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 지역에 머물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다

눈속임에 지나지 않은 군사 재편성

2023-03-31     레미 카라욜 l 기자

2023년 2월 18일, 니제르의 주요 4개 노동조합에서는 성명을 통해, 자국에 배치된 외국군대의 군사기지들을 “최대한 빨리 해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프랑스가 말리 군사정권에 의해 말리 밖으로 쫓겨난 ‘바르칸’ 부대를 니제르로 옮긴 지 불과 몇 달 만에 나온 말이었다.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의 전략적 오류가 누적되고 있다. 

 

 

사헬 지역(사하라 사막과 아프리카 중부 사이 지대)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역주) 및 무장단체에 맞서기 위해 프랑스군이 2014년부터 수행한 ‘바르칸’ 작전이 2022년 11월 9일부로 공식 종료됐다. 이에 따라 2023년 3월 현재, 말리에는 단 한 명의 프랑스 군인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니제르와 차드에는 여전히 3,000여 명의 프랑스군이 주둔 중이다. 8년 전과 별로 차이가 없다. 프랑스는 군사작전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채,(1) 흔히 '테러리스트'라 칭하는 실체가 불분명한 적을 상대로 사헬 지역에서 전쟁을 지속하며, 기니만 연안 국가들에까지 군사작전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이 전쟁은 국회에서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고, 모호한 법적 틀 안에서 불투명한 방식으로 기약 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공식 명칭이 없어 일명 <바르칸 2>라 부르는 작전의 중심부는 이제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다. 니아메에는 프랑스군의 주요 병력(약 1,2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드론과 전투기들도 이곳에서 날아오른다. 바르칸 작전 종료에 따라 육군이 사용한 장비들은 프랑스 본국으로 반송되고 있지만, 공군 장비는 그대로 남아 감시와 공격에 사용된다. 그 외의 병력은 세네갈 다카르, 차드 은자메나,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프랑스 군사기지에 머물고 있다. 2010년부터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에 주둔하던 프랑스 특수부대는 지난 1월, 부르키나파소 정권으로부터 철군 요청을 받았다. 

한편 프랑스는 사헬 지역에 ‘군사 정찰소(PMR)’ 설치를 계획 중이다. 위협상황 및 채택전략에 따라 구체적인 위치가 정해질 예정이다. 현재, 프랑스 군인들이 목격되는 곳은 베냉 북부 탕기에타, 캉디 등 최근 2년간 지하디스트 단체들의 공격이 일어났던 곳이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 군인들은, 비공식적인 ‘직업 교육가’다.

 

“떠난다던 프랑스군,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행정부와 군 수뇌부는 지난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했다. 점령군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 더 이상 최전선에 서지 않을 것이며, 말리에서 몇 년 간 그랬듯 해당 국가의 허가 없이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한 정부 관계자가 언급한 것처럼, 프랑스는 이제 새로운 판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지원만”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교육, 정보 공유, 장비 제공, 육상 및 공중 작전 지원 등 각 국가별로 ‘맞춤’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니제르는 육상 전투와 공중 포격이 포함된 ‘모듬’ 지원을 선택했지만, 다른 나라들은 자국 영토에서 프랑스 부대의 작전 수행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 제안 수용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지역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서아프리카 출신의 한 연구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프랑스인들은 떠난다고 하고는, 떠나지 않고 있다. 프랑스 군사기지들은 계속 있을 것이고, 군사협력도 계속 될 것이다. 이것이 군사작전 종료가 맞는가?” 

정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프랑스와 카메룬, 토고, 가봉,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코모로, 지부티,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등 프랑스의 옛 식민지 8개 국가가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 재협상한 군사 협정은 수정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민지 해방 당시에 맺은 초기 협정문에는 국가 내부 분쟁이 발생할 경우 프랑스 군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비밀 조항이 담겨있었으나, 재협상 후 삭제된 바 있다. 

