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관계가 소원해지면 모로코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 

두 번째 이유는 전략적 중요성이다. 모로코는 서사하라 관련 영토 분쟁에서 러시아가 알제리에 동조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모로코는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서사하라에 대해 모로코의 영유권을 주장한다. 반면 알제리는 사라위족의 민족자결권 존중을 요구하며 폴리사리오 해방전선 분리독립주의자들을 지지한다. 러시아는 알제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사하라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모로코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공식적으로는 유엔이 후원하는 평화 프로세스와 사라위족의 민족자결권을 지지한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러시아 외교관들은 관련국들이 직접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지난해 10월, 러시아는 유엔 서사하라 총선지원단(MINURSO)의 활동기간을 1년 연장하는 유엔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유엔의 평화 유지 노력을 지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과 모순되는 태도다. 제재 여부와 무관하게, 아직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임을 인지하는 모로코는 서사하라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가 바뀌길 원하지 않는다. 

 

알제리-러시아-모로코 3국의 눈치 싸움

2021년 알제리와 모로코의 외교 단절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자, 러시아는 양국이 신뢰할 대화 상대자임을 자처했다. 아브라함 협약(2020년 체결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협약-역주) 체결국인 모로코가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알제리에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경우 알제리가 러시아와 맺은 군사 동맹은 알제리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보장한다. 2021년 11월, 모로코와 이스라엘의 협력이 군사 분야로 확대된 후 알제리는 모로코의 공격 가능성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21년 8월 12일, 카사블랑카를 방문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알제리의 역내 역할, 이란과의 관계 개선, 이스라엘의 아프리카연합(AU) 참관국 지위 획득 반대운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모로코는 알제리의 공격 가능성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러시아는 알제리의 전쟁 도발 충동을 억제할 유일한 국가다. 모로코의 한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는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지 않으며, 러시아 스스로 이스라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미국과 유럽의 요구에 전적으로 동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분노를 사지 않겠다는 모로코의 계산이 깔려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다. 결국, 지난해 3월 3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로코 왕실과 지도자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충분히 피력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주모로코 우크라이나 대사를 해임했다. 

 

“푸틴이 승리할 전쟁, 서구는 대책 없다”

공식적으로는 중립국이지만, 이렇게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알제리와 모로코는 국민들의 강한 친러 정서에 의지한다. 양국 국민들은 대체로 푸틴을 국제사회의 강권에 저항할 강력한 지도자로 여긴다. 물론, 영웅으로 추앙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물론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인한 물가 급등에 불만을 가진 국민도 많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반(反)러의 목소리는 이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역할에 대한 비판에 묻혔다. 1991년 걸프전과 미국이 지키지 않은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약속, 2003년 거짓 정보에 기초한 근거 없는 이라크 침공, 2011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몰락시킨 폭격은 여전히 모두의 기억에 남아 있다. 

국영 매체보다 정치적 선전성이 약한 민영 방송국의 토론 프로그램, SNS, 심지어 신문 기사들도 국제적 합법성이나 정의와 같은 개념을 언급할 때마다 이 사건들을 내세운다. 이 사건들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일차적 책임을 NATO에 돌리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한편 러시아의 교착상태 봉착, 더 나아가 패배 가능성은 서구의 프로파간다로 일축된다. 지난해 4월 13일, 알제리의 프랑스어 일간지 <르수아르(Le Soir)>는 “푸틴의 승리가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서구는 더 이상 어떤 방어책도 없다. 명백한 패배를 은폐하거나 축소하기 위해 언론의 추론과 정보기관의 책략을 동원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여타 아랍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마그레브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은 역내 우크라이나 동정론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독립 이후 비자 문제로 서유럽 대학에서 수학할 수 없는 마그레브 출신 학생 수백 명을 우크라이나 대학에 수용했다. 그러나, 마그레브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전쟁 초기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은 언론을 도배했고 최근 우크라이나 영부인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행보는 마그레브 지역에서 역효과를 낳았다. 

특히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거나 이스라엘을 열렬히 지지하는 서구 인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한다. 하지만, 알제리와 모로코의 많은 지식인들이 젤렌스키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이제 의심이 섞이기 시작했다. <타임>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2022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는 SNS상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NATO와 미국에 복종한다는 단서가 된 것이다. 

분쟁 발발 후 1년, 알제리와 모로코의 지도자들 중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접촉한 인물은 없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Lakhdar Benchiba & Omar- Lotfi Lahlou, ‘Bras de fer entre le Maroc et l’Algérie 모로코와 알제리, 팽팽한 힘겨루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1월호.
(2) ‘Maghreb-Ukraine(1). L’Algérie et le Maroc refusent de choisir 마그레브-우크라이나(1). 선택을 거부하는 알제리와 모로코’, <Orient XXI>, 2022년 5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