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임금, 연금 불평등… 일어나라, 여성들이여!

2023-03-31     크리스티안 마르티 l 연구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은퇴 연령은 높은 반면, 연금수령액은 낮다. 현재 진행 중인 연금개혁안 반대 운동은 여성이 겪는 불평등을 부각시켰다. 정부의 개혁안이 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면, 어떤 대처 방안이 필요할까? 

 

1월 23일, 프랑스 국회 방송 <LCP>에 출연한 프랑크 리에스테르 의회관계 담당 장관은 “법정 정년이 연장되면 여성에게 더욱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리에스테르 장관이 이렇게 말하기 전에 이미 여성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장관의 발언 1주일 전, 여론조사 기관 IFOP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여성 응답자 중 73%가 정년 64세 연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 응답자에 비해 7%p 높은 수치다. 2013년 장마르크 에로 총리 정부, 2019년 장 카스텍스 총리 정부에 이어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의 현 정부는 몇 개월 전부터 연금개혁의 방향은 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1)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공평하지 않다.

정년연장은 국제통화기금(IMF) 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같은 주요 기관도 권고하는 사항이다. 지난 30년간 세계 곳곳에서 정년연장 시도가 관찰됐다. 공공재정에서 연금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개혁이 잇따랐다. 현 노동세대의 납입금으로 현 은퇴세대에 연금을 주는 ‘부과식 공적연금’의 비중을 제한 및 축소하고, 세대별 납입금 및 기금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해당 세대가 미래에 연금을 수급하는 ‘적립식 연금’을 확대하고자 하는 개혁들이 잇따랐다. 

개혁의 방향은 전반적으로 연금 100% 수령조건을 강화해 연금수령액을 낮추는 데 모아진다.(2) 따라서 노동 기간 납부한 납입금(기여금)과 은퇴 후 수령액의 관계를 강화한다. 연금수령액과 납입금의 함수관계가 클수록 ‘기여식’ 성격이 강하다. 이 방식은 일견 공정해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이렇게 ‘기여식’ 성격을 강화하면, 연금수령액 결정 시 연대적 성격의 비기여식 연금 비중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직이나 질병,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자나 육체적·정신적 강도가 높은 분야의 종사자의 연금을 보충하는 다양한 제도가 존재한다. 이런 제도는 특히 여성들에게 필요하다. 연금 납입 기간 가산제도, 최저연금 보장제도의 수혜자는 남성보다 여성 쪽이다. 기여식 연금제도 강화는 모든 경력 단절자, 조기퇴직자, 저임금 노동자에 불리한데,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경력단절, 조기퇴직, 저임금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연금, 여성은 남성에 비해 67% 적게 받아

1960년대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직업 능력이 향상되면서 남녀 연금 격차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이은 개혁들은 이런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7~8년간 남녀 연금 격차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여성이 남성보다 67% 낮은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지난 9월 프랑스 퇴직운영위원회(COR)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은퇴자 빈곤 비율은 남성 8.5%, 여성 10.4%”이며 “이 격차는 2012년부터 계속 벌어지는 추세”다.

이는 1993년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 정부가 실시한 개혁 이후 수차례 반복된 개혁들의 결과다.(3) 또한, 연금제도가 가정과 일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입 당시 그리고 이후 수십 년 동안, 프랑스의 연금제도는 세대 간 연대를 입증하며 굵직한 사회적 진보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입 당시 유효했던 연금 모델은 남성이 가족의 소득을 책임지는 구조로 수립됐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실업 문제가 대두되지 않았기에, 남성에게는 경력단절, 조기퇴직의 위험이 거의 없었다. 남성 노동자들은 전일제로 일하며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 납입금을 내고, 그 혜택을 누렸다.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며 납입금 납부자의 배우자로서 부차적인 권리를 누렸다. 즉,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존재’라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1960년대부터 여성의 전일제 고용이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이었기에, 많은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었다. 1990년대 이후 정부는 실업퇴치 정책을 펼치며 시간제 일자리를 장려했으며,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가정과 직장을 함께 유지해야 했던 여성들이 채웠다. 2000년대 초, 여성 노동자 중 약 1/3이 시간제 노동자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경력이 짧고 시간제 노동자 비율이 높다. 따라서 여성의 연금수령액 산정체계도 이런 경제활동 모델을 감안해야 하나, 실제로는 남성의 경제활동 모델에 근거해 수립된 현재의 산정체계는 여성에게 불리하다. 

1993년 이후, 퇴직 전 평균소득 산정 기간이 소득이 가장 높았던 10년에서 25년으로 바뀌었다. 또한 연금 100% 수령 기준 노동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1년에 5%씩 연금을 감액한다. 이는 단기 노동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다. 2019년까지 연금개혁위원장을 맡은 장폴 들르부아가 이미 인정했듯 말이다. 단기 노동자들은 노동 기간이 짧은 만큼 총수입도, 연금도 적다.(4) 단기 노동자들의 연금수령액은 실제 납입 기간에 비례해 이미 낮게 책정됐다. 이미 낮은 연금에서 또 부족한 납입 기간별로 감액까지 한다는 것이다. 1950년대에 태어난 퇴직자들 중 여성 19%, 남성 10%는 이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연금감액이 면제되는 연령인 67세까지 기다렸다가 연금수령을 개시했다.(5) 

 

자녀양육, 여성만의 책임인가?

