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라는 청부업자

Dossier 재정 긴축과 청부 경제학자

2012-03-12     르노 랑베르

신문 사설, 라디오 아침방송,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대선 열기가 뜨겁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은 논쟁의 범위와 가능성을 구획하고 제한한다.대학교수로 소개되는 이들은 이데올로기적 혼란에 휘둘리지 않는 기술적 엄밀함을 대표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소속을 모두 공개한 뒤에도 이들의 발언은 신뢰를 줄 수 있을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맺은 합의는 언젠가 들통 나기 마련이다. 이를 카르파티아의 유명한 흡혈귀 이름을 따서 '드라큘라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예로, 경제 자유화를 강화하기 위해 비밀리에 맺은 다자간투자협정(MAI)은 1998년 정체가 폭로되면서 파기됐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경제학자들과 금융사의 유착관계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의 토론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등장하는 대학교수와 정부의 경제고문으로 활약하는 연구자들은 거대 기업이나 은행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투자펀드의 이사로 있으면서 '완전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금융규제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해상충의 소지가 다분한 이런 '위험한 관계'는 서로 쉬쉬하고 있을 뿐 공공연한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전까지는 모두 어물쩍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언론에서 중립적인 인사로 소개된 덕분에 경제학자들은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며 많은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그들과 언론 사이의 밀월관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됐다. 지식인들의 이런 배임 행위에도 드라큘라 효과는 어김없이 작동하는 것일까? 단지 대낮의 빛 속으로 끌고 나오는 것만으로 그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미국경제학회(AEA·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역시 답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올해 초부터 AEA 소속 회원들은 학술잡지에 논문을 게재할 때 이해상충의 가능성을 명시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그들에게 "최근 3년 동안 상당액의 보수, 즉 1만 달러 이상을 지급한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1)의 이름을 명시해야 한다"(2012년 1월 5일 공식 발표문). '가까운 사람'이 돈을 받은 경우에도 금액을 밝혀야 한다. 가장 권위 있는 경제 리뷰 매체들을 거느린 AEA- 곧 창립 130주년을 맞는다- 가 충동적으로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이 결정은 여론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찰스 퍼거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Inside Job)이 인기리에 상영됐고, 영화를 본 대중은 분노했다. 여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들이 금융 자유화를 추진한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얼마나 받아 챙겼는지 궁금해한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의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는 2008~2009년 헤지펀드 'D. E. 쇼(Shaw)'로부터 520만 달러를 받았고, 대부분 금융업체들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고 13만5천 달러를 챙겼다(<파이낸셜타임스>에 수많은 글을 써주고 받은 대가는 계산에 넣지 않았다). 학자들도 분노했다.

2011년, 덴버대학의 조지 드마티노는 "일련의 학술 연구조사에 따르면, 이해상충은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 현상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2011년 1월 3일, 제럴드 엡스타인과 제시카 캐릭하겐바르트는 AEA에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총 3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그중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컬로프와 오바마 정부의 자문 출신 크리스티나 로머도 끼어 있었다. 1년 뒤 그들의 호소는 결실을 맺었다.

이해상충 거리낌 없는 '고액 알바'

그러나 미국 경제학계의 이런 윤리적 반성 움직임에 대해 대서양 반대편에서는 별 반응이 없다.(2) 2월 1일, 경제학자 올리비에 파스트레는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유로존 탈퇴 움직임을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정보 조작의 희생자인 프랑스의 취약계층에게 유로화 포기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설명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했다.(3) <르몽드>는 그를 단지 '파리8대학 경제학 교수'라고 소개했지만, 파스트레는 튀니지 은행 임뱅크의 회장이며 CMP은행, 은행장협회, 유로플레이스 금융연구소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 아침 방송되는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의 프로그램 <경제 현안>의 공동 제작자이자 출연자로 등장할 때는 한 명의 '대학교수'일 뿐이다.

