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가톨릭의 정교한 타격

2012-03-12     에디 칼디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사회당 후보자 프랑수아 올랑드가 들고 나온 정책 제안 60가지 중에는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창시한 1905년 법의 헌법 등재가 있다. 이것은 50년 이상 계속된 종교에 대한 양보에 종말을 고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이슬람교가 주의를 끌고 있으나, 정작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는 공격을 주도하는 것은 가톨릭교회이다.  특히 국가의 교육 영역 안에서 그렇다.

공화주의 모델의 초석인 정교분리는 오늘날 하나의 위선적 만장일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다시 주목받은 '정교분리'라는 단어는 개념적 의미가 변해 다양하고, 때로는 이율배반적인 뜻을 함축하게 됐다. 극우파와 우파는 분명한 저의를 갖고서, 이슬람교도에 대한 직접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4월 3일 '국민전선'(프랑스 극우파 정당)의 대표 마린 르펜은 "나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는 사실을 잘 안다. 꽤 많은 이슬람 정치·종교 단체들이 정교분리를 침해하고, 공화국의 법을 희생시키며 종교법을 강요하는 게 현실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정교분리가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1) 가톨릭교가 제도적 차원에서 학교 현장에 가한 공격적 태도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지방 및 중앙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교육 문제에 대한 국가의 중립성에 의구심을 조장하고 있다.

위선적 만장일치 대상이 된 원칙

물론 정교분리 문제를 학교 문제로 축소할 수는 없다. 또한 학교 문제를 정교분리 문제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수다. 이 기본적 원칙의 미래가 바로 교육 현장에 달려 있다. 바티칸의 가톨릭 교육성부(聖部) 장관인 프랑스 추기경 장루이 브뤼게는 "학교가 '우리 사명에서 중요한 관건'이고 '기독교 사상과 접하는 유일한 장소'가 될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브뤼게는 정교분리가 ‘보편적 교육의 의무를 구성하는 원리’로 작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1905년에 의결된 국가와의 분리가 ‘위협적’이라고 주장한다.(2)

1987년 주교단 회의에서 장비네 추기경은 "교회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특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정교분리에 대한 제도적 틀을 재정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런 맥락에서 2008년 말 '프랑스 주교단 회의'는 가톨릭 교육을 국가적 의무로 삼았다. 주교에 의해 관리된 '학교 교육과 대학 사회에 대한 주교 위원회'(Cemsu)는 그때까지 비공식 위원회로 운영됐는데,(3) 그 뒤로는 직접 교회에 속하게 됐다. 이 위원회의 지위에 관한 다음 법 개정은 공공기관에 대한 교구장의 지위를 제도화하면서 교육기관에 교회의 견제를 확고히 할 것이다.

1984년, 국민 교육을 비종교적이면서 통일되고 폭넓은 공공서비스로 규정한 사바리(Savary) 법안-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후보의 110개 공약 중 90번째 공약- 의 폐기는 그 뒤 지속돼온 갈등의 서막을 올리며, 각종 현안에 대한 사립교육기관의 거센 '요구'를 유발했다. 여기에 사립교육기관에 더 큰 권한을 주는 자유주의 정책들이 가세했다. 가톨릭 교회는 1959년 드브레법- (이른바 '고유한 성격'의) 종교계 사립학교에 국가 교육에서 그들의 자리를 합법화하는 공권의 지위를 부여한 법- 에 의해 열린 틈새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법에 따라 확립된 학교 교육의 이원적 체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좌파는 종교와 무관한 공공서비스에만 의무가 있음을 잊은 것 아닌가?

공교육 자리 넘보는 가톨릭 학교

국가 교육은 전례 없는 예산 긴축을 겪는 데 반해, 국가와 계약한 사립학교의 특혜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지금은 의례적 행사가 되어버린 가톨릭 교육기관의 개학식 방문에서 뤼크 샤텔 교육부 장관이 보낸 찬사는 우려를 낳는다. 2011년 9월 23일 샤텔이 발언한 내용을 상기해보자. "사람들은 공교육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는 프랑스인이 과반수일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나는 국가와 계약한 사교육이 공공서비스에 속한다고 생각한다."(4)

그렇지만 정교분리 원칙 없이 사교육이 '공공서비스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국가의 중립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종교를 교육 지침으로 삼지 않고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는 학교는, 미래의 젊은 국민들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존중 속에서 비판정신을 함양하도록 사회적 관계의 정치윤리학을 우선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공적 의무가 귀찮은 국가의 방조

(종교적 '소명'의 실천적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폭넓게 세속화된 프랑스의 모습과 교육의 상품화에 애쓰는 종교의 영향력 아래 놓인 정치·사회적 삶 사이에는 모순적 괴리가 있다. 2007년 한 가톨릭 교육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가는 법률 제정과 행정명령 문서상에서 공식적으로 사립교육기관들만 인정하고, 이 교육기관들을 대표하는 제도화된 조직체를 그 자체로서 인정하지 않으며, 교구청 또는 교육이나 지역 결정기관, 사무국이 있음을 무시한다." 따라서 목표는 정해진다. "가톨릭 교육의 국가 참여는 프랑스 교육체계의 발전적 변화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5)

