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선도의 점과 선

2012-02-13     피에르 랭베르

미국에서는 ‘레일팬’, 프랑스에서는 ‘레일증후군’(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이 용어는 탐탁지 않게 여긴다), 영국에서는 ‘트랜스포터’라 불리는 사람들. 바로 철도의 세계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이들 철도 마니아 가운데는 기차의 족보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열차가 지나가는 시간표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고, 철도를 놓는 공사 현장을 사진촬영하거나, 플래카드와 표지판을 수집하거나, 교차로의 유형을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크 오벤덴은 철도 마니아 중 한 사람으로서 특히 철도와 관련된 노선, 게시물, 팸플릿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 오벤덴은 이미 지하철 노선도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그가 이번에 새로 발표한 책은 전세계에서 수집한 철도 노선도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1) 이 책의 구성을 보면, 1부는 철도 노선도의 연대기를, 2부는 철도 노선도와 관련된 지리학을 다룬다. 또한 군대에서 볼 수 있는 절제미가 돋보이는 예술작품을 현대미술관에 전시해도 손색없는 철도 노선도 도안과 대비시키고, 철도를 개척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메모를 해놓은 지도를 편안한 느낌의 실험적 포스터와 대비시킨다. 기차역의 노선·지점·컬러·이름 같은 정해진 특징은 지도 제작자의 상상력을 가로막기도 하고 반대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일본의 입체지도 제작자처럼 지형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지도 제작자들이 있다. 일본의 입체지도 제작자는 1950년대에 구불구불한 두 산악지대인 추고쿠와 시코쿠 사이를 열차가 지나가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한편, 지도에서 지리적 기준점을 전부 없애고 대신 직각이나 원형으로 표시된 간략한 지도를 만든 제작자들도 있다.


/ 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마크 오벤덴, <세계의 위대한 철도 노선들>(Great railway Maps of the World), Penguin Books, 런던,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