<바르칸 2>는 포장만 바꾼 작전에 불과하다. 프랑스 지도자들은 프랑스 군대가 세계대전, 심지어 ‘문명전쟁’ 중이라고 확신하며 사헬 지역 국가들이 겪는, 그리고 곧 기니만 국가들도 겪을 수 있는 위기에 대한 해답이 바로 군사행동이라 믿는다. 그러나 사헬 지역 국가들의 지방의회 의원, 국회의원, 장관 등 수많은 정치인들은 이제 분쟁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찾고, 일부 지하디스트 단체들과 협상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군사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당국은 반란군들과 극비리에 대화의 장을 열었다. 말리 중부 지역에서 여러 건의 협정이 체결됐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

2018년과 2020년, 말리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트 정부는 중재자들을 통해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무슬림 지원조직(JNIM)’의 수장들과 대화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다. 부르키나파소 정부도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하디스트들과 비공식적인 임시 휴전 협상을 했다.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은 2022년 2월 지하디스트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 지도자들은 여전히 이 단체들을 ‘테러리스트’로만 규정하고 사실상 모든 대화 가능성을 차단한다.

전략적인 문제 외에도, 현재의 군사 배치는 프랑스가 옛 식민지들의 독립 직후 보인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식민통치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옛 식민지들에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신식민지주의 개입을 반대하는 단체 ‘쉬르비(Survie)'의 활동가 토마스 보렐과 야니스 토마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식민지 해방 당시 프랑스는 “한편으로는, 프랑스군이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부에 ‘뛰어들어’ 신속히 개입할 수 있도록, 거점이 될 군사기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생 위성국가들의 군대를 밀착 감시할 체계를 마련하는 방식을 사용했다.”(2) 

이런 방식은 2000년대에 예산 관련 이유로 재검토 됐지만, 다시 대세가 됐다. 프랑스군은 다카르, 은자메나, 아비장, 니아메 외에도 가봉과 지부티에 주둔 중이고, 코모로 제도에 위치한 프랑스 마요트 주에도 상근 군사기지가 있어서 동아프리카와 인도양으로 병력 투입이 가능하다. 

 

사헬지역 자원을 프랑스가 노린다? 음모론 확산

그러나 아프리카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 절대 찬성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서아프리카 출신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대가 변했다. 하지만 프랑스 지도자들은 그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은 프랑스 장교들이 협력 차원에서 자국 군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자국 영토에 더 이상 외국 군부대가 주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11월, 부르키나파소에 주둔 중인 프랑스 특수부대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국방부 장관은, 프랑스 군사기지가 “프랑스 재외 동포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연구자는 이를 ‘불투명성’이 배가된 ‘이단적 생각’이라 지적했다. 부르키나파소 수도 근교에 250~300개 소대로 구성된 프랑스 특수부대 ‘사브르’가 존재해 왔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비밀에 부쳐졌다. 

2013년 1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말리에 긴급 투입됐던 군인들이 바로 이 특수부대 소속이었다. 특수부대의 존재가 드러난 이후, 프랑스는 해당 부대의 목적이 테러리스트 소탕이었다며 존재 이유를 정당화했다. 비록 2014년 10월, 동일한 군인들이 블레즈 콩파오레 전 대통령의 해외 도피를 도와 법정 기소 및 사회적 기소를 피할 수 있게 했지만 말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 사건은 반프랑스 정서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이들은 프랑스군이 “테러리스트와 공범”이라며, 사헬지역의 지하자원을 독차지하려는 목적으로 지하디스트들을 돕는 것이라는 음모론을 펼치기도 한다. “프랑스는 떠나야 한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2020년에 설립된 부르키나파소의 단체 ‘조국방위전선’의 코디네이터 알라산 사와도고는 이런 소문을 지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랑스의 군사력을 한번 생각해보라. 프랑스군이 무장 단체들을 해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의심 섞인 질문은 프랑스가 다시금 ‘전면 안보’ 방식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아폴리네르 키엘렘 탐벨라 부르키나파소 총리 역시 2022년 11월 취임 이후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의혹들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몇몇 동맹 국가들이 우리에게 언제나 충실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칭 부르키나파소의 동맹이라는 몇몇 국가들의 암묵적인 동조가 아니었다면, 2015년부터 동맹국들의 무관심 속에 테러리즘이 우리나라를 좀먹기 시작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니제르와 말리에서도 이런 가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말리 군사 정권은 2022년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UN에서, 프랑스가 지하디스트들에게 무기를 공급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제르 사회 운동계의 저명인사이자 프랑스 정책에 매우 비판적인 알리 이드리사는 개인적으로 이런 주장을 전혀 믿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소문을 믿는다는 사실이 크게 놀랍지는 않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로 손꼽히는 프랑스군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테러리스트 소탕 작전을 펼쳐왔는데도 지하디스트들이 여전히 활개 치는 상황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바르칸 부대가 자신들을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프랑스 편을 들면 민심을 잃는다”