이 전략은 세간의 눈길을 비켜가면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법률 위반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자유'라는 명목을 내세워 공공적 책임과 의무를 따르지 않는 사립교육기관을 위해서, (공공기관과의) '동등한' 처우라는 명분을 내세워 좀더 많은 공공자금을 얻어내기 위해서 학교 현장을 전쟁터로 몰아간다. 이런 식으로 '랑클루페' 합의는 사립기관의 공공 이익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지 않은 채 사립학교 교사들의 직업교육 환경을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맞춰 조정했다.(6)

교리 가르치는 사립학교에 외려 특혜

다음은 불과 최근 몇 달 사이에 승인된 것이다. 공공서비스와 더 잘 경쟁하라고 ('장폴 2세' 사립고등학교가 공적 자금 덕분에 사르투르빌에서 개교한 것처럼) 사립교육기관을 지원하는 교외지역의 도시계획, 거주지역 밖의 사립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면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학비를 부담해주는 카를(Carle)법, 종교계 탁아소(파리시청은 14개 루바비츠 탁아소에 보조금을 지급함)에 대한 지원, 가톨릭 재단 산하 사립학교의 투자에 면세 혜택 조처 등이다.

이런 식으로 수억 유로가 사립기관으로 흘러 들어갔다. 2011년, 일드프랑스(파리와 인근 지방을 포괄한 지역 이름)의 지역의회는 1900만 유로의 운영지원금을 증액(44%)했고, 종교계 교육에 1천만 유로의 임의적 투자자금(다양한 재정 지원은 계산에서 뺌)을 지불했다. 이것은 참사원(프랑스 최고행정법원) 의원 올리비에 슈라메크가 옳았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슈라메크는 1987년 7월 23일 교회 기부금에 세금을 공제하는 수정 법안이 가결되었을 때 '세금에서 정교분리는 끝났다'고 선언했다.(7)

학교 넘어 공화국 전체로 확산 우려

가톨릭교는 자신들의 공적 영향력을 빌려 탁아소부터 고등교육까지 개입해 국가의 지원을 받아낸다. 가톨릭계의 '주동자'들은 모든 가톨릭계 학교에 대해 내각과 가톨릭 교육 사무국 간의 전면적이고 단일화된 계약'이 맺어지기를 원한다. 그렇게 하면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에 유지돼온 큰 격차가 공공연히 드러나면서 교육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8)

새로운 전쟁터가 계속해서 열린다. 그것도 국가 교육의 와해를 더욱 잘 은폐하기 위해서 우파가 기획하고, 배려에 가까운 무기력으로 좌파가 도움을 준 종교적 고요함 속에서 말이다. 게다가 국제기구도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재검토에 기여한다. 유럽이사회와 유럽연합(EU)의 사정도 다르지 않은데, EU는 2007년 12월 13일에 조인한 리스본 조약(16 C 조항)을 통해 교회를 EU집행위원회의 대화 상대 반열로 격상시켰다. "그들의 정체성과 특유의 공헌을 인정하면서 EU는 교회·단체들과 함께 열린 대화, 그리고 투명하고 정규적인 대화를 지속해갈 것이다."

학교 교육 문제의 더 큰 심각성은 학교뿐 아니라 다른 기관까지 종교 공동체적 성격을 띠도록 부추기는 정책이 도입될 여지를 열어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내무부 장관 클로드 게앙은 이슬람에 대한 적대적 표현은 쏙 뺀 채, 종교의 자유를 축으로 구성된 정교분리 법 조항을 제안한다.(9) 이슬람교의 도약과 이 종교가 받은 차별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좌파 스스로 1905년 법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거듭해 정교분리 규정을 완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좌파는 차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투쟁의 장에서 발을 뺌으로써 사실상 배타주의와 종교계의 '고유한 성격'을 중시하는 견해가 이기도록 방임한 채, 교회와 국가 간의 분리 원칙을 망각하고 말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그 기반을 잃어버린 가톨릭교는 국가와 재결합을 부추기는 양보들을 기다려왔다.

이 표리부동한 정교분리 속에서, 이슬람교도들의 차별 시정 요구는 가톨릭 학교의 집단주의를 눈감아주기 일쑤인 공권력에 연막 구실을 한다. 연막이란 다름 아닌 진짜 논점을 오도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언설들이다.


글•에디 칼디 Eddy Khaldi
주요 저서로 Muriel Fitoussi와 공저 <그의 학교에 반대하는 공화국>(La République contre son école·데모폴리스·파리·2011)가 있다.

번역•채미서 yarche@hanmail.net

(1) <AFP>, 파리, 2011년 4월 3일.
(2) Jean-Louis Brugués, ‘프랑스식 정교분리’, <Ossservatore Romano>, 로마, 2011년 12월 26일.
(3) 학교 교육과 대학 사회에 대한 주교 위원회(Cemsu).
(4) <Le Parisien>, 2011년 9월 23일.
(5) 가톨릭 교육사무국, <가톨릭 교육 조직과 기능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지방 분권화와 지방 분산의 효과>, 파리, 2007년 3월.
(6) 가톨릭 교육사무국(Max Clouper 사무국장)과 자크 랑 장관이 1992년 6월 15일에 맺은 합의.
(7) Olivier Schrameck, ‘세금에 대한 정교분리의 종말’, <행정법 재판 소식>, 1989년 6월 22일.
(8) <AFP>, 2002년 1월 8일.
(9)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 (법률) 본문과 판례 모음집’, Les Editions des journaux officiels, 파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