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마피아 처벌받다

2012-03-12     파트리크 에르만

1988년 석면 공장에서 유출되는 죽음의 먼지로 뒤덮인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의 작은 도시 카살레 몬페라토의 주민들은 희생자유족연합회를 만들었다. 2004년 그들은 토리노 검찰의 기소를 이끌어냈다. 마침내 지난 2월 에터니트 그룹의 최고경영자 2명에 대한 유죄판결이 결정되었다.

지난 2월 13일 북이탈리아 지방 피에몬테 주도인 토리노는 그동안 어느 누구도 감당하지 못한 거대 산업그룹들을 처벌할 세계의 혁명 수도가 되었다. 참관인 2천여 명이 법원 계단에 몰려들었고, 그 옆으로는 여러 장의 플래카드가, 철문에는 희생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역사적인 날이었다. 누구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얼마 뒤 시멘트 석면 제품 제조회사 에터니트(Eternit)의 최고경영자들인 벨기에 남작 장루이 드 카르티에 드 마루쉬엔과 스위스 국적의 억만장자 슈테판 슈미트하이니가 피고인이 된 거대 석면 소송의 1심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1)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끝없이 투쟁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1830명이 사망했고, 1천 명 이상이 질병에 걸렸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0년까지 희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라파엘레 구아리니엘로 검사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울려퍼진 판결

차량 수십 대가 고소인들과 가족을 실어날랐다. 목도리를 두른 많은 시 관계자들이 로렌에서 온 고등학생, 머리에 헬멧을 쓴 전직 광부들과 동행했다. 석면에 노출된 징후인 흉막중피종(늑막암의 일종)으로 아직도 매주 1명씩 죽어가는 카살레 몬페라토라는 조그만 도시의 희생자유족연합회 회장 로마나 블라소티 파베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이웃 5명을 잃었다. 국제석면추방네트워크 '밴 아스베스토스'(Ban Asbestos) 투사들은 세계 곳곳에서 최신 정보를 교환한다. 브라질의 반석면투쟁 저명인사로 에터니트의 소송에 시달린 끝에 무죄판결을 받은 페르난다 지아나가, 형제와 친척들이 흉막중피종으로 숨진 벨기에의 에릭 존키어와 함께 이 자리에 모습을 보였다. 배리 캐슬만의 도도한 실루엣도 눈에 띈다. 그는 미국에서 벌어진 수백 건의 소송에서 업체 쪽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또한 1998년 프랑스가 캐나다 퀘벡산 석면을 금지하자, 그는 프랑스에 대한 캐나다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옹호했다. 그 소송은 2000년 9월 기각된 뒤 2001년 3월 상고됐다. 취리히에서 멀지 않은 니에데루르넨의 에터니트 공장 노동자였던 프랑코 바시아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재전환 중이라고 변명하는 슈테판 슈미트하이니에 대해 "망상가"라는 한마디로 일침을 날렸다. 슈미트하이니는 공장 노동자와 주변 주민들에 대한 안전 조처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고소당했다. 오후 1시 30분 입석 법정에서, 기우세페 카살보레 판사가 판결을 내렸다. 두 피고인에게 각각 징역 16년형과 함께, 노동조합(10만 유로)과 관련 지방자치단체들(피에몬트주 2천만 유로, 카살레 몬페라토시 2500만 유로)에 손해배상을 하도록 판결했다. 그러고 나서 보상받을 사람들의 이름을 3시간 동안 읽어 내려갔다.

전세계 휩쓴 사회적 범죄 산업

복도에서는 손해배상 청구인들을 법적으로 대리한 장폴 테소니에르가 유죄판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16년 징역형, 그것은 석면 사건이 사회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유죄판결은 사법부가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신호다." 어떻게 프랑스의 상황과 비교하지 않겠는가? "프랑스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순조로운 조사를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한다. 공화국의 검사들은 복종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초의 고소가 있고 나서 16년 뒤, 노동조건이 이탈리아와 비슷하고 희생자 수 역시 수만 명에 이르는데도 파리지방법원의 마리오딜 베르텔라 주프루아 판사는 얼마 전 서류 검토를 포기해야 했다. 파리고등법원 심리부가 사소한 절차상의 이유로 에터니트 경영자 5명에 대한 심리를 취소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16년 동안 어떤 검사도 범죄 수사 기록 공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에터니트는 테소니에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에터니트 그룹이 20년간 석면으로 큰 이득을 취한 반면, 해당 주민들은 계속 '중독됐다'고 단언했다.(2)

희생자 구제할 신호탄 될까

이 판결이 전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을 인식한 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 변호사들은 지금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않으려 한다. 에터니트의 정책 분석에 참여한 그들은 '인터포럼'이라는 산업범죄 방지 국제 포럼을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인터포럼은 소송 준비 과정에서 맺은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변호사와 연구자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의 명예 연구소장이며 오래전부터 석면 금지 투쟁을 해온 직업암 전문가 아니 테보모니는 "이 소송이 예외적 사건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이 소송이 이미 틈새를 벌렸으니 이제 그 틈새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3) 앞으로 몇 달 안에 합의된 전략을 내야 할 것이다. 에터니트가 존키어 가족에게 20만 유로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진 브뤼셀에서처럼, 상소 절차가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테보모니는 이렇게 못박는다. "인터포럼은 행동 영역을 유럽에 한정하지 않을 것이다. 납을 함유한 배터리를 재생하려고 아프리카로 보내는 쓰레기 관련 산업은 모든 주민을 병들게 하고 있다. 폐선 처리를 위해 수명이 다한 선박을 해체해 아시아로 보내는 작업의 노동조건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열악하다."

소송 당사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토리노에서 시작된다. 판결을 내린 다음날, 구아리니엘로 검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유럽검찰국이 창설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범죄는 빛의 속도로 퍼지고 있다. 사법권은 그 범죄를 계속 신속하게 추적할 수 없다."(4)


글•파트리크 에르만 Patrick Herman 언론인.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주요 역서로 <성의 역사> <방법서설> 등이 있다.

(1) ‘토리노의 거대 석면 소송’, 외교행랑, 2009년 12월 7일, www.monde-diplomatique.fr.
(2) <텔레라마>, 파리, 2011년 11월 29일.
(3) ‘석면산업의 범죄 전략’,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0년 6월호 참조.
(4) <일 파토 쿼티디아노>, 로마, 2012년 2월 14일.