이 예를 소개하자, AEA 운영위원 마이클 우드포드 교수는 "파스트레가 우리에게 결단을 내리게끔 한 전형적인 예"라고 했다. AEA는 "모든 경제학자들이 학술지 발표 논문, 신문 사설과 기사, 라디오·텔레비전 방송에서의 발언 등 모든 종류의 공식 발언에 같은 원칙을 적용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우드포드는 "독자와 시청자는 전문가들이 소속 기관의 분석 결과나 이해관계에 기초해 발언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했다. 파스트레는 2월 1일자 기사에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은행들의 장·단기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수익성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틱시스은행의 경제연구 책임자이자 토탈의 이사인 파트리크 아르튀스는 "우드포드가 촉구하는 조처들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만 의미가 있다. 유로존에도 같은 조처가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앵글로색슨 지역에 비해 금융사에서 일하는 경제학자의 수가 적기 때문"이란다.(4) 그의 말대로 수가 적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전문가로서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11월 3일, 칸에서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제로 한 공영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의 아침 방송에 초대 손님으로 누가 나왔을까? 장에르베 로랑지였다. 그는 '경제학자 서클(Cercle des économistes) 회장'으로 소개됐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서클의 회원 면면을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한 파트리크 아르튀스와 올리비에 파스트레를 포함해 장폴 베베즈(크레디 아그리콜 은행 수석 경제학자), 로랑스 본(메릴린치 수석 경제학자), 앙통 브랑데르(덱시아 에셋 매니지먼트 수석 경제학자) 등이 있다. 방송이 나가고 며칠 뒤, 로랑지는 같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전화벨이 울립니다>에 다시 출연해 G20의 성과를 평가했다. 이번에도 "장에르베 로랑지 경제학자 서클 회장님을 모시겠습니다"라는 멘트는 변함이 없었다. 사회당 대선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의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로랑지는 <레제코>에 부동산시장 분석 기사를 기고하고, <유럽1> 방송에 출연해서는 주가 폭락 사태를 진단하고, <RTL> 방송에서는 '프랑스의 기막힌 운명'(영화 <아멜리에>의 원제를 패러디한 것)을 논하기도 한다.(5)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파주존, 아소시에앙피낭스, 모바일사업자협회(Afom), BNP파리바 아쉬랑스의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또한 율러에르메스, 생토노레 금융회사, BVA, 진저 그룹의 감사와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은행의 경영자문도 맡고 있다.

크리스티앙 생테티엔은 <프랑스24> 방송에 국립직업기술원(CNAM) 교수로 소개됐고, <르프앙> 지면에는 경제학자이자 정치평론가로 소개됐다. 그러나 자산관리 컨설팅 업체 '유럽전략컨설팅'의 학술자문위원이라는 직함은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 역시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의 자문을 맡고 있는 엘리 코엔은 <프랑스 앵테르>와 <르피가로>에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부장, 국립정치학교(Sciences Po) 교수로만 소개됐다. 파주존과 EDF-신에너지의 이사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자크 미스트랄은 어떤가? <르몽드>와 <프랑스 퀼튀르>는 그를 경제학자라고만 소개했고, <프랑스5> 방송의 한 시사 프로그램(C dans l'air)에서는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소장으로 소개됐다. 물론 BNP파리바 아쉬랑스의 이사라는 말은 빠진 채였다. 마르틴 오브리의 자문을 맡고 있는 다니엘 코엔은 자신이 고등사범학교(ENS)와 파리1대학 경제학 교수임을 내세울 때 (그리스 정부의 부채 협상을 조언해주는) 라자르은행의 시니어 어드바이저라는 직함은 쏙 빼놓는다.

'인사이드 잡'은 한사코 소개하지 않는 언론

대기업 이사회 참석 수당(프랑스 이사회(IFA) 자료에 따르면, CAC40기업은 한 회당 평균 3만5천 유로, 그 외 상장기업들은 그 절반쯤 된다), 민간기업 주최 콘퍼런스 강연료(로랑지의 경우 6600유로), 보고서 작성으로 받는 대가 등 미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경제학자들 역시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일 기회가 많다"고 드마티노는 말한다. "그들은 공짜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받은 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 대가는 바로 중립성의 상실이다."

로랑지는 "193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생각"이라며 반론을 편다. "밥벌이를 하는 방식이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본다면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2=4'라고 주장한다면 그게 대학을 위해서든 은행을 위해서든 상관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드포드는 미소를 지으며 "물론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제학자들이 다루는 대부분의 문제는 미묘한 판단을 요구한다. 환상을 버려야 한다. 경제학자들의 논쟁은 사적 이해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은 실제 사실과는 무관하게 마치 변호사처럼 특정 관점을 지지할 수도 있다"(6)고 한 일리노이대학 교수 데어드레 매클로스키의 말을 받아들여야 할까? 달리 말해, 경제학자들은 특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2+2=5'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인사이드 잡>의 퍼거슨 감독은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의 프레드릭 미슈킨 교수와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다.