이렇게 연금불평등의 맥락을 살펴보면, 어떤 점이 특히 여성에게 불리한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 해결책도 예상할 수 있다. 우선 가정 내에서 자녀 양육을 여성이 주로 하는 한, 자녀의 가족권(가족 구성원들이 의식주, 의료 등 생활 필수요소를 누릴 권리-역주) 보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녀의 가족권 강화를 연금평등 정책의 도구로 삼으면 곤란하다. 이는 불평등 문제의 근본적인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지극히 부분적인 보완책에 불과하다.

여성이 자녀를 양육한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추가적인 권리를 부여할 경우, 자녀 양육은 영원히 여성의 책임이 될 것이다. 일관성 있는 진보를 위해서는, 남녀 연금불평등을 해소하는 동시에 사회보장 모델을 변화시켜야 한다. 연금제도는 모두에게 적정 수준의 연금수령액을 보장해야 하며, 연대적 성격의 조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칠 경우 연금의 보완책이 돼야 한다.

우선, 현행 연금제도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짧은 경력 때문에 겪는 불이익을 없애야 한다. 연금감액제 철폐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연금납입금과 수령액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현재 추세와 반대로 연금수령액과 최고소득의 연관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금 100% 수령을 보장하는 노동 기간을 설정할 때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현 제도에는 현실이 반영돼있지 않다. COR에 따르면, 1955년 이후 출생자들의 경우 연금 납입 인정 기간은 줄어든 반면 의무 납입 기간은 늘어났다. 그 결과, 실제 납입 기간과 의무 납입 기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연금수령액이 감소한다. 연금제도 모델이 진보한다면, 여성의 평균 노동연수와 의무 납입 기간의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돌봄’ 서비스의 가치에 주목하라

연금제도 이전에 임금, 경력, 일자리 접근성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남성과 평등한 임금을 받는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이를 위해서는 여성 비율이 높은 직업군의 임금 인상도 필요하다) 여성이 은퇴 후는 물론 전 생애에 걸쳐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이는 연금 재원 조달, 임금 평등, 경제활동 참가율 평등에 기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며, 연금 재정 보충에도 도움이 된다.

2021년,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25~54세 경제활동 비율은 각각 여성 84%, 남성 92%로 여성이 8%p 낮았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제활동 인구는 여성이 110만 명 더 많았다. 지난 40년 동안 남녀 경제활동 격차는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INSEE와 COR은 현재 수준이 2070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심지어 진보에 저항하는 보수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우선 영유아 보육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주변 국가의 상황에 비해 낫다고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3세 미만 영유아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00만 명을 위한 보육 기관이 부족하다.(6) 2022년 7월,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탁아소 정원을 20만 명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영유아 보육 서비스와 부양가족 돌봄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면, 남녀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다수 창출될 것이다. 이런 ‘돌봄’ 서비스직은 주로 여성이 담당하는데, 사회적 유대관계 형성에 크게 기여하는 분야다.

‘돌봄’의 가치를 이해하면, 더 넓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노동의 의미, 삶의 방식, 생산의 본질과 우선순위에 대해 더 광범위한 질문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적 관점은 생태학적 관점과 결합된다. 두 관점 모두 노동시간의 증가가 아닌 감소를 추구한다. ‘잘’ 사는 것, 타인에 대한 관심, 사회적 가치, 환경 보존, 삶을 중심으로 노동정책을 수정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인류해방의 오랜 역사에서 사회는 일간, 주간 그리고 생애 전체를 통틀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보해왔다.

이처럼 여성적 관점에서의 현행 연금제도를 바라보면, 전반적인 사회 변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평등을 실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분명한 점이 하나 있다. 여성고용과 관련된 잠재력을 무시한다면, 평등의 실현은 멀어진다는 것이다. 

 

 

글·크리스티안 마르티 Christiane Marty
연구원. 2023년 5월 5일 출간 예정인 『L’enjeu féministe des retraites 연금의 페미니즘적 쟁점』(La Dispute, Paris)의 저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La double peine des femmes 여성들의 이중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3년 9월호, & ‘Au nom de l’équité, davantage d’inégalités 공평성을 위한 불평등 강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5월호.
(2) Michaël Zemmour, ‘Bientôt, la retraite à 70 ans 정년 70세 시대가 임박했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11월호.
(3) Martine Bulard, ‘Briser le collectif 단체주의를 무력화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1월호.
(4) 장폴 들르부아가 2019년 7월 18일 제출한 보고서 ‘Pour un système universel de retraite 보편적인 연금제도를 위해’.
(5) ‘Les retraités et les retraites 은퇴자와 연금’, 연구평가통계국(DREES), Paris, 2022.
(6) ‘L’accueil du jeune enfant en 2019, 2019년 영유아 보육시설 현황’, 국립 영유아 관측소(ONAP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