사헬 지역 국가 지도자들의 입장에서는, 프랑스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며 자국 군대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프랑스가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 프랑스와 각별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바줌 니제르 대통령과 알라산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의 경우 진퇴양난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자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를 두둔하는 것은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군 수뇌부와의 관계에서도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일부 장교들이 프랑스의 보호감독에서 벗어나 협력 관계를 다양화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바줌 대통령의 참모 한 명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바줌 대통령은 매우 민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프랑스의 편을 들고 있지만, 그렇게 하면 민심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회 활동가들 및 종교계에서도 분노가 치솟고 있다.”

프랑스는 보란 듯이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지속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동맹국들과의 관계는 약화하고 있다. 바줌 대통령의 참모는 덧붙였다. “복잡한 문제다. 테러리스트 퇴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지만, 그로 인해 자국민들의 폭동을 부추기며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지난 7월 마크롱 대통령이 방문했던 베냉에서는 파트리스 탈롱 대통령이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탈롱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군사 지원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베냉 국민들로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 일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이목을 끌지 않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불신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프랑스 지도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반(反)프랑스 정서’가 아프리카 내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미디어를 통해 존재감을 굳히는 데 열중한다. 2022년 9월 1일, 프랑스 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에도 이런 맹목성이 잘 드러난다. 

그는 사헬 지역에서 펼치는 군사작전에서 배울 점은 “우리의 군사력이 핵심이고, 그것이 프랑스의 힘”이라고 말했다. 전쟁에 열의를 보이는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외교관들에게 군과 함께 ‘정보전’에 전력을 다할 것을 명령했다. “프랑스의 영향력 및 파급력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다. 정부는 몇 달 전부터 외교부에 태스크 포스팀을 새롭게 꾸리고, 국방부에 특별 부서를 구성해서 아프리카 내 정보전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3) 

2022년 10월, 티에리 부르크하르 프랑스군 참모총장은 상원의원들 앞에서 “바르칸 작전 이후의 목표는 아프리카 내 우리의 존재 방식을 쇄신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참모총장은 이제부터 사헬 지역 주민들의 “마음과 정신을 다시 정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식민지 정복 시기에 프랑스 군대의 중심 전략이었던 이 표현은,(4) 최근 몇 년간 ‘바르칸’ 참모부가 되뇌었던 주문이다. 

그 주문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글·레미 카라욜 Rémi Carayol 
기자. 저서로 『사헬이라는 신기루. 아프리카에서 전쟁 중인 프랑스. 세르발 작전, 바르칸 작전 그리고 다음은?』(La Découverte, coll., Cahiers libres, Paris, 2022)이 있다.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Romain Mielcarek, ‘L’Inavouable défaite française au Sahel (한국어판 제목: 사헬지역 내 프랑스의 수치스러운 패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4월호, 한국어판 2023년 1월호.
(2) Thomas Borrel, 『L’Empire qui ne veut pas mourir. Une histoire de la Françafrique 사라지고 싶지 않은 제국. 프랑사프리크의 역사』(Seuil, Paris, 2021) 중 Thomas Borrel, Yanis Thomas, ‘L’Afrique francophone dans la nasse militaire française 프랑스 군사작전의 함정에 빠진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들’.
(3) André-Michel Essoungou, ‘Guerre d’influence sur les écrans africains 아프리카 미디어에서 벌어지는 영향력 싸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2년 12월호.
(4) Christian Olsson, ‘De la pacification coloniale aux opérations extérieures. Retour sur la généalogie “des cœurs et des esprits” dans la pensée militaire contemporaine 식민지 평화 회복에서 해외 작전까지. 현대 군사 사상에서 ‘마음과 정신’의 계보를 돌아보다.’, Questions de recherche n° 39, 국제연구소 (CERI), Paris, 2012년 4월, http://www.ceri-sciences-p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