퍼거슨 2006년 교수님은 아이슬란드 금융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집필하셨죠. '아이슬란드는 훌륭한 금융제도, 낮은 부패율, 법치가 실현된 발전된 나라다. 금융건전성 규제와 감독이 상당히 강함에도 아이슬란드 경제는 금융자유화에 잘 적응했다'고 쓰셨죠?

미슈킨 그건 실수였습니다. (아이슬란드 경제는 2008년에 붕괴했다.) 알고 보니 금융건전성 규제와 감독이 충분하지 않았더군요.

퍼거슨 그러면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신 거죠?

미슈킨 가지고 있던 정보로 파악한 것이죠. 아이슬란드는 일반적으로 훌륭한 제도를 갖춘 선진화된 나라라고 알려졌습니다.

퍼거슨 누구에게 그런 말을 들었죠? 어떤 조사를 하셨죠?

미슈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고,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믿음이 있었죠. 알고 보니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지만요.

퍼거슨 중앙은행을 믿은 이유는 뭔가요?

미슈킨 가지고 있던 정보에 따른 거죠.

퍼거슨 이거 집필하시고 얼마를 받으셨어요?

미슈킨 제가 받은 액수는… 공식 자료에 있습니다. (미슈킨은 이 논문을 작성하고 아이슬란드 상공회의소에서 12만4천 달러를 받았다.)

퍼거슨 이력서를 보면 논문 제목이 '아이슬란드의 금융 안정성'에서 '아이슬란드의 금융 불안정성'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미슈킨 어,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오자겠죠.

고객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인가, 실수를 저지른 학자인가. 때로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드마티노는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아는 어떤 직종의 전문가들보다 특권을 누리고 있다. 아무도 그들에게 실수를 추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실수를 저지른다.

돈과 중립성의 바꿔치기

2007년 8월 17일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엘리 코엔은 "몇 주 안에 투자가 재개되고 경기도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며 서둘러 위기 종료를 선언했다(<르몽드> 2007년 8월 17일자). 6개월 뒤, 투자은행에서 일하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알랭 맹크는 <디렉트8> 방송에 출연해 '시스템의 놀라운 유연성'을 열렬히 찬양했다. "이를테면 시스템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수완을 발휘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마터면 우리는 역사상 전례 없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을 뻔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 시스템은 매우 안정돼 있다." 결론은? "세계경제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2008년 1월 8일)(7) 같은 해, 로랑지는 "각 중앙은행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효과를 봤다. 덕분에 은행 간 거래시장에서 발생한 위기가 대재앙으로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미국의 부동산은행들은 파산을 면했고, 위험에 처한 대규모 은행들은 유동성 부족 사태 없이 증권화 상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8)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그러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졌고, 세계 금융 시스템은 타격을 입었다. 나틱시스 은행이 발행하는 <플라슈 에코노미>에 왕성하게 글을 쓰는(하루 평균 5편) 파트리크 아르튀스는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2주 전인 2008년 8월 28일, <챌린지>에 "서브프라임 위기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썼다. 그 뒤 그는 '은행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위기로 약화된 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극구 반대했다. 나틱시스의 녹을 받는 이 경제학자는 <플라슈 에코노미> 2011년 8월 18일자에 '은행에 모든 걸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2+2=5'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그들

이처럼 판단착오를 일으킨 경제학자들에게 그토록 많은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다. 혹은 제럴드 엡스타인처럼 경제학자들에게 동료·언론·학생·시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9) 하지만 금융사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금융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게 그리 놀랄 일인가? 한 예로, 로랑지는 최근 자신의 활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이른바 '시니어 뱅커'라고 불리는 직책을 맡고 있다. 가령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금융회사의 다양한 활동과 비교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10) 파스트레와 로랑지는 공동으로 <좌파 대 우파?>(2012)를 집필했을 때도 같은 임무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 '대선의 쟁점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독자에게 '복지국가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 '과감하게 시장친화적인 선택을 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금융계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유보하라'고 주문한다.

지난해 11월, 사르코지 정부에서 유럽 담당 국무위원을 지낸 바 있는 장피에르 주예 프랑스 금융시장청장은 "머지않아 시민들은 금융시장의 독재에 대항해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11) 그러나 감독자 위치에 있어야 할 금융시장청(AMF)은 이미 '금융시장'의 영향력 아래 있지 않은가? 주예가 이끄는 AMF에서 위원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대답은 명확해진다. 파트리크 아르튀스, 올리비에 다반(구르파마 인베스트 공동 경영자), 올리비에 가르니에(소시에테제네랄 은행 부사장), 뤼방 리(옥스퍼드 파이낸스 그룹의 최고경영자), 올리비에 파스트레 등.

'판단 착오'는 책임지지 않는다

퍼거슨 감독이 하버드대학 경제학부 학장 존 캠벨 교수를 인터뷰한 대목이다.

퍼거슨 한 의학 연구자가 이런 기사를 썼다고 가정합시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이 약을 처방해야 한다.' 그런데 그의 소득 중 80%가 이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돈이라면? 괜찮다고 보십니까?

캠 벨 물론 사실을 밝히는 것이 좋겠지만, 어… 그러니까… 지금 하는 얘기와는 조금 경우가 다르지 않나? 왜냐하면… 어….

AMF 홍보국 보좌관 바르바라 프뤼지에는 이 대목에서 별로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한 듯 보였다. "글쎄요. 저는 제약산업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러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도대체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군요. 제 생각에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당연해요." 그러나 AMF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예산 책정과 일반 내규 개정 권한이 있는 이사회는 학술자문위원회와 달리 '직업윤리를 지키고 이해상충을 예방하기 위한 규칙을 준수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6월 경제학자 크리스티앙 드부아시외는 학술자문위원에서 이사로 진급하면서 헤지펀드 HDF금융과 에른스트 & 영의 자문위원직, 뇌플리즈 OBC 은행의 감사위원직을 사퇴하도록 요청받았다. 그는 여전히 감사위원직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곧 위원회를 떠날 예정이지만, AMF에서 이 은행에 대한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거론될 때는 토의 내용을 듣지 않기 위해 회의실을 나온다"고 했다.

다른 이들, 그중에서 언론은 드부아시외와 AMF의 바람직한 처신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앵포>는 2009년 12월 16일, 2010년 11월 24일, 2011년 6월 29일 방송에 로랑지를 초대 손님으로 모셨다. 방송 진행자 장 레마리 기자에게 로랑지가 로칠드에서 맡고 있는 직책을 아는지 물었다. "당연히 알죠!" 그럼 왜 방송에 소개하지 않았을까? "청취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모두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언론인들이 레마리 기자처럼 초대 손님의 직책을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 아무 언급도 해주지 않는다면, 청취자가 무슨 수로 그걸 알겠는가?

다만 얼버무릴 뿐…

<LCI> 방송의 장마르크 실베스트르가 로랑지를 초대 손님으로 불러 더 강력한 금융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고(2010년 4월 24일), <프랑스5> 방송의 프로그램 <세당레르>에서 이브 칼비가 고데와 생테티엔에게 긴축정책의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부탁할 때(2011년 11월 9일), <파이낸셜타임스>가 서머스에게 '자본주의의 위기'를 진단하는 글을 청탁할 때(2012년 1월 8일), 언론사들은 이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뻔한 인물에게 뻔한 질문을 던질 때 과연 그 대답을 주의 깊게 들을 가치가 있을까?

언론사들이 전문가의 모든 직책을 소개하기만 해도- 단 몇 줄, 몇 초면 충분하다- 프랑스인들이 겪는 정보 불균형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정통파 성향이 강한 프랑스 경제학협회(AFSE) 회장 위베르 캉프는 "그토록 간단한데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그렇다면 AFSE 회원들은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캉프는 "다음 총회 때(2012년 7월) 이 문제를 토의해보겠다"고 했다. 경제학계에 다원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로 2년 전에 창설된 프랑스 정치경제학협회(AFEP)의 경우는 어떨까? 니콜라 포스텔 AFEP 사무총장은 "일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조처는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그러나 내 생각에 문제를 단지 이해상충에 국한하는 것은 사태를 잘 보지 못하는 것이다."

언론은 왜 하필 그들만 인터뷰할까

전형적인 예가 하나 있다. 지난 2월 14일, <르몽드> 국제면에 그리스 부채위기에 대한 분석 기사가 실렸다. 클레르 가티누아 기자는 금융계에서 일하는 여러 경제학자들의 말을 인용했다. 이해상충 문제는 없었다. 그들의 직책을 남김없이 명시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프로빈(세 차례 인용)은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금융그룹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수석경제학자'로, 나타샤 발라(세 차례 인용)는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는 경제학자'로, 제쥐 카스티요는 '나틱시스의 경제학자'로 소개됐다. 'UBS에서 일하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가티누아 기자는 이 '은행에서 일하는 경제학자'들이 그리스 위기를 분석하는 데 더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본 걸까? 포스텔 사무총장은 "왜 하필 그들인가?"라고 묻는다. "이런 주제에 관해서 독자가 언론을 통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금융계를 막후에서 지배하는 기술적 메커니즘 따위가 아니다. 그리스 부채 문제의 본질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부채는 정당한가? 왜 빚을 지게 됐나? 이런 질문 말이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경제학자들이라고 이 질문에 더 적절한 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좌파 학자·노조 대표는 찬밥 취급

가령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는 경제학자가 '그리스 위기는 부당한 부채에서 비롯됐고 따라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가티누아 기자는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한다. "이 기사를 쓰면서 자유주의적 성향을 띠는 금융계 경제학자들을 인터뷰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 역시 그리스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를테면 한 번쯤 자유주의 성향의 관점을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인들이 노조 대표들과는 잘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 역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못지않게 현 사회적 위기의 메커니즘과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또 다른 예로, 지난해 10월 가티누아 기자는 40명의 경제학자와 학회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그중 29명은 은행 또는 금융사를 위해 일하고 있고, 단지 3명만 노조 관계자였다.(12) 2008년 9월 1일∼2011년 12월 31일 <르몽드>는 무려 147편의 기사에서 아르튀스(나틱시스 은행 책임연구원)의 이름을 인용했다(아르튀스는 네 편의 기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132번)와 알랭 맹크(118번)보다 많았다. 장 가드레(경제 기사에서 5번)와 프레데리크 로르동(4번)에 비하면 월등히 많았다. <리베라시옹>과 <르피가로>, 그 밖의 잡지에서도 이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명성을 높인다고 해서 금융사를 위해 일하는 경제학자들이 당연히 금융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관행이 사라질까? 대화를 마칠 때쯤 가티누아 기자는 "내가 모든 관점을 대변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1) ‘이해관계자’는 ‘글의 내용과 관련해 금전적·이념적·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개인·그룹·단체’로 정의된다.
(2) 경제학자 장 가드레는 이 문제와 관련한 자료를 자신의 글 ‘위험한 관계’(2009년 9월 21일)에 실었다(http://alternatives-economiques.fr/blogs/gadrey). 이번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 가드레의 조언과 프랑수아 뤼팽이 제작한 TV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주구경제학자들’ 특집, ‘Là-bas si j’y suis’, <프랑스 앵테르> <프랑스 2, 3>, 2012년 1월).
(3) Olivier Pastré, ‘유로존 탈퇴는 자살 행위다’, <Le Monde>, 2012년 2월 1일.
(4)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과소평가한 것은 금융계와의 공모관계 때문이 아니다’, <Le Monde>, 2009년 9월 10일.
(5) 순서대로 2011년 10월 3일, 8월 19일, 4월 3일.
(6) Ben Caselman, ‘Economists set rules on ethics’, <The Wall Street Journal>, 뉴욕, 2012년 1월 9일자에서 인용.
(7) Gilles Balbastre & Yannick Kergoat의 다큐멘터리, <새로운 주구들>, JEM Productions, 2012에서 인용.
(8) Jean-Hervé Lorenzi, ‘누가 돈을 낼 것인가?’, 호외 특집, ‘금융위기: 분석과 대안’, <Revue d’économie financière>, 파리, p.468, 2008.
(9) <The Wall Street Journal>, 같은 기사.
(10) <Investisseurs>(로칠드 그룹 간행물), n°4, pp.16~17, 2011년 12월.
(11) <Journal du dimanche> 인터뷰, 파리, 2011년 12월 12일.
(12) Thomas Vescovi가 집계한 자료.


피뽑기에 꽂힌 머니 닥터들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이해상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경제학 닥터들'이 처방하는 약에 대해서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가?" (비주류) 경제학자 장 가드레가 묻는다. "그들이 처방하는 만병통치약은 사람의 건강이 아니라 사회체제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여남은 명의 경제학자들은 자유주의적 처방을 계속해오고 있다. 몰리에르 희극에 등장하는 의사처럼 환자의 몸에서 피를 뽑아야 한다(瀉血)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드부아시외는 "1992∼98년 모스크바에서 지냈다"고 했다.(1) 그는 다니엘 코엔, 자크 델플라, 샤를 비플로즈와 함께 유럽연합(EU)의 독립국가연합 기술지원프로그램(TACIS)에 참여했다. 드부아시외는 TACIS의 목표가 "러시아가 '집산주의' 혹은 '공산주의'라고 불리는 시스템에서 탈피해 시장경제로 진입하는 것을 돕는 데 있었다"고 설명한다.

2009년 1월, 영국의 의학 학술지 <랜셋>은 1990년대 초반 러시아가 도입한 새로운 경제체제가 초래한 결과를 분석했다.(2) 연구자들은 "1991~94년 러시아인들의 기대수명이 5년 단축됐다"는 사실을 제시하면서, 그토록 급격하게 삶의 질이 저하된 직접적 원인은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경제전략"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런 처방을 내린 장본인은 바로 프랑스의 '머니 닥터들'(Money Doctors)이었다.(3)

다니엘 코엔은 '충격요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4)와 함께 볼리비아를 위해 일한 적이 있다. 1985년 빅토르 파스 에스텐소로 대통령은 코엔과 삭스, 펠리페 라레인에게 '경제 안정화' 임무를 맡겼다. 세 사람은 '대통령령 21060호'의 골격을 짰다. 민영화, 공공지출 삭감, 주석광산 인력 2만 명 감축(해고된 광부들은 대부분 코카잎 재배자로 변신했다)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볼리비아의 최대 노총 노동연맹(COB)이 이에 반발해 총파업을 촉구하자,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노조 지도자 175명을 투옥했다. "이런 정책을 도입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가늠하는 데 외부 통계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 케네스 레먼 교수의 말이다. "1986년 볼리비아에서 구매력은 60% 감소했다. (중략) 경제활동인구의 20~25%가 실업자였다. 그런데도 그때까지 노동자들이 누리던 사회복지는 거의 모두 철폐됐다."(5)

다니엘 코엔은 현재 라자르은행, 그리스 정부, 프랑스 사회당 등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다. 크리스티앙 드부아시외는 프랑수아 피용 총리실 산하 경제분석위원회(CAE)를 이끌고 있다.

(1) Gilles Balbastre & Yannick Kergoat의 다큐멘터리, <새로운 주구들>, JEM Productions, 2012의 인터뷰 인용.
(2) David Stuckler, Lawrence King, Martin McKee, ‘Msss privatisation and the post-communist mortality crisis: a cross-national analysis’, <The Lancet>, vol.373, n°9661, 런던, 2009년 1월 31일.
(3) Ibrahim Warde, ‘자유주의 혁명가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2년 5월호.
(4) <커먼 웰스> <빈곤의 종말>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경제학자다.
(5) Kenneth D. Lehman, <Bolivia and the United States>, The University of Georgia Press, 에덴스(조지아주), 1999.


선한 조언자들?

'다양한 관점과 분석을 대비함으로써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 방향을 모색'하는 임무를 띤 총리실 산하 프랑스 경제분석위원회(CAE)는 경제·사회적 이슈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국가기구지만 민간기업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28명의 위원 명단에는 다음 인물들도 포함된다.

파트리크 아르튀스(나틱시스), 다니엘 코엔(라자르은행), 엘리 코엔(파주존, EDF-신에너지), 장에르베 로랑지(로칠드 그룹), 크리스티앙 생테티엔(유럽전략컨설팅), 장폴 베베즈(크레디 아그리콜 수석경제학자), 자크 델플라(BNP파리바 시니어 어드바이저), 미셸 디디에(COE-렉스코드 회장), 올리비에 가르니에(소시에테제네랄 은행 부사장), 미셸 고데(봉그랭은행, AXA와 파트너십을 맺은 연금·저축·보험 가입자연합(AGIPI) 이사), 마틸드 르무안(HSBC 프랑스의 시장전략·경제연구 책임자), 필리프 트레나르(재보험 회사 SCOR의 수석 경제학자), (HSBC 프랑스의 시장전략·경제연구 책임자), 필리프 트레나르(재보험 회사 SCOR의 수석 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